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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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단어와 상황에서는 아름다운 육각형 결정을 보여주다가, 악마와 수돗물에서는 검은 빛의 물이 결정을 이루지 못하고 지저분한 모습을 보인다. 만약 이 의견을 - 물이 의식을 갖고 있다? 물은 인간 문제의 모든 답을 알고 있다?- 전적으로 믿는다면 신기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의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보게 되면, 별볼일 없는 장난처럼도 여겨진다.

사진으로 증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떤 음악을 듣고 파동을 이루는 물의 생명력을 우리가 이해하기엔 우리의 인지가 너무 짧지 않은가. 하긴, 우리가 생물이라고 하는 존재와 무생물이라고 하는 존재의 사이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을지 우리 작은 인간 존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전에 나무도 모차르트를 들으면 행복해 하고, 비명 소리를 들으면 전율한다던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하기야 우리 조상들의 애니미즘과 토테미즘이 바로 정령신앙이 아니던가. 인간이 최고의 지성이라는 자만을 버리고, 겸손으로 자연에 복종했던 우리 선조들. 물이 모든 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겸손하기엔 너무도 과학이 내 맘을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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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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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이 너무 팍팍해 보이고, 칼로 자른듯 말쑥한 걸 높게 쳐주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리숙하고 까치집 머리를 한 우리 자신들을 섬세한 터치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가 심승현 작가입니다. 다음 그림판에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읽게 되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이 책을 몇 장씩 넘기다 보면, 얼마 남지 않아서 안타까워지는 그런 책입니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것 처럼 보이는 냉혹한 세상도 때론 낭만적으로 느끼게 해 줄 그런 책입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슬픈 때에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봐줄 것 같은 누군가를 갈구하지만 결국 나 혼자임을 되씹을 때도 힘이 되는 책입니다. 그림만이 아니라, 읽는 이의 마음에도 아름다움을 전염시키는 전염력이 아주 강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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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은 멋있었다 - 전2권
귀여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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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아이가 쓴 소설이래서 뭔가 시시할 거라 생각하고 읽었다. 인터넷 소설이 한계가 뻔한 거 아닌가. 역시 읽다보니 줄거리도 뻔하고 애들 노는 세계가 너무 좁은 게, 우연성 투성이고, 시시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학교 담 넘다가 키스하게 될 확률을 따진다면, 내가 대통령이 되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야, 이 아이가 소설 쓰는 법을 제법 아네 싶었다. 주인공 지은성과 한예원 이야기는 유치찬란, 눈꼴 신 그대로 였지만, 숨어있는 친구들의 사랑 이야긴 이 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엇갈려가는 사람들의 시린 가슴을 열아홉 소녀가 이렇게도 절묘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사실은 지은성과 한예원은 마지막 사랑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김한성이 예원아, 회사 다녀 올게. 하면서 집을 나서는 대목은 정말 쇼킹했다.

고등학생 주제에 이렇게 잘 써도 되나, 세상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어도 되나 싶었고, 귀여니의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수업 하다가 여학생들에게 물어 보니 늑대의 유혹인가 하는 책은 더 재밌단다. 아무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만 했다. 그리고 조만간 다른 책들도 읽어 볼 계획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가 수련을 쌓기를... 건투를 바란다. 지금 많은 작품을 써서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 쉬는 것도 좋은 일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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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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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의 스님이 구도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 이 책을 읽다 보니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된다. 우선 한국 불교의 깊이와 크기의 불가사의함. 우리는 얼마나 우리 것을 모르고 부끄러워했던지. 숭산 큰 스님같은 세계적 스승을 모르면서 절집 입장료나 올려대는 욕심꾸러기 스님들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그러나 한국 불교의 깊이가 들려주는 깊은 울림에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큰 스님의 '선의 나침반'을 구해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하나의 감정은 역시 외국인의 시각이 객관적이다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여러 뭉치로 조각난 민족인지 우리는 나뉘어 있으면서 느끼지 못하지 않았는지. 남과 북으로 빈과 부로 가진자와 못가진 자로 즐기는 자와 즐기지 못하는 자로 새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을 믿는 자와 불안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로, 진리를 찾는 이와 독선적 교회에 빠진 사람들로...

우리의 자존을 지키면서 분열상을 극복하기에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다만 그의 화려한 출가 이전이 계속 부럽고 조금 아까운 것은 진리를 모르는 나의 어리석음의 소치일 것이다. 달빛은 못 물을 뚫어도 젖지 않고, 대나무 그림자 뜨락을 쓸어도 먼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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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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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루누아르의 '독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주황빛 화폭의 집중, 정밀함은 나를 선의 세계로라도 끌어주는 느낌이다. 이주헌씨도 나만큼이나 그 작품을 좋아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은 좀 일관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적 미술 공부를 한 작가로서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그림들을 다루었겠지만, 아름다운 그림을 설명듣기 원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조금 난삽한 내용이 많았다.

다만 그가 지면을 많이 할애한 경계 허물기의 이철수 판화, 3*3인치의 그림의 강익주, 오브제의 장인 안규철에 대한 애정어린 해설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의 일대목이 감동적이다. 무릇 고인의 어록 문자를 읽을 때, 일문 일답과 일념 일송의 기봉이 날카롭고 언어가 미묘한 것으로 내 마음에 흡족히 여겨 이야깃거리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요, 반드시 저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크게 깨달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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