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념은자유민주주의다. 틈날 때마다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내뱉었다. 윤 대통령에게 자유민주주의는 4·19 혁명 정신이었고 5·18 민주화운동 정신이었다. 광복절에도 언급하는 독립운동 정신이었다.  - P10

진보 성향에 속하는 몇몇 정치학자들은 대통령이 표출하는 보수적 이념 자체보다 그 활용 방식을 더욱 경계한다. 진보와 보수, 성향이나 역사관과 무관한 ‘정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이념은 자유로운 시장원리나 강한 안보와 같은, 보수의 전통적 가치를 역설하는 데에만 쓰이지 않는다. ‘적‘을 지목하고 그들의 책동을 경계하라는 수사에, 필요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동원된다.  - P12

당내 반발과 여론의 외면 속에 치르는 대통령의 성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의 수락사는 음미할 만하다. "문재인) 정권은 이 나라를 이념으로, 국민 편가르기로 분열시켰습니다. 진보의 대한민국,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낡은 이념의 옷을 벗어 던지고 자유민주주의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하겠습니다." 당선 뒤 윤석열 대통령의언행을 돌아보면 후보 시절 그가 어떤 뜻으로 ‘낡은 이념‘과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 P13

한국은 연합국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조약에 당당한 서명국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뜻밖에도 은근하고 지속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힘으로독립을 쟁취하지 못했다는 자조 섞인 반성은 요시다 시게루의 논리대로 우리 독립투쟁의 역사조차 성과 없는 것으로 변이되어버렸다. 이것은 일본이 식민지 강점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게 해주었다. - P18

샌프란시스코 체제는 전범국 일본에관대했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체제에기반해 전후 재건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재무장을위해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부활을 꿈꾸었고, 그것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구체화되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고, 바이든대통령도 바통을 받아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 - P20

교사들은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력적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사가 어디까지 저지할 수 있는지, 즉 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직무상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사에 대한 일부학생이나 학부모의 인권 침해, 노동권 침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 P24

성범죄 사건을 다뤄본 판사 출신의 한변호사는 이균용 후보자의 판결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극단적인 상황의 강간에 대해서는 엄벌을 내렸지만, 피를 흘려야지만 성범죄가 성립하는 건 아니다. ‘아동·청소년을 협박해서 강제로 음란물을촬영하게 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를 들며감형을 해주는 등의 판결은 퇴행적이다.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사회 변화와 인권 의식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가 대법원장이 돼 이끌 ‘이균용 코트(법원)‘가 앞으로 더욱 변화할 한국 사회에서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 P30

세수는 부족하고, 국채도 발행하지않는데 올해 정부가 쓰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런 의구심 끝에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가 찾아낸 것이 ‘한국은행(은) 일시차입금‘이다. 한은 차입은 한도가 50조원이며 10~13일짜리 초단기 대출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한은에서 일시차입금을 빌렸다 갚기를 반복하며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빈번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 P40

 비용을 떠나 병원 진료 예약이 민간 기업에의해 좌우되는 이 상황이 옳은지는 사회전체적 측면에서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 초반에 무료로 서비스를 풀어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은 플랫폼 기업의 공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구서를 받는이들은 언제나 플랫폼이 개입한 생태계안에서 가장 절박하고 취약한 사람들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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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 학생들은이른바 ‘도전행동(challenging behavior)‘을 하는 경우가 있다. 도전행동이란 발달장애 아동처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찢거나, 자해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말한다. 대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려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행동이라는 뜻이다.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행위도 대표적인 도전행동에 속한다. - P11

특수교사들은 도전행동 중재가 잘 이뤄지지 않게 하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말한다. 하나는 교사가 직무상 어디까지학생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정서적·신체적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다. 특수교사노조는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도전행동 중재 매뉴얼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행동중재 전문가나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P13

특수반으로분리한 것을 교육적 조치로 보긴 어렵다.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니 배려했다‘고 말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차별‘을 ‘배려‘라는 말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안이 그렇다. 특수학급이 분리 수용소인가? 특수학급은 누가 뭔가를 잘못해서 분리되는공간이 아니라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필요한 지원을 받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능력이 떨어지거나 수업에 방해가되면 쫓겨나는 차별과 배제의 공간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이는 다시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한다. 통합교육이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기에 이모든 일들이 일어났다고 본다. - P17

핵심은 오염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2017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1000개가 넘는 오염수저장탱크 중 3분의 1에서 표본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한 자료를이 전문가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총 62개에 이른다는 오염수 내 방사성 핵종 중에서 실제로 도쿄전력이 측정한 핵종은대부분의 경우 7개에 불과했다.  - P37

<나비부인>은 동양 여성에 대한 서양 남성의 성적 환상이 노골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오리엔탈리즘 취향의 전형이다. 푸치니는 <토스카> 초연을 보기 위해 런던에 머물던 1900년 6월 무렵, <나비부인, 일본의 비극>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미국 해군장교가 일본에서 게이샤와 결혼하고 자식도 낳지만, 진짜 아내와결혼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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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 1~4호기가 지진에 의해 손상을 입고", 쓰나미로 인해 비상용 전원이 손실됨으로써 냉각기능을 상실하였다. 이는 핵연료의 노심용해 (melt down)와 수소폭발을 잇달아 발생시켰고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되어 광범위하게 비산 엄청난 사고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십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향과 정든 집을 뒤로 하고 겨우옷만 걸친 상태로, 언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랜 시간 피난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또 일본의 많은사람들이 방사능 피폭의 공포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방사선 장애가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은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성실하게 일궈 온 논밭은 오염되고 방치되었다.  - P7

쓰나미 규모에 대한 예측 실패나 비상용 전원배치의 실수, 폐로(廢爐, decommissioning)에 따른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하여 바닷물 주입을 주저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킨 것만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는 정권당(자민당)의 유력정치가와 엘리트 관료가 주도권(initiative)을 쥐고, 돈다발의 위력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성까지 파괴하며 죽자사자 원자력발전건설을 추진해 온 것 자체에 있다. - P10

이 시점에서 원자력발전(원자로 건설)의 진정한 목표는 에너지수요에 대한 대처보다는 오히려 핵기술 보유, 즉 마음만 먹으면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무기 잠재적 보유국으로서 일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 P19

단적으로 말해 일본의 원자력 개발과 원자로 건설은 전후의 권력정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기시에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어는 갑옷 위에 덮어 입은 옷이었다.그런데 도조내각의 각료를 지냈고 A급 전범으로 체포되었던기시의 이 발언, 그리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입은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동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가해의 역사를 이야기하지않는 일본이, 기시의 발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동아시아 민중은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 P23

사카모토에게는 핵기술 특히 무기생산과 직결되는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이라는 민감기술(sensitive technology)의 보유는 국제적인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이었다. 경제적 합리성도 없고 기술적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일본이 아직도 핵연료사이클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 P35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결국 전후의 일본 지배층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원자력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원자력발전추진의 숨겨진 진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탈(脫)원자력발전·반(反)원자력발전은 동시에 탈 원자폭탄 · 반 원자폭탄이어야할 것이다. - P37

결국 원자력발전 플랜트는 그 거대한 구조와 복잡함 때문에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부주의로 인한 사소한 조작 실수나 순간적인 판단실수 또는 시공 과실이 겹쳐졌을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 P74

녹아내려 으깨어진 수 톤의 우라늄연료 덩어리는 당장 냉각에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차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자원과 에너지가 들어가며 이는앞으로 일본인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또 광범위한 토양오염이 발생했고 그 영향은 장기간 계속된다. 원자력발전에서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이다. - P83

 군과 대기업의 결합은 현저하게 강화되어 이후 산군복합체(産軍複合體)라고 불리는 세력이 생겨나 사회적 영향력을 증대시켜 갔다. 그리고 전후의 미국금융자본에 의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슬로건으로 하는 핵산업의 글로벌한 전개 역시 국가 주도라는 의미에서 발전적 계승이었다. - P113

그러나 시장원리에 위임하였다면 수익성이나 리스크의 크기로 봐서 모두 기피하리라고 여겨지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가와 전력회사의 이상할 정도로 두터운 보호는 약자보호의 반대에 서는 것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 P123

그러나 이상화된 상황에 적용된 핵물리학의 법칙에서 현실의 핵공업까지 거리는 극한적으로 크고 거대한 권력에 지탱하여 가능해진 것이고, 그 결과는 그때까지 우수한 장인이나 기술자가 경혐주의적으로 몸에 익혀 온 인간의 능력 (capacity) 허용범위의 최대치를 밟고 넘어섰다고 본다. - P125

언젠가 우라늄 자원도 고갈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지구의 대기와 해양 그리고 대지를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키고 수세대 수십 세대 후의 일본인들에게, 아니 인류에게 수만 년씩이나 독성을 잃지않는 대량의 폐기물과 사람이 근접할 수 없는 다수의 폐기된 원자로, 나아가 반경 수킬로미터에 걸쳐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토양 등을 남길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러한 것을 후세에 떠넘기는 것은 단적으로 자손에 대한 범죄이다. - P130

일본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만 피폭당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태평양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세 번째 나라로 세계인에게 회자될 것이다. 또한 대기권에서 원폭실험을 한 미국이나 과거의 소련과 함께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 나라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전세계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공유해야 할 터이며, 사고의 경과와 책임을 포장하고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 밝힐 것을 밝히고 더 나아가 솔선하여 탈 원전사회, 탈 원폭사회를 선언하고 그 모델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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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동원해 민간인을 사찰하고공작을 벌였다. 언론인도 그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가 연루된 정황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지휘한 수사 덕에 이 기록은 세상에 모습을드러냈다. 국정원 내부 문건만이 아니라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유했던 영포빌딩에서도 서류 상자가 발견됐다. 당시 언론계 살풍경이 담겼다. - P10

노 기자가 보기에 진짜 문제는, 청와대 대변인이 본인에 대한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언론사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문제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라면 해명자료를 내거나 정정 보도를 청구하는 등 공식대응이었어야 한다. 이동관 대변인의 방식은 언론사 내 ‘우군‘이나 정부 내 조력자들 말고는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교묘하고 대담했다." - P15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공영방송이 그 가치와 역할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 미디어 리터러시의 문제다. 현재 공영방송들이 캠페인을 통해 공영 미디어가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왜 중요한지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이 언론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P18

신뢰할 수 있는 공적 재원은 정치적상업적 이익보다 대중에 대한 책임을 높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수익성이 아니라 사명에 의해 운영된다.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지가 공적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공영방송은 국영방송과도 다르다. 국영방송은 사회의 - P18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 전경련이 올해 초부터 정부의재계 창구 역할을 맡았지만, 실질적으로재계 대표 단체가 되려면 4대 그룹이 회원사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 다만 전경련과 기업들이 국정 농단 사건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과거 전경련의 힘은 사실상 기업의 출연금에서 나왔다. 4대그룹 부담 규모가 특히 컸다. 전경련 회비수익은 2016년 409억원이었다. 4대 그룹이 탈퇴한 이후인 2017년에는 113억원까지 급감했다. - P22

검단 자이 안단테 아파트 사고를 대중은 ‘순살 아파트‘라며 지탄한다. 반은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다. 철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보없이 지으려면 반드시 추가 보강해야 하는 철근‘이 누락된게 문제였다. 이게 바로 ‘전단보강근‘이다. 보 없이도 슬래브를 지탱하려면 기둥주변에 전단보강근을 보충하거나 하중을지탱하는 보조 설비를 기둥에 붙여야 한다. 역학적으로 전단보강이 되지 않는 무량판 구조는 하중이 과할 경우 슬래브가기둥에 뚫려버리는 문제가 생긴다(펀칭전단).  - P29

건설업 채권 평가 분야에 재직한 한애널리스트는 한국 건설사의 사업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노하우를 쌓아온 한국 건설업계는 사실 ‘시공 실력‘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진다. 한국에서 아파트로 쉽게 돈을 벌지만, 막상 실력이 필요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돈을 까먹기 일쑤다." 이 지적은 시공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부터 이번 LH 발주 ‘순살 아파트 논란까지 문제의 핵심은 일해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은 데서 나왔다. ‘무량판구조도제대로 구현 못하는 한국 건축‘은 화려한조감도와 값비싼 분양가에 가려진 허약한 내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P30

해외에서는 거꾸로 대중교통 지출액을 내려주려는 지원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이용객 감소와 유가물가 상승을 인상의 근거로 댔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바로 그 이유로 오히려 대중교통 요금을 깎거나 통제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과 49유로 티켓이 대표적이다.  - P38

해외 국가와 도시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아낌없이 퍼주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한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 계산이란 단순히 투입한 원가비용과 돌아올 예상 수익을 더하고 빼는 정량적 평가가 아니다.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편익과가치를 따져보는 정성적 평가다. 득실을 따져보면서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을시행한 국가와 도시들은 크게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내세웠다. 고물가 대응(물가안정, 취약계층 지원), 탄소 감축(기후위기대응) 그리고 이동의 공공성 확보와 지속가능성이다. - P39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공동성명(캠프데이비드 정신)‘ ‘캠프데이비드 원칙‘ ‘협의에 대한 공약‘ 등 합의 문서 3개가 채택됐다. 3개 문서로 분산됐지만, 전통적 동맹의 요소와 함께 진화한 동맹의 요소를 고루 갖추었다. 다만 이 3개문서는 한국의 안전보장에 대해 중대한것이지만 조약은 아니다.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는 차이가 있다.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에 ‘진화한 군사 신동맹‘이라고 할 수있다. - P44

중국 경제의 두 축인 수출과 부동산개발의 하향세가 불황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감소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데다 미·중무역 갈등에 따라 시장이 분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축인 부동산은 문제가 더욱심각하다. 중국 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개발 경기가 둔화되자 중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 P46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상저하고(상반기에 경기가 나쁘고,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의미)‘를 기대하고 있던 한국 입장에서 중국의 경제불황은 악재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10대 수입 대상국 중수입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전체 수입이6.7% 감소할 동안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무역흑자국에서 최대무역 적자국으로 전환되며,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켰다.  - P48

요즘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김정자씨는 말을 아꼈다. "우리가 3년 전부터 여기 부산에 있는일본영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어. 배운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 좀 풀면 좋겠는데 우리가 시위를 하니까 정치인들이와서 편을 갈라 어민들은 그게 굉장히 불편하고 화가 나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도 거기에 휘말린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말할 가치가 없어져." 해녀 문화는 해녀가 들어갈 바다가 있어야 보존될 수 있다. ‘해녀 문화 살리기‘가 해녀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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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을 두고도 시끄럽다. 대표적으로 김태우전서울강서구청장(국민의힘)이 꼽힌다. 형이 확정된지 3개월만에 사면이단행된 데다, 그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대통령실·여당의 발언이 계속 나온다. 김 전구청장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자신으로인해 다시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할 의지를 드러냈다. 야당에서는 "법치주의 유린" "법치의 사유화"라고 지적한다. - P13

지금까지 총 세 차례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에는 ‘자기부정‘이라는 단어가 곧잘 따라붙는다. ‘검사 윤석열이 유죄를 이끌어내고, 대통령 윤석열이 사면·복권해준‘ 이들이다수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이다른 대통령의 사면보다 더 문제적인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6년 국정 농단특별검사 수사팀장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 당시 2017~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작업의 선봉에 섰다. - P13

이첩 당일인 8월2일 오전 10시께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에게 "일단 이첩 출발은 시켰다"라고 보고했다. 김사령관은 "내가 중지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었고, 박 대령은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김사령관은 1분 정도 생각한 후 "알았다"라고 말했다. 박정훈 대령에 따르면 ‘최초의명령‘을 받은 시점은 이날 오전 10시51분이다. 김 사령관이 전화로 "당장 인계 멈춰"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이미 인계 중이다. 죄송하다"라고 답한 뒤 인계 중인하급자에게 멈추도록 지시하려 했으나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박대령은 보직 해임됐다.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박정훈 대령의 주장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 P25

감사원의 이번 5차 감사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첫째,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금강·영산강의 일부 보 해체를결정할 때 그에 따른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루어졌으니 환경부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방안을 마련하라. 둘째, 당시보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의 위원회가 불공정하게 구성되었으니 환경부에서는 이를 허용한 담당자를 인사 조치하고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 - P29

물론 하천의 특성에 따라 준설을 통해 치수 사업을 펼쳐야 하는 곳도 있다. 퇴적량이 많아 문제가 되는 일부 구간에, 일시적으로 활용할 경우 치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지류·지천의 강바닥을 퍼내 만드는 ‘물그릇‘은 본류보다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퇴적의 속도 역시 빠를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임시대책인 것이다. - P31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과 대결을 강조하는 디커플링 (decoupling)보다는 경쟁과 협력에 방점을 둔 디리스킹 (derisking)으로 정책 전환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국제정세의 흐름과 동떨어진 채 한반도에서만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시대의 진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협력과경쟁을 택하면서, 대결 수요를 한반도에서 충족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미래에 낀 먹구름이다. 북·러 밀착 관계나 군사협력은 한반도에서 진영 대결 구도 형성을 촉진할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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