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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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란다. 상 받은 책들은 일단 재미는 검증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 청소년을 교화 하는 방법으로 소년원이 아닌 도보여행이라~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결국 문제 청소년이 되었을 아이들에게 도보여행을 통한 자기 성찰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대표 구성인물은 3명이다. 아이들을 이끄는 지도자인 미주언니와 친구들을 때리고 폭행한 이유로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은성, 그리고 도벽 때문에 소년원에 가게 될 운명에 놓인 보라. 은성이와 보라는 자기만의 고민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 고민을 풀 상대가 없어서 결국 자기 방식의 문제 해결을 하다 보니, 폭행으로 혹은 남의 물건 훔치는 일로 감정을 달래 보려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혹은 외면적 갈등은 각자 책으로 만나 보는 것이 좋겠다.)

문제의 아이 뒤에는 문제의 부모가 있다는 말처럼 이들은 가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방치 수준의 무관심인 은성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잔소리꾼 보라 엄마는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간의 단절을 겪는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춘기에만 들어서면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나서니 부모로서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으리라.  

무사히 도보여행을 마치면 소년원에 가지 않아도 되기에 그 길이 험하여 욕 나오게 하는 길일지라도 은성이는 끝까지 해 보려고 하지만, 보라의 이탈로 일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의파 은성이는 보라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따라 나서다 그만 물 설고 낯 설은 이국 땅에서 길을 잃고 만다. 모르는 척 하면서 미주 언니의 지갑을 들고 있는 보라를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밥 값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둘은 경찰서로 넘어가게 되고, 그곳에 나타난 미주언니와 소장님에 의해 구출되기는 하지만, 규칙에 의해 국내로 돌아가면 소년원에 가게 된다. 하지만, 보라와 은성이는 타의에 의한 도보여행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지막 여행길을 마무리 하고 싶어 하고 마침내 허락을 얻게 된다.  

이 시대의 문제아 은성이와 보라가 자아를 찾아 가는 길. 남보다 더 먼 길을 돌아 갔으나 자기정체성을 찾아 나선 그 길은 아름답게 마무리 되리라. 다시 우리 나라에 돌아 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남의 눈치 보며 자기 의사 표현 못 하는 아이들로 살아가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낙타 봉 속에 영양분이 들어 있거든. 사막을 건너려면 오랫동안 먹지 못해도 버텨야 하잖아. 낙타는 음식을 먹으면 봉 속에 영양분을 축적해 둬.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낙타 봉이 작아지는 거야.(259쪽)

 
   

라는 미주언니의 말을 들은 은성이는 순간 자기만한 나이에 자기를 낳은 엄마를 떠올린다.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던 어린 엄마의 혹이 바로 자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다, 혹이라고 생각되는 낙타의 봉 속에는 낙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들어있는 것처럼 자신은 엄마의 혹이 아나라 봉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할머니의 슬픈 죽음 뒤에 남겨진 두 어린 영혼인 엄마와 은성이는 그렇게 낙타와 봉으로서 남은 시간을 의지할 수 있으리라.  

두 아이의 성장하는 이야기, 특히 은성이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삐딱한 나의 시선을 어느 정도 교화시켜 준 것 같다. 비행 청소년이 되고 싶은 아이가 누가 있겠는가? 단지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을. 우리는 비록 속고 또 속더라도 그들에게 또다른 기회를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사실, 나는 아무 힘도 없으며 그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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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4-2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환경이 그렇게 만들죠. 문제아이 뒤에는 문제부모가 있다는 말 부모들이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부, 모중 누군가는 "언제나 널 사랑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 요즘 애인같은 아들, 친구같은 딸로 키우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희망찬샘 2009-04-27 05:57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분명 좋은 엄마실거예요. 예쁜 엄마에, 좋은 엄마에... 애들은 좋겠어요. ^^
 
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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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아도 가슴이 셀레는 말~ 첫사랑! 

니 내 좋아하나? 언제 뽀뽀 해 줄 건데? - 12년 전 6학년을 가르칠 때 아이가 쓴 교환 일기장의 문구다. 그 일기장을 볼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공부시간에는 절대로 보지 말라는 여학생의 당부를 귀담아 듣지 않던 남학생이 수업 시간에 몰래 노트를 꺼내 보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들켜 버려서 글 쓴 당사자인 우리 반 여학생의 담임인 내 손에 넘겨진 공책에 들어 있던 문구다.  

쪽팔려 게임!-작년 6학년을 할 때 수학여행지에서 진실게임을 통해 공식 커플이 탄생되었다. 그 이후로 아이들 사이에서 쪽팔려 게임(용어가 좀 그렇긴 하지만...)이 유행을 하였다. 손바닥과 손등을 차례로 딪히면서 쪽팔려라고 외치다가 '려~"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의 주문을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 가령 예를 들어서 이긴 사람이 "지금 선생님에게 가서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온내이~" 하면 웃으면서 이건 게임이라서 하는 말일 뿐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하고는 다시 돌아가서 또 게임에 몰두 하는 놀이다. 작년에 이 게임을 금지 시켰는데, 이유인 즉슨 아이들이 자꾸 이 게임을 해서는 공식 커플의 남자 아이에게 여자아이의 볼에 뽀뽀를 하라고 시키는 거다. 여자 아이는 싫지 않은 듯... 볼을 대 주고 있고! 어른의 눈에 다분히 문제 있어 보이는 놀이인지라 금지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내가 미웠을까?  

저학년도 커플링을 교환하고, 남자 아이 보다는 여자 아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시절, 가슴 속의 말을 하지 못해 끙끙대던 우리네 시절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 틈에는 동재와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간직한 아이들도 있으리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아이의 결점까지도 아름다워 보이는...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쩜 부모님과 달리, 공부와 성적이 아니라 이성 친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건 올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 선생님만 알고 계셔요."면서 누굴 좋아한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건 그 이의 입을 벗어나는 순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모든 아이들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로 공유된 채로 교실을 떠돌아 다닌다. 친구가 좋다고 해 주어서 좋은 아이(대개 퀸카, 킹카의 고백은 환영이다.)와 친구가 좋다고 해서 기분 나쁜 아이(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들이 한 교실에 좋아했다 싫어했다 하면서 아이들은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인 동재는 같은 반 여학생인 연아를 남모르게 좋아한다. 찬혁이라는 아역 스타의 여친이라는 것이 장애가 되긴 했으나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터. 게다가 러브장 사건으로 토라진 연아가 찬혁이에게 등을 돌리려고 맘을 먹은 순간을 틈타 이복동생인 은재의 코치를 받으며 연아에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게 되었으니... 그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다면 첫사랑~ 이라는 성장 동화는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이루지 못한 아련함을 간직한 채 성장통을 겪은 동재. 연아와의 사랑과 함께 부모의 이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게 된 아빠와 새엄마, 새엄마의 딸인 동생 은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절묘하게 잘 조화되어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동화인지라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으면서 책 속에 푹 빠져 들 것 같다. 서툴러 실패가 언제나 예정되어 있는 첫사랑, 그래서 그 기억은 더욱 아릿하리라.  

동재처럼 가슴 설레였을 나의 첫사랑은 언제로 잡는 것이 좋을까를 곱씹어 보면서 책을 덮었다. (많아서 가늠할 수 없는 것인지, 적어서 가늠할 수 없는 것인지...) 5, 6학년 아이들을 주 연령층으로 한 동화이니 우리 반 아이들이 보기에 딱인 동화책이다. 아이들이 이 동화책을 통해 마음을 한뼘 더 키워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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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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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어 보니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를 알겠다.  

내 아이에게서 엄마로서의 나는 정말 하늘과 같은 존재다.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만 해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희망이를 보면서 내가 아파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없어진 세상에 남아 슬퍼할 희망이가 걱정이 되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결혼을 조금만 더 일찍 했더라면... 그러면 내가 어른이 되어 나이 들어서도 엄마가 오래오래 살 수 있을텐데...."하며 우는 우리 희망이. 너희가 엄마 말 안 들으면 엄마가 빨리 할머니가 될 수 있다는 협박도 이제는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는 이런 우리 집 사정과는 달리 엄마가 너무 나이가 어려서 갈등이 생긴 경우다. 고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만 덜커덕 생긴 아이를 낳고 그리고 그 아이를 용감하게 키워 나가는 젊은 엄마. 미진이는 엄마가 너무 젊다는 사실이 한없이 창피하기만 하다. 엄마가 젊어서 으쓱 한 기분이 든다면 참 좋겠지만, 엄마가 언니 혹은 이모로 오해 받는 것은 어쩜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닐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아빠는 자식에 대한 책임도 질 줄 모르는 철부지로서의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냈으니 미진이의 가정은 그 출발이 건강하지 못한 것이 어쩜 정해진 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려고 애쓰는 나이 어린 미진이 엄마의 모습은 분명 위대한 엄마의 모습이다.  

성격 까칠한 짝꿍 나경이, 나경이의 폭력 아빠, 그 폭력을 견디지 못 하고 집을 뛰쳐 나간 후 미진 엄마의 전철을 밟고 있는 나경이의 언니,  사건 전개를 돕는 인물로 나오는 미진이의 친구 천우의 등장 등은 억지스러운 감이 많이 들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야기 또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동화는 또 다른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지만... 

분명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고,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은 나이를 초월한 위대한 힘을 발휘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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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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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이 가장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꿈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은 전체의 어느 정도에 해당될까? 빈부의 격차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은 더더욱 꿈이 없다. 예전에야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흔히 쓰였지만, 요즘 세상은 부와 성공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여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정말이지 드물다. 부자동네 아이들이라고 해서 자기만의 꿈을 키워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어렴풋이 든다. 학원 시간표는 부모에 의해 관리 되고 '그저 공부하는 기계처럼 생각없이 이 학원 저 학원 왔다갔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나의 명원 화실은 꿈에 관한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련한 내 어릴 적 꿈을 키우던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꿈을 이루며 사는 행복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던 아이인 이 책의 저자에게는 특별한 선생님이 계셨다. 그림을 잘 그려 늘상 게시판용 그림으로 뽑혔으나 명원화실을 다니면서 부터는 가끔 뽑히는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그림의 길을 배웠다는 것. 그러고 보니 학원에서 기술을  잘 연마한 공식같은 그림은 요즘 같은 때에는 오히려 학교에서도 덜 뽑히고, 대회에서도 덜 환영 받는 듯하다. 나처럼 그림에 무지한 선생은 "우와~"하지만, 그림 공부를 좀 하신 분은 너무 틀에 박혀 있다는 이유로 좀 더 서툴지만, 창의적으로 표현한 아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을 보았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명원화실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으면서 제대로 가르친 선생님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어린 시절의 꿈을 되돌아 보시길.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꿈을 먹고 자라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시길... 

사족>>>아이 러브 비룡소! 

비룡소 홈페이지에서 이것저것 눌렀는데, 그게 덜커덕 당첨이 되었다고 책 한 권이 왔다. 사실 응모 사실도 잊고 있었는데, 책이 와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지를 확인 해 보니 당첨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 이런 식으로 홈페이지 마실만 해도 간간히 책을 주는 비룡소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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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2-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너무 재미있으세요.
맞아요.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거나~ 아니면 너무 엉뚱하거나~ 둘중 하나이지요.
전 요즘 생각합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찾았으면 하구요.
아직은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노력 하려구요.

희망찬샘 2009-02-25 06:11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답니다. 꿈 꾸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청아 청아 예쁜 청아 푸른도서관 28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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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솜씨로 심청 이야기가 새롭게 태어났다.  

심청전 모르는 이 누가 있겠는가? 눈 먼 아버지의 젖동냥으로 자라 그 아비에게 효성을 다 하는 청이! 심봉사는 일하러 간 (혹은 대감댁 부인의 부름을 받고 간) 청이가 늦게까지 오지 않자 딸을 찾아 나서다가 앞을 못 보는 관계로 개울에 빠졌고, 지나가던 시주승의 공양미 삼백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덜커덕 약속을 하고... 뒷일 생각하지 못하고 벌인 일에 한숨짓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맘 착한 딸은 뱃사람들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제물이 될 것을 약속하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는 이야기.  

새롭게 만들어진 부분은 용왕 이야기와 암행 나온 왕자 이야기다. 서해 용왕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아픈 바람에 용왕은 상제의 생일에 초대 받아 간 자리에서 하늘 복숭아를 훔치게 된다. 덕분에 아들 빛나로는 낫게 되지만, 아비는 하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왕자와 왕비는 거북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죄를 구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데, 자식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용서 받을 길도 있어야 겠다고 생각한 상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 길을 알려 주는데... 바로 바다에 빠져 죽을 청이의 혼에 바다에서 함께 거북의 모습으로 살자고 청을 해야 하고 청이의 맘을 얻게 되면 거북의 탈도 벗고 용궁도 빛나로도 다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물론 용왕의 죄도 벗을 수 있고. 그래서 빛나로는 그 이전에 청이의 맘을 얻어 보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청이를 찾아 나서는데... 그런 시간 동안 거북과 인간으로서 정을 쌓게 되지만, 과연 청이가 아무리 맘이 착하다고는 하나 거북의 청을 받아 들여줄 지... 이런 빛나로의 애타는 맘을 알리 없는 청이는 자기 마음의 이야기를 빛나로에게 하기까지 하는데... 마침 마을에서 길을 묻던 선비에게 온 마음을 빼앗긴 청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빛나로는 무척 괴로워 하지만, 용궁의 부활을 기다리며 아픈 마음을 추스린다. 청이가 물에 빠지던 날은 드디어 빛나로에게 기회가 온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으로 청이를 사랑하게 된 빛나로는 청이에게 청혼을 하는 대신 다른 거북들의 도움을 받아 청이를 육지로 실어 살려 보내준다. 오로지 용궁의 징표로 연꽃 한 송이만 남겨 둔 채. 빛나로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는 청이는 마을에 암행을 나온 왕자의 눈에 띄어 왕비가 되는데... 그 왕자가 청이가 연모하던 바로 그 선비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건져 준 은인이라는 사실에 청이는 주어진 모든 운명을 기쁜 맘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청이가 빛나로의 그 절절한 마음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더욱 여운에 남고 마음을 아프게 하긴 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의 묘미인 듯하다. 독자를 안타깝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 장치인가.  

심청전의 큰 흐름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물론 청이가 인당수로 빠진 후 심봉사가 뺑덕 어미에게 겪게 되는 온갖 수모는 사라졌지만, 대신에 빛나로의 용궁 이야기가 이 책의 빛을 발하게 한다. 아는 이야기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가는 재미도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다.  

강숙인 선생님의 책으로 두 번째 만난 작품인데, 작가적 상상력과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에 다시 한 번 더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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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