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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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법정(法頂) 스님이 모순된다고들 한다.그분의 가장 잘 팔리던 베스트셀러가 '무소유'였지만, 기실 그의 이름은 '불법의 정점'이라는 것이다.한자로 보면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가벼운 글들은 결코 우리의 삶이 가볍지 만은 않고, 우리의 삶들이 지고 나갈 의무들을 챙겨 나가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도리, 바르게 사는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 사회인으로서의 행동하는 지성의 길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분의 웅변은 가볍지만은 않다.비꼬지 않고, 진실되게 말하면서 인생의 진리를 툭툭 건드리는 그런 죽비의 소리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설해목'이란 수필이 맘에 꼭 든다. 눈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꺾여 부러지는 나무들. 그 나무들은 거센 비바람에도, 눈보라에도 결코 꺾이지 않지만, 그 부드러운 눈의 가벼운 무게에 쓰러진다는 것이다. 북풍과 해님 이야기의 다른 목소리다.스님의 가르침보다는 훈계나 꾸짖음보다는, 그저 인간의 무게를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큰스님의 모습은 '달마야 놀자'에서도 큰 스님의 모습으로 나타나 일갈하지 않았던가.사람은 사람으로 볼 일이다. 지위나, 가진 것으로 그 가벼운 것으로 느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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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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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쓰신 한시이야기, 잘 읽었습니다.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엔 너무 시 원론에 치우쳤다는 점입니다.물론 용사(用事)라든지, 정운이라든지 한시 용어도 들어가서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소재를 한시에서 따와서 설명하신 방식은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어렵다고 생각하던 한시를 우리 삶 바로 곁에서 그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해 줬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책입니다.한시의 맛을 감칠맛있게 표현한 다양한 시들을 더 많이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덤 가에서 종일 술 마시다 술 취해 돌아오는 할아버지 이야기라든지, 연잎에 굴러들어가는 물방울 이야기라든지, 버들잎에 얽힌 이야기 등은 우리 조상들의 삶이 낡고 고루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삶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재미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한시의 깊이와 넓이를 느끼게 될 책들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정약용의 민중의 아픔을 옮긴 시라든지, 이제현의 사리화, 선승들의 게송과도 같은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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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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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김종길의 '성탄제'에 보면, 위와 같은 싯구가 등장한다. 서른 살은 정말 서러운 나이일까.어찌 보면 어른과 아이의 가름이 서른 무렵인 것 같기도 하고.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삽십 세에는 삼십세가 갖게 되는 좌절과 힘겨움이 당시의 관념들과 얽혀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하게 구조화되고 있다.삼십세는 방황하는 심리와, 안정되려는 가족, 가정의 출발과 특히 여성으로서는 구속과 자아 발전 사이의 갈등을 재촉하게 되는 나이인 것이다.그녀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삼십세는 물론 현대 사회의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조건인 듯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삼십대나 그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양희은이 부른 노래 중에 '내 나이 서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날개 달고 날고 싶어...라는 노래가 있다. 마흔이 되어서 바라 본 서른 살은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나이지만, 인생을 다 살아버린 나이에서 서른은 서럽기 시작하는 나인지도 모른다.난 서른을 정신없이 아이 돌보며 시작했다.이젠 서른이라기 보다는 마흔에 훌쩍 가까워졌는데도, 아직 난 내가 늙어간다는 걸 모른다.
서른의 열정보다 내가 더 뜨겁다고 착각하고 있는 지금도 내 혈관 속의 붉은 피는 조금씩 식어가는 줄도 모르는 이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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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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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끼친 해악이 있다.유홍준이 본의 아니게 소개한 많은 문화 유산들이 20세기의 어리석은 답사객에 의해서 파손되고 훼손되었다는 것이다.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세 시간 만에 읽으면서, 정말 개운하게 한 편의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원화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작은 흑백 사진에 보조선을 긋는 편집방식이라든지, 부분부분의 그림을 페이지마다 삽입시킨 방식은 새로운 비쥬얼 세기의 책의 양식을 선도할만 하다 하겠다.그리고 오주석의 독특한 강의 방식, 어렵지 않게 정리해 가면서 설명하는 것도 책 읽기에 즐거움을 심어 주었다.우리 그림과 우리 문화,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랑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텔레비전을 보면, 2003년 2월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등에 따라, 우리 나라는 원래 그렇지 뭐, 우리 나라가 제대로 하는 게 뭐 있나 이런 자기 비하적 문구가 만연하고 있다.그러나, 우리의 것을 우리는 다 빼앗겨 일본의 대학박물관에, 천황가의 진열장에, 프랑스에, 독일에 다 빼앗기고, 정신마저 혼미해져서 깨어진 사금파리 몇 조각에 우리 혼을 담는 서글픈 현실을 딛고 이겨낼 수 있도록, 김홍도의 그림이 훌륭하지만, 그 풍속화가 우리 그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아는 많은 것들이 편견이고, 잘못된 생각이고,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입된 것들이란 것그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다.우리의 것을 연구했기 때문에, 우리 것이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정말 우리의 말, 우리의 정신,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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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김재혁 옮김 / 자연사랑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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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우리 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자 소설가인데, 십 몇 년 전에 이문열이란 작가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해서 어떤 시집인지 궁금해서 구입해 읽게 되었다.잉게보르크 바하만이란 여류 작가의 편력을 읽어 보니, 독일에서는 꽤나 아려진 작가인 듯 했다.그러나, 사실 이 시집을 읽으면서는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바하만이 살았던 시대 자체가 세계대전으로 인한 삶과 죽음 사이의 인간 실존의 문제를 중시하던 무게있는 시대였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민들과는 좀 괴리를 느낄 수 밖에 없엇다.그러나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세상은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2003년 현재도 전쟁이 기류는 차갑게 지구를 둘러싼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 것은 가녀린 희망을 용기를 주려는 외침이 아니었을까.정말 추락하는 것들이 날개가 있을까.그녀 자신이 크게 자신있게 대답하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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