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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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은 어렵다.

 

어려운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1. 한국어에는 고유어와 한자어 등이 혼재하여 정확한 한자음을 알아야 맞춤법에 맞게 쓴다.

 

2. 받침이 2개나 들어갈 수 있으므로, 겹받침을 모두 제대로 쓰려면 쉽지 않다.

 

3. 특이하게 모음이 21개나 있어서 이것들을 구분해 쓰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

 

4. 동사, 형용사, ~이다 등이 활용하여 쓰여서, 불규칙활용의 양상이 복잡하다.

 

5. 음운의 변동이 많아서 소리와 표기법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6. 한글이 생긴 것은 600년 가까이 되었으나 실제로 순한글이 쓰인 것은 이제 갓 20년이 될까말까 한 사회적 배경이 있다.

 

7. 제대로 된 사전이 없거나, 있어도 권위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학구열에 힘입어 한글 맞춤법을 그래도 제법 지키는 편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어원이 있거나,

국립국어원의 결정이 참으로 맘에 들지 않을 때,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수-'와 '숫-'의 경우,

양이나 쥐, 염소의 경우는 '숫양, 숫쥐, 숫염소'라 하고,

그 외에는 '수-'를 붙인다고 한다.

그래서 '수소'같은 말이 생기는 것이다.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 에스파냐 편에서 투우에 쓰이는 소들이 모두 '숫소'로 기록되어 있다. 다 틀렸다. ㅋ

 

특히나,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데도 마구 우기는 것들도 있는데,

그중 몇몇은 북한에서 '문화어'로 규정되어 있어서 남한테서는 '비표준어'로 친다는 것들도 있다.

물론, 의심하는 것들이지만... 참 웃긴다.

 

가령 ㄱ ㄴ ㄷ ㄹ  자모의 이름도,

북한에서는 통일하여 기윽, 디읃, 시읏...으로 쓴다.

헷갈릴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남한체서는 표기법으로 활용한 한자음을 그대로 읽어서 '기역, 디귿, 시옷'으로 쓴다.

참 촌스럽다.

기윽, 디읃, 시읏...으로 쓰면 ㅋ 고무찬양죄로 국가 보안법에 위반되시겠다?

 

흔히 쓰는 '연신'을 북한의 문화어라며 못쓰게 하듯,(연방이 표준어. ㅠㅜ)

'휭하니'도 북한말로 우리는 횡허케~로 쓰라니...(171)

 

'걸판지다'는 널리 쓰는데도 비표준어로 규정되어 ...

북한이 문화어로 삼은 것이 왜 그리 많은지...

걸판지다의 표준어는 '거방지다'란다.(175)

 

'거치적'은 북한에서 문화어인데, 걸리적거리다...는 표준어가 아니고,

거치적거리다가 표준어란다. 헐~

 

'꾸다'는 빌려쓰다고

'뀌다'가 빌려주다란다.

 

꿀따먹기 좋은 꽃 '사루비아'는 샐비어의 일본어라고...

 

가죽 '세무'는 '섀미'란다.

헐~ 세무 구두를 '섀미 구두'라고 하는 사람 봤나?

 

일본식 영어가 많다. '레더'라는 가죽은 '레자'가 되지만,

뭐, 현실음을 너무 무시하면 좀 그렇다.

 

모닥불은 '잎나무나 검불로 피우는 불'이니까,

그걸 피워놓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금세 끝난단다. ㅋ

끝이 없어라~는 '화톳불' 정도 돼야 한다고.

 

소는 위가 4개여서 양곱창, 벌집위, 처녑, 막창이 있지만,

돼지의 위는 하나여서 '막창'이럴 것이 없다고.

 

외래어 표기법은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은데,

'매니아'는 '마니아'로 쓰는 이유가,

그동안 관용적으로 써오던 말이라는데,

라디오 같은 것은 관용적이지만, '마니아'는 쓴 지 얼마 됐다고...

 

톱...은 무조건 톱이란다.

그럼 톱마트라고 해야 하나?

 

 

우리말에 대한 공부는 힘겹지만,

꾸준히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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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5-11-06 14:58   좋아요 0 | URL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에 비해서 융통성이 있습니다.
신문처럼 공간이 제한적인 데서는 꼭 지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은 지킬 수 있다면 지켜야겠지요.

hnine 2015-11-0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루비아는 샐비어의 일본어라기 보다, 샐비어를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것 아닐까요? Beer를 <비루>라고 하듯이요.
<섀미>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모닥불에 대한 것도 처음 알았고요.

글샘 2015-11-06 15:00   좋아요 0 | URL
텔레비전은 외래어지만 우리말입니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이 없기때문이지요.

샐비어는 영어고 사루비아는 일본어인데,
우리는 일본어를 외래어로 쓰고 있는 셈인 겁니다.
텔레비전을 테레비라고도 부르듯이...
 
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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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는 공대로 유명하다.

한양대에서 '문화 혼융의 시 읽기'라는 강의로 알려진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여기 나오는 노래들은 좀 나이든 축에 드는 이들이 들었을 법한 노래들이어서,

오히려 대학생 - 공대생 보다는 성인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다.

 

좋은 시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학생 시절 교과서에 실려서, 문제집에서 만나서 억지로 공부해야 했던 시들이기도 하지만,

또는 그 시들이 그저 문제를 풀기 위해 만난 시가 아닌,

인생 살이의 길모퉁이에서 울컥, 하는 감정으로 읽게 되는 시를 풀고 있다.

 

시에서 서사가 부족하면 소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흔한 정서를 부추기려고 유행가 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한층 시를 풍부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물론 시는 특정한 방식으로만 읽혀서는 안 된다.

풀이하는 사람이 시를 쓴 사람보다 오버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살면서 '시'를 시험 문제에서만 만나게 되는 일은 슬픈 일이다.

그 시 속에서 삶의 애환을 만날 수 있음을 도란도란 들려주는 이 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시집을 만나게 하는 도우미가 된다.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설명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울부짖듯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의 시간에 실제로 이 시 구절 뒤에 욕설 하나를 슬쩍 붙여서 읽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 시의 초점은 가난한 노동자의 따스한 마음에 가 닿기보다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 현실을 향한 것으로 보아야...(26)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란 부제를 단 이 시의 마지막은 울분이다.

<농무>에서 농민의 울분을 '꺽정이와 서림이'에게 빗대었다면,

<가난한 사랑 노래>의 울분은 '모르겠는가'에 있다.

그렇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르겠는가, 씨발>

이렇게 읽으면 더 처절하다.

 

모든 기다림은 결국 시간과 변화의 문제다.

'어린왕자' 여우의 말.

기다림이란 오늘 하루를 다른 날과 다르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어제와 늘 같이 오늘을 살면서 내일이 변화되길 기다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153)

 

어린 왕자에 이런 말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읽을 만치 읽었는데도...

황지우부터 김민부, 기형도의 시에서 기다림을 들먹이다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살며시 끼운다.

 

기다림은, 오늘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일이라고.

그러니, 투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 내라고.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았나니.

(최인호, 겨울 나그네, 243)

 

지나고 보면 아련하게 슬픈 것이 '기쁜 우리 젊은 날'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잡으려 한

순간의 예술이 '시'가 아닐까.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은 그 날들을...

날마다 다른 의미로 살아 내기 위해서는,

젊은 마음을 놓치지 않아야 하리라.

 

그래서, 이 선생은

학생들 앞에서 시라는 도구를 이렇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리.

 

 

 

 

수정할 곳...

41. 노라드 아주머니는 왜 혼자 강을 건너갔단 말인가... 노라드 아주머니는 애초에 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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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7-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강의 직접 들으면 너무 좋을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5-07-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혼자서 끝내는 논술 공부 - 구조를 알면 공부법이 보인다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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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별 시험으로 논술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의도는 좋았으나, 그 결과는... 학원이 창대해 졌다는...

그래서 서울대는 논술을 하다가 결국 안 한다.

서울대가 안 하면, 다른 대학들도 안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1500-2500자 논술은 고딩들에게 무리다.

제시문 자체가 서너 페이지인데다가, 3시간 이상을 글을 쓰는 것이 평가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요약하기, 비교하기, 설명, 비판, 견해쓰기' 등을 간단히 300-400자 정도로 과제를 주는 형식이 많다.

그러면 답안이 비교적 정제되어 채점이 쉽기 때문인데,

아이들은 이런 것조차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전 논술책들은 거의 통합논술의 글쓰기 형식이었고,

주제도 천편일률적이어서, 또다른 암기과목의 하나로 전락하는 일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짧은 글을 평가하는 식으로 바뀐다.

 

물론 논술 전형은 거의 로또의 확률이어서,

서울 주요 사립대의 논술 전형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논술 학원은 너무 비싸고,

수도권 외에는 지방에 논술 학원이 드물다.

 

이 책의 장점.

최근 논술의 맥락을 제대로 짚어준다.

그리고, <논지 분석>을 하는 법을 명쾌하게 알려주고,

왜 이런 것이 '모범 답안'인지 이해시킨다.

 

그리고 '전체를 보는 일'의 중요함과 '써보는 일'의 중요함을 놓치지 않는다.

 

예전의 과거체 글이든, 형식이 정해진 글들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글쓰기의 이론이고,

시험의 형식을 띤 논술에 '독서하라, 작문하라'는 지나친 요구다.

견문발검. 모기 잡으로 칼을 빼드는 격이랄까?

 

내년에 고3이 되는 문과생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몇 번 써보고, 자신감이 생기면 논술 전형에 도전하는 일도 좋을 것이고.

다만, 꾸준함이 없다면 결실도 없을 것이니,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원비가 비싸거나, 학원이 멀어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정말 '혼자서 끝낼 수 있는' 논술 선생님이 나왔다.

 

학원 강사인데, 노하우를 이렇게 전수하니, 고마운 일이다.

 

 

저자가 자주 쓰는 '고난이도'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난이도'는 '어렵거나 쉬운 정도'라는 말로 두 가지의 경향성을 띠는 단어인데,

거기 '고-'가 붙으면 '아주 어렵거나 쉬운 정도'가 되니... 말이 안 된다.

'고난도'라고 고쳐서 불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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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6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4-11-06 09:04   좋아요 0 | URL
자녀분이 고2쯤 되시나요?
서울 살아도 대입 준비는 어려울 겁니다. ㅋ
어머님이 먼저 읽어볼 만한 책은 아니고요... 입시 책이니...
고2 겨울방학쯤 읽어볼 만합니다. 물론, 대학 홈페이지에서 문제를 다운받아 풀어보기도 해야하지요.
 
이태준, 밝은 달빛이 유감한 까닭에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정재림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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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은 문학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그 이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백석이나 정지용처럼 해금 이후에도 쉽게 읽히지 않았던 작가였을 것이고,

그의 소설들이 가지는 '인물에 대한 몰입' 내지는 '비극적 삶의 표출'이 보여주는 묘사의 힘은,

보통 스토리의 힘이 가지는 '전달'과 '소문'에 밀리게 마련이어서다.

 

소설이라고 하면, '사랑 손님과 어머니'나 '소나기'처럼 핑크색 멜로물도 오래 남고,

'상록수'나 '삼대'처럼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작품들은 장편이라도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런데 이태준의 소설들은 최근들어 겨우 '달밤', '돌다리', '복덕방' 같은 것들이 교과서에 부분적으로 인용되다 보니,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이름이었지 싶다.

 

나 역시 그의 소설 중, '까마귀'처럼 음산한 판타지 소설류를 읽었더랬고,

이런저런 책들에서 '밤길'같은 가장 비참한 소설들을 읽어왔다.

이태준에 대한 감상은 단편적이었다.

그런데, 이책을 읽고 보니, 이태준에 대하여 상당한 아우트라인을 잡게 되었다.

 

비평가 김환태는 이태준 소설이 '눈물'과 기쁨' 혹은 '페이소스(동정과 연민의 감정)와 '유머'를 수반한다고 평가.

최재서도 그의 단편을 한 번 읽은 사람이면 그 작품의 인물들을 잊지 못한다.

인물 자체로 보면 하잘것없는 존재들이지만, 읽고 난 뒤에 언제까지나 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야릇한 매력을 가졌다고 칭찬.(87)

 

이태준의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황수건에 대한 애정으로 흠뻑 젖어 흐드러진,

이 작품집의 표제가 될 만큼, '밝은 달빛이 유감한 까닭에'  술에 젖어 맑지 못한 목청으로...

사게와 나미다까 다메이키까... (술은 눈물이냐 한숨이냐)를 읊조리는 황수건 이야기 '달밤'이 탁월하다.

 

멋모르고 읽었다가는, 이게 뭔 소설임? 이럴 수 있으나, 이태준의 소설의 맛을 느끼게 되면, 그 맛의 졸깃함을 잊기 어렵다.

그의 '문장 강화'가 추구하는 바 역시 인물의 창조이니, 그의 소설은 역시 '인물'이다.

 

근대화가 된다는 건 황수건과 같은 인물이 더 이상 활개를 펴고 다니지 못하는 세상이 되는 걸 의미해요.

예전에는 어느 동네에 가든 황수건과 같은 '동네 바보 형'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근대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률과 효율이고,

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바보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지게 된 거죠.(102)

 

이런 설명을 듣고 보면, 더 서글퍼 진다.

마치 황수건의 서글픈 눈물 젖은 한숨같은 노랫가락이 술에 젖어 들려오기라도 할 듯이...

 

글은 개성.

자기만의 표현, 꼼꼼한 관찰에서 나온 것이어야.

날벌레 떼처럼 매달리고 미끄러지고 엉키고 또그르 궁글고 홈이 지고 하나.(정지용, '비'에서 빗방울을 묘사한 부분)

 

문장강화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개성'이다.

그러나, 그가 살던 시기의 한반도는 개성을 살리기에는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시공간이었다.

 

카프 비평가는 이태준을 2% 부족한 소설가라고 평가한다.

계급적 각성이 부족하여,

삶의 부조리가 사회 구조적 모순임을 밝히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태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그냥, '경칠...'하면서 짜증을 낼 뿐이었다.

사실, 이 땅의 민중들은 아직도 그러고 살지 않는가?

 

근대와 전통을 조화시키는 상고주의를 지향했거든요.

또한 일제 주도 근대화에 저항하기 위해 상고주의를 이야기했다는 점도 중요하죠.(159)

 

공산주의 사상이 휩쓸던 시대에도,

그는 전통이 없다면 어찌 존재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인물이다.

그이 '돌다리' 같은 작품이 그러하다.

 

그러나 '패강랭', '먼지', '해방 전후' 등의 소설에서는 현실적으로 이태준이 설 공간이 거의 없음이 드러난다.

결국 남에서도 북에서도 그의 존재는 잊혀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옳다구 인정되는 편에 꽉 밀착하시란 말이야요.

지금 시대가 어떻게 급격한 회전인지 아세요?

어름어름허구 떠도시다간 날려버리고 마십니다.

역사의 주인공은 못 되시나마 역사의 먼지는 되지 마세요.(213, '먼지' 중에서)

 

과연 이태준은 먼지가 되고 말았는가?

아니면 그의 나름의 작품 세계에서 인물의 창작과 맛깔스런 문장의 창조에 한편 기여했음을 인정해야 하는가?

김현.김윤식의 '한국문학사'와

이남호의 '이태준 단편소설 연구'를 인용하면서 그 평가를 객관에게 맡긴다.

 

이태준은 봉건주의적 풍속과 악랄한 식민지 수탈 정책이라는 이중의 중하를 감당한 폐쇄사회외서

그곳을 극복하려는 아무런 의지도 내보이지 못한 패배주의적인 인물을 즐겨 그린 작가.

그의 딜레탕티즘(예술, 학문을 취미, 여가로 하는 방식)은 개인의 안위와 골동에 대한 기호의 소산이며,

지조나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선비 기질과 판연히 다르다...

그의 인물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시니시즘(냉소주의)으로,

인생에 대해서는 아이러니(반어와 모순)로,

대인 관계는 페이소스(동정과 연민)로 대처해 나간다.

그들은 발전하는 역사를 믿지 않은 것이다.(김현, 김윤식)

 

그의 퇴영적 골동 취미는 비극적 현실을 확인하고 증거하는 감수성이요,

효과적인 소설적 방편이다.

직접적인 고발이나 반항이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암울한 1930년대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서

일제 통치의 야만성을 들추어내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상실하였는가를 증거하기 위하여 옛것에 매달리는 것은 훌륭한 전략일 수 있다.(이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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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소래섭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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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가 교과서에 실린 것은 2002년 개정된 교과서부터이다.

그 이전 1987년 해금이 되기는 하였지만, 교과서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여승'이 교과서에 실렸고,

그의 시집에서 '국수',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여우난 곬족',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등은

읽는 일 만으로도 힐링되게 하는 짜릿한 맛이 있는 시들이다.

 

달콤한 연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백석의 시편들을 읽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달밤에 참지 못하고,

'요기요'를 너무 눌러서 '배달의 민족'임을 확인함으로써,

아랫배가 몽글몽글 볼록하게 나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구수한 음식 내음새와,

추억에 잠긴 어린 시절의 조금은 쌀쌀한 기억과,

조금 쓸쓸하고 외롭고 서늘한 기분에 잠기게 된다.

 

그이의 평안도 사투리나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말들 조차도,

조곤조곤 도란도란 들려주는 시골 할머니 말투 같아서,

그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

그 낡은 빛깔의 누런 앨범의 한 페이지를 만나는 기쁨같은 것이 그득 밀려든다.

 

요즘 안도현의 평전도 나왔더라마는,

이 책으로도 충분히 백석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평전이 가지기 쉬운

삶의 곁가지들에 대한 묘사에 대한 지루한 고증을 이 책은 과감히 생략해 주신다.

 

물론 그의 여성 편력이 설명되긴 하지만, 그것은 가볍게 터치하는 정도이고,

그의 시들에 대한 아름다운 설명들에 푹 빠져 매료될 법 하다.

 

고야古夜/ 백석 

 

아배는 타관 가서 오지 않고 비탈 외따른 집에 엄매와 나와 단둘이서 누가 죽이는 듯이 무서운 밤 집뒤로는 어늬 골짜기에서 소를 잡어먹는 노나리꾼들이 도적놈들같이 쿵쿵거리며 다닌다

 

날기멍석을 져간다는 닭보는 할미를 차 굴린다는 땅아래 고래 같은 기와집에는 언제나 니차떡에 청밀에 은금보화가 그득하다는 외발 가진 조마구 뒷어늬메도 조마구네 나라가 있어서 오줌누러 깨는 재밤 머리맡의 문살에 대인 유리창으로 조마구 군병의 새까만 대가리 새까만 눈알이 들여다보는 때 나는 이불속에 자즈러붙어 숨도 쉬지 못한다

 

또 이러한 밤 같은 때 시집갈 처녀 막내고무가 고개너머 큰집으로 치장감을 가지고 와서 엄매와 둘이 소기름에 쌍심지의 불을 밝히고 밤이 들도록 바느질을 하는 밤 같은 때 나는 아릇목의 삿귀를 들고 쇠든밤을 내여 다람쥐처럼 밝어먹고 은행여름을 인두 불에 구어도 먹고 그러다는 이불 우에서 광대넘이를 뒤이고 또 누어 굴면서 엄매에게 웃목에 두른 평풍의 새빨간 천두의 이야기를 듣기고 하고 고무더러는 밝는 날 멀리는 못 난다는 뫼추라기를 잡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내일같이 명절날인 밤은 부엌에 쩨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끊고 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무르며 흰가루손이 되여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

 

섣달에 냅일날이 들어서 냅일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쌔하얀 할미귀신의 눈귀신도 냅일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히 녀기며 엄매와 나는 앙궁 우에 떡돌 우에 곱새담 우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세기물을 냅일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두고는 해를 묵여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해도 갑피기를 앓어도 먹을 물이다

 

 

경성의 모던 뽀이~의 대표 인사로 잘 생긴 백석.

 

 

 

 오죽하면 수능 언어영역의 사진에 대한 비문학 지문 이미지로 백석을 활용했을라구.

우리 수능 언어팀의 노 팀장님이 백석 팬인 모양이다.

 

이 책은 긴 시간 지루하게 백석을 만나지 않고도,

그의 인생 역정과 그 시대,

그리고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딱 맞춤한 책이다.

 

백석의 시를 닮은 식빵이 있다.

빠리바게뜨에 가면 하얗게 기다란 식빵이 있는데,

그 맛은 어떤 자기만의 맛을 주장하지 않는 겸손한 맛인데,

그것이 그 식빵의 매력이다.

그래서 기품이 있어 보이고,

도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어서,

오히려 어떤 차와도 잘 어울리는 조화로운 맛이랄까.

뜯어지는 느낌도 아주 부드러워서 폭신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이 빵은 백석의 말로 하자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맛'이다.

 

 

 

백석의 시들이 그렇다.

 

어디까지든지 일류의 풍모를 잃지 아니한 한 권의 시집을

그는 실로 한 개의 포탄을 던지는 것처럼 새해 첫머리에 시단에 내던졌다(김기림, 66)

 

이렇게 놀라운 시집이었는데, 그것이 금기로 되었던 시대가 참 아쉬웁다.

그렇지만 뒤늦게나마, 백석의 시를 만나서 이렇게 풍미할 수 있음이 또 다행이다.

 

그의 마음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다양한 것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즐겁고 편안한 세계(79)

 

일제 강점기, 그의 시대는 조화롭지 못하고 냉혹한 시대였기에,

그의 시들이 담고 있는 포근한 동홧속 세계는 아름다우면서도 애잔한 것이다.

 

하나의 통합된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여우난 곬족'의 '무이징게국'입니다.

국이 끓고 있는 모습은 이 작품에 제시된 모든 장면들에 대한 상징과도 같습니다.

한국 음식 문화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국'은 다양한 재료들이

끓는 물의 열기 속에서 하나로 녹아들어야 맛이 나는 음식입니다.

이 작품의 무이징게국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면서 맛있는 냄새를 풍깁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는 것은 갖가지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려졌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그런 냄새를 맡을 때마다 인간은 즐겁고 편안해집니다.(87)

 

이 책은 '참고서'보다는 맛갈나게 설명하면서도,

'평전'보다는 간결하고 명쾌하게 백석을 접하게 한다.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도 맛난 음식 같은데, 아쉽게 아쉽게 이 책을 넘길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게 음식을 즐기는 법이다.

푸지게 많은 음식을 앞에 두면, 질리기 십상.

 

다만 한 사람 목이 긴 시인은 안다

'도스도이에프스키'며 '조이스'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일등 가는 소설도 쓰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듯이 어드근한 방 안에 굴러 게으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 풍속을

사랑하는 어린것에게 엿 한 가락을 아끼고 위하는 아내에겐 해진 옷을 입히면서도

마음이 가난한 낯설은 사람에게 수백 냥 돈을 거저 주는 그 인정을 그리고 또 그 말을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는 크나큰 그 말을(104, 허준, 부분)

 

노천명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

백석 오빠를 위한 시였다니...

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의 시는 슬프지만은 않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넋 하나를 얻는다...

친구 허준에게 바치는 글에서 이런 멋진 구절을 얻는다.

그래. 사람에게는 넋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넋의 소통이지, 몸이나 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넋의 소통이 가로막히면, 세상이 다 싫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18)

 

그의 나타샤는 손에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한 같은 거였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148)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인터넷을 검색해 볼 지어다. ㅋ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175, 흰 바람벽이 있어)

 

이런 시어를 마음 속에 궁글리는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스산하랴.

그렇지만, 또 그런 시인이 아니었던들,

그 시대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이들은 또 얼마나 답답해 했으랴.

 

정지용의 시에는 명편이 주는 눈부심이 있어요.

명장이 수려하게 빚어낸 단아하고도 견고한 미학이

근대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경험되어야 할 세계이지요.

그런데 정지용에게 가장 빈곤한 부분이 바로 백석의 득의의 영역입니다.

그게 좀 감각적으로 말씀드리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게 없다는 겁니다.

 

백석의 후기 거의 모든 시편이 명장이 빚은 아름다운 수공예품이라는 생각은 안 들 정도로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그 사람의 삶의 진정성을 전해 주는 놀라운 힘이 담겨 있어요.

그게 정치적 삶도

미학적 삶도 아닌,

일상적인 삶까지 다 전해 오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서정주에게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급 텍스트로서 놀라운 대중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유성호, 좌담 중)

 

백석의 시를 어떠한 한 마디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유성호가 정지용을, 서정주를 이렇게 잔뜩 칭찬한 다음에,

그들에게 없는 것들을 가진 백석이라고 비교우위를 설명함으로써,

최상의 칭찬을 바치는 표현 역시 멋지다.

 

이 책은 얇지만, 결코 그 기품까지 얕지는 않다.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179)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역시 백석을 극찬하는 것은 이런 이유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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