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나들이 - 쓰면서도 잘 모르는 생활 속
MBC 아나운서국 우리말팀 엮음 / 시대의창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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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mbc 아나운서국의 우리말 팀에서 만든 책이다. '우리말 나들이'는 spot으로 5시 30분 경에 1분 정도 간단하게 방송하는 일종의 우리말 사랑하고 잘 알고 쓰기 캠페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용이다 보니, 이야기들이 짧고 예를 잘 들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책들의 단점일 수도 있는, 잘 안 쓰는 말들을 열심히 설명하는 일이 적고,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면서도 정확하게 쓰지 못했던 사례들을 잘 들어 두고 있다.

아쉬움이라면 마지막에 찾아보기를 덧붙였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을 내 보기도 했다.
그만큼 옆에 두고 자주 찾아보고 싶은 책이랄까?

이번 기말고사에 buzzer를 어떻게 쓸까 시험에 냈더니, 감독갔던 샘들이 참 궁금해 한다. 부저가 틀린 표기기 때문이다. 영어샘이 물어보기에, 그걸 영어로 어떻게 읽냐고 했더니 [버저]란다. 그게 답이다.

이 책에서 '누적'과 '축적'의 차이도 배웠다. '누적'은 포개져 여러번 쌓이는 걸 뜻하는 말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쌓이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피로와 불만은 누적되는 것. '축적'은 지식, 경험, 자금 따위를 모아서 쌓는 것으로 의지를 가지고 모으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부가 축적되고 경험이 축적된다.

전기세를 낸다고 많이 쓰는데, '-세'는 국가에서 징수하는 조세에 쓴다. 자동차세, 주민세가 그런 거고, 수고를 끼치거나 사물을 사용, 관람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요금으로 쓴다. 가스 요금, 전기 요금, 수도 요금.

스라소니가 부스스해서 으스스하다. 시라소니가 부시시해서 으시시하다.라고 많이 쓰는데 앞의 것이 옳다.

그 아이는 천상 여자다. 천상은 틀렸다. 천생이 맞다.

결과가 다르게 되어 억울하게 느껴지는 경우 '엄한' 사람 잡지 마라고 한다. 옳은 표기는 <애먼 사람>이다. 엄한에는 엄격하다는 뜻밖에 없다.

늦장과 늑장, 어떤 것이 옳을까? 복수 표준어라 둘 다 맞다.

야멸차게 떠나간 당신. 야멸차게가 아니라 야멸치게란다.

8.15 해방을 피동적이라고 광복이라고 쓰자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광복은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는데, 조선시대 전제군주를 되돌려오긴 싫다.

동심초라는 노래에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이런 구절이 있는데, 한갓되다의 뜻은 '겨우 하찮은 것밖에 안 되다'란 뜻이다. 헛되다는 뜻이다.

해쓱하다, 핼쓱하다. 뭐가 바른말일까? 핼쑥하다.가 맞다.

내가 보고 싶을 땐 두 눈을 꼭 감고 나즈막히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정미조의 노래였는데, 나즈막히가 아니라 나지막히가 옳다.

사전에서 살려 쓰고 싶은 말 중에 <꽃등>이란 말이 맘에 든다. '처음'이란 뜻인데, 꽃등으로 돌아간다, 꽃등에 길러준 주인 처럼 쓴단다.

우리말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운 것이 또 우리말이다. 그래도 요즘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틈틈이 공부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처럼 국어로 먹고 사는 사람 말고라도 우리말로 살지 아니하는 사람 없으니, 이런 책들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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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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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도저한(깊고 철저한) 생각들을 글로, 그림으로 잘 표현하였다.

일반 한국어 화자들도 간혹 헷갈리는 말들이 있긴 하겠지만, 번역을 한다거나 저술을 하는 사람, 문학가연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꼭 움켜쥐고 생각의 밑바닥을 훑고 다니는 것도 필요하겠다. 나처럼 국어를 가지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어서 이런 책들이 즐겁게 읽히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 책을 얼마나 곰곰 따져가며 읽을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겉과 밖은 구별하기 쉽다. 겉은 표면이고 밖은 외부니깐, 그럼 속과 안은 쉬울까? 쉽지 않다. 터널은 일직선의 한 지점이기도 하지만, 양쪽이 트인 특정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동굴은 터널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터널 속으로... 같은 예를 들었지만, 그 터널 안에서 일어난 교통 사고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유사한 영어 어휘들의 쓰임이 어떻게 다른지는 사전에도 잘 실려 있다. 일본어 사전에도 그런 용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유독 우리말 사전에서는 이런 차이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사전이 뒤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연구들을 기반으로 우리 사전에도 헷갈리는 말들을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용례를 실어주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머릿속에서 금이 그어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이기 쉬운 언어들을 그래프로 그리고 그림으로 드러내어 설명하려는 의도는 신선함이 넘치고 저자들의 앞으로의 활동이 얼마나 장래성있는 것인지를 보장해준다.

데우다와 덥히다를 설명하는 온도계라든가, 뽑다와 고르다의 선택 등의 그림이 없었다면 글자만으로 이해하기 참 어려웠을 것인데, 적절한 그림이 문장 뺨치는 것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좋은 책인데, 더 발전을 바라는 뜻으로 별 하나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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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11-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다시 글남길게요..
읽어야지~했던 책이거든요..^^;

글샘 2006-11-3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재미없는 책입니다. 작가들은 오래오래 생각했던 것을 너무 와장창 쏟아부으려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치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 주더군요.
 
국어시간에 소설읽기 2 나라말 중학생 문고
성하성 외 엮음 / 나라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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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학생 수준에 맞는 소설이란 것은 없다. 중학생 무렵이면 여학생과 남학생, 성장이 빠르고 느림의 차이에 따라 개인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성인 소설을 접해도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아직 동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이도 있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는 우리 형과 독후감 숙제다. 우리 형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한 작품이고, 독후감 숙제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가난이 주는 비참함을 보여주는 한국판 라임오렌지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에 싣는다면 우리 형이 좀더 무난하고, 내 욕심으론 만화와 어울린 독후감 숙제가 더 강추다.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은 별 넷 정도의 소설이라 생각한다. 아홉 살 인생이 어른이 보기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는 나이지만, 이 책에선 '꿈을 따는 아이'와 '꾸물대는 아이' 정도의 간극이 보이기 때문이다.

임정아의 버들강아지는 선생님의 마음을 잘 나타냈는데, 교사와 아이들 사이가 얼마만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은 지나치게 윤리적인 면이 강조된 듯.

정호승의 항아리는 오줌독이 종의 울림통(음관)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인생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고, 재미있으며 짧은 이야기들이다.

시튼 동물기의 백미 이리왕 로보도 재미있다.

책 안 읽는 아들에게 어젯 밤에 독후감 숙제를 읽어 주다가 제비역까지 반쯤 읽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아들 녀석과 도란도란 책을 읽으며 - 제가 읽을 때, 나는 제 등을 긁고 있다. - 잠드는 밤은 행복했다.(피곤한 아내는 마루에서 드르렁거리며 잘 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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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읽기 1 나라말 중학생 문고
김은형 엮음 / 나라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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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동화를 위주로 짜여져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다 중학교에 오르면 성인용 소설과 고전 소설을 교과서에 실어서 그 압박이 만만치 않다.

중1때 이미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운운하는 홍길동전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 수록하는 작가들도 <중립적>인 사람들의 작품에 한정한다.

중립적이라 함은 순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일본의 식민지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한 명도 훈장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억압받던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남한에서는 계급 문학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순수 문학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홍구 선생이 그랬던가. 일본의 극우는 한국의 극우보다 훨씬 낫다고.
일본의 극우는 전쟁을 하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든 일관되게 일본의 이익을 외치는데,
한국의 극우는 카멜레온처럼 친일파, 친소파, 친미파로 변신을 일삼으니 말이다.

그래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가들 - 염상섭, 박완서, 이청준 같은 사람들의 글은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지 않다.

고교 교과서에 실린 염상섭의 삼대는 부자 삼대가 돈과 여자에 얽힌 애증을 그리는 추잡한 일제시대 지주들의 이야기다. 이게 무슨 순수문학인가. 그리고 이청준의 눈길도 의문으로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지루할 뿐, 감동적이지 못하다.

중학교 교과서의 옥상의 민들레꽃 같은 작품도, 어른들의 추악함을 도식적으로 드러낸 박완서의 작품인데, 비판적인 체 하면서 조선일보와 궁합이 잘 맞는 작가의 작품이다.

하긴, 친일파 서정주를 남한 최고의 시인으로 치는 눈알들로서는 제대로 된 소설을 아이들에게 권해줄 염이 나지 않겠지만...

이 책의 힘은, 좋은 글들은 전파력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는 국어 교과서가 국정의 사슬에서 풀리게 된다. 그러면 또 여기서 많은 글들이 교과서에 수록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순수한 마음의 소중함, 그 순수는 가치 중립적인 '증류수'의 시각이 아닌, 가난하고 뒤틀리고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을 순수한 눈과 마음으로 기록한 이런 작품들을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아홉살 인생의 시점인 것이다.

박완서같은 할머니의 글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바가 많다. 이청준의 먼산바라기는 아이들의 뜨거운 심장을 표현할 수가 도저히 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울린다. 성장 소설들. 그 좋은 작품들을 외면하고 <보수>도 안 되는 수구 꼴통들의 극우의 시선이 사로잡고 있는 교과서 놀음에서 이젠 벗어나야 할 때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이 책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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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1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우리 학교 1학년 필독도서로, 읽고 나서 나중에 시험도 보는데요...하긴 애들은 무지 지루해하더라구요.

혜덕화 2006-10-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1인 우리 딸에게 읽혀야겠군요. 8살 남자 아이들이랑 축구하는 황당한 아이라 차분히 읽을지 모르겠지만^^

글샘 2006-10-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삼대 안 읽어 보셨죠? 함 읽어 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런 소설이고 저속한 소설인지... 애들한테 읽힐 게 따로 있지.
혜덕화님... 이야기가 너무 짧을 정도로 간단간단해서 중1 정도면 충분히 읽을 겁니다. 축구하는 아이도 감성은 살아 있거든요. ㅎㅎㅎ

잘잘라 2008-02-0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글을 읽으니까 저의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생각납니다.
키가 큰 여자선생님이었는데 큰 키에 늘 치마를 입으셨던 기억이 나구요.
무슨 일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늘 그분이 '공평한 선생님' 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국어시간을 아주 좋아했구요^^ 당시엔 20대 미혼이셨는데 지금쯤 자녀를 대학에 보내실 때쯤 되지 않으실까 싶어요. 뵙고싶네요.^^
 
국어시간에 시 읽기 2 나라말 중학생 문고
이명주 엮음 / 나라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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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시 읽기 1권을 읽은 느낌은 참 밝았다. 선생님이 이렇게 시에 대해서 마음을 먹고 가르쳐야 하는구나 하고.

2권도 내쳐 읽었는데, 이 책은 좀 구태를 벗지 못한 느낌이다.

교사들의 착잡한 심정이나 교육의 굴레에 대해서 적은 글들, 아이들이 좌절하는 마음으로 적은 글들을 보면서, 0양이 죽은 지 20년이 지났건만 아이들을 옭죄는 올가미는 더 굵어지고 더 튼튼해진 느낌이다.

교사로써 부끄러움을 많이 갖게 하는 시집이다.

이 책은 수업 활용 면 보다는 교사들에게 더 감동을 줄 듯 하다.

요즘 아이들의 사회 의식이란 것이 정말 보잘 것 없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상처받는 가슴> 같은 작품은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는 글이다.

상처받는 가슴/ 강진영

엄마 아빠 싸울 때/ 아빠 말씀은// 하나하나 가시되어/ 엄마 가슴 찌르고,// 아빠 엄마 싸울 때/ 엄마 말씀은// 하나하나 바늘되어/ 아빠 가슴 찌르고// 그러나 아무도 모를 거야.// 아빠 가시, 엄마 바늘/ 우리 가슴 찌르는 것을.

안도현의 <애기 똥풀>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시다.

나 서른 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김수영, 문병란의 글들은 언제나 가슴을 쿡 찌르고, 도종환이 되고 싶던 선생은 바로 내가 되고 싶던 선생이고, 그가 되어 버린 교사는 내가 서 있는 모습 그대로의 비겁한 모습이다.

빗방울 하나가 5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강은교의 이 시는 읽기만 하여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소리만으로도 풍족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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