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있다 2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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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어 교사이기에, 아이들이 간혹 편지를 보내거나 메일을 보낼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이거다. "국어 선생님께 글을 쓰려니, 맞춤법 같은 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

그만큼 국어 교사는 맞춤법 같은 형식적인 틀을 강조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은 아주 특이한 언어다.
중국 문화권에서 발달한 말이지만, 중국어와 발음, 낱말이 전혀 다르고, 전혀 다른 언어이며,
우리말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와도 게르만어(영어, 불어, 독어)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어느 말에도 없는 <맞춤법>이란 것이 있다는 점이다.
<한글 맞춤법>은 1989년 공포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데, 그 규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거나, 그 시험에 대비하는 사람 정도...

이 규칙은 식민지 시대의 국어 <생존>을 위한 투쟁적 의미에서의 <애국심>이 과도하게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중흥시킬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국어 교사로서 좀 이상한 발상일는지 몰라도, 한글 맞춤법의 존재와 일반 언중의 <표기> 사이엔 모두에서 쓴 것처럼 <교양있는 사람이 못됨으로서 느끼는 께름칙한 부담감>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한글 맞춤법은 어렵다.
그 원칙이 <소리나는 대로>와 <어법에 맞게>의 두 가지라서 소리나는 대로 쓰자니 어법이 울고, 어법을 따지자니 소리가 우는 현상에서 필자들은 갈등하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 규정 안에서도 <끼어들다>와 <끼여들다>가 혼동되어 쓰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웃기는 <자장>이시다.

둘째, 한글 맞춤법은 교육되지 않고 있다.
초등 1,2학년에서 받아쓰기를 통해 철자법을 익히지만, 그 이후로는 체계적인 문법 교육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수능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찍기 시험에 문법은 사족이 되어 버린 현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부록으로 맞춤법을 실어 두었지만, 전국의 어느 선생님이 이 부분을 가르치는지 난 늘 궁금하다.(내가 본 선생님들은 누구도 이 부록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표준어>에 대한 글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표준어는 통일과 분리, 우월, 준거의 기능 등이 있다. 표준어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란 코걸이, 귀걸이 식의 사정(ㅋㅋ 심사해서 정하는 걸 사정이란다. 그냥 정하는 원칙이라 쓰지.) 원칙도 애매모호, 아리까리, 갸우뚱 하게 하지만,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쓰되, 어법에 맞게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아는 성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셋째, 한글 맞춤법이 헷갈릴 때(헛갈릴 때는 틀린 말) 어떻게 할지 가르치지 않는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어떻게 하는지 누구나 안다. 영어 사전을 찾아 본다. 영어에 맞춤법이란 없다. 영국과 미국은 좀 다르다. 그래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 지하철이 서브웨이든 언더그라운드든 튜브든 잘만 간다.
영어 단어는 무조건 띄어쓰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고, 철자는 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말은 단어를 무조건 띄어쓰지 않고, 조사나 어미는 붙여 쓰는 어려움이 있고,
영어는 동사가 별로 활용하지 않지만, 국어는 그 활용태가 무한정이다. 참 어렵다.
국어 맞춤법도 어려울 땐, 사전을 참고하도록 적극 가르쳐야 한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집안 가까운 데 국어 사전 비치하시라.
아이들 공부방에, 국어 사전 꼭 필요하다. 국어 못하는 사람, 공부 못한다.

그럼, 한글 맞춤법을 어떻게 해야 자신있게 될까?
많은 학생들이 '논술'에 부딪히면 어법에 맞게 써야 되니까, 자신없는 질문을 한다.
한글 맞춤법 학습에 <정도>는 없다. <왕도>도 없다.
한글 맞춤법을 펴들고 읽을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다.(아마 그걸 읽다가는 맞춤법에 혐오감을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첫째, 국어 사전을 가까이 두고 궁금한 한자어, 뜻이 명확하지 않은 고유어, 철자가 헷갈리는 낱말 등은 열심히 찾아 보고 단어장을 만든다.(학생이라면 꼭 필요한 일)

둘째, 월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우리말 겨루기'의 우리말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언어에 대한 관심을 늘 갖는다. 내가 헷갈리는 말은 남도 헷갈린다. 그러나 남이 틀릴 때, 나도 틀려도 좋다는 것 좀 억지아닐까?

셋째,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라 생각하고, <우리말>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는다.
초등학생 맞춤법과 관련된 책도 서점에 많고, 우리말에 얽힌 다양한 내용들이 요즘은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책들을 좀 읽어 줬으면 좋겠다.

넷째, 이건 학생들이나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문법에 좀 관심을 갖고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다른 책은 다 버려도, 문법책은 버리지 말았으면...(근디, 교육부에서 나온 문법책 사는 학교가 있기나 한 걸까?)

앞에서 말한대로 우리말은 <한글>이란 뛰어난 표기법을 창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시켜 표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버리고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단련하는 길만이 한국의 힘을 기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유익하다.
이 책의 장점은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어휘에 대한 설명이 간명하고, 고교 졸업 정도의 학력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두루 쓰는 예문의 선택이 탁월하다.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 준다면 좋을 책이다.

내가 아는 어떤 훌륭한 선생님은 국가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쓰면, 열심히 고치신다.
<교통사고 많은 곳>을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고친 곳이 많아졌다.
나부터 작은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좀 아쉬운 점,
71쪽의 두 번째 문단, (70-80년의 인생)... 에서 (1970-1980년의 인생)으로 좀 코믹하게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111쪽 예문이 맘에 안 든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안 치렀다(치르지 아니했다). 못 치렀다(치르지 못했다). 같은 문장은 말도 안 되는 글을 예문으로 적어서 국민 의식을 저하시키는 데 기여한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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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1-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퍼갑니다. 꾸벅

파란여우 2006-01-2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아녜요 뭐.
약식 논문 내지는 학회 보고서네 뭐...
말은 이렇게해도 퍼갑니다.^^

진주 2006-01-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과 나왔다고 말하기가 겁나는 것이 바로 저 맞춤법 때문이지요.
사전을 끼고 살라는 당부는 저랑 똑같네요.
띄어쓰기 헷갈리는 것도 사전만 보면 대부분 해결되지요.
잘 봤습니다.^^

글샘 2006-01-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한문 선생님도 맞춤법에 대해 부담스러우신 모양이군요. 잘 지내시죠?
여우님.. 오랜만이에요. 리뷰치곤 좀 얄궂게 글을 썼지요? 근데, 한국의 학회들은 저런 글 잘 못쓴답니다. 워낙 폐쇄적이라서...
진주님.. 국문과를 나오셨군요. 맞춤법 무서워하는 것은, 평민들이 <법> 앞에서 공평하게 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달팽이 2006-02-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못봤는데...
쌤 리뷰로 고만 됐군요....

글샘 2006-02-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아녜요... 이런 책은 수시로 읽어 두어야 맞춤법에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석란1 2006-05-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무심코 치매를 침해라고 써서 망신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한글을 잘써 볼라고 무척 애쓰고 있답니다. 맞춤법 뿐아니라 띄워쓰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글샘 2006-05-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 맞춤법은 사실 정말 어렵답니다. 한글 학자들은 한글이 제일 쉽다는 착각에 빠져있어서요.ㅠㅠ 반갑습니다.^^

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퍼갑니다, 두고두고 볼려구요~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 지피지기 1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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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남영신 선생을 좋아한다.
남영신 선생은 나와 한 가지 생각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글 맞춤법을 가르칠 필요 없고, 국어 사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 말이다.

내가 석사 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남영신 선생의 의견을 논문에 적었더니, 이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면서 빼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 교수라는 치들은 '교수'란 직함이 있어야 학자고, 그 외엔 무지렁이 취급을 하는 단점이 있다.

남영신 선생은 ---학을 전공하고 박사를 딴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크신 분이다.
무작정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한글 맞춤법을 제정해 두고,
이거 안 지키면 <바보> 내지는 <애국자가 아닌>사람, 또는 <교양없는> 사람 취급하는 <법>정신이 문제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말이다.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남영신 선생은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글을 그닥 어렵게 쓰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 제목이 <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였다.
한국어의 현주소가 <맥없고 휘청거리며 비틀거리는> 모습임을 우려한 글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한국어를 <힘차고 주체성있는> 오롯한 우리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글이기도 하다.

한자를 무작정 많이 배워야 한다는 데, 남영신 선생은 적극 반대한다.
우리가 한자어 때문에 쉽사리 익히지 못하는 말도 많고, 한자어기 때문에 틀리게 쓰는 예도 많기 때문.
그렇다고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한자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자 칼럼을 비판하신 부분은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선일보는 제잘난 맛에 살지, 일반인들이 알 필요 없는 한자어를 교육적이라며 옮겨 대는 놈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이 말이다.
<우리가 외래어를 잘 가져다 쓰는 것은 지식인들의 의식 구조가 문제 해결적이지 않고 지식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자들은 얼마나 권위적 지식에 목매달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익혔거나, 생각해 볼만한 단어들

1. 육젓과 오젓 : 육젓은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으로 좋은 새우젓이고, 오젓은 오월에 잡은 새우(오사리)로 담근 젓이란다. 오사리 잡놈이란 이런 되지 못한 것들이 몰려 있다는 뜻이겠다.

2.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 못하다'. 어떤 것이 맞을까? '어줍다', '어줍잖다.' 무엇이 옳을까? 원래 말은 앞의 것이라는데, 그렇게 표현하니 왠지 허전해서 부정적인 '못하다'와 '않다'를 붙였다는 말씀.

3.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아바지, 축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런데 '축복'의 원 뜻은 <복을 빌다>는 뜻이란다. 그러므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는 써선 안되는 불경스런 낱말.

4. '독불장군으론 세상을 살 수 없다.' 고 쓰는 용례에서, '독불장군'을 생각해 보면,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상 살이에서 독불장군'이다.와 같이 써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말로 쓰면 좋겠다. '혼자서 장군이 될 순 없다'... 같이. 안전 사고(안전한 사고?), 피로 회복제(피로를 회복하는 약?)도 좀 우스운 말.

5. '좋은 시간 되세요' 와 같은 번역투 문장도 고쳐야 한다.

6. '파장'과 '파문'도 구분해서 써야하는 낱말이다. 파장은 전파나 음파의 한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주기를 나타낸 말이다. <파장이 길다>로 쓴다. 파문은 동심원으로 일어나는 물결이다. <파장을 던진다> <파장이 예상된다>는 <파문을 던지고 있다. 파문이 예상된다>로 고쳐야 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실상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늘상 갖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죄악>일 수 있다.

꾸준히 연마할 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말 바른말 고운말 찾아 쓰기 말이다.
텔레비전에서 <우리말 겨루기>란 코너가 있는데, 아들 녀석이 참 좋아한다.
가끔 내가 전혀 모르는 말도 등장하고, 띄어쓰기 같은 것은 나도 많이 틀리는 소재다.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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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는데요, 저도 요즘 도서관 잘 이용합니다..ㅎㅎ
 
한시가 있는 에세이 범우 사르비아 총서 406
정진권 지음 / 범우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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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의 한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고전의 길로 인도한 공이 크다.
쉽게 읽히지 않는 한시를, 말랑말랑한 자기 이야기들로 풀어내는 힘이 느껴졌다.

그 책을 생각하면서 이 글들을 읽자니 왠지 괜히 비교가 된다.

우선, 한시를 재미나고 읽고 싶도록 주제 순으로 배열하지 않고,
시대 순으로 배열을 잡으려 했던 것이 너무 교과서적이다.
교과서는 공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어서, 수능 일등들이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공부를 하는 독서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교과서식 편찬은 도서의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글들이 자기 생각을 담백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도입부의 이야기, 한시 풀이, 다시 이야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한시가 담고 있는 풍부한 서정, 한국인들이 풀어 낸 성정의 폭과 깊이를
현대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너무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이 책이 신뢰도를 얻기 어려운 가장 단점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오자가 눈에 띈다는 것.
공후인에서 공후를  篌箜(후공)이라고 표기한 것이라든지...(18쪽)
군대의 여군 상병이란 좀 어색한 설정이라든지...(274쪽)
국어 교사 출신이란 이력이 믿기지 않는 '설흔'이란 표기라든지... (237쪽)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맛볼 수 있었던 한시들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인데,
그 중 최해의 이사가는 풍경을 적어 본다.

 平生業已誤爲儒 어쩌다 잘못든 길, 선비란 게 되어서
是處謀身拙且疎 평생을 떠돌며 엉성하게 사네만,
莫怪遷居無物載 이삿짐 없다고 비웃지는 말게나.
聖賢經典尙盈車 성현의 경전이 수레 하나 가득하니...

멋지지 아니한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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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06-01-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한시네요. :) 근데 '서른'이란 표기가 잘못된 건가요?

코마개 2006-01-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맞는거 아닌가요? 서른살.

글샘 2006-01-0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실수입니다. 원래 책에는 '설흔'이라고 잘못 적혀 있거든요.
서른이 맞지요... 손이 저절로 올바른 자판을 두들겼나 봅니다.

2006-01-03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1-03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취향은 다를 수 있겠지요. 사람마다 다른 게 정상이니까요.
맘에 안 들어도 그렇다고 쓰는 것이 책 읽는 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생각나는대로 씁니다. 저 분들이 책 쓰실 때, 노심초사 하시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말입니다. ㅋㅋ
 
우리말의 수수께끼 -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
시정곤 외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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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 문화관광부에서 <국어기본법>이란 것을 만들려 했다. 공청회까지 열었는데, 나중에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그 요지는 국어 사용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외국어 사용에서 국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 외국어 학습은 특기가 아니라, 생활로 접어들어가고 있으며(유치원부터 초딩까지도 영어학습에 힘쓰는 걸 보면...) 너무 우리것만 소중한 것이라는 태도는 배타적 민족성을 강화할 소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자기 나라 말을 <국어>라고 말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뿐인데, 일본도 일본어로 바꾸려 한다는데 말이다. 우리도 당연히 한국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우리말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문자의 탄생, 이두 문자, 훈민정음, 철자법 등에 대해 네 명의 저자가 논의를 하고 있다. 레포트나 논문을 준비하면서 읽은 것이 아니라, 그저 국어 교사로서 관심사를 읽는다고 읽은 책으로는 재미없었다. 국어학에 대해서 너무 공부를 게을리해서 그런지 새로운 것도 많았지만, 이 책은 간단간단한 레포트 적기에 좋은 책인 듯 하다. 내가 논문 적을 때 미리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논문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로 일컬어지는 저속한 퇴폐적 상업주의 시대에 <국어학>이란 분야는 정말 장사 안 되는 분야다. 한문학에 정민 선생님이 계시듯이, 미학에 유홍준 교수가 계시듯이, 우리 인문학에도 이런 시도가 많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깊이있는 컨텐츠를 일반인들이 소화하기 쉬운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이 시대의 인문학도들이 해내야 할 일이다. '우리 나라에 <인물>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네가 <인물>이 되어라'던 도산 선생인가의 꾸짖음을 감당할 능력이 내게는 없음을 잘 알기에 석사 겨우 마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는 계속 공부하는 교사임을 나이가 들수록 깨닫기에 다시 게으른 나를 재우쳐본다. 박사 학위 가는 길은 내 몫이 아님을 알기에 나름대로 길을 찾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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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풍경들 - 고종석의 우리말 강좌
고종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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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좀 더 대중적인 글을 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종석의 생각은 상당히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말을 '국어'라는 국수주의적 용어로 부르는 것부터, 우린 일본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 일본도 자기 말을 일본어라는 객관적 용어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이 즈음, 우리도 우리말을 '한국어'라는 객관적인 사물로 바라 보아야 한다.

물론 한국어는 우리의 관념 문화의 최고봉이다. 쉽게 만들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쉽게 순화할 수도 없고 오염시킬 수도 없다. 문화가 뒤섞이면 저절로 오염되기 마련이고, 순수함을 외치던 사람들은 또라이 취급을 받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일부 과격분자의 말처럼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니 그다지 고민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언어에 우리는 너무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담아왔다. 우리말 지키기가 우리 민족 지키기였던 식민지 시절이 우리 역사에 있었던 것은 뼈저린 역사였다. 그러나, 아직도 그 감정에 머물러 있다면 소아병적 영웅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에 아주 짜증날 것이다. 국어를 십수년간 다루고 있는 나도 상당히 짜증났으니 말이다. 우리말의 언어를 다루는 너무 대다수의 학자들이 자료를 늘어 놓기만 하고 체계화하는 걸 우스이 여긴다. 하긴, 나도 능력이 안 되니 비판만 할 뿐, 그 체계화의 길에서는 완전히 멀어 졌지만. 이젠 좀 체계적인 문법을 기획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수십 년 전의 선배들의 밑바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잡다한 자료들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안타까움. 국수주의적 입장에서의 국어관의 고수.

세계의 십이삼위 정도 인구를 가진 우리말과, 자기 문학을 가진 우수한 말로써의 우리말을 널리 알리기엔 그닥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김진우의 언어처럼 원론적인 책이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할 것이다.

전에 신문에서 대할 때에도 지나치게 부담스런 부분이 많았는데, 그걸 책으로 묶어놓고 읽으라하니, 짜증이 벅벅났다. 이 여름에 만나기엔 별로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말의 특질을 좀더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우리말의 멋과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끼'가 고종석에게는 충분히 있음을 알기에 그에게 좀 과한 부탁을 하고 싶다. 문법 책과 잡문의 중간에 놓인 교재를 한 권 저술할 수 없겠는가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잡문 치고는 너무 어렵고, 문법 책으로는 너무 난삽하다. 정체성 없는 책인 것이다. 신문에 실린 글들의 한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신문에 실리기엔 너무 복잡다단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다.

좀 더 비유를 섞고, 재미난 이야기들에 녹여내서 2편을 기획해 주면 정말 고맙겠다.  '엄마'에겐 있는데'아빠'에겐 없는 것, '어머니'에겐 있는데, '아버지'에겐 없는 것 같이 말이다.

아, 내가 이런 책을 쓸 만큼 학문이 된다면 좋으련만, 너무 오래 공부에서 떨어져 있었나. 아니, 한 번도 공부에 가까이 가지 않았으니, 비판하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희망을 갖는 건 자유니깐... 나도 이제 불혹을 앞둔 나이다. 지천명이 되기 전까지 공부나 해 볼까. 우리말의 풍경들을 세세하게 놓치지 않으면서 계절에 따른 꽃무리들, 금수강산의 풀벌레들과 푸르른 강물, 하얀 파도도 노래하고, 계곡에 숨어사는 사람들의 경치까지 담아낼 수 있는 우리말 풀이책을. 그 사람들이 담고 있는 성정(性情)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단어들, 식민시대의 아픔에 젖고 서구화 물결에 침윤된 뼈아픈 단어들과 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약동하는 우리말, '한국어'에 대한 책을 말이다. 하긴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로 문법 설명할 수 있는 창의력과 끈기가 있어야 이런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남들이 진급을 위하여 박사를 딸 때, 난 박사 곁에도 가기 싫지만, 정년퇴임하면서 잡문 몇 편 섞어 책 한 권 펴내는 속물적 결과도 내기 싫고, 우리말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우리말 아끼는 책이나 한 편 기획해 볼 일이다... 꿈이라도 꾸고 나니 시원한 여름 오후.

참, 책 제목이 '한국어의 풍경들'이라야 하지 않았을까? 작가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면 편집부가 멋대로 바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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