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 모로 - 사람을 닮은 물고기
김상진 지음 / 홍익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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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에게 철학적 깨달음을 주는 만화를 만난다.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 같은 경우가 그렇다. 꼭 철학적이라기 보다는 왠지 깊은 마음 속의 우물에서 묵직한 무엇을 건져 올리는 느낌이다.

그런 책을 읽고 나면 마음 속 두레박이 가득 차고 넘쳐서 행복하다.

이 책은 상당히 철학적인 의도를 담고 있지만, 몇 가지 말 외에는 별로 감동이 없다.

그리고 그림은 별로 예술스럽지 않은 단순한 그래픽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별로 예쁘지도 않고.

세상을 향해 등을 보이지 말라.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등 뒤에 있다.  - 이런 말들이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내용에서 이런 것들이 형상화 되어 있지는 않았다.

눈을 뜨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
떼를 쓰며 울다가 결국 맞아야 하는 주사 같은 것.
세상은 만남의 장소이면서 이별의 대합실이기도 하다.
허접한 잣대라도 줏대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무엇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잃어버린 상태로 있는 거지?
이별은 늘 그렇다. 꼭 해야 할 말은 떠난 뒤에야 생각이 난다.

이런 몇 마디 말들을 건지기 위해 이 9000원이나 하는 딱딱표지 책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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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랄게 없는 삶
야마오 산세이 지음, 최성현 옮김 / 달팽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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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달팽이님이 자기 서재 홍보를 해 주셨다고 했는데...

이 책은 마찬가지 작가인 야마오 산세이의 작품이다. 이번엔 이 책의 출판사가 <달팽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달팽이님은 야마오 산세이의 왕팬이어서 서재 제목도, 필명도 모두 그런걸까... 재미있단 생각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야마오 산세이 씨의 글인데, 정말 행복이 극에 달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쓸 때 그는 위암 말기여서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 끝에 나온 결론이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과 비슷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가 훨씬 더 자연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다.

숲길을 걷다가 사람의 길을 벗어나서 사슴이 다니는 길로 접어들어 보는 저자는, 사슴처럼 납죽 엎드려서 낙엽과 흙의 냄새를 맡는다. 가끔 흙을 밟고 싶어서 학교 운동장엘 나가 보면, 오리 궁둥이를 흔드는 아주머니들의 다람쥐 쳇바퀴 돌기가 한창인데... 그 흙은 딱딱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흙 냄새는 자연의 냄새를 담은 최고의 물질이다. 작은 화분에서 풍기는 흙냄새도 얼마나 우리를 풍부하게 하는지...

그는 바위에서 지구의 역사를 읽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20세기가 진보의 시대였는데 21세기는 순환의 시대라는 그의 의견에서 진보는 조금 맞지 않은 용어같다. 그의 의도대로라면 개발이 맞지 않을까?

어머니로 상징되는 대지, 가이아를 흙에서 느끼고 바위에서 느끼고 숲과 하늘과 시냇물 소리에서 느끼는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해 진다. 내일은 조용한 숲 속이라도 찾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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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를 지키는 사람들
반조 클라크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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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들은 원주민들이 호주의 아웃백(오지)에서 사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숲을 지켜냈다.

이 책은 반조 클라크라는 호주 원주민이 구술한 것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세상의 원주민들은 모두 평화롭고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늘 말타고, 배타고 쳐들어온 이주민들이 문제였다. 이주민들은 언제나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강간하고 멸시하고 억압했다.

호주의 원주민 문제는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최근 몇 년의 문제가 아닌, 신대륙 개발 붐이 일어난 18세기 이후 부터의 문제지만, 그들의 생활이 삶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일면 신비화되기도 하는 추세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엘 자주 간 적이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치고 음식이 튀지 않고 할인카드로 할인도 받을 수 있어서 자주 이용했는데, 그 벽에 치장된 부메랑이니 악어니 하는 것들은 호주의 아웃백에서 사는 원주민들을 상품화한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어차피 그 돈은 모두 얼굴 흰 사람들에게로 가고 말 것이다.

반조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참 바보같다. 그렇게 멸시를 당했으면서도, 그렇게 학살을 당하고 처참한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얼굴 흰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꺼이 도와준다. 그분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읽은 <인욕함으로써만 원한은 소멸되는 이치>를 반조 아저씨는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들과 지내다 간 흰 얼굴들은 '원주민들로부터 분노에 호소하거나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한다. 적이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를 잊어 버려라.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면 그런 기억일랑 지워버리고 편견 없이 그들을 도우라. 이것이 원주민의 철학이었다.

그는 일꾼들이 여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추잡하고 성적인 농담을 비롯해 온갖 저속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 민족에 대해 왜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거지? 그래서 그는 동료들과 떨어져서 식사를 한다. 동료들이 같이 식사를 권유하자, "나는 당신들은 좋지만, 여자들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싫어. 여자들을 마치 하찮은 존재처럼 말하잖아. 나는 우리 부족의 여자들을 그런 식으로 저속하게 말하는 건 싫어. 당신네들 대부분도 아내와 딸이 있어.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의 딸들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난 그런 게 싫어서 당신들과 함께 점심을 먹지 않는거야." 이런 가르침으로 동료들을 감화시키는 분.

최대한 원주민들을 무시하고, 위축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얼굴 흰 사람들의 정책이었지만, 오리려 그는 원주민임을 일깨우고, 원주민의 생각, 원주민의 방식대로 살기를 계몽한다.

삶을 신성하게 여기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로 망쳐 버려서는 안된다는 간단한 삶의 원칙. 그들은 말한다.

"삶에서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생기면,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 그런 다음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바위를 만났을 때 돌아가는 물처럼 행동하라. 그것이 삶이다.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사람들을 도우라. 네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그가 과거에 너에게 어떻게 행동했는가는 잊어 버려라."

노자의 상선약수와도 같은 이야기들은, 과연 누가 문명인이고 누가 미개인인지를 돌이켜 생각케 하는 대목이다.

오늘도 대지의 흙땅을 밟아보지 못한 내 발에게, 어딘가에서 폭신한 흙땅을 느껴보게 해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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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동물 이야기
잭 캔필드 외 지음, 이상원 옮김 / 푸른숲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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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동물 이야기 편이라고 할 수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수많은 독자들을 저자로 삼아 책을 만든다. 세계의 구석구석 누구나에겐 언젠가 기적과 같은 소설과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사람들은 그걸 읽으면서 울고 웃고 감동을 느낀다. 종이쪽을 보면서 울다 웃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외계의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인간들을 본다면, 종이쪽에 뭔가를 골똘하게 적거나 들여다 보는 현상에 의아해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읽고 쓰는 일은 이제 유전자에라도 새겨야할 속성처럼 되어 버렸다. 읽고 쓰지 않는 인간이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우리 반에 있었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부터 온 가족이 길거리에 불쌍한 동물을 보면 데려 와서 간호해 주는 가정이었다. 아이는 전문대라도 좋으니 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했고, 부모들은 어쨌든 일반 학과로 진학을 원했다. 나는 작은 도시에 있는 동물자원과로 보냈다. 주로 가축을 연구하는 학과지만, 부모의 4년제 요구와 아이의 동물 돌보는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아이는 지금 대학생이 되어 잘 적응하고 있다.

이렇게 동물에 애착이 남다른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은 물론 우리와는 경제 수준이 판이하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우리 나라에도 애완견 기르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지만, 아파트가 대세인 우리 나라에선 유기견만 부쩍 늘리는 결과를 빚었다. 아쉬운 일이다. 요즘은 티컵 강아지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 판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들린다.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은 동물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린 개보다 잘 듣지 못하고, 잘 냄새 맡지 못한다. 다만 우린 짐승보다 좀더 교활하고 훨씬 더 잔인할 뿐이다. 우린 동물에게서 배워야할 것도 정말 많다.

누군가 우울하게 말이 없다면 그 곁에 말없이 앉아 다정하게 코를 비비는 개처럼, 모모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나라에서, 경청하는 동물을 배워 볼 법도 할 일이다.

사랑에 관해 우리가 동물에게 배워야할 첫번째는 사랑하는 이의 말을 말없이 들어주는 것이란 말처럼.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말을 조련하는 사람이 말의 대화를 연구하여 말을 길들이는 이야기였다. 동물들의 의사 소통에 대해서 모두들 아무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일을 그는 했다. 친절과 존중, 대화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서. 친절과 존중, 대화는 인간 사이에서도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

이 책의 속표지에 적힌 이 말만 읽고도, 이 책을 다 읽은 감동과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동물을 통해 배우는 명상이자, 종교인 말.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은 안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즐기는 것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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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의 어머니를 위한 101가지 이야기 - 상
잭 캔필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 해바라기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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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연구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린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국어는 인문 교과이기 때문에, 현대식 기자재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것을 나는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쓰기와 읽기 위주로 수업을 하려고 한다.

이미 읽었던 티비 동화 행복한 세상, 연탄길, 좋은 생각 등을 읽기도 하고, 101가지 이야기를 뒤적거리기도 하는데, 이 책의 몇 가지 이야기는 교무실에서 눈물을 주루룩 흘리게 했다.

마침 내 자리가 창 가이기 때문에 뒤돌아 앉아 쿨쩍거리면 되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아픈 아이에게 비밀 친구가 되어준 어머니, 그리고 아들의 죽음 후에도 계속 환아들의 비밀 친구가 되어주신 모든 어머니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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