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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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쯤 전에, 류시화가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감명깊게 읽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얼마나 우리가 아는 것이 부족한가 말이다.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 적은지... 지나 놓고 나면 늘 후회뿐인 우리 삶에, 잠언 시집들은 일깨움을 주는 감로수와 같다.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열한다면 끝도 없을 수 있지만, 사실 나는 몇 가지 적을 것이 없고,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살아 있을 것. 그 외에는....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단 한 가지는 <이것 또한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우리 삶은 멀리서 본다면 한 조각의 <퀼트> 작품처럼 그렇게 완성된다는 그런 것을 미리 알려주는 이 책은 널리 읽히고 싶은 책 중 하나다. 몇 가지 시들을 적어 본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으 ㄹ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아메리칸 퀼트>에서...

그때 왜...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 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김남기...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우리 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낮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줄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덧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런 좋은 글들을 만나게 되는 아침이면 마음이 서늘하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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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09-0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제게는 삶의 화두와 같은 시입니다.
올 여름 치과에 가서 그 무서운 치과 의자에 앉아서 제 자신에게 되뇌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고통스러운 과정도 빨리 끝나는 것 같더군요. 두렵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시는 정말 힘이 됩니다.^*^

글샘 2005-09-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 전체를 두고 본다면, 색즉시공의 지혜가 눈에 들어 오게 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기쁠 때고 슬플 때도 반지에 새겨 두고 반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말이지요.

해콩 2005-09-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곧 人生無常이라는 뜻이지요.. ^^
무엇이든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 불행이기도 하지만 또한 동시에 다행이기도한, 기막힌 역설!!
"모든 게 흘러가고 변해서 불행하지만 정말 다행이예요" ㅋㅋ
 
에코 요가 - 조화로운 삶을 위한 명상과 수행
헨릭 스콜리모우스키 지음, 구미라 옮김 / 달팽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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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 나라가 요가 열풍에 휩싸인 듯 싶다.

언제부턴가 비만이 건강의 적이 되어 버렸고, 아름답게 보이려는 성향까지 가세하여 다이어트가 유행이곤 하는데, 요즘엔 요가조차도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요가란 원래 인도의 수행자들이 영적인 수행을 위하여 취하던 다양한 호흡법과 동작들인데, 그 중심은 호흡과 명상이지 기괴한 비틀기 동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요가의 본질은 관절 비틀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이 요가이면서도 내용에는 체조 동작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일 년쯤 전에, 요가 책을 사서 여름 방학에 공부한 적이 있다. 나는 요가가 동작인 줄 알았는데 그 때 보니 요가는 몸동작이나 체조가 아닌 영성 훈련이고 그를 위한 호흡의 훈련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책에서도 다양한 자세들이 중심적으로 되어 있어서, 요가란 체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듯 하다.

에코란 환경이란 뜻이다. 환경과 함께하는 요가.. 뭐, 이쯤의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고요를 참지 못하고 산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나... 아침에 일어나서 고요한 적막과 함께 동터오는 하늘을 우러르며 땅을 매던 선조들에 비해, 해가 중천에 떠서야 시끄런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화장실로 내닫는 나를 보면 좀 부끄럽다. 조용히 누워 있어도 창밖에선 씽씽 자동차들이 달리고 간혹 깜짝 놀라도록 경적도 울리고, 가끔은 차들끼리 충돌해서 우지끈 하는 소리도 들린다. 소방차나 앰뷸런스가 삐뽀거리며 달리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께름칙하다.

오늘 태풍 나비가 온다고 바람이 제법 씽--허니 분다. 바람 소리가 다른 방식으로 들린다. 저 소리가 우리를 파괴하려는 소리더냐... 저 소리는 우리를 겸허하게 하는 신의 소리다. 뉴올리언즈의 재해를 인재라고 하면서... 사람은 반성하지 않는다.

모든 소리를 흘려 듣지 말고, 어린 아이 소리 듣는 것처럼 온 마음을 다 모아 들으라고 했다. 어린 조카 녀석이 버벅거리며 말을 못 하는데, 몇 번 듣다 보니 그 소리도 다 들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반 뇌성마비 아이의 말도 마찬가지고... 다 마음이 없어서 못 들었던 거지, 그 말소리의 탓은 아니지 않은가... 언어 장애란 듣는 이의 마음과 정신의 장애일 따름이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나뭇가지 서걱대는 소리와 창틀 덜컹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어수선해 지지 않음은 이 책에 고마워할 일이다.

소란스런 세상에서 기계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를 반성한다. 소파에 앉으면 텔레비전 리모컨에 손이 가고 조금만 더워도 선풍기나 에어컨에 의지하며, 출퇴근길 짧은 길을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텔레비전 뉴스보다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음을 덜컹거린다. 간혹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에 깜짝 놀라며 쓸데없는 &&카드 아가씨들의 전화를 받는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계에 의지하는 나를 돌아본다. 물론 그 이기에 젖어서 이미 버릴 수 없게 되었지만... 나를 살리다 보면 조금 줄기도 하려니... 한다.

태풍 나비가 제법 세차게 날갯짓을 하는 아침에, 얇은 책 한권이 마음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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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오쇼 라즈니쉬 지음 / 힐링타오(정신문화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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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도의 철학자 까비르의 말들을 오쇼 라즈니쉬가 강의를 했다.

가끔 등장하는 경쾌한 이야기들은 역시 오쇼의 글임을 알려 준다. 재미있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이런 책들에 리뷰를 올리다 보면, 거의 절판된 책들이 많다. 우리 나라의 베스트 셀러에 한숨을 보낸다.

손님이란 <신>의 다른 이름이다. 신을 신이라고 하면 그는 이미 신이 아닌 것이다. 도를 도라고 부를 때, 이미 도가 아니듯이... 이름을 이름붙일때 그 이름은 이미 본 이름이 아니듯이... 그래서 까비르는 신을 손님이라 부른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가미>란 일본어로 등장했던 바로 그분이다.

이 책은 목차만으로도 명상의 몫을 톡톡이 한다.

1. 손님과의 만남
2. 자유로워질 시간이다.
3. 손님은 그대가 죽기를 기다린다.
4. 사랑은 세계의 유일한 희망
5. 내가 사랑하는 신은 내면에 있다.
6. 사막의 아름다움
7. 오늘 아침엔 깨어나지 않으려나
8. 기적은 항상 신의 것이다.
9. 손님은 그대 안에 있다.
10. 단순히 존재하라...

존재. 내 존재. 존재하는 나... 소크라테스가 남긴 한 마디. <나>를 알아라는 것이었고, 자기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고 했다. 부처가 남긴 하나. 유아독존... 가장 귀중하다는 <나>.

나에게서 가장 가까우면서,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다만 모를 뿐인 나.

우리 모두 허위적대지만 누구도 멀리 가지 못했다.

이 구절은 나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종교적인 사람은 결코 인두인이나 회교인이나 기독교인, 파르시 교도가 아니다.
종교적인 사람은 단순히 상처받기 쉬운 의식과 여린 가슴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사람은 질문과 의문을 가지고 있다...

종교를 무서워하는, 그래서 교회에 나가지 않고 성경을 읽으며, 미사에 참석하지 않고 묵주를 만지고, 절에 다니지 않으면서 경전을 읽고 독송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책이다.

모든 문제는 에고가 자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 각성을 통해, 요가를 통해, 탄트라, 도가, 선, 수피즘, 하시디즘을 통해서...
그 방법은 문제도 안 된다. 이것들은 자살의 여러 방법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육체적인 자살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자살이다.
일단 그대가 거기 없으면 남는 것은 신밖에 없으므로...

그렇다. 나를 찾기 위해 나를 버리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 중요하지, 요가를 통해 내 육신을 비틀고, 고요한 선방에 틀어박힐 필요가, 그런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어 나가면서 충분히 종교적이면서도 다분히 反종교적인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어 고마운 책이다.

One and one, the sum of which makes two.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를 가르쳤더니,
one and ond, the sun of bitch makes two.(하나 더하기 하나는 개새끼가 두마리)로 알아먹는 멍청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까비르의 <손님>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죽음을... 그리하여... 넌지시 물으신다. 아니 할!을 들이 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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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
야마오 산세이 지음, 이반 옮김 / 도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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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서재가 있다. 달팽이 님의 서재명인데, 그것이 책 제목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난 반가움은 그래서 더 컸다.

저자는 일본의 한 섬에서 생활하며,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삶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말투가 소박하고 겸손하며 생활 자체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의 띄는 단어는 역시 <가미>다. 종교의 신적 개념과는 달리, 정령 신앙의 대상인 영적 존재를 이 책에선 <가미>란 용어로 사용한다. 모든 성스런 영물들에는 가미가 있을 것이라는 것. 책에 실린 조몬 나무를 보면 가미가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주 여행에서다. 아내가 신혼 여행 이후 그토록 고대하던 제주 여행을 여유는 없었지만 일단 저지르고 말았는데, 틈틈이 읽은 이 책은 역시 제주도에서 읽는 맛이 났다.

뭍의 자연과는 사뭇 다른, 제주 섬의 풍광은 그야말로 <가미>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파트 담벼락 사이에 끼어서 이 책을 읽는 빠빠라기였다면 <가미>가 주는 어감의 아우라가 그토록 황홀하진 않았으리라.

산록의 <산굼부리>와 <비자림>에서 느끼는 자연의 풋내음은 그야말로 <가미>의 숨결 그 자체가 아닌 무엇이란 말인지... 대자연에 웅장하게 뿌리는 섬의 빗줄기는 아열대 밀림의 훈김을 내 폐부에 그대로 꽂아 주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느낀 것은, 역시 인간이 뭔지 만들어 내는 짓거리들은 조잡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예쁘긴 하지만, 시멘트로 장난친 것에 불과한 미니랜드가 주는 감흥은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비자림의 새천년 비자나무의 영성스러움에 비하면 너무도 조잡스런 것이었다.

제주 섬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들었던 성읍 마을은 이미 파괴되어버렸고 주막촌으로 변해버린지 오래 되었고, 야트막한 현무암 돌담 사이로 쪼그린 듯이 누웠던 집들은 이제 많이 사라져 버렸다. 역시 무슨 박물관 하는 것들은 볼품 없었고, 자연 그대로인 것이 주는 넉넉한 빛깔만이 우리에게 휴양을 줄 수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없었던 해안 도로들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무슨무슨 펜션, 민박들은 천혜의 자연 제주 섬을 질펀하고 음란한 <러브 랜드>로 변신 시켜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어 버린 것이나 아닌지...

도저히 도회지에선 맛볼 수도 없고, 1인분으로 볼 수도 없는 마라도 선착장 앞 <송악 전복죽>집의 죽맛은 일품이었고 우리 새끼손가락만큼이나 굵게 썬 전복의 씹히는 맛은 아직도 천연스런 사람들의 맛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번 여행에선 아내와 아이와 함께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명승지와 유원지들을 돌아봤다면, 다음에 갈 기회를 잡는다면, 제주도의 특산품, 바로 대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각종 휴양림과 이번에 비가 내려 잠시 들러버린 한라 수목원, 그리고 지리 공부의 산실인 한라산과 각종 오름들에게서 <가미>의 말씀을, 선사 시대의 울림을 듣고 싶다.

오늘 잠시 돌린 채널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한 임무를 띤 무슨 특공대란 프로그램에, 대자연의 습격이 방송되었다. 어느 마을에선가는 파리떼가 극성이어서 하루에도 몇 톤을 잡아 버린다는 둥, 또 어느 마을에선가는 말벌들이 기승을 부려 119 대원들이 퇴치 작전을 편다는 둥, 어느 도시에서는 공사장 수준의 소음을 내는 매미 소리에 공익 요원들이 동원되어 나무를 흔든다는 둥... 대자연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들이라고 볼만한 뉴스들이 방송을 탔다. 보통 유명한 먹거리들을 소개하기 쉬운 그 프로그램에서 이런 무서운 뉴스들을 내보이는 걸 보면서, 역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오만이 부른 재앙이 두려운 것이긴 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문명과 거리가 먼 작은 섬에서 사는 즐거움. 대자연 속의 일부인 나를, 그 보잘것 없는 우리의 삶을 인식하고, 뭔가가 되고자 하고(becoming) 가지고자 하는(having) 나의 욕심을, 집착을 버릴 것을 저자는 삶으로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존재한다는(being) 것임을...

세계적으로 생각하면서 지역에서 행동해야한다는... 쉽고도 어려운 진리를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이 좋은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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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8-27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알라딘 리뷰강자가 직접 해주는 서재홍보, 좋군요...
저도 이 책을 처음 잡았을 때 아주 따뜻하고 좋은 기운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도 더구나 야쿠섬같은 제주도에서 읽으셨다니 더욱 내용이 실감있게 다가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샘 2005-09-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리뷰 강자라뇨...
우연히 선생님의 서재 이름에 끌려서 빌려본 책인데, 정말 좋았습니다. ^^
 
- 오쇼 라즈니쉬가 전하는 삶의 연금술
오쇼 라즈니쉬 지음, 나혜목 옮김 / 큰나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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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쇼 라즈니쉬의 책은 읽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머릿속에 뭔가를 쑤셔박으며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숨을 쉬면서 산소의 존재를 못 느끼듯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관념을 잊게 된다.

이 책은 네 개의 장으로 이뤄진다.

인생, 변화, 사랑, 존재의 틈이란 주제로... 이 구분은 이 책에서 별 의미가 없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영원으로 통하는 틈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라는 데서 제목을 따왔다.

매일 한 편씩 명상하며 읽어도 좋을 듯이 짧은 글들 속에 간명하고 명확한 진리를 담아 준다.

내게 뭔가를 주입하려는 의도도 없는 사이에 전염되어 버리고 마는 명상 서적이라 하겠다.

책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기도 하고,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사이에 아쉽게 마지막 페이지를 읽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만 이천원이란 부담스런 가격 때문에 선물용으로는 좀 ... 부담스럽다.

이 책에서 밑줄을 좍---- 긋지 않고 읽을 수 없었던(그러나 빌려온 책이라 그을 수 없었던) 구절을 몇 개 옮긴다. 그냥 내게 가까이 왔던 구절들을...

에너지가 낮다고 다 틀린 것은 아니다. 에너지가 높다고 특별히 옳은 것은 하나도 없다. 낮은 에너지와 높은 에너지의 차이는 '속삭이는 것'과 '고함지르는 것'의 차이와 같다. 세상에는 '소리지르는 것'에 맞추어진 일부 사람과 '속삭이는 것'에 맞추어진 일부 사람들이 있다.(나는 어려서 소리지르는 것을 너무도 싫어해서 출석 부를 때 선생님이 내 목소리를 듣기 힘들어할 정도였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이상하게 취급했다. 교사가 된 지금 나는 속삭이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나 고함지르는 사람을 요구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딜레마다. 속삭이는 곳으로 옮기고 싶은 욕망...)

모든 것은 신성하다. 이것을 그대의 근본 원리로 삼아라. 그리하면 그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것을 근본 원리로 삼다 보면 어느날 문득 그대는 그토록 불가능하게 여겨진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아이들 하나 하나를 신성하게 바라보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 하다. 그렇지만, 정말 어느날, 문득... 을 믿고 싶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하나의 기적으로 생각하라. 그들을 존경하고 경외하라. 그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우리가 아이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우리는 그들을 죽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은 아이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아직 꺼지지 않은 신뢰와 희망, 그리고 신인간을 창조할 것이라는 그의 의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아직 실패하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전하기 위해 아이들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는 것이다.

마음속에 흐르는 에너지는 가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가슴은 에너지 센터인 배꼽에 가까워진다. 에너지 센터가 배꼽에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머리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슴으로 끌어올리는 것보다 한결 더 어렵다. ... 하지만 에너지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흐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리고 가슴에서 배꼽으로 이동하는 것은 한결 더 쉽다. 배꼽에 있을 때 그대는 오로지 한 존재로서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순수한 존재가 된다. 전혀 움직일 필요도 없다. 그곳이 폭풍의 핵이다. ... 만일 그대가 머리에서 내려오고 싶다면, 반드시 교차로인 가슴을 지나야 한다. 가슴을 통과하지 않고서 곧바로 존재에게 갈 수 없다. 반드시 가슴을 통과해야 한다. 가슴이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지몽매하다. 인생이란, 돈도 승차권도 없이 기차에서 졸고 있다가 승무원에 의해 잠에서 깬 어린 아이와 같다.

아무도 에고를 죽일 수 없다. 에고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다. 어떻게 그림자를 죽을 수 있을까? 만일 그대가 그림자를 죽이고 싶다면 빛을 가져와 밝혀라. 그리하면 그림자는 사라질 것이다. 그대가 자각할수록 에고는 사라질 것이다.

영적인 삶은 교육으로 훈련된 삶이 아니다. 그것은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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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mama 2005-08-2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주변을 (당연히)라고 생각하고 있어여...그래서 소홀해지고...잘 읽고 감다^^

글샘 2005-08-2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것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가족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가족은 또 그만큼의 속박이 될 수도 있지요. 자연스럽지 못하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