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웅진책마을 2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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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지은이 이름이 이아무개로 바뀌어 있다. 이현주 목사님의 필명을 이아무개로 바꾼 건가? 

제법 묵직한 책들을 읽고 난 뒤라 이 책은 정말 가볍게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아기 도깨비 루루와 치과 의사 선생님 오치구 아저씨가 펼치는 꿈속 같은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사건이 복잡해지면 그 결말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걱정스럽기도 한데, 그럴 때 가장 손쉽게 취하는 방법이 꿈이다. 이러한 방식은 조금 식상한 감은 있지만, 참 많은 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도 오토제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모두 망각 해 버리도록 조정 당하는 오치구 선생님 무리들을 구출해 내는 것은 꿈이었다. 아니, 그건 루루가 용감하게 오토 태양을 향해 자기의 몸을 날렸기 때문이었는데, 모험의 세계에 함께 있었던 이소리 여사에겐 그건 잠꼬대 같은 소리라니, 나 이것 참!!! 

이 책에서 보내는 복잡한 메시지(그런 거 없나?)는 따져 생각해 보지 않기로 했다. 그저 오치구 박사와 루루를 따라 오토 제국에서 힘차게 탈출하면 된다. 어느 곳에서나 자신의 색깔을 잊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희망은 우리에게 반드시 미소지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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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자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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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멸망한 나라의 태자에 관한 것이다. 고려와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했고, 나라 잃은 백성들을 이끌고 개골산으로 들어가 삼베 옷과 나물죽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마의 태자로 불렸던, 신라의 마지막 태자에 관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 

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을 즐겨 읽는다. 그 책들에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글을 많이 쓴 작가 강숙인님의 작품으로는 처음 만나는 책이다.   

이야기 흐름은 잔잔하고, 눈에 띄는 큰 갈등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을 통해 아이들은 후삼국 시대와 고려 건국이라는 역사의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간략하게나마 왕건이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신라의 마지막 태자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마의 태자를 새롭게 만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막내 동생 '선'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힘이 강해서 남아도는 힘으로 고려에 대항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없는 힘이나마 키워서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태자 형님에 대한 무한한 존경의 마음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왕건의 힘에 대적할 수 없다 할지라도 나름의 힘을 키워 보려고 했던, 백성들을 사랑하는 큰형의 모습은 '선'의 눈에는 한없이 위대해 보이기만 하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신라가 망한다 해도 그 정신이 살아 있다면 신라는 언제까지나 기억되는 것이라고 했던 큰형, 그 큰형이 개골산에 들어가 언제나 삼베 옷을 입고 나물죽을 먹으면서 백성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하는 소식을 바람결에 전해 들은 '선'은 형을 찾아 나서지만,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선'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형의 말은 우리들에게도 긴긴 여운을 남긴다. '선'은 범공 스님이 되어 형을 그리면서 다시 형과의 추억이 그득한 월지궁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인적도 끊기고, 폐허가 된 궁궐터만을 만나게 되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더 새기게 된다. 하지만, 고려가 백성들의 마음에서 큰형을 지워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그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작품 속에서 만나는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와 '안민가'는 잠시 고등학교 국어시간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마의태자에 대한 정보를 daum에서 검색 해 보았더니, 

신라 제56대 경순왕의 태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당시 고려 왕건(王建)과 후백제 견훤(甄萱)의 세력에 눌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되자 935년(경순왕 9) 군신회의(君臣會議)를 소집하여 고려에 항복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마의태자는 나라의 존망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는데 어찌하여 충신·의사(義士)와 함께 민심을 모아 싸우지도 않고 천년사직(千年社稷)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느냐며 반대했으나, 경순왕은 죄 없는 백성을 더이상 죽일 수 없다 하여 시랑(侍郞) 김봉휴(金封休)를 시켜 국서를 보내 고려에 항복했다. 마침내 신라가 고려에 병합되자, 개골산(皆骨山:금강산의 별칭)에 들어가 베옷[麻衣]을 입고 풀뿌리·나무껍질을 먹으며 여생을 마쳤다. 

라고 나온다.   

왕조의 마지막 태자로서 마의태자가 겪었을 그 절절한 고뇌를 책 속에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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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등한 적이 있다
송민주 지음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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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누나도 누나처럼 이가 빠졌어. 나는 깜짝 놀랐어." 표지를 보더니 찬이가 소리친다. 어제 이를 뺀 지 누나 얼굴이 겹치나 보다.

이 글은 송민주양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의 일기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으로 묶여 나올만큼 썼으니 글을 제법 잘 썼다고 보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냥 쓰게는 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글쓰기가 되도록 지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일 년에 꼭 한 두명의 아이의 일기는 1년이 다 가도록 같은 이야기가 씌여진다.

오늘 학교에 갔다. 1교시에는 국어를 했다. 2교시에는 수학을 했다. 3교시에는 체육을 했다. 4교시에는 음악을 했다. 점심을 먹었고, 5교시에는 사회를 했다. 그리고 집에 왔다. 잠을 잤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쓰냐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 웃는 아이 중에는 그렇게 일기를 쓰는 당사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다음 날도 변함없는 일기를 쓴다.

일기쓰기에 관한 윤태규선생님의 책(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을 감동깊게 읽은 나는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해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날짜는 상세하게, 일기는 있었던 일을 여러 개의 글감으로 두고 그 중에 가장 쓰고 싶은 것에 동그라미를 친 후 아주아주 자세하게 쓰라고 이야기 해 준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마지막 부분에 쓰기 시작한 시각과 다 쓴 시각을 표시하라고 한다. 학기초에 여러 차례 이런 안내를 하지만, 끝까지 지켜서 하는 아이는 몇 되지 않는다.

올해 한 실수 중 가장 큰 실수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지 말고 자발적인 선택 기회를 주자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기쓰기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고된 일 중 하나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억지로 일기를 쓰게 했던 때와 지금 자율에 맡긴 때를 비교해 보건데, 문집에 실을 좋은 글을 가려 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는 거다.

송민주 양의 글에는 하루의 일상이 담겼다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살려 쓴 글이 많았다. 느낌도 아프다. 맛있다. 가 아니라 귓속이 간질간질하다는 식의 표현도 특이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글로 쓰기도 했고, 궁금했던 것을 꺼리낌없이 잘 표현해 낸 점(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하는 것을 아주 치밀하게 상상한 점) 등이 특이했다. 그리고 날씨에 대한 표현도 그 많은 일기 중에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면서 자세했다.

달리기를 못하는 송민주양 말대로 우리 모두는 일등 한 적이 있다. 아빠의 정자 2억 마리 중 가장 잘 달린 녀석이 엄마의 난자 속으로 쏙 들어 갔으니 말이다.

일기쓰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에 대한 힌트가 되려나 하는 생각으로 가지게 된 책 2권. 그 중 하나가 <<내가 처음 쓴 일기>>이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나도 일기를 이렇게 잘 써 봐야 겠다고 생각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글을 읽고 참 재미있게 잘 썼다는 생각은 할 것 같다. 그리고 함께 그려 둔 그림도 글읽는 재미를 더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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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강추예요. 나도 이 책 보면서 우리 애들한테 도움이 되었어요.
게다가 우리 큰딸이 '민주'잖아요~ㅎㅎㅎ
우리 애들도 이 책 보고 자기들이 따라 하는 것도 많았고요.^^
 
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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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함께 쓴 책들, 그림작가도 단편마다 다 다르다. 내가 지금껏 읽은 동화집을 되돌아 보았을 때 작가가 여럿인 책을 읽었을 때 후회가 적었다. 그들의 가장 우수한 작품을 가려서 실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도 그 기준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 책은 제 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들과 기 수상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 된 작품으로 한편한편이 다 자기의 색깔을 내면서 다가온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을 읽으면서 제목 기똥차게 잘 지었다 생각했다. 학교 현장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된 왕따 문제. 그리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우리 아이가 왕따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가슴 졸이고 있는 부모들. 학교와 관계한 모든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는 흔히 왕따 문제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에게 주목하게 되는데, 어쩜 왕따가 판을 칠 수 있는 데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은 다른 또 한 무리 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로 모르는 척 하는 구경꾼들 말이다. 이 이야기의 시현이는 친구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진우가 너무 한심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왜 무조건 참고만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진우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우가 정말 참기 어려웠던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보다도 자기를 관찰하고 있는 시현이의 눈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참다참다 폭발하던 그 날 화살이 시현이 쪽으로 돌아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벗 어린이에서 나온 <<모르는 척>>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이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급 구성원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모르는 척'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왕따를 없애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곤 한다. 이 이야기는 <<모르는 척>>과 함께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모르는 척 하지 않았더라면, 동생들의 우산에 지렁이가 두 조각 나지도 않았을 것을.

<상후, 그 녀석>에서 주요 등장인물은 상후와 그 녀석이다. 성적에 안달복달 하는 엄마, 그 속에서 상후는 엄마에게 호흡을 맞추어 나가기에는 벅차기만 하지만,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해 나간다. 떨어지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 없어 베란다로 나가서 바람을 쐬던 중 이웃에서 새어나오는 텔레비전 불빛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뮤비를 보게 된다. 검은 그림자가 그런 것처럼 상후도 힙합 춤을 따라 추면서 엄마의 잔소리에 억눌렸던 공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밤 11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켜지는 이웃집의 텔레비전 화면 속에 하나되어 가면서 상후의 춤의 깊이는 깊어지는데... 그 녀석을 찾아나서는 상후. 하지만, 그 녀석의 집에 가니 그 곳에 그녀석은 없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사시는 집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은 귀신? 반전과 함께 하는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혔다.

<조태백 탈출 사건>은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조태백은 왜 탈출을 시도했을까? 지각에 대한 변명으로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가 그 뒤수습으로 어쩔 줄 몰라 했던 파스칼-<<파스칼의 실수>>-이나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거짓말에 거짓말을 했던 왕털이-<<뻥쟁이 왕털이>>-처럼 조태백도 위기모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태백이는 학교에 가서 숙제장을 집에 놔 두었다고 이야기 하고, 선생님은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태백이에게 집에 가서 숙제장을 가지고 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애당초 숙제도 안 했을 뿐더러 숙제장도 존재하지 않는데... 야근을 하고 돌아오신 아빠를 아침에 깨우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지만... 엄마는 출근하셨고 아빠를 깨우면 되겠다 맘 먹고 집에 왔는데 아빠는 벌써 나가고 안 계신다. 대략난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신데... 태백이는 얕은 꾀를 부려 본다. 숙제장을 집에 가지러 왔다가 자기가 도둑놈에게 납치가 되었고, 거기서 탈출했다고 말이다. 이것은 일대 사건이 되어 뉴스를 타기까지 한다. 점점 검어지는 선생님 눈밑의 다크 서클. 하긴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의 책임은 교사가 져야 하며, 태백이의 납치는 더군다나 일과 중에 일어난 일이니, 선생님에게 날아왔을 법한 화살을 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쨌든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변조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태백이의 사건은 방송까지 타게 되어 수습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자기 일의 비밀을 스스로 털어놓고 말았으니. 결국 집으로 112 허위 신고 벌금이 날아 들었고, 교장실에 불려가 일 주일에 한 번씩 책을 빌려 읽는 벌을 받기는 했지만, 태백이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래의 추리소설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피그말리온 효과(자성적 예언)에 의하면 말이다. (<----교장 선생님이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이니까.)

<누구 없어요?>는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 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만 고아가 된 '나'와, 가족들을 먼 곳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며 그 외로움을 달래느라 개들을 키우고 있는 306호 아저씨 이야기가 나온다. 직접적인 이야기로 나오면 너무 신파가 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아빠는 점점 심해지는 나의 아토피에 대한 걱정(원인이 되는 동물의 털을 없애려면 아저씨에게 개를 키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야 했다.)으로 잠 오는 걸 참아가며 306호 아저씨를 기다렸다가 이야기 하시느라 졸음 운전을 하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자신을 돌보아 주던 아빠의 죽음 이후 '나'를 책임져 줄 사람은 주위에 없다. "누구 없어요?"하고 외치고 싶은 나에게 이웃들, 특히 306호 아저씨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족간의 소통, 이웃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세대에 사는 우리에게 우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엄마의 정원>은 우울한 이야기였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소생을 간절이 바라는 딸아의 소망은 눈오는 날, 병원에 존재하지 않는 15층의 정원으로 이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작품을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판타지로의 입문과 견주어 두고 있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와 처음 손길이 닿은 나무가 사람으로 변하고, 그 나무들은 이 병원에 있는 식물인간들이며 이를 계기로 다시 깨어나게 됨을 암시한다. 겨울이니까 앞으로 눈은 더 내리겠지. 그 때 엄마가 어떤 나무로 변해 있을지 생각을 해 두고 그 엄마의 나무를 찾아 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게 되는 하나는 엄마가 아빠의 바람을 눈치채면서도 아빠와의 사랑했던 시간을 그리워 하면서 빨간 장미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해 낸다. 다음 눈 오는 날에는 엄마의 정원으로 달려가 장미꽃에 입을 맞추고 엄마를 만나려는 하나의 소망이 그대로 잘 이루어지길 빈다.

<낯선 사람>에서도 반전을 만날 수 있다. 집에 온 낯선 손님(도둑놈들을 조심해야 해. 어린이들이여, 낯선 어른들은 항상 경계 해야 혀~)에게 몇 가지 귀중품을 도둑 맞은 진우는 친구인 강이가 했던 말이 걸려 그 도둑이 강이 아빠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도둑이 감옥에 가면 강이는 어떡하냐는 생각이 드는 거다. 하지만, 강이 아빠와 자기 집에 든 도둑이 동일인물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휴~(물론 강이 아빠는 도둑놈은 절대 아닐 것이다.)

<마니의 결혼>은 이 작품집 전체에서 가장 유쾌한 이야기여서 내 맘에 쏙 든 작품이다. 초딩이 결혼한다면? 하는 가설 자체도 무척 재미있다. "너희들 이담에 커서 결혼할 때는 아무리 속상해도 식구들 앞에서 신랑 잘못은 덮어 줘야 되는 거다. 그런 마음 안 생길 사람하고는 결혼하는 게 아냐."라는 엄마의 말씀도 무척 인상적이다. 딸 넷인 집의 막내 마니는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들만 하나인 성준이와 결혼하기로 맘 먹고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되려니 걸리는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 결혼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인생의 눈 하나를 떴고, 자매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으니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 이 다음에 결혼 상대를 고를 때는 좀 더 신중하게! 내 옷도 같이 옷장에 걸고 자기 물건도 나누어 주는 그런 아이를 꼭 고를거라는 거다. 마니는!

이 책을 다 읽으니, 나도 이런 동화를 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작가들은 글짓는 학교 같은 곳에서 창작 공부를 했던데, 나도 그런 곳의 문을 두드려 보고 싶은 생각이 막 드는 거다. 학교에서 일어난 알콩달콩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교단일기로 잘 기록해 두면 좋은 소재들을 많이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 글을 쓴다면 참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게다가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글을 쓰시는 송언 선생님, 김옥 선생님 같은 분들도 널리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 책을 통해 동화를 쓰고 싶다는 꿈이 또 한 번 꿈틀거린다. 막연하긴 하지만 말이다.

조태백이 왜 탈출 했는지 궁금한 사람 여기여기 다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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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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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의 억지스러움은 있다.

<동생을 찾으러>에서 창호가 여동생이 납치되어 있던 집을 찾으러 갔다가 금방 그 집을 알아냈다는 것, <칠칠단의 비밀>에서 어린 시절 잃어버린 남매를 찾아 온 외삼촌이 서커스단의 그 아이들이 바로 자신이 찾던 상호와 순자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 중국 땅에 간 상호와 기호가 중국말도 모르면서 중국 사람과 의사소통 한 것이라든지, 중국 땅에서 상호와 순자의 구출을 위해 도움을 청한 '한인협회'의 회장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나선 상호와 순자의 아버지라는 것은 참말이지 억지스럽다. 게다가 상호와 기호의 변장술이 완벽하여 많은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의아스럽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읽을 만하다. 맛깔스러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느라 아이들은 고무신에 오줌을 받아가며 들었다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지 싶다. 앞서 읽었던 선생님의 <<만년샤쓰>>에서 가슴 찡함을 느꼈던지라 선생님의 글이 반갑기만 하다. 장면장면이 바뀌면서 위기에서 동생을 구할 듯, 구할 듯하면서도 또 다른 위기를 만나는 순간들은 정말 읽는 이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재미가 있다.

이 책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조금 짧은 <동생을 찾으러>에서는 청국인에게 인신매매 당할 뻔한 동생 순희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다 바쳐 애쓰는 창호의 따뜻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고, <칠칠단의 비밀>에서도 일본인 서커스단에 끌려가 어디로 팔려갈지 모르는 동생을 찾아 나선 오빠 상호의 간절한 동생 구출작전이 전개된다.

<동생을 찾으러>에서 청국인들에게 잡혀 인신매매를 당할 위기에 놓인 동생을 찾으러 가는 오빠 창호가 동화회 단원들의 힘을 얻어 동생을 구출해 내는 비밀스런 작전들 속에서 동생을 사랑하는 진한 형제애와 친구의 어려운 처지를 모른 척하지 않는 동포애를 통해 진한 감동을 느끼고 난다면 도저히 책을 덮지 못하고 <칠칠단의 비밀>을 읽어 나가게 될 것이다. 서커스단에서 어린 시절부터 고된 훈련을 통해(훈련과정은 책에 안 나오지만, 아마도 채찍을 맞아가면서 눈물을 흘려 가면서 배우지 않았겠는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고도의 공중그네 기술을 선보이는 두 소년, 소녀는 낯선 자로부터 그들이 서로 친남매 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걸 알려준 이가 바로 자신들의 외삼촌임을 알고 그곳을 탈출하려 하지만, 일은 쉽지 않다. 달아나려고 하는 사실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오빠는 몸을 숨겼지만, 미처 그러지 못한 동생은 단장일행에게 붙들려 중국땅으로 가게 되는데... 상호는 동생을 찾으러 갔다가 그 서커스단이 단순한 서커스단이 아니라 아편 밀매와 관계가 있음을 밝혀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고 있는 '한인협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동생을 무사히 구해내기까지 하고. 기호라는 학생의 아무 조건없는 도움이 조금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모두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칠칠단의 비밀을 캐 내려는 상호의 용감한 태도는 어느새 이들을 응원하게 한다. 누구, 칠칠단의 비밀이 궁금한 사람 요기요기 다 붙어라. 하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어야겠다.

단박에 읽히는 이야기~ 책을 잘 읽는 4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고, 6학년 정도라면 힘들이지 않고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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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이 책을 1972년엔가 읽었는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 내가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이었어요.
그 옛날의 긴장감이 생각나 몇해 전 우리 막내가 빌려왔을 때 또 봤는데도 재미있게 읽었어요.ㅎㅎㅎ
억지스러움은 그냥 묻어가고 넘어가주면서요~ 그 시대에 저런 걸 썼다는 것만 해도 감동이었거든요.^^

희망찬샘 2008-11-21 14:44   좋아요 0 | URL
"누구 이 책 읽을 사람?" "저요!" 그래서 호민이에게 넘겼습니다. 그 책을 읽던 호민이가 하는 말, "선생님 숨이 막혀요." "재미있다는 말이겠지?" 빙그레!!! 그리고는 쉬는 시간에도 읽더라구요. 책, 정말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