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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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드디어 폭정의 사회가 되었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

민주주의가 훼손당할 때,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하고,

광장에서 외치는 동지가 필요하다는 아주 뻔한 이야기이다.

 

역사를 만드는 데 나서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역사를 파괴할 것이다.

역사를 만들려면 뭔가 조금이나마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시기가 어긋났군. 아 빌어먹을 팔자.

이를 바로 맞추기 위해 태어나다니.

햄릿은 그렇게 말했지만 이렇게 결론내린다.

자, 이제 그만 다 같이 들어가세.(163)

 

미국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일까를 깊게 고민해 본다면,

군산복합체로서 군사 경쟁을 앞서 실천하고 각종 전쟁을 성실하게 수행한 국가로,

남미와 한국 같은 주변국가에 행한 정치간섭 및 암살, 쿠데타 지원 국가로

돌아볼 점이 많을 것인데...

 

지난 세기의 나치의 학살, 공산주의자들의 폭정 등을 돌아보면서,

트럼프의 폭정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외침은 한편만 바라보는

백인의 입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애국자는 국민이 그 이상에 따라 살기를 원한다.

우리에게 최선의 존재가 되라고 요구한다는 뜻이다.

애국자라면 현실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실 세계는 그의 나라가 사랑받고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애국자는 보편적 가치를, 즉 자신의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을 갖는다.(149)

 

애국이라는 말이, 국가주의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한편 좋아보이는 애국이라는 말이,

약한 민족, 약한 국가에게는 무력 행사도 서슴지않는 힘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여유까지는 없어 보인다.

 

결국 거리에서 결실을 맺지 않는 어떤 항의도 현실이 되지 않는다.(109)

 

이것을 한국인들처럼 잘 아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TV에서 보여주는 대선 후보들의 모습들은

아직도 이 땅의 민주주의는 멀었음을 보여준다.

언젠가는 트럼프와 비슷한 시골 할아버지의 술주정이 취임하는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자발적인 시민들이 주도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알고 보면 정당이나 지도자 개인이 조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57)

 

우리도 일베,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박사모, 탄기국 등의 단체들을 목도하고 있다.

동원된 것이 분명한 조직들을 뒤에서 후원한 것은

이명박의 촛불집회 대응책에서 비롯된 것일 듯 싶다.

국정원과 총리실 산하의 조직적 대응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 역사를 미국 학자들이 공부할 날이 멀지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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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음식 이야기 - 소금에서 피자까지
홍익희 지음, 이영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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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것은 경작에서 시작된다.

무얼 먹는가는 그 인간들의 수준을 결정한다.

 

요즘엔 생맥주를 넘어서서 세계맥주가 인기이기도 하고,

슈퍼에 가면 칠레산 인도네시아산 필리핀산 과실들이 그득하다.

음식 문화는 곧 세계 교역과 전쟁의 역사와 함께 확산된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식재료나 식문화에 대한 공부는

세계사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선택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세계사라는 과목 자체를 가르치지 않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한국사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를 가르쳐야 하고,

세계의 역사를 가르치고, 세계 언어에 흥미를 느끼도록 지도해야 옳지 않을까?

 

1부에서는 밀, 보리, 쌀, 소금 등의 경작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는 육포, 대구, 후추, 향신료, 고추 등에 대한 이야기

3부에서는 설탕, 청어, 커피의 역사가 가득하다.

4부는 감자, 콩, 올리브, 치즈, 꿀과 같은 구황식물 내지 약용음식이

5부에서는 피자, 국수, 맥주, 와인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야기를 술술 읽노라면 상식도 넓어지고 재미도 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많은 단어를 익히는 것이 바로 공부다.

공부의 요체는 새로운 어휘를 이해하고,

그 어휘가 쓰이는 문맥을 이해하는 것인데, 이런 이야기책은 독서의 바탕을 만드는,

전문 용어로 스키마를 형성하기 좋은 메타 독서 자료로 훌륭하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인문반 학생들이라면 관심갖고 읽도록 도와줄 만한 책.

 

나도 이 책에서 사양벌꿀이란 말을 처음 들었다.

설탕을 벌꿀에게 주어 만든 꿀이란다.

품질표시를 볼 때는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확인해 보는 것이라는데 

진짜 꿀은 23.5% 이상인데,

책에 소개된 사양벌꿀은 12%로 기재되어 있다.

 

세계사는 곧 침략의 역사와 전쟁의 역사도 담고 있으니,

침략과 전쟁의 이유에 이런 먹거리가 담긴 것을 보면 재미있다.

기독교 세계의 와인과

이슬람 세계의 커피처럼 독특한 문화를 읽는 일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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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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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박근혜를 감옥에 가두기까지 국민들은 20주동안 주말마다 찬바람 속에서 버텼다.

프랑스 혁명에서 루이 16세와 루이앙트와네트를 단두대에 올린 것보다 힘든 일을 해낸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태극기를 휘두르며 세상을 활보하는 범죄자 무리들이 단죄받지 않은 현실은 어둡다.

대선이 마치면, 국정원의 범죄와 일베 연관성을 캐내야 할 것이고,

국가의 플랜을 차근차근 발표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박근혜를 옹호하는 노인들을 보면

강박적으로 흥분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저 세뇌라고만 하기에는 복잡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대화의 형식으로 문제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본다.

 

문제의 복잡성을 잘 드러내고 있고, 한쪽의 주장이 가지는 한계도 알 수 있어 유익하다.

언론이 문제를 호도한 현실에서 제대로된 역사 교육과

언론이 제대로 보도할 사명을 수십년간 견지해야할 과제로 남을 듯 하다.

 

다소간의 문제는 있지만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박정희가 이끌던 산업화 시대는 정말 대단한 시대였다.

 

4.19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군사혁명을 일으켰다.(국정교과서)

 

이런 거짓된 주장들이 노인들의 머릿속에 가득한 것이다.

가짜 뉴스뿐 아니라 가짜 교과서도 처단해야한다.

 

역사책은 위인전이 아니다.

특정 개인에게 집착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다.

스스로 임시정부 정통성을 강조하는 데 매진했으며,

대한민국은 그 혼자 세운 나라가 아니다.(173)

 

위안부 문제를 '식민 범죄'라는 말로 강조한다.

전쟁범죄라고 하면 전쟁 중 벌어진 특수한 상황에 묻혀 넘어갈 수 있단다.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과격한 남성적 태도가 느껴져.

그것보다는 꾸준히 진심으로 사과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고

함께할 수 있는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48)

 

전쟁 범죄든 식민 범죄든 위안부 문제는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

그것은 민족 감정의 문제이고, 자존심의 문제인 것이다.

 

친일파 청산에 대해서도 복잡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다만 방송에서도 내보내면 욕을 듣는 '일제시대(일제가 주인공인 시대)'란 용어를

역사학자가 쓰고 있다는 점에서 좀 수정이 필요하지 싶다.

96페이지 이후로 열번 가까이 등장하는 이 용어는 불편하다.

 

일제와 독재 시대의 경제 발전 방식은 상당히 유사하죠.

정부주도, 정경유착, 도덕적 정당성 없음...

이런 유사성때문에 기업인의 정신과 태도는 계승되지 않았나 하는...(123)

 

이번에 박근혜와 이재용이 구속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만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크다.

 

안창호는 검소한 생활로 일관, 김구 역시 너무 가난해 아내를 잃는 고통도,

독립운동가 대부분이 가난했는데,

이승만은 대통령 직함을 빌미로 혼자 호텔에서 생활...

신채호는 '이완용이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다면, 이승만은 없는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비난(145)

 

있지도 않은 정통성을 갖다 붙이려니 국부로 그를 칭송하는 무리도 있는데,

참 한심한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1925년 임정에서 탄핵될 때까지 거의 해마다 이승만 때문에 문제가 발생.(152)

 

탄핵 선배가 여기 있는걸 몰랐다.

 

대강대강 편하게 역사적 사실을 선택하는 태도는 역사왜곡을 불러일으키니 지양해야(155)

 

이승만은 친일파고, 미국을 등에 업고...등 쉽게말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그가 하와이에서 분란을 일으켰고,

이씨왕조의 후손이라고 프린스 리라고 부르길 원했으며,

이 박사라고 떠받들린 면 등과 한국 전쟁기의 파괴적 행태는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평가도 논란인데,

공과를 분명히 해야한다. 공만 내세우는 것은 독재시대의 전형적 나팔수다.

 

전태일, YH 사건등, 박정희의 노동정책은 심각했다.

이에 비해 재벌에 온갖 특혜를 주고

정치자금을 받아내면서 정경유착의 폐해를 생산했던 한계(217)

 

박근혜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은 이런 것이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그래서 대통령을 해먹은 모양이다.

 

'소유는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한국식 경제구조를 만든 게 박정희 정권(218)

 

참 슬픈 말이다.

급격히 치솟은 땅값으로 치부한 자들이

졸부의 탈을 벗고 중산층으로 자리한 것도 이미 수십 년이 지나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려 드는 세력이 된 시대가 슬프다.

 

땅에도 주인이 없다.

노동은 모두 귀하다.

배움은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정책에 녹인다면,

누가 대통령이되든,

이제 한국이란 시스템이 발전과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의 시대,

이제 다시 기회의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 CHANGE와 기회 CHANCE는 조그만 차이지만,

그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므로...

 

역사를 공부해야 할 때다.

 

고칠 곳 몇 군데...

 

45. 한일협정... 3억엔을 받으면서...(3억 달러가 맞다.)

177. 1960. 5.16... 1961년이 맞다.

183. 1974년에 유신을 했다는... 1972년이다.

 

이런 중요한 수치를 틀리는 것은 역사책에서는 신뢰도를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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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
린디 웨스트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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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큰 여자의 노트 - 꽥꽥 소리지르기~~~

영어로 이런 표제가 붙어 있다.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이라는 부제도 맘에 든다.

 

인간은 서로 닿을 수 있다.(361)

 

전통적으로 풍자는 힘없는 자들이 힘있는 자들에게 대항하는 무기입니다.

힘없는 자들을 조준하는 풍자는 그저 잔인한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저속하기까지 한 거고요.(259)

 

'위를 향한 주먹질'이어야 할 풍자가 '아래'를 향할 때,

이 땅에서처럼 약자를 위해 조직적으로 국가가 주먹질을 할 때

노무현과 세월호와 용산과 쌍차는

일베의 이름을 뒤집어쓴 국가의 주먹질 아래 난도질 당했다.

 

인간을 서로 다른 편으로 나누는 일처럼 관리하기 쉬운 법이 없다.

도다리를 이상한 생물 취급하는 것도 인간을 기준으로 나누어서 그렇다.

 

이 책의 작가는 코미디언이다.

엄청 뚱뚱하다는데, 자신의 몸을 스스로 비하하는 코미디를 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뚱녀 코미디언이나 못생긴 얼굴을 무기로 코미디를 하는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자기 건강을 그따위로 관리해서 일찍 무덤 속에 들어가는 걸 보게 될 테니 기쁘다.

저년은 당뇨병으로 다리를 잘라내고

돼지기름으로 꽉막힌 동맥때문에

마흔에 심장마비가 오면 틀림없이 그것도 가부장제 탓으로 돌릴거야.(214)

 

이런 찌질한 인간들은 세상에 널려있다.

이런 인간들이 익명의 이름뒤에 숨어서 세상을 비난하지만,

사실 약자에 여성이 들어간 것 자체가 불공평한 세상인 것이다.

 

말 많은 청교도주의자들이 공교육 시스템의 목줄을 틀어쥔 이 나라에 사는 우리는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성행위를 기대할 수 있을까?(235)

 

음란물이 넘쳐나는 인터넷이 무한정 제공되는 세상에서,

올바른 교육은 중요하다.

작년에 강남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 내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약자들에게 보이는 관심 역시 '연대'와 맞닿아있다.

여성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범죄자여서 구속된 인간에 대하여

여자가 대통령이어서 나라를 망쳤다고 말하는 건 비겁하다. 무식하다.

 

페미나치(23)라는 말도 등장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자들이 '극단적'이라고 페미니스트를 욕할 때 쓰는 말로,

메갈리언이라고 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리라.

 

한국 여성의 70%가 뚱뚱하다고 스스로를 부정한다고 한다.

 

완벽한 몸이라는 말은 거짓이다.(46)

 

물론 모델들은 늘씬한 것이 보기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먹방에 뚱뚱한 이들을 내세우면서, 그들이 당당해보이기보다는 개그맨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건강을 제치고, 몸매에만 관심을 두는 일은 성상품화의 전단계일 뿐이다.

 

삶에는 일관성있게 한 줄로 그어지는 포물선 같은 것도 없다.(62)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자극이 반응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미움받을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시선을 무시할 때, 인간으로서 자존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가임 여성 지도나 만드는 나라에서,

조금만 비판적이어도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나라에서,

이런 책은 아직 두려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제 왕의 목을 잘랐던 무식한 혁명보다 더한일을 우리는 했다.

남녀의 동등함을 이야기해도 좋을 때다.

노동자도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시급 일만원 시대를 논할 때다.

 

내 몸은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움직이다니. 얼마나 큰 선물인가.(122)

 

깨달음과 당당함이 무기다.

인간이든, 여성이든.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라는 그릇을 채울 기회를 얻지 못하는 때가 많다.(129)

 

유리천장이라는 한계가 있다.

여성이 일도 하면서 가사와 육아를 모두 떠안으면 그리 된다.

 

이번 금요일(2017.4.14)부터 공무원이 4시 퇴근을 한단다.

좋은 일이다.

외부인들은 욕을 할지 몰라도,

토요휴일제도 공무원, 은행이 먼저 했다.

조금씩 번지려면, 정경유착이 근절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호주처럼 6주 휴가나, 프랑스처럼 7주 휴가도 미래에는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수치는 억압의 도구지 변화의 도구가 아니다.(150)

 

뚱뚱하다고 놀리는 일.

신체의 일부가 조금 다르다고 수치스러워하는 일은 억압이다.

세상이 좋아지는 데 필요한 건, 변화다. 억압은 아니다.

 

네가 사랑하는 새가 있는데

그 새가 네 곁에 머물면서 같이 돌아 다니기를 원한다면

새가 날아가지 못하게 주먹을 꽉 그러쥐어선 안 돼.

주먹을 쫙 펴고 새가 네 손바닥 위에 앉기를 기다려.

손아귀에 꽉 쥐고 있으면 그 새는 네 친구가 아냐.

너의 죄수지.

손을 쫙 펴고 사랑하라고.(314)

 

남자든 여자든, 사랑 앞에서는 서툴다.

그리고 불안하다.

새의 비유는 좋은 이야기다.

새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사랑은 마음이 맞닿는 일이고,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강한 사람은 작고 구체적인 것들과 싸운다.'(375)는 말을 했다.

 

여성 문제가 더 시끄럽게,

슈릴... shrill...의 말 그대로,

더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꽥꽥거리며 터져나와야 한다.

 

김영애 씨의 투병과 사망 소식과 함께 이영돈 피디가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이 권력이 된 것은 이미 오래다.

약자의 목소리도 꽥꽥거려야 권력은 약해진다.

우리는 닿아야 한다는 목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딱딱한 개념서에 비해,

실생활에서 이해하기 좋은 예들을 가득 늘어놓은

아름다운 페미니즘 입문서로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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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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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글들로 가득하다.

처음 수십 페이지를 읽을 때는,

일관성도 없고 특별한 주제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파편들에 실망했다.

(그래서 별을 하나 깎았다.)

그렇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페미니즘의 관점은 어느 한 측면에서 시작하여 밀고 나가기 힘든 것임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늘어놓음으로써,

페미니즘의 다양한 주장의 초점들을 독자가 구성해나갈 수 있도록

열린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 페미니즘의 다양한 측면을 찾아읽기 형식으로 인덱스를 붙여둔 것을 보니,

역시 그런 의도였구나 싶었다.

 

표지에는 여러 여성들의 모습이 조합되어 있다.

유색인종도 있고, 주근깨가 두드러지며,

미모보다는 자신감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한국 여성의 글도 몇 편 보인다.

한국 수준의 페미니즘과 다양한 유럽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도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퀴어 축제나 성소수자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발언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희한한 기독교의 나라에서 페미니즘에 저항하는 기독교가 가득한 것이 이 나라다.

 

여성 대통령이 먹통이 되어 감옥에 가게 생겼고,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헤어롤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회자된다.

 

미국에서도 70년대 이후 물가는 뛰는데 월급이 인상되지 않자

여성들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더블 인컴이 되어야 겨우 살 수 있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영화가

9 to 5 였다.

이제 더블 인컴에 노 키드(DINK)라야 산다는 딩크족도 생기는 판이다.

 

유색인종 여성에게는 더욱 심한 족쇄가 작용할 것이다.

 

정희진의 글에서,

그가 유학가려는데, 모든 가족들이 말했다는 걸 보고 반성했다.

 

식구들 밥은 어떡하고?(55)

 

나도 음식을 사먹는 걸 넘어서서 같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합니다.

모두가 연대와 순환의 품 안에 있음을,

우리가 아주 작음을 알 것을

우리 별은 아주 작고 작아서,

그 안에서 조각조각 나뉜 나라란 게 우스워 보일 지경임을 알 것을

우리 모두가 하나하나의 나라이며

그 모임은 더 큰 생명의 일부임을 알 것을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세상입니다.(140)

 

막연하지만, 다름을 소재로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강남역 살해를 계기로 메갈리아라는 여성들의 저항이 굉장했던 모양이다.

아직 더 시끄러워져야 한다.

 

레즈비언이라 놀리고 따돌리는 것,

그건 폭력의 한 유형이에요.

집단 따돌림은 인종주의, 성차별, 호모포비아, 트랜스포비아에서 나오죠.

교육은 이런 무지와 폭력을 멈추는 대신

연민과 사랑을 키워줍니다.(178)

 

대학 엠티에서 명문대생을 불문하고 성추행, 성폭력 추문에 휩싸인다.

닫힌 사회의 자화상인 셈이다.

사회는 닫아놓고, 야동의 상상만 활짝 열어 놓고,

아이들을 괴롭힌 결과다.

 

역시사지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195)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고,

자기들이 거기 속하는 사람과 속하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는 방식에

도덕적 합리적 추론 과정을 갖다 붙이는 것,

그것은 제노사이드로 가는 길이다.

누가 속하는가?는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축출할 것인가...다.(268)

 

세상은 남성 중심으로 활짝 열려있다.

조선은 그 기울기가 극단적이어서 한국은 아직도 지독하게 심한 곳임을 알아야 한다.

 

여성들이 좋은 남성을 기다리기보다

남자에게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남성이 없어도 인생에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282)

 

시댁, 육아, 직장, 명절...

이런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에 지장주지 않는 사회라야,

유토피아에 조금 더 가까이 갈 것이다.

그것은 교육과 공화국의 국가가 할 일이 많다는 앞날을 상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과 국가를 움직이려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촛불을 드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촛불드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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