남겨지는 말(1)

남길 말이 없이 살자 남길 말이 없도록 사랑도 지나친 듯이 접자

 

남겨지는 말(2)

너로 가는 길은 나로 가는 길과 같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 아쉽다 늘 간절했다 빌어쓴 몸도 미안하고 고생했다 아픈 것들에 더 아파하지 못해 미안하다 몸도 마음들도 생각들도 방부처리하지 않았으니 거름으로 쓰기에는 좋을 것이다

 

남겨지는 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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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끌려다니지 않는다. 아주 조금 마음에 난 길을 따라 가려할 뿐이다. 마음보다 낮은 길을 내어주어야 그리로 마음을 흘린다. 쪼르륵. 그렇게 마음이 다가선다. 마음이 다가온다. 움직인 거리만큼만 마음은 생각한다. 마음은 절대 앞서는 법이 없다.  그렇게 마음은 두리번거린다. 사람들은 끌려다니지 않는다


 

사람들은 홀려다닌다. 홀려서 마음줄을 놓쳐서 깃발을 따라 다닌다. 홀려서 마음으로 난 길을 잃어버린다. 어디까지 온 줄도 몰라, 마음은 올라온 깃발을 따라 그냥 간다. 땀도, 걱정도, 지난 격정도, 지난 한숨도 잊어버리고 쓸려다닌다. 마음은 없다. 끌려다닐 뿐. 깃발이 멀어지거나 너무 떨어지거나 안개에 가리거나 웅성거리는 시장통을 지나자 갈길이 막힌다. 사람들은 홀려다닌다.


 

사람들은 힘든 수고만큼만 기억해낸다. 마음을 준 만큼만 숨쉬고 땀흘린다. 땀흘린만큼만 뿌듯을 삼킬 수 있다. 마음길은 거슬러 온 길로 갈길로 그 농도만큼만 번진다. 사람의 호흡만큼만 그 길을 간다. 마음의 호흡만큼만 번져나간다.

 

 

볕뉘. 깃발을 드는 이들이 걸린다. 전부라는 듯, 먼저라는 듯 외침에 가까운 동선이 걸린다.  그래서 거기에 끌려가는, 끌려갈 모습이 걸린다. 깃발도 수선을 해야 할 것이고, 올렸으니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지 못할 것이 보이니 마음에 걸린다. 어쩌다 제도에 포획되어 제도 밖은 관심조차 없으니 안타깝다. 어쩌지 못하는 일을 벌여 어쩔 수 없는 인질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좌불안이다. 뒷걸음질에 주춤 주춤 앞으로 나갈 일들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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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애완견)의 시대

 

사람은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다. 사회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 사회는 사람을 밀치고, 밀쳐진 사람은 사람과 부딪힌다. 사람은 사람이 싫다. 사회는 사람의 기대를 받아 안지 못한다. 사회는 사람을 뱉어내고, 뱉어낸 사람은 기를 쓰고 사람을 누르고 눌러야지만 사회에 발을 한쪽이라도 담근다. 사회는 가정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가정의 구성원은 가족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다. 사람의 기대는 어김없이 무너진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댈 수 없다. 사람보다 더 사람같아진 반려견은 사람 마음을 읽는다. 버림받고 치인 마음의 상처를 달랜다. 기대를 꿀꺽 삼키지도 않는다.

 

가족독립 국가 또는 1인 독립국가


무릎이 좋지 않아 살찌지 않게 케어한다. 털빛이 좋지 않고 몸에 좋지 않아 유기농을 먹여야 한다. 행여 다치지 않을까 하루 종일 마음 졸인다. 네겐 싼 것을 먹일 수 없다. 애지중지 너에게 빠질 수밖에 없다. 열자식 소용없다. 전부다.

 

노숙자 또는 사람


오늘도 역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초췌한 몰골에 노숙자들은 한끼의 일용한 양식으로 주린 배를 움켜쥔다. 욕설과 싸움, 술, 냄새 난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사람은 사람을 피할 수밖에 없다. 유기농인지 친환경인지 궁금할 수 없다. 끼니를 채울 수 있다는 건만으로 온몸은 순간 따듯해진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용납도 되지 않고 용서할 수 없다. 까스통에 불신지옥이라. 누구누구의 부모이나 아버지라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세상의 쓰레기만 쳐바르고 사는지 만난다는 것이 끔찍스럽다.

 

반려견 또는 애완견


난 문밖에 없다. 난 문안의 식구다. 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면서 대부분을 사람 품을 벗어난 적이 없다. 어떻게 보아도 난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문밖을 나서자 사람마음을 잃어버린다. 사람은 문밖을 나서자 사람에 치인다. 사람은 사람을 뱉어내고, 사람은 사람으로 가는 길조차 잊어버린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흐르는 마음길도 놓쳐버렸다. 사람으로 살아있다는 건 참 견디기 힘든 일이다. 상팔자다. 사람이 사람을 어루만지지도 다가서지도 다가설줄도 다가가게 하는 법도 몰라 위무의 공간에 머무른다. 더 사람같은 사람을 만나 건강도, 돈도, 마음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돈은 사람도 삶도 가린다. 삶은 삐죽빼족 돈의 온기를 나눠갖지 못하게 한다. 일렬로 늘어서 백수에서 비정규직의 굴곡을 거쳐 장애인과 세모녀와 시집장가 못가는 처녀총각 병들어 마음가눌 수 없는 사람과 삶들은 신기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볼 수도 없다. 섞이지도 못한다. 안부조차 물을 수 없다. 사회는 가둬져있고 세상은 격막에 분리되어 있다.  아프다. 받은 상처는 그렇게 갈지자로 뿔뿔이 돌아가 사람같은 사람을 만난다. 

 

 

볕뉘.  저울 양쪽에 올려놓는다. 사람과 반려견을 찬찬히 놓는다. 눈을 꼬옥 감는다. 그리고 실눈을 뜬다. 안개처럼 보이도록 찬찬히 마음으로 본다. 어디로 기울고 있는 것일까  오르락내리락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가? 어느쪽이 시야에 사라져버렸는가?  옛날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개판 오분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조심스럽다. 개도 사람도 화낼 일이기때문이다. 말 조심해야 한다. 개 고양이 취급한다는 말은 새로 생겨야 할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비루하지 않은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기분을 헤아려야 한다는 사실이 비극이지 않는가? 생물이 이렇게 사람들의 삶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아파하는 만큼 사람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다는 것은 일면은 맞고 일면은 틀리다.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당분간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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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꿈가장자리다. 운동은 없다. 운동은 없었다라고 쓰고 지운다. 운동은 죽었다라고 쓰고 중간을 펜으로 그었다. 그렇게 긋고 쓰는 편이 더 빠르다고 다짐한다. 연연해하지 않고 다른 삶을 살아내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 빠르다고 쓴다. 민주화에 연연해하고 민족에 끌려다니고 가치에만 기웃거리고 자유에 목을 메이는 편을 택하지 않는다. 시민만을 탐하지 않으며 노동만을, 녹색만을, 환경만을 정도라고 생각지 않는다. 하나로 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 내편도 네편도 없다라고 다짐해낸다. 다짐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쓴다. 다른 삶을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려는 것이라고 쓴다. 상아탑처럼 올라가버린 학문들은 사람의 격이란 맷돌로 갈려야 한다. 갈린 모든 앎을 사람으로 삶으로 다시 소화되어야 한다. 일상과 사람으로 삶으로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모둠의 저항과 관성을 거부해낸다. 모둠의 색깔과 치적으로 가치를 부여안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낸 삶들로 평가받고 이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삶들의 걸음걸이만큼만, 삶들의 빼곡한 지문만큼만 시공간의 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꿈의 끝자리 신경은 빠져나가는 듯 쇠약하다. 아직 꿈의 가장자리다.

 

 

볕뉘. 아무도 삶이 겹치지 않는다.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 더욱 만나기가 어렵다. 공간도 일상도 삶도 겹칠 줄 알았으나 원심력은 점점 강해지고 점점 멀어진다. 유대인이 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주일에 싫든 좋든 보는 것이다라고 한다.  싫으면 싫어서 보지 않고, 좋으면 좋아하는 일만 하느라고 보지 못한다. 경험이 공유되지 않고 지평은 섞이지 않고 넓어지지 않는다. 네트워크의 만남, 유선상의 만남, 대면의 만남 사이 그 결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면이 갖고 있는 풍부한 감정들의 정보, 시공간에 드리는 여운을 잊은 듯하다. 지금까지 유대를 지탱해오는 것들이 그러한 것들이라는 것조차 건망한다. 지역은 지역을 말만하되 말하면서 만나지 않는다. 지역은 말하되 같은 말만 하고 다른 소리를 듣는 귀를 닫아버렸다. 사람들은 수시로 전하고 만나면서 감정을 남발하되 감정을 담지 못한다. 다른 삶과 굴곡을 여쭈지 않는다. 여쭙지 않으니 다름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못하니 일상에 다름이 휘감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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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송취소


 

1.

 

 

 

몇번씩 마음보다 앞서간 말들을
그러모은다

 

말이 먼저 닿을까 마음을 재촉하여
말을 잡아 고삐를 돌린다

 

가을도 저물어
마음도 단풍같아
여물지 않은 말들을
따놓고 둥글게 깎아 건다

 

가을햇살이 말들의 습기에 스민다

 

 

 

2.

 

 

몇번씩 삶보다 앞서간 마음들을
그러모은다.

 

마음이 먼저 닿을까 삶을 재촉하여
마음들을 잡아 고삐를 돌린다

 

가을도 뉘엿 저물고
삶도 단풍같아
여물지 않은 마음들을
시간의 날줄에 꿰어본다
시간의 씨줄로 엮어보다

 

불쑥불쑥 나와버린
마음들을 솎아보다 와락
너의 마음들 곁에 널어본다

 

가을햇볕이 마음들의  말들에 꽂힌다

 

 

3

 

말도
마음들도 이리 되돌아오지만
이렇게 말들도 마음들도 삶도 너에게 발송되고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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