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깔창을 챙기고 조금 일찍 나선다는 것이 십여분 늦다. 주차장을 찾았으나 주차할 곳이 없는 곳을 들어서 되돌아서 편한 주차장을 찾고 대회장을 향한다. 안개가 자욱해 보이지 않지만, 맑은 볕에 곧 금강이 드러날 것이다.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앞쪽에 서있다. 저 속도는 될 수 없겠지만, 뒷쪽이 50분 여성페이스메이커가 있으니 아마 그 사이가 될 것이다.


따듯한 날씨지만 손이 곱다. 이십년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짬달을 하던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익숙하고 낯익은 곳의 일터는 십오년쯤 공주로 이전하였다. 주로는 매끄럽고 곱다. 한일교라는 이정표가 없다면 몰랐을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5k는 무리없이 달린다. 23년전 나홀로달리기를 한 기록이 48' 50"였다는 걸 옛 일지를 보고나서야 알게된다. 신기한 일이다.


내려오는 길 챙겨간 책을 뒤적여본다. 어린 조셉 필라테스는 몸이 약했고 온갖 병에 시달린다. 하지만 병약한 유년기를 이겨내고 온갖 운동과 명상 호신술을 하며 탄탄한 체형을 갖게 된다. 서커스 단원이 되기도 하는데 1차 세계대전으로 수용소에 억류된다. 그러나 수용소에 있는 동안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다듬고 체계화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운동법을 <컨트롤로지>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간 필라테스는 독일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43세에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렇게 해서 아내를 만나고 뉴욕에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차린다.  


맞다 당신이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를 필라테스가 사람이름이다. 조셉 후베르투스 필라테스 Joseph hUBERTUS Pilates.








볕뉘.


1.


저 곳은 강변 모래가 아름다웠던 멱감기 좋았던 곳이다. 지금은 여전히 금강댐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는 그 강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합강지점이고 오른 쪽으로 꼬불꼬불 올라가면 부강-신탄진이 이어져 대전으로 간다.


2.


몸리터러시. 운동도 그러한가보다. 청소가 일의 전후를 매듭짓듯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일의 매듭을 이어주는 부드러움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운동은 부드러움을 필요로 한다고 되새긴다. 나의 얄팍함에 질타를 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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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01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통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한 6~7km를 대략 한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 같은데 10km를 48분만에 주파하신다니 여울님 참 대단하신것 같아요^^
 

비행기는 비양도를 오른편으로 보여주면서 협재해변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저 부근을 달릴 수 있다니 얼마나 꿈같은 일인가. 날씨도 좋을 듯싶어 더욱 기대가 된다. 포항 바다를 그리고 있어, 바닷빛은 더욱 관심이 간다. 한려수도를 지나고 있다는, 꼭 찝어서 여수 어느 바다위를 지나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33F 석은 마지막 탑승, 내릴 곳도 빨라 안성마춤인 자리이기도 하다. 기장의 말씀에 따라 내려다보는 바다의 쪽빛과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은 뭉글하면서도 오묘하다.


미리 렌트카의 위치가 3층 D구역이라는 안내와 셔틀버스 운행위치도 알 수 있어 조급함은 덜어진다 싶다. <해변의 부엌> 종달점은 책의 저자인 친구가 소개해준 곳이기도 하다. 부어커로 있다는 딸의 안부도 궁금하던 차여서 마라톤을 빌미로 들려보기로 한 곳이다.  입장이 늦으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극장식 음식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바심을 내고 부지런히 달려보지만 네비가 가르치는 시간은 정확하다. 더하고 빼고가 없다. 아니 제주도의 특색이기도 하다. 빨리도 늦게도 달릴 수 없는 구조기도 하다. 다음에는 서둘지 말기로 한다. 도착하기 오분전 해변의 부엌 안내자의 연락이다. 김춘옥 할머니는 89세 정정하기 이를데 없으시고 노래나 인터뷰 정말 연예인체질이신듯 정정 그 자체이시다. 쉬는 시간 잠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곳의 사진도 몇 컷 찍어둔다.


안내자에게 부탁을 해서 만난 이현 부어커는 첫눈에 총기있는 눈빛과 사교성이 동시에 들어왔다. 4월까지 졸업후의 일들을 챙겨가는 모습도 좋고 짧게 나눈 이야기에도 솔깃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싶다.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하여 반대편 숙고까지는 한시간 반이 더 걸린다. 미술관 큐레이터로 오랜 시간 근무하시다가 자리잡은 숙소는 아늑하고 좋다. 담날 아침 8시무렵 한림종합운동장 주변을 배회할 겸, 주차할 겸해서 나선다. 믹스커피와 소비대잔치 흑돼지구이를 종이컵에 주어서 가볍게 요기하고, 한림공고 운동장에서 3k정도 몸을 풀어주고 출발 대기다.


제주 해안가는 공항을 기점으로 용담코스는 미리 러닝한 적이 있고 그 서쪽인 한림을 핑계삼아 돌아보는 곳이기도 하다. 출발하자 마자 시내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코스 . 인파로 인해 더 열심히 달려볼 수는 없지만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어 좋다. 쭉쭉 . 바람도 파도내음도 좋다. 무리지어 달리는 맛도 몇 달만인가. 부상은 드디어 회복되는가 싶다. 깔창아 힘을 다오. 


선두권의 엘리트 선수들은 벌써 돌아오고 있다. 반환점까지 내리막이었다는 사실은 반환점이 되어서야 알게된다. 그래도 굿굿이 늦추지 않고 시내로 접어들면서 마무리한다. 이렇게 올해 첫대회 첫시작. 활짝 핀 매화와 동백의 섬. 제주도의 반짝이 좋다. 제주의 봄.


 볕뉘. 

오고가는 길 책 한 모금은 베르그손 캉길렘의 결합의 의학사를 엿볼 수 있다. 그렇게 다르게 번질 수 있는 실마리를 얻고 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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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참 어렵다.


한림 해안가를 달리는 코스를 신청준비하고 하루 한 대밖에 없는 비행기도 할인으로 골라 떠나기 전날, 상가가 생긴다. 가까운 곳이면 들러가련만, 그렇지 않은 거리이기도 시간도 애매해서 양해를 부탁드리고 가기로 마음먹다.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검색해보니 예약해 둔 <해녀의 부엌 종달점>과 에어앤비로 잡은 숙소 <아트하우스두드림>은 세시간 가까이 걸린단다. 세상에나 시간은 빠듯하고, 돌아오기도 만만치 않고 어쩔 수 없이 렌터카를 검색한다. 공항에서 가까운 곳. 그리고 회원가입에 보험까지 쉬운 길이 없다.


렌트카비용은  35000원정도+기름값 170원/km 25000= 6만원정도, 숙소 65000원

해녀의부엌 59000원 20만원, 비행기 왕복 15만원  총비용 35만원 - 40만원


늦밤이 되어서야 정리가 되고, 숨돌릴 틈없이 빠듯한 일정이 될 듯하다.


어쨌든 바닷바람과 풍경이 안식이 될 듯하다.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낙오가 되어 다른 일정을 소화해낼지는 모를 일이다.


내리자마자 sk렌터카 대여를 해서 우도선착장부근 <해녀의 부엌>으로, 2시간20분 공연과 식사가 끝나면 명월성로 141 <아트하우스두드림>으로,  다음날 한림종합운동장에 10k 0940 출발.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공항으로 와서 렌터카 반납. 1220 공항복귀다.


포항 1410출발 1520도착 렌트카 1530도착 1535출발 1655 해녀의 부엌 도착  1910 부엌출발 2050 숙소도착 제주마라톤 1040출발 렌트카 1130도착 1220제주출발(20분연착) 1330포항도착


렌터카 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싶다. 이러면 다음 번에도 이용하는 수밖에. 다음에는 긴 여행으로 잡아야 할 듯 싶다. 빈 시간에 작업할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와 <<다른 과학은 없다>>는 다음 주 독서모임이 있어 챙겨둔다.


오고가며 짬날 때 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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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2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주 렌터카가 비수기인 겨울이라 가격이 싼가 봅니다.성수기인 여름에는 가격이 높아져 바가지요금이라고 뉴스에 나올 정도니까요.게다가 빌린 사람이 인지 하지 못한 기존에 있던 사소한 기스를 트집잡아 돈을 요구하는 양아치 업체도 많다고 하니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울님 혹 다음번에도 제주도 여해을 가신다면 시간(일주시간 대략 8~9시간)은 매우 길지만 제주 시내버스비 두번 비용으로 제주 일주가 가능한 버스 투어를 한번 해보셔도 색다른 느낌을 받으실 거에요.

여울 2026-02-23 08:59   좋아요 0 | URL
잘 다녀왔어요. 저도 버스여행을 즐기는 편이에요. 매년 동백꽃들이 그리워 자주 찾는 편이고, 해안가 러닝맛에 들려 더 자주 가보려고 해요. 버스투어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소개해주셔서 고마워요. 꼭 해볼께요. 카스피님
 

 젊은 나는 작은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들에 대해 비웃는다. 대체 저게 무슨 운동이 된단 말이냐. 산쓰장에 있는 철봉과 도구들을 보면서도 대체 저것이 무슨 운동이 된단 말이야. 나이들어가는 나는 산쓰장과 어린이 공원에도 있는 헬쓰기구들을 보면서 아마 사연이 있을 거야 한다. 그런데 너무나 강도가 약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계속 든다. 


나이 든 나는 사연이 있지, 스포츠과학이 괜히 있겠어. 검증 받은 것일거야. 약한 밴드 운동이라고 무시하면 되겠어 한다. 속근육을 만들거나 기초 저변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겠지 한다.


주변의 지인 가운데 약한 체력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복받은 체력은 부지런히 젊은 시절 하루 종일 밖에서 놀면서 지낸 효과를 보낸지도 모른다. 


러닝을 하면서 존투(젖산 생성지점)라는 용어도 알게되고, 그 영상들이 무진장 많다는 것도 알게된다. 과연 그럴까. 하체 위주의 스포츠를 즐긴 나는 쇠약해지는 상체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운동은 턱걸이 정도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산 것이다. 나이가 덜 먹은 것일까? 대체 몸쓰는 일이 그렇게 나이와 상관관계를 갖는단 말일까? 그렇게 시작한 궁금증은 그렇게 나이와 상관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깨달음이 들어오고,

지금 역시 <저강도>라는 것이 달리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팔들고 간단한 동작들을 반복하는 습관들, 힘들의 변곡점이 생기는 일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밴드로 열번 스무 번, 맨손 서른 번, 매달리기 십초 십오초 등등 중력과 일반 습관에 저항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 지점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폼롤러가 몸이나 생활 반경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거나 지나가다가 철봉에 한번 매달려보는 일, 런지 자세를 취하면서 몇 십초 버티기를 하는 일. 커피를 주문하고 대기중에 발뒷꿈치를 열 번 스무 번 들어올리는 일. 이렇게 잔잔한 모든 행위는 뭔가 다른 것으로 번질 수 있다는 몸가짐. 그런 것들이 몽글몽글해진다는 것이다.


책읽기. 그림그리기. 서예. 선하나 긋는 일이 아무 일도 아니지만 큰 변환지점이기도 하듯이 몸쓰는 한 번의 행동이 다르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 그 지점이 불쑥 마음 속에 들어온다. 시공간이 뜨문뜨문 있다가 어느 순간 연결되는 것처럼, 전완근 운동기구를 들다가 빨래 건조대로 쓰이는 매달림 봉에 매달리고 출근하는 일이 보통 루틴이 아니라는 생각이 불쑥 들어온 것이다. 이제 마음의 울타리가 놓아두거나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약한 밴드로 가슴을 펴고 열 번 스무 번. 등 뒤로 펴면서 역시 열 번 스무 번. 쭉쭉 쭉쭉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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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이 몸과 마음을 쓰는 길을 벌써부터 가고 있다. 간 길 또한 무척 다양하다. 혼자 느끼기에 그리 늦은 것도 아니지만 러닝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들은 많은 생각들을 낳는다.  바로 나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사소한 어려움들은 여러 상황을 물고 온다. 몸이 겪는 불편들은 총체적으로 솔깃하게 한다.


사람 몸이라는 것은 전체가 이어져있다. 마치 X자가 버드나무처럼 낭창낭창 달리는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몸들은 부드러워야 한다. 한편 사람의 뼈들 가운데 손과 발이 집중적으로 힘줄과 근육과 뼈가 몰려있다. 몸근육과 뼈의 절반가까이가 이 지점이다. 유연하게 하면서도  잘 모셔야 한다. 돌이켜보면 습관그대로 한번도 고이 모시질 못한 부위다. 


사무직이 가지고 있는, 아니 자본주의를 살아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북목과 좌석에 앉아 생활해서 한편의 근육들은 구제불능 상태이기도 하다. 욕심내서 운동을 하다보면 햄스트링, 장경인대, 무릎부상이라면 그래도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발과 손.  손, 어깨, 날개뼈까지 모두 연관되지만 일단 발이라고 해보자. 발목, 종아리, 발바닥, 아킬레스 건, 가자미 근육, 아프긴 아픈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의사가 짚어내는 것이 다르다. 그렇다고 영상을 본다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앎의 신경전은 번진다. 대체 어디가 아픈 걸까? 적확하게 떨어지는 것이 없다. 나의 앎과 연동되어 흔들리기 때문이다.



굴근과 신근, 요가자세나 스트레칭은 연동되어 있겠다. 근육을 펴주려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 가동성을 좋게 하려면 그 부위의 신근을 움직여줘야 하고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 이 나이에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것이 가능한 때인가. 묻지 말고 해보라고 한다. 다리 찢기도 고관절의 가동범위를 생각하고 개구리 자세를 연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고 한다.


몸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의 일이나 습관같은 것으로 번질 기미는 많지 않다. 특출나거나 특별한 일들로 여기기 때문이다. 욕심까지 덧붙여지면 가꾸기가 아니라 보여주는데 그치기 마련이기도 하다.


지난 달 발, 발목, 아킬레스건이 경직되있는 것은 물론 부상까지 찾아와 곤란했다. 조심조심 연구하면서 발을 가지고 놀고 있다. 발가락이나 발목이나 얼음찜질과 발맛사지, 런지까지 와 있다. 조금씩 허리도 유연해지는 듯싶기도 하다. 생각보다 회복은 더디지만, 서서히 좋아지는 듯싶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더 부드럽고 강해지고 유연해지도록....짬짬을 활용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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