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준법투쟁은 그동안 은폐돼온 병원 내 불법을 폭로한다는 취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려는 간호법 제정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관련한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조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는 간호사 단독으로 할 수 없다. - P12

간호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다. 간호사들의 헌신이 널리 알려지면서 간호·돌봄 시스템 구축과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 2021년 여야 모두에서 간호 법안이 발의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각각간호사와 약사 출신인 국민의힘 최연숙·서정숙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세 개 중 두 개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세법안의 공통점은 간호사의 임무에서 기존 의료법에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를 들어냈다는 점이다. 대신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같은 문구로 바꿨다. ‘보조‘의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가 의사와 간호사 사이 관계를 협력보다는 종속적으로 규정한다는 이유에서였다. - P15

간호사들 처지에서 마지막으로 건진 것이 바로 최근 간호법 논란의 핵심 쟁점인 ‘지역사회‘ 네 글자였다.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로묶어둔 채 활동공간을 의료기관과 함께 ‘지역사회‘로 넓힌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마저도 반대 측에서는 간호사들이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원을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 P15

다시 말하지만, 이번 간호법은 차·포를 뗀 법이었다. 간호인력 전체의 처우 개선과 돌봄 시스템 구축에 턱없이 모자란 법이다. 진보 성향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의 경우 거부권 행사 직후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의 ‘행정 독재‘를 비판하면서도이번 법안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같은 실질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지역사회‘ 네 글자만으로도 첨예하게 대립할 만큼 의료계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깊음을 확인했다는 점이 어쩌면 이번 사태의 교훈인지도 모른다. - P17

섣부른 탈중국 선언의 결과는 참혹하다. 올해 1분기에만 한국의 대중국 수출감소 폭이 28.2%이다. 주요 23개국 가운데 가장 많이 감소했다. 올해 4월까지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01.1억 달러이다. 4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만 22.7억 달러인데, 전체 4월 무역수지 적자인 26.2억 달러와 비슷하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내 미국·일본과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극복해왔다. 한국의 경제성장 배경이다. 이제는 거꾸로다.
다른 나라에서 번 돈을 모두 중국에 갖다 바치고 있다는 곡소리가 들린다. G7 정상회의가 확산시킨 디리스킹이라는 신조어를 단순하게 공급망 다변화로만 받아들일일이 아니다. - P20

한·미·일 핵확장억제협의체 논의는 미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먼저 진행되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 선언 이후 한·미·일 핵협의그룹 설치에 대해 부인했다. 어쩌면 미·일 사이에 이미 논의가 진행 중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북아 핵확장억제 논의에서 한국을 ‘디커플링‘한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 것도 배경이 되었을수 있다. - P21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표방했으나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검찰을 통해서만 추진 가능한 ‘적폐 청산‘에서 얻었다. 검찰의 위세가 역대 정권 최고수준으로 막강해졌다. 검찰이 역사상 최초로 대법원을 수사하고, 대통령(박근혜)을 구속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의편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검찰개혁에 나서지만, 이에 검찰이 반발하면서 시민들도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공정하게
‘수사하는 집단‘이라는 착시 현상이 발생했다. 윤석열 당선의 배경이다. - P25

SG증권의 대량 매도 배경에는 차액결제거래 (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있었다. 8개 회사 주식 모두 SG증권을 통해 CFD 계약이 맺어져 있었다. CFD는말 그대로 차액으로 수익을 내는 장외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정해진증거금을 내면, 증권사는 투자자 대신 주식을 사주고 추후 차액만 정산한다.  - P36

그럼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일차적 원인은 라덕연 호안스탁 대표의 주가조작 행위다. 그리고 라덕연 대표의 불법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이 핵심이다. 사실상 ‘주식 리딩방‘ 형식으로 운영되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주가조작 행위에 대응해야 할 주체는 금융감독원이다. - P39

노키즈존 논란은 여러 각도에서 볼수 있다. 경제활동의 자유에 주목할 수도있고, 아동 배제 정책이 필연적으로 이들의 보호자, 특히 엄마인 여성을 함께 차별하는 효과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인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주린이‘ 같은 말이 농담으로 쓰이는 사회에서 어린이 정체성을 가진 시민의 삶은 어떨까. 성인 누구나 한때 아동이었음을 생각하면 더 씁쓸한 일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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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와 윤석열 정부 직제 개편시기 및 내용을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2년 차에 접어들 때까지 사실상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부조직개편안 확정과 정부의 핵심 정책 선정 (3+1개혁)이 늦어졌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들은 출범과 더불어 핵심 정책을 내걸고 취임 전후로 대통령령을 통한 직제 개편을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 P14

윤석열 정부의 직제 개편과 역대 정부의 직제 개편의 차이점은 법무부와 검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정부가 ‘시행령 정치‘ ‘법위의 시행령‘ 지적을 받게 된 계기도 법무부와 검찰의 직제 개편이었다.  - P15

‘시행령 정치‘ 논란이 역대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불거지고 있지만 통제장치는 부족하다. 입법예고와 법제처심사, 차관·국무회의는 일종의 행정부 내부 통제장치이지만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  - P19

복잡하고 위험한 투자 방식을 택하면서도 김남국 의원은 과감했다. 투자 액수만 컸던 게 아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웃돈을 얹어 급하게 샀다. 그는 클레이페이 전체 유통량의 약 10%를 한 번에 매수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쉽게 말해 ‘시가‘ 이상의 비싼 코인까지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33억원어치 위믹스로 그가 얻은 클레이페이 가치는 33억원이 아니라약 25억원에 그쳤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 P21

윤태범 교수는 김남국 의원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해당 법은 처벌 조항이 없기에 이것을 형사처벌로 연결해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의무와 책임을 묻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 P23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당시 한국 승소를 이끌어낸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연구교수(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 연구원)는 "과장은 경계해야겠지만, 시민들의 공포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간 1mSv가 법적인 허용치라고 해도 시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한국이 볼 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으면 가장 좋고, 되도록 천천히 하는 게 더 좋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도 원전에서 삼중수소를 내보내고, 기준치 이하로 방류한다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불안정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어렵다. - P27

인간의 판단으로 합사하거나, 정작 혼자있지 말아야  할 동물이 고립되면서 숱한문제가 발생했다. "동물끼리 서로공격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 좁은 우리에가둬두면 당연히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동물이 원래 포악하고 사납다며문제를 동물의 책임으로 돌렸다." 동물의질병과 사망, 그리고 번식이 끝없이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이건 폭력이 아닌가 되물었다. 청주동물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 P55

누군가에게 이름을 준다는 것은 계속해서 말을걸기로 하겠다는 의미다. 그 관계 맺음을 지속해 나가겠노라는 약속이기도하고, 살아 있는 모든 개체의 고유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득 전에 없던 묵직함을 안고서 고양이들의 이름을불러본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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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는 한국·일본·타이완·중국·유럽연합등 주요국들이 거의 어김없이 관련 법률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이런 나라들은 보조금 수혜 기업들에 ‘누구와 거래하면 안 된다‘ 같은 조건을 달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특별하다. 지정학적 목표를 노골적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 P17

미국과 기술 측면에서 경쟁하며 다음시대의 주역이 되려는 자는 누구인가? 중국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설리번이 말했듯, 중국의 기술 역량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이 오히려 퇴보하도록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반도체법과 10-7 조치의핵심이다. - P19

한편 중국의 약점은 강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요의 80%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2020년의 반도체수입액이 무려 3500억 달러를 웃돈다. 반도체 제조 장비 부문에서도 중국은 전세계 수요의 25~30%를 점유한다. 이 정도의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공급업체는 없다.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참여한 국가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당장은 바이든정부의 위세에 휘둘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심이 강해질 것이다. 내부분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 P21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팹리스, 제조 장비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서 여전히 최대 강자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한국과 타이완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재 부문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지식재산과 네덜란드의 노광장비가 없다면 전 세계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것이다. 최근 격화되기 시작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전쟁은 지난 30여 년 동안 형성되어온 이 같은 글로벌공급망의 미래를 오리무중으로 몰아넣을 전망이다. - P25

<요미우리 신문>은 이렇게 한·일 사이에 있는 입장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일본은 미국의 핵 사용 판단에
‘소극적 관여‘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실천적 핵억지력 구축 차원에서 핵 사용 협의에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일본이 ‘소극적 관여‘의입장을 취하는 것은 일본이 피폭 국가이고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고향이 히로시마이기 때문이다. 핵 협의체에 참석은 하되, 피폭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는 교묘한 태도이다. - P31

지금 한·미·일이 논의 중인 군사협력의 수준은 무한 군비경쟁을 통해서 안보 딜레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3국 군사협력 강화가 도리어 주변국들과 충돌하여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의군사화에 백지수표를 내어주는 듯한 상황은 미래의 안보 불안 요소가 될 것이다. - P32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양 지대장의 죽음을 두고 ‘혐오 살인‘이라고 표현했다. "건설 현장에 노동조합이름을 쓰는 조폭도 있는 건 사실이다. 건설 노동자들을 ‘노가다‘라고 해서, 천대시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말로 자부심을 가지고 현장을 바꿔보려고 열심히 활동하는 노조원들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장관이 이런 사람들까지도 하루아침에 조폭과 동일시하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지 않았을까. 구속영장도 정부기관의 공적 문서인데, 노동조합 이름 대신 ‘무슨무슨 파‘라고 넣어도 전혀 어색함이없다. 경찰이 노조 활동을 조폭과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 당사자가 읽었다면 충격이 컸을 것이다." - P37

간협이 보기에, 간호법은 고령화 대책이다.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들 다수는 긴급한 치료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펴낸 ‘2022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중 79.6%다.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인 ‘간호 판단‘ ‘간호 요구자에 대한 상담 요양을 위한 간호‘를 병원 밖에서 하도록 유도하자고 간협은 주장한다. ‘돌봄‘의 질 향상이다. - P39

지난 30여 년간 세계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목도해온 것은 투자할 자본의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화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면서 기업은 성장하지만, 국민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부족에 시달리며 언제든 가난해질 수 있다는점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합리성이 경제를 통해 추구해야 할 국민적 이해와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져왔다. - P43

여야 정치권이 합작한 강원특별법은 중요한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중앙정부가 개입해야할 ‘의무‘를 놓아버린 첫 번째 사례가 될수 있다. 거꾸로 지역 입장에서는 최초의성공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5월10일 국회 공청회 이후 특례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국회 통과를 장담한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강원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 P47

원래부터도 소아과 의사들은 그런 상담을 다 해왔어요. 아이는 아픈 곳만 특정해서가 아니라 통으로 봐줘야 해요. 소청과 수련 과정에서 제일 중요하게 배우는 내용이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은 어른과 다르다. 아이는 어른 환자처럼 현재 증상만이 아니라 변화를 봐줘야 한다‘라는 거예요. 소아과 진료실에 있으면 예방접종 때 보호자와 가장 많은 대화를 해요.  - P49

어느 역사가나 사회과학자도 역사적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온전히 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학문 탐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단일한 시각과 내러티브로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감각이나 기억의 불완전성, 트라우마에 의한 왜곡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 각자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우선은 많은 내러티브들을 모으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 중요할 것입니다. 이 글이 1980년 5월을 밝히는 데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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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도 신학기와 환절기가 겹친 3·4·5월은 소아과가 붐빈다.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되고 지난 3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했던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단체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 7~8종이 일시에유행하고 있다. RS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을 즈음이면 보카 바이러스에 보카 치료를 끝내면 아데노바이러스에 다시 걸리는 식이다. 3월부터 두 달째 약을달고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 P13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을 문제까? 이 ‘특수 시즌‘이 지나면 지금 당장 목도하는 극단적 형태의 소아과대란은 약간 풀리겠지만 소아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몇 년째 전공의를 확보하지못한 진료 과목은 전공의 확보율을 반등시키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전공의 정원이 비었던 그 병원, 그 과에 전공의로 들어가면 1년 차 레지던트가 2~3년 차 레지던트의 일까지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팔라지는 저출생 기조도 예비의사들의 소아과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 P17

숨겨진 비밀은 바로, 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핵협의그룹에 있다. 정부는 핵협의그룹을 강화된 확장억제의 알맹이로꼽고, 심지어 제2의 한·미 방위조약이라고까지 칭한다. 정작 차관보급 회의체에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같지만, 한·미 핵협의그룹은 한·미·일3자 핵협의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숨겨진 비밀이다.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포함한 아시아 핵협의그룹으로 확대해갈 것이다. - P27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각을 세우더라도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일 핵협의그룹이 만들어지면 동북아시아에서 이 전략적 명확성이 가시화되는 조치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러시아 2개 나라가 한국에 대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시기가 눈앞에 닥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무역, 한반도비핵화와 평화 체제, 그리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 등 우리의 국가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나라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 P28

그런데 AI가 개를 포함한 온갖 동식물과 물건과 풍경과 개념의 이미지를 텍스트에 연결 지어 ‘복원 (생성) ‘해내려면, 수많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쌍이 필요하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인터넷상에서 긁어모은 50억 개가 넘는 이미지 - 텍스트쌍을 학습했다. 출처는 워드프레스 같은개인 블로그 플랫폼, 디비언트 아트 같은아트플랫폼, 게티이미지 같은 이미지 플랫폼 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따로 동의를 구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 P35

논란의 핵심에 ‘화풍‘이 있다. 인간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하는 데인생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국내외적으로 화풍(그림체·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표현‘이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취지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화풍이고, 어디부터가 표현인가? 생성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짧은시간에 특정 아티스트 스타일의 작품을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예술가에게 작품을의뢰할까?  - P38

생성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공들이는 걸 포착해주는 독자들이 있길 바란다. 번역가로서 엄밀한 표현을 쓰려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시간을 들인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문장들, 특히정치 영역에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고 넘어간다. 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자체가사회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특히 기자들이 끝까지 질문했으면 좋겠다. 말의 의미에 대해서. - P41

반면 정부는 피해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주거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재산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도 단지 사기의 일종일 뿐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P44

대통령의 연설은 눈앞의 청중을 기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왜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나?‘ 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만족한 상대를 대상으로 우리 몫을 얻어와야 한다. 그 지점에서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따져봐야한다. 외교에는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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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윤석열 체제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가됐다.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이들에게 기대는 민주당과 그러한 민주당의 잘못에편승하는 국민의힘이라는 악순환 속에서 ‘무당층‘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반사이익 그 이상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 P12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대통령의 최우선 책무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국제정세 흐름에서적과 친구라는 이분법으로만 상대를 인식할 경우 치르게 될 비용은 명확하다. 익명을 전제로 한 정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내정치 행보에 대한 비용은 자기 지지율을 깎아먹는 것이라고 치자. 외교무대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차원이 다르다. 국가전체의 코스트(비용)로 돌아온다. 너무 위험하다." 나라 안팎으로 ‘윤석열 비용‘
의 청구서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 P13

개방 1년, 청와대는 문만 열려 있었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활용 방안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청와대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주체는 개방 1년을 약 한 달 앞두고 정해졌다. 청와대가 가지고 있던권 위를 허물고 싶은 쪽과 한국 정치 심장의 역사성을 지켜내고 싶은 이들이 곳곳에서 맞붙고 있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않는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은 돌고 돌아 다시 청와대 영빈관을 쓰기 시작했다. - P16

문제는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과 메시지 등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제2부속실장이 이 역할을 맡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나아가 대통령 배우자 활동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나 역할을 규정한 법률은 없다. - P23

이처럼 팜유 생산지에서 환경과 인권이슈가 계속 불거지자 팜유 업체는 ‘팜유 인증제‘를 들고나왔다.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하고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속가능한 팜유생산 협의회(RSPO)‘의 인증제다. 산림청 등 국내정부 부처에서 RSPO 설명서를 제작해배포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팜유 사업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이 RSPO 인증을 받았다며 홍보할 만큼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제도다. 그러나 최근 이런 팜유인증제도가 실은 ‘그린워싱(친환경인 척 가장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 P28

하지만 토론과합의의 과정이란 언제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학은 당연히 ‘정치경제학‘일 수밖에 없다. 만일 이 과정을 몇몇 똑똑한 경제학자가 수학적 방정식을풀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합리적인 경제학이 아닌 지적 사기일 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경제학은 대학연구실이라는 폐쇄적 공간에 갇힌, 박사학위 면허를 가진 소수 전문가들의 지적전유물이 아닌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상식이 되어야 한다.  - P33

 녹색당은 1983년 5.6%를 득표해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했고, 점차 독일 탈핵의 역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해갔다. 1981년 10월10일 본에서 벌어진 시위는 당시 반핵운동이 단순히 발전소 건설 반대를 넘어 시대적 위기와 결합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시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무경가기가 독일에 배치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 P37

하지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자민당으로 구성된 메르켈 2기 정부는 2010년 원전 폐쇄 정책을 철회했다. 당시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구상‘에는 온실가스 감축 달성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한 원전 사용기한 연장이 강조되어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를 줄이는대신 원전의 사용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반핵 시위를 촉발했다. 그리고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기민당 지지율은 떨어졌고 탈핵을 지지해온 녹색당의 지지율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 P38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유일한 육로에 놓여 있다. 라카인주 차우퓨 지역에서 경제특구 개발과 심해 항구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보호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이 군부뿐 아니라 군부와 내전 상태에 있는 라카인주 주류 종족인 라카인족 반군단체 아라칸군(AA)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라카인주에서 세를 빠르게 확장해가는 반군을 지렛대 삼아 이 지역에 대한전략적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게 중국의계산법이다.  - P41

2014년, 아베 정부는 위안부는 강제가 아니었다며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호소문을 삭제했다. 2023년 4월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역사적 책임에 대한 오랜고민들이 깃털처럼 가벼운 말 속에서 증발했다. "아무리 사과해도 아물어질 수없는 상처"라는 최소한의 인식마저 사라졌다. 아베를 향해 사죄를 촉구하던 사카모토 류이치도 떠났다. 역사의 전진이나후퇴 같은 거친 표현은 가급적 삼가려고한다. 이번에는 쓴다.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 P47

지원금을 주는 제도라 일시적으로 살아남는 데에는 도움이되었지만 결국 산업으로 바꿔나간 쪽이살아남는게 아닌가 싶다. 영화가 그걸 해냈다. 개방이라는 힘든 조건 속에서 산업으로 만들어 살아남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외국 영화와 한국 영화의 체급 차이가 말도 안 되게 컸다. 스크린쿼터 논의가 있을 때 시장을여느냐 마느냐로 굉장히 치열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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