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시 읽기 1 나라말 중학생 문고
배창환 엮음 / 나라말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간고사 마치면, 아들에게 이 시집을 선물해 주겠다.

그리고 날마다 날마다 아들에게 시를 읽어 주겠다.

수업 시간에도 아이들에게 시 한편씩 읽어 주겠다.


시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이 얼마나 따스한 일이고, 얼마나 꼿꼿한 일인지를 가르치는 국어 선생이 되겠다.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공부만 잘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아들에게 가르치는 아버지가 되겠다.


이 책은 학생 시와 시인의 작품이 어우러진 좋은 책이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 어른들에게 시는 분석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주제별로 세상을 만나고 세상을 느끼게 하는 한세상임을 보여주는 책이다.


남들도 이 책 사서 아이들과 같이 많이 보면 좋겠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내 동생/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불여갔다. /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 야, 너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 나는 구구단이 밉다.


민담 3 - 과장님 먹을 쌀 / 류근삼

시골 버스 삼백리 길/덜커덩거리며/과장으로 승진한 아들네 집에/쌀 한 가마/입석 버스에 실었것다.//

읍내 근처만 와도/사람 북적거린다./뚱뚱한 할매/울 엄마 닮은 할매/ 커다란 엉덩이 쌀가마 위에/ 자리 삼아 앉았것다.//

“이눔우 할미 좀 보소. / 울아들 과장님 먹을 쌀가마이 우에/ 여자 엉덩이 얹노? 더럽구로!”/ 하며 펄쩍 하였것다.

“아따 별난 할망구 보소./ 좀 앉으마 어떠노./ 차도 비잡은데.../ 내 궁딩이는/ 과장 서이 낳은 궁딩이다.”

버스 안이 와그르르/ 한바탕 하하하.../ 사람 사는 재미가/ 이런 것이렸것다.


눈을 감는 사람들/ 박희경

사람들의 몸이 고정되고/ 입구 열리는 소리에/ 앞으로 집중되는 시선들//

새하얀 머리에/ 굽은 허리가,/ 그 허리가/ 힘겹게 올라온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서/ 스스로 장님이 된다./ 마음을 닫는다.//

흔들리는 버스에/ 서리내린 머리가/ 구부정한 허리가/ 박자를 맞춘다./ 애처롭던 몸뚱이가/ 내려진 후에//

겨울잠 깬/ 개구리처럼/ 차 안엔 생기가 가득.//

그러나 그때/ 마음 한구석에선/ 응어리가 맺힌다.// ‘내가 왜 그랬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더스 다이제스트 같은 책에 보면, 우리말 실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거기 실린 용어들은 이젠 거의 쓰이지 않는 낱말들이어서 뜻이 헷갈리거나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연히 국어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되어 남들보다는 우리말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말에 대해서 깊숙하게 알지 못해 늘 부담스레 생각했다.

이런 책들을 들여다 보노라면, 전혀 쓰지 않는 말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몇 장을 넘겨 보기 힘들게 했기 때문에 몇 번의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 책은 몇 주를 들여서 차근차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주제별로 단어들을 묶어 두었다는 점이다.

크게 다섯 장으로 되어 있고, 우주와 자연, 생물과 사물, 사람과 사회, 경제 활동, 일상 생활과 문화에 얽힌 단어들을 적고 풀이하고 예를 들어 두었다. 여줄가리라고 해서 첨가한 단어도 있다.

먹을거리와 마실거리, 혼인과 성 풍속... 이런 항목별로 이뤄져 있어서 뒤적거리며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우리말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창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책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것이다. 앞으로 더 발전된 우리말 서적의 출발점이 될 듯 하다.

한국어 능력시험에 나왔다는 다음 문제. 문제다. 우리말 시험이기 보다는 한자 시험에 가깝다.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   > 표시한 낱말과 바꿔쓸 수 없는 것은?
발매된 지 두 달 만에 200만장을 돌파함으로써 이 가수의 앨범은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게 되었다.
1. 공전(空前)의 2. 불후의 3. 미증유의 4. 전무후무한 5. 전인미답의...

이 문제의 정답률은 24.9%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은 한자말들이지 우리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임엔 틀림없다.

정답은 무엇일까요? ㅋㅋ

아래는 내가 갈무리해둔 낱말들이다.

 

 갓밝이 : 막 밝아진 때.

 닻별 : 카시오페이아가 닻처럼 생겼다는 말

 올제 : 來日의 순 우리말

 비거스렁이 : 비 갠 뒤의 시원한 때

 자드락비 :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

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

 높새 : 북동풍

 된바람 : 북풍, 마파람 : 남풍, 하늬바람 : 서풍

 소소리바람 : 이른 봄 살 속을 기어드는 듯 맵고 찬 바람

 매지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

 감탕 : 갖풀에 송진을 넣고 끓인 끈끈한 풀, 또는 물과 함께 짓이겨 곤죽같이 된 진흙. 비온 뒤 질게 된 땅을 감탕밭, 음탕한 잠자리를 경멸하는 말로 감탕질이 있다.

 너덜겅 : 돌이 많이 깔린 비

 둔치 : 강, 호수 등 물가의 가장자리나 둔덕진 곳

 못동 : 파들어가던 구덩이에 갑자기 나타난 딴딴한 부분

 후미 : 산길이나 물가의 굽어서 휘어진 곳, 굽돌이. ‘무서울 정도로 깊숙하고 쓸쓸한 장소’를 후미지다고 한다.

 해미 : 바다 위의 짙은 안개

 우금 : 시냇물이 급히 흐르는 가파르고 좁은 산골짜기

 고샅 : 마을의 좁은 골목

 고도리 : 고등어 새끼(개호주 - 호랑이, 꺼병이 - 꿩, 노가기 - 명태, 간자미 - 가오리, 껄떼기 - 농어, 꽝다리 - 조기, 능소니 - 곰)

 송치 : 엄마 뱃속의 송아지

 숨탄것 : 가축을 그 생명을 소중히 여겨 이르는 말. 생명을 가진 동물의 통칭

 가라말 : 흑마

 매구 :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하여 된다는 짐승

 부룩송아지 : 아직 길들이지 않은 송아지

 비게질 : 마소가 가려워 몸을 비비는 일

 부등깃 : 다 자라지 못한 연한 깃

 비루 : 개나 말의 털 빠지는 피부병

 우듬지 :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 ‘나무초리’는 나무줄기의 뾰족한 끝

 희나리 : 덜마른 생나무 상태의 장작

 사개 : 상자 따위를 네 모를 요철로 만들어 서로 어긋물려 꽉 끼워지게 된 짜임새, 사개가 맞다. 사개가 어긋나다.

 살피 : 경계선을 나타낸 표, 물건과 물건 사이를 구별지은 표

 터무니 : 터를 잡은 자취, 정당한 근거나 이유

 곡두 : 눈 앞에 없는 사람이나 물건의 모습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 곡두 인생

 나비물 : 가로로 쫙 펴지게 끼얹는 물

 비나리 : 앞길의 행복을 비는 일

 꽃잠 : 신랑 신부가 처음 함께 자는 잠

 갈매 : 짙은 초록빛

 적바림 : 기록

 속긋 : 덮어가며 연습할 수 있도록 가늘고 희미하게 그려주는 획

 대줄가리 : 일의 골자, 핵심

 여줄가리 : 중요한 일에 딸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 액세서리 accessory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승주나무 2006-09-26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밝이' 매우 예쁘고 간결한 이름이군요. 저도 '서캐훑이(구석구석 빗질하듯 찾아내다는 뜻)'나 '어깃장('너스레'와 혼동되는 말로 괜히 신경질내는 짓, '어기대다'가 기본형임. 예) 여칭 : 난 산이 좋은대 넌 어디가 좋아, 남칭 : 좋든 말든..흥!!)'이란 말을 각별히 아낀답니다.

글샘 2006-09-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말이 자꾸 사라지고 정체를 모를 말들에 싸여 사는 데 대해 반성할 일입니다.
 
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국어의 차이는 상상 이상이다.

고등학교 입학하면 일주일 있다가 바로 모의고사를 친다.
학교 실정을 잘 모르는 부모들은 학원 보내서 배치고사를 잘 치게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 배치고사는 중요하지 않다.

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은 3월 둘째주에 치는 첫 모의고사다.
(중학생들은 그런 게 없으므로 4월 말에 치는 중간고사가 가장 중요하다.)

중학교까지는 교과서를 가르친 데서 국어 문제를 출제하지만,
고등학교의 첫 모의고사부터는 수능식 문제들을 출제하기 때문에, 중학교 교과서에선 그닥 많이 출제하지 않는다.

자기 실력이 바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좌절하기 쉽다.
중학교 시절까지 국어 점수가 좋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와서 국어 시험에 좌절하는 첫 경험.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아이들을 슬프게 만든다.
그리고 국어 모의고사에 부담을 잔뜩 갖게 된다.

자꾸 읽히는 길밖에 없다.
이 책도 중고등학생에게 읽힐 좋은 교재다.

고등학생용 읽기 교재는 따로 없다. 이런 책들에서부터 시작해서 확산적인 글읽기로 가게 해야한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려면, 첫단추를 잘 꿰어 주는 게 중요하다.

아, 이런 글을 쓰면서도, 우리 아들은 참 글 안 읽는다, 못 읽혔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제 이 책을 사 뒀으니 같이 읽는 아빠가 되어야겠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홋! 2006-05-2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처음에는 괜찮다가 나중에 자신감 팍 상실하는 경우도 많아요ㅎㅎ
정말 중학교 때 부터 저정도 수준의 책만 좀 읽어뒀어도 진짜 좋을 뻔 했네요:)

글샘 2006-05-2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너무 자극적인 것이 많은 세상입니다.
책보다 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을 유혹하지요.
그렇지만 아직은 책보다 깊은 세상이 없는 듯합니다. 고3어린이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중학교 2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초딩들의 글을 평가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고딩 애들에 비해서 정말 실제적이다.
모든 글감이 실생활에서 나온다.

중학교 1학년의 글까지는 좀 유치하고, 생활글의 특성이 강한데,
중2부터는 애들 글이 정말 저질스러워진다.

그 이유는 개념을 자꾸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중2부터 <개념적 사고>의 폭이 깊어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고등학생들이 논술을 잘 하고 싶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읽기 지도는 쉽지 않다.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중2 우리말 우리글 정보면 논술의 시작으로 아주 좋은 교재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수준을 잘 읽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만든 대안 교과서는 수업 시간에 쓰기엔 좀 비싸지만,

애들 학원비에 비하면 껌값이다.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2학년까지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학교 1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 교사용 지도서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이런 책들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사 줘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선 동화가 많이 실려 있지만,
중학교 국어 교과서부터는 소설이 실려 있고,
생활 국어라는 책에서 <문법>의 기초를 닦는다.

아이들에 한국어에 대해서는 네이티브 스피커기 때문에 문법 용어만 빼면 어려워하지 않지만,
문제집만 풀어서는 국어를 잘할 수 없다.

읽을거리가 빈약한 중학생들에게 읽기의 기초를 심어줄 수 있다.

문제집은 시험치기 전에나 읽어보게 하고,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