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강하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 CBS 변상욱 대기자의 살아가는 이유
변상욱 지음 / 레드우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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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도 많고,

일깨우는 이야기도 많다.

그렇지만 난 아무래도 '대기자'라는 말에 역정이 난다.

다 기레기들인 세상에 뭔 '대'기자란 말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란 '대기자'라면 몰라도...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후로 한번도 인간을

여자와 남자로 구분해 부르지 않으신 하나님...(251)

 

전라도와 경상도를 싸우게 만들고,

민중과 종북을 대립되게 만들고,

남자와 여자를 맞붙게 만드는 것이 가진자들의 놀음이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억압받는, 해방의 대상인 셈이다.

 

여기를 눌러도 아프고

저기를 눌러도 아픈 경우,

머리, 배, 어깨...

만지는 데마다 다 아프면 그건 손가락이 부러진 거다.(181)

 

우리 사회를 은유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노동자의 문제도,

싸드의 문제도,

부패한 정치권, 권력의 문제도,

남북 분단의 문제도,

다 아픈 건,

누구 때문인 것이 아니라, 나라가 썩어서이다.

 

인생 어디로 끌려가든지 니나 잘하그라.

하나님 내편입니까 묻지 마라.

당연히 니 편이시다.

니나 늘 하나님 편에 서도록 마음 단디 묵어라.(162)

 

맞다.

맘 단디 묵고 살아야 한다.

헬조선을 건너는 뗏목은, 단디 묵은 마음뿐이다.

삶은 퍼부어진다.

 

그럴 가치도

없는 세상 도처에

벚꽃이 피네(38)

 

하이쿠다.

세상에 가치가 있어 벚꽃이 피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우리가 사는 것은 아니다.

 

무얼 하느냐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삶이 내게 퍼부어지도록,

그냥 내버려둘 뿐.(163)

 

그냥 사는 것이다.

퍼부어지는 삶을 소나기처럼 맞으면서...

 

한국에서는

'비'노블리스들이 오블리주를 외치는 땅이란 푸념도 있다.

아니다.

그것이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민주주의 이념이다.

노블리스들이 오블리주를 행하던 시기는 과거다.

 

시인은 깊고 시원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수수하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꿈꿉니다. 그 사람이 신사입니다.(유안진, 지란지교 중, 267)

 

이 땅에서 필요한 사람은 '신사'보다는

'시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지만,

한계에 갇힌 이야기도 도처에 있다.

그래서 '大'기자란 말이 시답잖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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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
한홍구 지음 / 돌베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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汚 더러울 오, 辱 욕될 욕...

더럽고 욕된 발자취들로 가득한 책이다.

 

 

독재 아래서 사법부는 탄압받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꼬리 흔드는 개가 되었고,

점점 거대해져서 상대를 보고 힘없으면 무는 개가 되어버렸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기본 사명을 내팽개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권력 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법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고,

고문당했다고 절절히 호소하건만

이를 묵살한 사법 엘리트 개개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15)

 

제1차 2차 인혁당 사건 같은 것을 보면서,

독재가 변화시킨 사법부를 읽는다.

 

1964년만 해도 용기와 자존심을 갖춘 검사들이 있었으나,

10년 세월은 국가관이니 충성심이니 하는 것들이

검사들의 용기와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몰아낸 기간이요,

정보부의 입맛대로 사건을 처리해 출세하는 검사들이 나올수록

검찰이라는 조직은 망가져갔다.(125)

 

아, 고문을 당하면서 땅바닥을 기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는 장면들을 읽으면서는

분노를 넘어 눈물이 났다.

 

대법원은 민청학련 사건 배후로 조작된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살인으로 박정희의 배려에 화답했다.

사법부의 회한과 오욕의 역사는 제작과 감독은 박정희가 맡았지만,

그 시나리오는 사법부의 손으로 직접 쓴 것이다.(104)

 

이 책은 2008년 정도,

수십 년 전 사법살인에 대하여

후배 판사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정도로 마무리된다.

 

전임 대통령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죽이고,

용산과 세월호의 눈물의 기록들은 감추고,

이제 권력의 정점에 선 사법의 권력자들에게 세상은 개돼지들의 진흙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제 고문에 눈감고 판결문을 낭독하던 피동적 자세를 넘어,

능동적으로 사회를 접수해가는 사법부,

만능 휠체어를 타신 분들에게는 헌법이 없고,

사소한 잘못들 앞에서는 엄정한 칼날을 휘두르는 정의의 여신은 이제 권력의 편이다.

 

이런 것이 역사라면,

차라리 모르고 싶다.

차라리 가르치지 않고 싶다.

 

대통령 선거 직전 부정선거 수사 발표도 무죄,

국정원의 선거 개입도 모두 무죄로 만들지만,

한명숙 전 총리는 증거 없이도 유죄로 만드는 '최종 폭탄 처리반'이 되고만 권력의 하녀.

그들에게 너무 큰 권력이 가버렸다.

무섭다.

희망이 없어보인다.

 

이 두꺼운 책이, 너무도 캄캄한 시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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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6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을 바꾼 이슬람 -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 이슬람 문명 세계사 가로지르기 13
이희수 지음 / 다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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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이 나왔으나

미국 중심의 소통 구조를 가지 국가의 특성상,

ISIS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단체들의 폭력에만 집중을 했을 뿐,

이슬람 세계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태부족이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슬람 소개서이지만,

작가 이희수씨가 깊이있게 이슬람에 대한 관점을 소개한다.

 

9.11 테러 이후 벌어진 미국의 공격들은 참혹했다.

질서도 없고 법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이전의 무질서 역시 서방 국가들이 조장한 바 크다.

 

석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1900년대 초부터 석유파동이 일던 1970년대까지

국제 유가는 1리터에 15원 정도로 서구 석유 회사들의 착취가 심했다.

중동 석유를 헐값에 들여다 서구는 선진 공업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사이 아랍국가 대부분은 가혹한 식민지를 경험하면서

수탈과 민족적 모멸을 겪었다.(168)

 

이런 배경은 생략한 채 이슬람 인들을 테러 집단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무지한 소치다.

 

지난 25년 동안 중동이 도둑맞은 금액은 하루에 40억5천만 달러다.

이것은 역사 최대 규모의 도둑질이다.

 

빈 라덴의 선동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존재는 아랍 이슬람 세계의 핵폭탄이다.

그들의 존재가 독재정권을 비호하며 언론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슬람 문명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뒷부분의 해석을 읽노라니, 나도 참 세계문제에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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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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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입에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가 나온다.

사자가 말을 하게 된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하고...

인사말 하고 나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겠다.

 

한국어 화자인데도,

삶의 바탕이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안 된다.

청와대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 외계어를 구사하는 박 언니는 차치하고라도,

제주도 여행가다 사고난 걸 왜 난리냐고 이야기하거나,

강남 역 출구 앞에 엉뚱한 주장을 걸어두는 일베들을 보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과 철학은 무척이나 다르다.

 

지적 대화.

지적이라는 것은,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일 터인데,

전쟁 이후 한국에서는 '올바른'이 '라이트'로 쓰이면서 '극우'의 전유물이 되었다.

('올바른 한국사'가 보여주는 그림자)

 

생존해 있는 인간의 삶은 언제나 치열하다.

그렇지만, 세상은 늘 가진자들의 더 가지기 위한 투쟁으로 가열차게 돌아왔고,

현대는 제국주의 전쟁으로 그 욕심이 극대화된다.

 

지적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지적이고 나면, 삶은 달라져야만 한다.

이 방송이 기여하는 바가 그러한 것이다.

 

왜 정치, 경제부터 시작하느냐는 답이 그런 것일 터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대중은 주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모든 책임은 대중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285)

 

그런데, 대중을 몽매하게 몰고간 것은 이런 얕은 지식으로는 불식되지 않을 듯 싶다.

악한 자들은 섬세하다.

세밀하고 치밀한 작전으로 대중을 울궈먹게 마련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사태를 눈뜨고 보았으면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팟 캐스트를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싶다.

이 책은 그 내용을 흘리기 아까워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사전처럼 유용하지만 내용파악이 재미없다.

 

어떻게 행동해야 사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윤리관이 당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387)

 

그렇지 않다.

정답은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만이 세상을 덜 부패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이 노무현을 죽인 이유다.

새삼, 노무현의 존재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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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보기 - 절실하게, 진지하게, 통쾌하게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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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책갈피가 필요해서 아무 종이나 접어서 쓰고 있었는데,

다 읽고 책갈피를 버리려다 펴 보니 학생의 조퇴증이다.

자습을 하지 않고 조퇴하는 사유는 '과도한 짐'이었다.

 

그 아이야 시험을 앞두고 가져가야 할 짐이 많으니 부모님이 데리러 와서 일찍 간다는 이야기였겠으나,

한국 사회와 '과도한 짐'이 불러오는 연상은

마침 이 책의 주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편집자는 강신주를 '비상 경보기'로 띄우고 싶었나 모르겠으나,

철학자는 결코 '경보기'가 될 수 없지 않을까?

하긴 이 시대에 강신주처럼 알람 소리를 빵빵 울리며 뛰어다니는 철학자도 없으니,

여느 정치가나 평론가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하니 경보기가 될 만도 하다.

 

철학이 하나의 삶의 형식이라는 사실은

고대철학의 세계에 관통하고 스며들어 있으며 지속되고 있는 파르헤지아라는 기능,

즉 용감하게 진실을 말하는 기능이란 일반 도식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철학적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물론 어떤 것들의 포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생의 선택이다.(441)

 

사회가 망가질수록

파르헤지아의 기능이 필요하고,

특별한 인생이 되기 쉬운 법이다.

 

정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위축시켜 수세적으로 만들려는 것.

한 마디로 쫄도록 만드는 것이

색깔론을 불러오는 사람들의 의도다.(432)

 

사회는 이미 자본의 힘에 휘둘려 사람들은 미래를 향한 막연한 꿈에 젖는다.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그들의 기대는 항상 유보될 뿐.

지금 해야할 일만 완수하면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거라고 기대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처럼 하나의 일이 마무리되면,

어느 사이엔가 새로운 일이 그들 앞에 놓여 있을 터이니...(237)

 

파르헤지아에 나설 용기와 시간을 내지 못하도록,

또는 용기를 짓누르기 위해 국가는 '절차'의 그물망을 친다.

 

절차에 포획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숨쉴수도 없다.

절차란 민주주의를 지치게 하기 위한 교묘한 역설.(346)

 

조선 독립을 위해서는 위조지폐를 만드는 일을 꺼리지 않았던

신채호를 떠올리라.

목적이 정당하면 수간과 방법마저 우리가 정해야 하는 것이다.

체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425)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도 재판부는 눈감고 있지만,

부정선거에 나선 국정원 직원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처분하고 있지만,

야당이 조금 이긴 선거에서는 대대적으로 재판을 개시한다는 것이 국가다.

절차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처리를 위한 것일 뿐.

 

굴욕이 앞에 있을 때, 니체를 떠올리라고 한다.

 

순간적 굴욕은 참으라고?

니체의 영원회귀를 떠올리라.

잠시란 바로 영원이다.

그건 영원한 굴욕이다.

부당한 권력 앞에 당당히 맞서라.(381)

 

이 글들은 추위 앞에서

옹송그리며 떨며 쓴 글들이다.

그러나, 그 추위를 이길 온기는 누구도 주지 않는다.

아니, 우리가 어깨를 겯을 때 온기는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이 아리게 춥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붙어 있어야 한다.

온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봄은 우리에게 조용히 찾아올 테니.

아니, 어쩌면 우리가 나눈 온기 자체가 바로 봄인지도 모른다.(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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