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페라의 유령이란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제목이 좀 엽기적이지만 엽기 소설이 아니지요. 물론 그 옛날 엽기적인 사건을 주제로 쓴 추리소설이지만 워낙 엽기적인 오늘에는 그닥 엽기적인 얘기도 아니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피자나 햄버거같은 패스트 소설이 아닙니다. 하루 몇 장씩 읽는 배부른 사람들이 후식으로 콩알만큼 씹어대는 문장 하나 하나가 여유와 느끼함으로 엮어진' 프랑스 문학이란 걸 알고 씹어보세요. 지루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피자는 꼭꼭 씹을 맛이 없지만, 호두가 박힌 쵸콜렛은 살살 녹여가면서, 호두도 조곤조곤 씹어가면서 그리 먹는 거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쟁이 최효실 채우리 저학년 문고 6
소중애 지음, 김진령 그림 / 채우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2학년 우리 아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책 안 읽는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먼저 읽어 보시고... 효실이를 배울까봐 걱정을 마세요.
어린이들은 제목만 봐도 효실이를 따라하진 않을테니깐. 그치만, 최효실같은 아이들을 불쌍히 여길 마음도 싹은 틔워 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어린이들은 읽기를 싫어합니다. 왜냐면... 책읽는 어른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거예요. 근데 이 책은 어린이들도 잘 읽습니다. 아줌마들도 잘 읽습니다. 꼭 연속극처럼 읽히거든요. 연속극처럼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눈물나고.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만화책도 있습니다. 어느 날 아들래미가 울면서 전화를 했더군요. 아빠, 보고싶어. 왜냐고 물었더니 가시고기를 읽고나니깐 아빠가 너무 보고 싶더라는 거예요. 적당히 멜로, 적당히 관조, 적당히 허구 그리고 글읽기 싫어하는 한국인을 꼬시는 감상주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톱니바퀴 - 상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바퀴벌레들은 있었답니다. 바퀴벌레는 왜 바퀴벌레라고 이름이 붙었을까요. 바퀴같이 둥글진 않은데. 바퀴처럼 탄탄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바퀴는 아무리 무거운 것도 굴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톱니바퀴는 어찌할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같은 질곡의 인생을 의미합니다. 원래의 제목은 '동업자들'이더군요. 동업자들은 내용을 읽어봐야 알겠지만, 톱니바퀴는 뭔지 그 속에서 그 틈바구니에서 고통받는 존재라는 생각에 더 멋진 원 제목을 뛰어넘은 창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 그리샴의 상상력은 무한하지만, 이처럼 감옥 안의 범죄자 집단과, 대통령 후보자까지도 얽어매는 인간의 어리석음 무지하고 겁쟁이인 인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톱니바퀴 속의 인간들은 수억년을 이어온 바퀴벌레보다 그다지 나은 존재도 아닌거죠. 그의 소설은 다 재미있습니다. 단, 연달아 읽으면 재미없고, 몇 년에 한 편씩 읽으면 재미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노벨상의 작가라고, 장애아의 부모라고 하는 것은 그의 최악의 단점이다. 노벨상을 탈 정도라면, 얼마나 가슴이 문드러지는 고통을 겪고 글을 썼겠으며, 후자는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담담한 말투로 우리에게 다가와 先生이 되어 주었다. 우리에게 선생은 '티처'가 아니다. '티처'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선생'은 '먼저 태어난 그 자체'이다. 먼저 태어남으로써 나중 태어난 사람을 가르치는 존재. 그의 삶은 일본에서 살아간 보통의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행복한 것이기 보다는 불행의 쪽에서 가깝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이 책을 보면, 적어도 그는 지금 행복하다. 아내와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일게다. 그리고, 이 책이 모든 이를 감동시키는 건 아니고, 다만, 선생이 되고자 하는 어른들에게, 그 쉽지 않은 의혹의 길에 친구가 되어줄 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벨 문학을 읽고 싶은 분이나, 문학적 소양을 느끼고 싶어하는 분은 읽으면 실망할 것이지만, 선생이 되고 싶거나, 선생의 길을 가야하는 분이라면 곁에 두고 두고 두고 한번씩 읽어볼 일이다. 왜냐면, 우린 모두 나의 나무에서 침잠했던 그러나 이젠 잊혀진 어린 기억이 있었고, 우리 옆엔 지금도 어린 기억들이 자라나고 있으므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석란1 2006-05-08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었는데요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은 책이였습니다. 송현아씨는 일본어는 잘하는지는 모르지만 국어는 잘 못하신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읽어내기 힘든 문장이 너무 많았습니다. 호흡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