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반도 평화‘가 우리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예방 외교가 중요하고, 북한과도 대화해야 한다. 긴장 완화, 신뢰구축을 통한 비핵화 협상이 평화를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를 ‘가짜 평화‘로 돌아붙이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식 ‘전쟁불사론‘은 문정인 교수가 보기에 위험하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전쟁은 일어나면 복원·복구가 힘들다. 개인적 원한도 생겨 치유와 협상 또한 어려워진다. 예방이 최선책이다. 또한 북핵 위기 대처에 대한 현 정부의 스텝도 잘못됐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기보다 한·미 동맹, 한·미·일공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문정인 교수는각 나라가 추구하는 국익과 목표는 각기 다르다고 말한다.  - P11

 평화는 어떻게든 서로 양보해서 수용할 수 있는 접점과 공존의 논리를 찾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압도해서 승리하는 건 전쟁이지 평화가 아니다. 우리국민은 전쟁 없는 평화를 원한다. 그래서예방 외교가 중요한데, 대안의 가능성을배제하는 외통수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어찌 보면 ‘힘에 의한 평화론‘이야말로 가짜 평화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일 뿐충분조건은 아니다. - P13

현 정부 자체가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많겠지만. 그런데 지금 같은상황에서 북한 이슈를 다루려고 하니 미국과 동맹이 필요하다. 정작 미국은 북한만 다루는 동맹에는 관심이 떨어진다. 중국까지 견제하는 동맹이 필요하다. 자꾸일본을 동참시키라고 한다. 현 정부는 원하든 원치 않은 결국 중국을 잠재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은 우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본다.이 과정이 더 심해지면 한·중 관계는 나빠지고, 북·중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 P13

어떤 점에서 차가운 평화인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전염병 대응은 중국과 협력할용의가 있다고 했다. 대신 무역과 기술 분야는 아주 치열한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정학적 문제 (타이완, 남중국해 등)나 가치 문제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등)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식으로 중국과 협력, 경쟁, 대결이공존하는 모델을 얘기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 신장위구르 문제는 내정에 관한 핵심 이익이라 양보할 수 없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미국과 다른 분야의 협력을 어떻게 기대하느냐고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면 신냉전으로, 개선되면 G2로 갈 거다. - P15

기시다 총리가 계승하겠다고 말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란사과 후 이를 부인하는 정직하지 못한 태도에 불과하다. 마치 ‘교‘와 ‘활‘이라는 전설의 동물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앞뒤가 다른 말과 행동을 해왔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역사 왜곡 교과서 파동에서 알수 있듯 일본의 이런 행동은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사과 후 ‘행동‘과 ‘말‘로 뒷받침하기를 원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가기 위해서다. ‘반성과 사죄‘, ‘화해와 협력‘이야말로 이 길을 가는 수레에서 하나라도 빼놓을 수 없는 두 개의 바퀴다. - P18

이미 제기되던 ‘다른 목소리‘를 묵살한 채 발표된노동시간 개편안에 젊은 세대일수록 반대했고, 2030의 국민의힘 지지율마저 출렁이면서 당·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 공동체를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법치‘만 외치며 윤석열 정부가 회피해온 ‘정치‘가 어쩌면 노동개혁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조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 P37

4·3은 40여 년간 폭동으로 규정됐다. 무장봉기의 발발 원인에 무게를 둔이들은 항쟁이라 부르자고 한다. 항쟁적측면이 존재하지만 무장대의 살상 등 과오를 고려해 사건이라고 부르자는 쪽도 있다. 사건과 항쟁 그 어디중간쯤에 있지 않나 하는 게 허호준기자의 생각이다. - P49

동생 이우진 작가는 늦었지만지금이라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있는 안전장치가 갖춰져야 한다고말한다. 그것이 만화가들이 자책에 빠져고립되는 걸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형과 인사도 없이 헤어져서 아직도믿기지 않고 말을 하다가도 머리가 새하얘진다. 지난 30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30년 세월도 더 볼 줄알았는데…." 이우진 작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떤 이들은 작가에게 돈을 제대로 안 줘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한다. 저는 만화가로서 당연한 권리를 되찾고 싶은 것이다. 만화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목숨과도 다름없는 존재라는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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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외풍‘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민영화 뒤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과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어김없이 대표이사와 대표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사내외 이사들을 정권 코드에 맞춰 선임해왔다. 최근엔 대표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지적받아온 제도상 허점을 고치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뜻이된다. - P19

이 기괴한 상황의 근본 원인은 소유분산 기업들의 지배구조 결함이 맞다. 지분의 80~90%가 셀 수 없이많은소액주주들에게 분산되어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경영권엔 큰 관심이 없다. 의사를 결집하기도 힘들다. 주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인이 없는‘ 상태다. 정치·관료 ‘엘리트‘들에겐,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사적 이익을 탐닉할 인센티브가 발생한다. 그들의 무기는 정부의 인허가권과 감독권이다. 소유분산 기업들은 금융·통신·철강 등 공공성이 강한 업종에 종사한다. 인허가권 및 감독권의 잠재적 행사 가능성만으로도 이들을 떨게 만들 수 있다. - P21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치인과 관료에게 ‘거대 기업 대표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면 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청와대 지시로 삼성물산의 합병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한후과가 어떠했던가. 수년 뒤 특검이 국민연금 최고위 간부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기소해 유죄판결을 받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특검팀에서 파견검사로 일했던 사람이다. - P21

그게 뭐라고 보나? 식민사관을 극복하지 못한 게 아닌가생각된다. 반일-친일의 구도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식민사관의 요체는 사회진화론이다. 암암리에 이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강한 사람 앞에서는 일단 스스로 접고,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 약자였던 적도 없고, 약자의 편에서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가진 사고다. 이런 행태는 이미 국내 정치에서 많이 보여줬다. 장애인, 노동자, 여성 등을 대하는 태도다. 총체적 인권 무시의 연장선에 대일 외교가 있다.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해줄 수 없는 정부가 바깥에 나가서 어떻게 존중받을 생각을 하나? - P24

이민은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이민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자리와 복지뿐아니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자국민에게 더 투자해 아이를 낳도록 하지 왜 외국인에게 좋은 일을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 P40

SVB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 불안이 가중되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연준의 잇따른 금리인상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연준은 1년에 여덟 차례 금리를 정하는데지난해 인플레를 잡기 위해 무려 일곱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그 때문에 2022년1월에 불과 0.25%였던 금리가 연말엔 4.50%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은행들이 저금리 시절에 고객예치금으로 국채 및 주택저당채권을 대거 매입해놓은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실제 미국 금융업체들이 투자한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의 미실현 손실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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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갈무리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AI 개발자는 "챗지피티는 일반화능력이 있어서 원하는 걸 입력하면 딱 그걸 내놓는다. 이것저것 키워드를 바꿔가며 찾아보고 결과물을 조합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코딩이 아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챗지피티가 웹 검색을 대체하는 게 아닌지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 P10

양기창 개발자는 "챗지피티 같은 생성 AI의 장점이자 단점이 ‘없던 내용을 만들어낸다(생성)‘는 점이다. 그만큼 유용하지만, 사실관계 확인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모호한 질문을 할수록 챗지피티가 이치에 맞지 않거나 틀린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막연히 ‘부동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묻는 게 아니라, ‘현재 금리는 이렇고 주식시장이나 환율은 이런데 향후 10년의 판을 그려달라‘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물어야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를 잘 검색해 응용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사람이나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 P10

많은 교사들이 챗지피티에 대해 이제 어떻게 필기 과제를 낼지, 그러니까 손으로 직접 쓰게 할지 수업 시간에만 출제할지 상상하는 식으로 반응했지만, 이는 근시안적 생각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일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가?‘입니다.... 오픈AI는 이러한 것들(문학 형식으로서의 에세이, 지능의 지표로서의 문법 규칙, 기술로서의 글쓰기자체)을 계속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 P12

컴퓨터 과학자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이런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래서 형성된 흐름이 ‘생성 모델 (GenerativeModel)‘이다. 2010년대 말부터는, 인공지능이 고양이 이미지를학습하고 나면 스스로 고양이를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생성 모델이 ‘창조‘한 이미지다. - P15

학습시키고 유저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기존 AI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연산량이 대폭 증가하므로 GPU(그래픽 처리장치)와 에너지 소모도 크게 늘어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존헤네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챗봇 바드로 유저들의 질문에 대응하려면 지금의 키워드 검색 방식보다 10배 정도 비용이 든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용 문제가 윤리 문제와 함께 구글의 챗봇 출시를 늦춰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터이다. 그렇다면 구글이든 MS든 더 많은 수익을 내야 ‘챗봇 체제‘를 유지할수 있다. 지금까지처럼 검색 결과나 유저의 성향 분석을 통해 표적 광고를 띄우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다. - P19

디지털화될 수 있는 인간의 경험들은거의 모두 디지털 영역으로 넘어가게 될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몸이다. 아까 이야기한 디지털화되기 힘든 ‘근접 감각‘과 관련된 영역들이 더 가치 있고 더 소중히 여겨져야 할대상으로 부상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어떤 결합이 바람직할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지금과 앞으로의 진행 양상을 좀 더 확인하고 관찰하며지향점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 P33

지난 2월15일 진실화해위는 앞서 1기진실화해가 2007년 이 사건을 각하 결정한 데 대해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해 51년 만에 "대통령과 중앙정보부, 상공부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직물 특수염색 기법인일명 ‘홀치기‘ 발명자 고 신경식의 특허권관련 소취하를 강요해 사인의 재산권을탈취한 사건"이라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또 국가는 건실한 발명가의 재산권을강압적으로 탈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인권침해를 사과하고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이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아무 권한이 없는 중앙정보부가개입해 불법 체포, 불법 수사를 하고 강요행위 등을 범한 사실도 드러났으므로 국가는 재심을 통해 고 신경식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P43

"청구권 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략) 일본 정부가 불법행위의 존재 및 그에 대한 배상책임의 존재를 부인하는마당에, 피해자 측인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까지도 포함된 내용으로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략) 협상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피징용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언급하였고 그 보상으로총 12억2000만 달러를 요구한 사실이 있지만 정작 청구권 협정은 3억 달러(무상)로 타결되어 결국 요구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피징용자의 위자료 청구권도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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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강제동원 판결을 ‘반일(反日)‘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정부안에 대한 비판을 쉽게 반일 선동‘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조성렬 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이러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만든 상황은 마치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했고 일본이 정당한 것처럼 주객을 전도시켰다." - P12

"강제동원 피해의 배상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채권·채무 문제가 아니다. 인권침해 사실의 인정과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인간 존엄성 회복과 관련한 문제다.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은피해 회복과 화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 설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P13

자유와 인권 등 양국의 공동 이익을위한다는 윤석열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안이 낳은 모순이다. 가장 자유와 인권이 필요했던 강제동원피해자들의 자유와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자유는 국가라는 대표적 공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발전해온 개념이다.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법치‘에도 의문을품게 만든다.  - P13

외교는 51대 49 의 결과를 놓고, 서로 자기가 51 이라고 말하는 게 교섭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안을 보면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얻었나?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외교교섭에서 이런 식의 자세와 역량을 가지고 대일 문제를 처리해 나간다면 앞날은 정말 어두울 수밖에 없다. - P14

챗지피티에 대한 산업계 기대와 우려만큼이나 AI 제작부터 활용까지의 윤리 기준과 그 적합성에 대한논의를 테이블 위로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챗지피티 등 과학기술 발달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으나 그만큼 무엇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빅데이터라는 단어에 가려 우리가 지켜야할 많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지 언론의 감시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활발하지 못하다. - P23

공수처 정원은 85명이다.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됐다. 2023년 3월9일 기준 공수처 검사는23명이다. 정원보다 두 명 적다. 수사관도 38명으로 정원에 못미친다. 행정직원 역시 19명이 일하고 있다. 지금의 직원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채워졌다. 첫 채용부터 미달이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한 번도 정원을 채운적이 없다. 문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기관 ‘전체 인력‘ 자체가 적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이다. 공수처 검사들은 업무 집중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인지수사는 시도부터 쉽지 않다고 말한다. - P25

공수처법 문제는 인력에 그치지 않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제한적이고 불규칙하다. 이를 두고 공수처 출범 당시에도 법조계에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해괴한 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과도한권한 부여를 경계해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제한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도 "실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실상 할 수 있는 수사가 거의 없다"라고 말한다. - P28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발전량 예측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이나석탄화력발전은 몇 개의 대규모 발전소를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코니·주차장·유휴지 등에 소규모로 수십만 개씩 분산운영될 뿐 아니라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간헐성 자원이기 때문이다. - P46

흔히 치매는 기억을 잃는 병이라고들하지만 이 책에서는 희미해지는 기억못지않게 감각의 왜곡이 환자를괴롭힌다는 점을 강조한다. 흰 접시 위에놓인 흰살 생선을 먹기 힘든 것도,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에 발을 들이기힘든 것도, 사이렌 소리에 공포를 느끼는것도 모두 치매로 인한 감각기관의 문제때문이다. - P66

‘꼬마산타‘의 슬로건은 왠지 위안이 된다. "느려도 좋아, 낮아도 좋아, 정상이 아니어도 좋아, 우리는 꼬마산타." 다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오래오래 산을 타는 게 이들의 목표다. "봄에는 어느 산이든 다 예뻐요. 연둣빛 새순이 나잖아요. 어느 산이든, 가까운 산에 가세요. 그 산이 제일 좋은 산이에요."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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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디외 & 기든스 : 세계화의 두 얼굴 지식인마을 12
하상복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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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부르디외가 사회 구조의 힘에 상대적인 무게를 두었다면, 그와는 반대로 기든스는 인간 행위의 능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면에서 차이를 드러 내고 있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123

오랫만에 지식인 마을 시리즈 리뷰를 정리한다.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는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 ~ 2002)와 기든스(Anthony Giddens, 1938 ~ )의 사상의 대강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화(世界化 Globalization) 문제를 조명한다. 다만, 책이 씌여진 2000년대 초반과 코로나19 팬더믹을 거친 후 '세계화' 문제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탈(脫)세계화'가 이슈가 되는 상황에 어떻게 보면 책의 주제가 다소 낡은 듯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부르디외와 기든스라는 현대 사회학의 두 석학의 개념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면 독서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르디외가 사용하는 아비투스(Habitus)란 개념은 원리적으로 보아, 일정한 방향을 갖는 마음과, 일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는 몸을 통합한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사회 분석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는 위와는 매우 다른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95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에서 저자는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사회로부터 반복적으로 주입되어 체화(體化)된 아비투스는 현 지배층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학교 교육을 통해 주입되고 매스 미디어에 의해 수호되는 아비투스는 부르디외 논리의 시작점 '불평등은 어디에서 오는가?'의 알파에 해당하게 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부르디외는 세계화에 부정적이다. 세계화로 연결된 세계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을 구성하고 연결된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세계적인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뿐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의 논거와도 연결지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여러 페이퍼와 리뷰가 있으니 여기서는 넘기도록 하자.

아비투스는 에토스(ethos : 한 방향으로 지향된 습관)와 헥시스(hexis : 신체 훈련을 통해 체화된 행위 능력)가 하나로 결합된 것이라는 논리는 이 상황에도 부합하는 듯하다(p99)... 개인의 취향이란 글자 그대로 전혀 사회적이지 않은 사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아비투스는 특정한 개인의 몸속에 체화된 것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동시에 그 개인이 놓여 있는 사회적 위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p101)... 지배를 위한 다른 수단들의 경우, 물리적이건 심리적이건, 지배자의 '일방적인' 의지가 발현된 것이라면 아비투스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공모(共謨) 관계를 통한 지배 질서의 재생산으로 봐야 할 것이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104

부르디외는 불평등한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해 기능하는 상징폭력을 보고 있다. 상징폭력은 "집단적 기대들과 사회적으로 주입된 믿음들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복종이라고 지각조차 되지 않는 복종들을 강요하는" 폭력을 의미한다. 물리적 폭력과 이데올로기적 폭력이 피지배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배를 알고 느끼게 하지만 상징폭력은 지배에 대한 지각 없이 행사되는 것으로서 '오인된' 폭력이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112

부르디외의 아비투스가 사회적인 것으로부터의 압력이라면, 기든스는 인간의 내부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행위가 우연성의 결과물이라면, 사안이 갖는 문제점도 그 안의 장점과 단점의 조절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지며 이로부터 기든스는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표명한다.

모든 것을 걷어낸다면 결과적으로, 미국적인 세계화에 부정적인 프랑스인 부르디외와 영미권의 세계화에 긍정적인 영국인 기든스가 남겠지만 그보다는 이들의 관점 차이를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에서 찾고 정리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Cogito ergo sum'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외부로부터의 절대명제에 초점을 두는가,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인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필연에 따른 비관적인 부르디외와 우연에 따른 낙관적인 기든스가 갈리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들의 이론은 상세하고 이렇게 거칠게 정리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지만, 너무 틀리지 않은 출발점 정도로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든스는 <사회학 방법의 새로운 규칙 New Rules of Sociological Method>(1976)와 <사회구성론 The Constitution of Society>(1984)으로 결실을 맺는데 이 저술들에서 기든스는 '구조화 이론 (theory of structuration)'으로 명명되는 자신의 사회학을 정립한다. 이 이론을 통해 기든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학의 문제, 즉 '인간 행위와 사회 구조' 간의 대립적 관계를 해결하고자 했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123

기든스는 <사회구성론>을 통해 인간 행위의 최종적 결과물이란 인간의 의도적 행위와 의도되지 않은 우연성의 복합물이라는 독특한 논리를 전개했는데 이 논리가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는 구조주의 대 실존주의, 객관주의 대 주관주의라는 사회학의 오랜 대립 구도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이고, 둘때는 근대성의 전 지구화가 초래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약간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기든스가 생각하는 행위는 구조와 행위가 하나로 통합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_ 하상복, <세계화의 두 얼굴 : 부르디외 & 기든스>,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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