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 1
로빈 쿡 지음, 서창렬 옮김 / 열림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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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뉴스를 보지만,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누가 죽고, 누가 상을 받고, 천연 재해가 일고 해도 우린 기껏 성금 얼마 내고 나면 남의 일로 치부한다. 그러나, 로빈 쿡은 의사로서는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몰라도, 작은 모티프로 깊은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한마디로, 의표를 찌르는 작가다.

이번 작품은 초기의 fever, vital sign, coma 등에 비해서 완성도는 낮은 작품이다. 역시 원작만한 속편은 없는 법인가. 그의 초기작은 얼마나 의학에 대해 비판적이고, 폭발적인 문제 의식이 드러나 있었던가. 로빈쿡의 최근 소설을 읽으며, 존 그리샴과 같이 늘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은 어느 소설이나 비슷한 구도로 가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바이러스나 돌연변이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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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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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은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어보면, 그 치열했던 시절, 얼마나 따스한 눈길로 세상을 보듬고 있었는지를 느낀다. 그가 찾아 떠나는 시인과의 밋힝! 행복한 소요.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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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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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황만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성석제가 우리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황만근은 모자란 사람이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모자란 사람을 이용하고, 그의 불행을 모른체하고, 그리고 즐겁게들 산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답은 없었다. 어떻게 말했다는 것인가. 온 몸으로 이 세상에 대해 술만 죽을 만큼 마시고 비를 맞으며 구식 경운기를 몰고 가는 것을 보여 준 것 일뿐 무슨 말을 했단 말인가.

성석제는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 주변의 가엾은 사람들을 쳐다 보고, 그려 낸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했다. 지금은 21세기다. 21세기의 사고 방식으로 21세기의 삶의 지표를 보여주기 바란다. 일요일 종일을 뭔가 나올 듯한 황만근을 붙들고 기다렸건만, 반근도 못되는 한숨만 소복하게 쌓였다. 성석제의 자장면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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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틱낫한 스님 대표 컬렉션 3
틱낫한 지음, 최수민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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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안 내면 마음이 평화롭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목적은 평화롭기 위해서고,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럼, 소금이 몸에 나쁘고 매운 음식이 위에 나쁘다고 해서 소금도 없고, 양념 간도 안 된 음식을 먹으란 말인가. 그럴 순 없다. 대부분의 화는 나 스스로에게서 나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나는 잘 해보고 싶은데, 우리반 어떤 녀석이 결석을 하고, 밥먹듯이 지각을 한다. 그러면 화가 난다. 다른 반은 자습을 잘 하는데, 우리 반은 떠든다. 그래도 화가 난다. 마치 내가 뭘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사는 데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건 필요악일게다.

그런 걸 다스리라는 말씀이다. 물론 다스려 지면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화가 날 것이다. 화가 나는 나에 대해서. 화를 내면 안 되는데, 화를 내야 되기 때문에. 오죽하면 한국 여성들의 병중에 hwa-p'eong[화병]이라는 병이 다 있을까.

모순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화도 많이 날 일이다. 그럴 때 화를 내지 못한다면 병이 된단 말이다. 화를 내는 방법을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나 예술로 승화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혼자서 글을 쓰든지, 혼자서 마구 욕을 퍼붓든지, 아니면 들어 주는 사람 있으면 막 떠들 일이다. 화는 풀리게 마련이다.

화를 내면 화는 쉽게 풀린다. 문제는 누구에게 화를 내느냐이다. 결국 화를 내기 전에 좀 참아야 할 게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줄 종이나, 내 얘기를 들어줄 편지나, 내 얘기를 들어줄 마누라가 있다면, 떠들 것이다. 화를 내면서, 그러면, 마누라는 그럴 거다.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나는 이렇게 변명할 거고. 화를 내는 게 아니고 신경질이 나니깐 그렇지...

화는 그렇게 푸는 것이다. 암튼, 화의 본질보다는 화를 잘 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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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과 수필 태학산문선 301
윤오영 지음, 정민 엮음 / 태학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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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영 선생의 삶 자체가 곶감이었다. 꾸덕꾸덕하게 굳어서, 볼품없이 보여도, 한 입 물고 나면, 계속 자기도 모르게 입으로 가져가는 곶감 말이다. 글쓰기를 곶감 만들듯이 하라신다. 정성스레 좋은 감을 깎아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신경써 말린 후, 알맞은 모양새를 갖추었다가, 적당한 사람과 적당한 장소, 시간에 적절히 쓰이는 곶감의 정성, 인정, 인격.

얄팍하고, 별 노력없이 삶이 흥분되고 삶이 적나라해 지는 현대인의 정서에 십대 소년과 소녀의 발그레해 지는 볼을 떠올리고, 마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소녀처럼 순수의 세대, 순수의 세기를 떠올리는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수필가들이 이 글을 읽고, 제발 붓을 꺾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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