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밥 공주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독후감 대회! 한 번도 도전해 보지는 않았지만, 교사부문의 부상이 무척이나 나를 유혹한다. 가지고 있는 책 한 권! 생각을 풀어내기엔 어려움이 있어 심사숙고해서 한 권을 더 샀는데, 그것도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만만찮다. 그래서 그냥 감성을 호소하는 동화쪽으로 눈을 돌려 보았다.  

처음에는 별로 풀어낼 이야기가 많지 않았는데, 이른 잠을 깨고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는데 이 책 때문에 어찌나 머리 속이 시끄러운지 도저히 계속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대략 정리 해 보았다.  

책을 지을 때는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가!  

소나기밥이란, 배고픈 주인공 아이가 하루 한 끼 제대로 챙겨 먹는 밥인 급식 시간에 엄청난 양을 몰아넣어 먹는다는 뜻이고, 공주라는 것은 이 아이의 이름이다. 전혀 공주의 삶을 누리지 못 하는 공주의 성은 '안'이다. 우리 형부의 성과 같은데, 아이 이를을 예쁘다고 '예삐'라고 지어도 '안예삐'가 되니까 이건 예쁘다는 것인지 안 예쁘다는 것인지...모를 일이라며 성 때문에 예쁜 이름을 짓기 어렵다고 농담하던 게 떠 오른다. 공주의 성이 바로 안, 아이의 이름은 안공주다. 작가는 이름도 참 잘 지어냈다.  

공주의 삶을 들여다 보자. 엄마는 집을 나갔다.(알콜 중독자 남편 때문에 자식을 포기하고 도망 나갔겠지! 공주는 어떡하라고?) 아빠는 알콜 중독으로 인해 헛것을 보고 급기야 아이만을 남겨 둔 채 재활원에 들어간다. 공주는 정부 보조금으로 집세를 내면서 기름 보일러의 기름을 아끼려고 가스로 물을 데워 패트병에 넣고 그걸로 손난로 발난로 삼아 추위를 이겨내야 하고,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무서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TV를 크게 틀어 놓아야 하고, 고픈 배를 혼자 끌어 안아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없다고? 아니다! 엄청 많이 있다. 나는 이전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숱하게 보아 왔다. 다행히 요즘은 이런 열악한 아이들이 있는 곳 복지투자가 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작년에 반 아이 하나가 고등학생 누나랑 살고 있었다. 아이 얼굴이 곱상하게 생겨서 나는 아이가 힘들게 사는지 몰랐는데, 들여다 보니 걱정스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누나는 고등학생이니 늦게 오고, 학원도 안 가는 아이는 집에서 TV랑 컴이랑 함께 논다. 폭력성 게임 중독은 아닌 듯하였으나 컴 사용시간이 너무 많아 물어보니 그냥 켜 둘 때도 많다고 한다. 아이가 집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아침은 먹고 오냐고 하니, 안 먹는다 그러고. 저녁은 그렇다고 제때 제대로 혼자 챙겨 먹을 수 있을지... 마침 학교에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곳에 부탁해서 아이가 생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수업을 마치면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함께 공부도 도와주고 저녁밥도 먹여서 8시경에 집에 데려다 주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멘토링제도라고 해서 아이를 정해서 10만원을 지원해 주면 그 돈을 아이를 위해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있었는데, 2명을 대상 아동으로 삼아 먹고 싶은 것 없냐고 하니 한 명이 스테이크가 먹고 싶단다. "선생님 맛있어요."하면서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그곳에서 무제한 리필이 되는 음료수를 자기 물통에 담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정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아이의 모습이 공주의 모습이 아닐런지.  

배고픈 공주가 재활원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다녀 온 후(아버지도 못 만나고) 주머니 속에 달랑 남은 돈 560원(구석구석 찾아 낸 돈까지 합한 금액이라니!)! 그 돈으로 콩나물을 사서 국 끓여먹고 무쳐 먹고, 콩나물밥 해 먹을 생각까지 한다. 그런데, 해님마트에서 202호 팽여사에게 배달되는 물건을 얼결에 낚아채 버린 공주는 (소화가 너무 잘 되어 체한 것이 무엇인 줄 몰랐는데) 그 음식들을 입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체하고 또 체하게 된다. 죄책감이 뱃 속 통증을 더 강하게 한다.  

팽여사의 한바탕으로 해님마트는 2배 넘는 보상을 해 주었고, 주인 아저씨는 범인을 찾겠노라 발 벗고 나서고... 전재산 탈탈 털어 샀던 콩나물이 냉장고에서 폭삭 내려앉은 것을 보고 (이 장면에서는 나도 가슴 쿵!) 결국 남은 음식을 다 밀어넣은 공주는 급체하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데... 팽여사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긴 공주는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 한바탕 난리가 있을 법도 한데, 이웃의 아픔을 몰라라 하지 않는 따뜻한 이웃은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더 많은 법! 마트에 가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손해배상을 하고, 팽여사에게도 사과를 해서 이웃간의 벽도 허물어서 공주는 이제 숨통 트이면서 살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더 이상 혼자 밥 먹지 않아도 되고 (저녁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된 팽여사는 어린 딸을 공주에게 부탁할 수 있어 좋고 공주는 이제 더 이상 혼자 밥을 먹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더 이상 체하지 않아도 되는 공주! 비록 어려운 환경 속에서지만, 그 꿋꿋한 성격으로 세상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라는 책도 함께 떠 오른다.  

공주, 아자! 넌 진짜 공주다. 이 세상에는 공주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가라, 산도깨비야 문원아이 10
이환제 글, 송희정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개! 나는 개에 얽힌 추억이 없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털 날리고, 냄새난다고 개 키우는 것을 반대하셨기 때문에 개를 키워 보지 못했고 덕분에 개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없다. 생각해 보니 늘상 일한다고 바쁘셨던 엄마는 자식들 건사하기도 힘드셔서 개는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 하나 돌보는 손길이 필요한 개를 어떻게 키우나? 내 아이도 제대로 못 돌보는 판에... 

이 책은 이런 나에게 개를 키우면서 나눈 그 따뜻한 정을 간접적으로나 느끼게 해 주었고 어린 시절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이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개와 관련되는 이런저런 이야기 5편. 

<잘 가라, 산도깨비야>에서는 마을에 나타나고 있다는 도깨비불의 비밀이 사실은 들개의 눈빛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들개가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다는 것. 그 새끼가 갖고 싶어 덫을 놓아 한 마리를 잡아 와서는 '산도깨비'라고 이름 지어 주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된 동찬이는 무척 신이 났더라는 것. 하지만, 다른 새끼마저 잃고 구슬피 우는 어미와 어미를 그리워 하는 새끼를 차마 보지 못해 산도깨비를 보내면서 동찬이가 했던 말이다.  

<개한테 물린 자국>에서는 아빠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함께 한다. 모자라는 친구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던 아빠는 그 친구를 따르던 개도 싫기만 하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천수네(모자라는 친구)다녀 오던 길에 사나운 개가 으르렁 거리자 당황한 아이(어린 아빠)는 그만 돌멩이를 들고 던지고 마는데... 때마침 덕구(천수의 개)가 나와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홀로 집을 지키던 천수가 불이 나서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자 천수를 구하려다 같이 죽은 천수네 개를 생각하면서 천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어쩜  진짜 상처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아빠를 괴롭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몽이 이야기>에서 절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할아버지가 몽이를 키우기까지의 이야기에서 왜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지 무슨 사연이 있다는 듯 여운만 남긴 채 그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은 것은 이야기 구성에서 살짝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은 <강이와 사라진 마을>에서도 나타난다. 봉수와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소금만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너무 가난해서 반찬은 늘상 소금이라는) 뜬금없이 들어 왔다가 사라져 버리는 소금만 먹는 사람은 이야기의 전개상 전혀 없어도 될 사람인데 이야기에 들어와서는 글 읽는 흐름을 껄끄럽게 하는 감이 있다. 또한 죄를 지어서 고향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죄란 도대체 뭔지도 의문이다. 할아버지를 평생 따르던 개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 죽어 그 옆에 나란히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 이야기의 전개도 여기저기 아쉬움의 흔적이 남는다. 이야기 전개상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여기저기 끼어든채 마무리가 안 된채 끝나버리니 영 읽는 마음이 개운치 않다.  

<누렁이의 눈물>에서는 개의 눈물을 본 아이들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복날에 보양탕감이 되어 잡혀가던 누렁이를 휴가 중이던 가족이 보고는 구해내어 새 가족이 되어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이답고 참 예쁜 이야기였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우수문학 독서 감상문 모집 공고를 보고 해당 도서 중 우리 교실에 있는 책을 찾아 보니 이 책이 있어서 대회에 한 번 참가 해 볼까 싶은 맘으로 읽었다. 책은 잘 읽히나 내게 있어서 독후감 잘 쓰기 소재로는 썩 적당하지 않은 듯하여(책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소재에 대해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어서) 그저 읽은 흔적을 여기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2
백석 지음, 이수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모두 네 편이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정말 생각거리와 교훈이 가득하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단행본으로 만났던 기억이 있다.  

어미가 '~하였네'로 끝나서 아이들이 읽으면서 느낌이 좀 색다를 것 같다.  

먼저 <귀머거리 너구리> 에서는 귀가 멀어서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다른 동물들과 함께 마을 서리와 사냥을 가서는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계속 하던 작업을 마무리 한 너구리를 무척 용감하다고 생각한 다른 동물들은 귀머거리 너구리를 대장 삼고 큰 일을 치려고 맘 먹는다. 들을 수 없어 용감했던 너구리는 볼 수는 있었던지라 개를 앞세우고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마을 사람들을 보고는 제일 먼저 줄행랑~ 너구리만 믿고 행동에 나섰던 다른 동물들. 결국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인가! 사람, 아니 동물을 바른 눈으로 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야 하지 않을까? 살짝 정치풍자적인 느낌이 드는 동화였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맘이 넓어 자신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동물들을 도와 준 개구리에게 도움 받았던 동물들이 그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모른척 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될 것 같다.  더욱 고운 맘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그런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은 소시랑게의 거품으로 흰 밥 한솥을 지었다는 부분이다. 결국 쌀로 지은 밥이 아닌 거품밥을 다같이 둘러 앉아 먹었다는 말인가? 

<집게네 형제>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집게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워 다른 껍질을 뒤집어 쓴 다른 세 형제들은 소라나 고둥을 먹기 위한 적들의 공격에 애매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으나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 하지 않은 막내 집게는 그 덕에 평안하게 잘 살았더란다.  

<오징어와 검복>에서는 뼈 없던 오징어가 뼈 하나 가지게 된 사연과 살결 곱던 검복이 얼룩덜룩해진 이유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식의 동화는 많은 작가들의 소재가 된 듯하다 얼마 전에 읽은 <<통발신을 신었던 누렁소>>에서도 <가자미와 복장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왜 가자미가 납작해졌는지, 왜 복장이의 배가 볼록해졌는지 하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교훈 가득한 이런 이야기라면 아이들에게 권하는 어른의 마음도 참 흐뭇해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아의 눈 - 마음을 여는 동화 1 책읽는 가족 61
이금이 지음,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이금이 선생님의 글재주에 다시 한 번 더 감탄을 했다.  

사실 표지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글씨가 잘아서(아이들 책에 익숙해져 있어, 글씨 크기도 책읽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좀체 손이 가지 않았다. 아이들도 아마 그럴 것 같다.  

언니 집에서 여러 권 업어 온 책 중에 이금이 선생님의 책이 제법 있어서 요즘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국적인 제목이라 느꼈던 <<구아의 눈>>은 본 작품을 읽으면서 그 의문이 풀어졌다. 친구의 집에서 보았던 이구아나, 그 순수한 눈에 반한 나는 다른 동물을 키우느라 이구아나에 소홀한 친구에게서 이구아나를 얻어다 '구아'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그로써 '~ 잘 하는 사람'과 '~ 못 하는 사람'으로 세상 사람을 이분하는 습관이 있는 '~ 잘 하는 누나'의 '~못 하는 동생'인 나는 드디어 구아를 통해 누나와 소통하게 된다.  

<개나리꽃보다 더 눈부신>에서는 결혼식도 못 올려서 결혼 기념일도 없는 부모님, 구차하게 사시는 것 같아 싫었던 그 부모님이 자식에게 그 가난을 되물림 해 주기 싫어 고생하심을 알고 엄마를 이해해 가는 은영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햄, 뭐라나 하는 쥐>에서는 이 치료 때문에 홀로 아들 집에 올라온 시골 노인인 할아버지가 손녀가 키우는 '햄 뭐라나 하는 쥐'를 빌어 동동 뜬 기름같은 자신의 위치를 은근슬쩍 꼬집어 둔 것이 참 잘 이해가 되었다. 결국 '햄 뭐라나 하는 쥐'처럼 자신도 손녀의 멋진 할아버지임을 인정 받고 마음이 사르르 녹게 되어 다행이었다.  

<단칸방>에서는 사춘기 소녀가 아버지께서 친구의 빚보증을 잘 못하는 바람에 단칸방에서 생활하게 된 고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단칸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우리 가족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교통 사고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안타깝기는 하나 아버지의 빠른 쾌유와 더불어 그 작은 공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래본다.  

<민규의 그림>에서는 항상 바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자 아이가 새나 키우고 인형이나 가지고 논다고 그걸 다 갖다 버리고 탱크, 총, 칼, 전투기, 로봇... 등을 사 주신 아버지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한 탓에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잠자는 아빠에게 아빠가 사 주신 총을 겨누며 "내 곰돌이 내놔. 쭈쭈랑 찌찌 내놔......."라고 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섬뜩하기도 하고, 애처럽기도 하다.  아빠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뿌리깊은 뻐드렁니>는 엄마의 뻐드렁니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시달리는 내가 가진  '뻐드렁니 덕에 덕 볼 일이 생길 줄도 모른다'는 긍정 사고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귀신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무서워 하면서도 이불 뒤집어 쓰고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을 열나게 보던 어린 시절. 그 시절 귀신이야기가 왜 그리 좋던지. 실컷 보고는 무서워서 벌벌 떨던 그 때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우리집 망망이>는 초반부에 할머니가 이야기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보니 '다마고치'를 키우는 아들 덕에 망망이의 할머니가 된 엄마가 화자다. 요즘 아이들은 한 때 무섭게 유행했던 '다마고치'를 알고 있을까? 만약 이금이 선생님이 이야기를 조금 고쳐서 다시 책을 내신다면 '다마고치'보다는 '닌텐도'가 아이들이 이해하기 더 쉬운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선물>은 초등학생의 위문편지를 받고 휴가를 나가서 그 아이를 찾아 나선 군인 아저씨 이야기다. 찾아보니 너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그 아이를 아는 척 해야 할지 모른 척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 하지만, 이 멋진 군인 아저씨가 마음이 따뜻한 아저씨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옥시기>는 믿지 못하고 사는 현 세태를 꼬집은 이야기이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를 잊고 사는 자식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손녀딸 오면 튀겨 주려고 말려 둔 강냉이가 몇 말이나 된다는 말은 무척이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딸 그만이네 또섭이>는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이금이 선생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처음 가진 열쇠>>를 읽으면서 황선미 선생님 얼굴을 떠올렸던 그 느낌이 이 이야기에서 살아났기 때문이리라.  

아주 짤막한 이야기에서부터 제법 긴 이야기까지... 참 얇은 책 속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길이를 떠나서 하나같이 잘 짜여진 구조로 어찌나 맛깔스럽게 쓰여졌는지... 이금이 선생님이라면 이 소재들을 가지고 기다란 이야기 한 편씩은 뚝딱뚝딱 잘도 지어내시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아, 재미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9-06-1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책은 '햄, 뭐라나 하는 쥐'라는 제목으로 바꿔 나왔는데 이번에 또 개정판이 나왔네요.
이금이 작가 책을 30권 이상 본 저도 정말 글 잘 쓴다고 감탄할 때가 많아요.^^

희망찬샘 2009-06-17 06:1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구판절판~ 새로 신간이 나왔네요. 리뷰 갈아 타야겠어요.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 5학년 1학기 듣기,말하기,쓰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11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책 표지가 조금 달라졌다. 내 책에는 저학년 아이의 얼굴인데, 이 책은 조금 큰 아이 얼굴이다. 수아는 4학년이니 이전 판 보다는 이 그림이 더 나은 것도 같다.  

맘대로 병에 걸린 아이 수아와 예쁜 수아의 사촌임에 우쭐하다가 수아 덕에 된통 맘 고생하는 영무, 그리고 진심으로 편견없이 수아를 좋아해 준 친구 성남이가 펼치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이금이 선생님은 <<내 친구 재덕이>>에서도 어린 아이들의 편견을 고쳐주시려 하시더니 이 책에서도 아이들에게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수아의 맘대로 병 때문에 사촌임이 부끄러워진 영무는 어른들이 모르게 수아에게 적당히 나쁜 짓도 하는데 어쩜 그게 아이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영무가 계속 그렇게 쭉 수아에게 나쁘게 했더라면 마음이 가지 않을텐데 나중에 수아를 이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수아에게 다가서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친구의 모습을 대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이 바라보기 때문에 잘 대해주고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어쩌면 "정말 착하구나."하는 말을 듣고 싶어서 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영무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가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아 덕에 선행상을 받았지만, 그 상이 부끄러운 영무와는 달리 성나이 같은 아이도 있다. 진정으로 그 모습을 사랑해 주는 친구가 있었기에 수아도 행복한 시골 생활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영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남이처럼 수아를 대하는 그런 친구가 되기를 바래본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9-06-09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의 책도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고 싶어 집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잘 표현했죠. 맘대로 병이라는 설정도 참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