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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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어차피 희미하고 아련한 착각 속에 화려한 오해를 하며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자아에 대한 사랑이 커가면서 자기에 대해 착각하고 오해하면서 말이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느끼고, 전혀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느낀다. 살다 보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자기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얻어가면서 살기도 한다.

십년 전이나 십년 뒤나 우리네 인생이 뭐 그리 크게 달라질 일이 있겠습니까. 아이는 자라고, 어른은 늙고, 상처는 아물고, 새살은 돋고, 살아온 흔적은 잔뜩 쌓이고, 살아갈 길은 눈 앞에 아득히 펼쳐져 있고... 다 그런거지. 하고 후기에 쓰신 대로, 우리는 그저 그런 날들을 살아내야 되지만, 십진법의 마법에 홀려 다음번 열 살은 마음 똘똘하게 다져먹고 좀더 잘 살아봐야지! 하게 되는 어리석은 마음. 그게 아홉살의 인생일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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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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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래엔 정형시가 없다. 그래서 정형시의 재미를 알 수도 없다. 예전 우리의 선조들이 중국의 한시를 집착하던 이유는 잘난척 하려고 하던 것 보다는, 한시의 정형성 속에 담긴, 팽팽한 긴장감에 있었던 거다. 선경 후정의 팽팽함과 운을 맞춰 주는데서 오는 명쾌한 신선감. 그건 그 경지에 올라 보지 못한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맛이고,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은 결코 버리지 못할 맛이다.

하이쿠, 대학 교수들은 아직도 7,5조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고 촌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5,7,5의 하이쿠를 통해, 국문학 교수들이 깨닫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시조란 장르가 있었다면, 일본에는 하이쿠란 정형시, 형식미를 갖춘 禪詩가 있었음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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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흥길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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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흥길의 장마는 현대 소설의 백미이다. 2001 대입 수능에 등장했다가, 2002년에는 고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지리한 장마와 함께 전쟁과 분열된 가족의 갈등, 구렁이로 형상화된 민족 정기와 화해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은 모든 것이 메타포이자 암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코드는 우리 역사를 꿰뚫고 있는 모순이고,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는 역사적 실체이다.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하면서, 중편의 묵직한 구성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가벼움이 넘쳐나는 세대에게 좀 무겁지만 꼭 필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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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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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의 혼불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소설을 읽다가 중간 중간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설명이 간혹 재미있기도 하고, 때때로 지루하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 한 편쯤 꼭 있어야 할 민족의 서사시이며 구비문학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전통의 무속과 불교적 사고, 유교적 질서에서 우려낸 한과 인고의 삶, 그리고 죽음의 의미.

이 소설을 읽음은 우리 소설을 읽음과 동시에 우리 문화를 읽어 내는 것이다. 우리도 잊고 살아가는 많은 것들은 새록새록 각인시켜 우리가 한민족으로 살아온, 핏줄에 오롯이 흐르는 붉은 역사가 숨쉬고 있다. 죽음을 향하여 살고 있는 다양한 인생들의 전범들을 보여 주면서 다양한 논리들도 감싸안고 있다. 간혹 형상화에 실패하기도 하고, 간혹 서정성에 침잠하기도 하지만, 간혹 섬찟할만큼의 예리함으로 삶과 죽음의 지평을 넘나드는 우리 민족의 혼을 담으려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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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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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에 비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열 명의 사람들과, 치밀한 알리바이, 스릴이 만점이다. 열 개의 인디언 인형과 방 안의 짧은 시는 탄탄한 구성으로 소설을 성공시키고 있다. 그리고 역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는 죄를 짓고도, 멀쩡하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단죄하고 싶었다.'는 판사의 말이다. 다른 아가사의 소설들이 흥미 본위라면, 이 소설에는 뭔가 가슴을 치는 내용이 있다. 올 여름 더위를 아가사 크리스티와 함께 보냈다. 내년 여름에는 누구와 보낼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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