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어떤 죽음은 슬프기는커녕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 당시 영국 사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이인 척 하는 탐욕스런 스킴폴의 최후가 좀 더 비참했더라면 어땠을까. ‘안개가 자욱한’ 세상에 햇살 같은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따뜻하다. ‘황폐한 집’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기뻐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미 드러나 있지만 애써 흐릿하게만 보려던 비밀이 드러났다. 우리 더든 아줌마 에스더는 언제까지 그렇게 착하기만 할까. 스킴폴도 리처드도 젤리비 여사도 아버지 터비드롭도 다 지들 맘대로 하는데 말이다. 여전히 다정한 사람들은 내 마음을 울리고 세상은 또 그렇게 가치 있기도 하겠지.
"어떤 일도 절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하지 말렴, 사랑하는 캐디." - P228
삶은 약자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채무자 감옥’이나 ‘조’, ‘그리들리’ 등은 그 사회의 부조리를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잔다이스는 그저 ‘동풍’탓을 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모두를 잘 보살피는 에스더는 정작 자신을 알지도 보살피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드코트랑 잘 되는걸까?
안드레이와 피예르의 생각은 니콜루시카에게로 이어지겠지. 러시아 민중을 사랑하는 톨스토이는 ‘평화’와 그 평화를 위한 ‘전쟁’의 참혹함을 ‘민중’과 함께 겪는다. 안드레이도 피예르도 니콜라이도 모두 영웅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인간이다. 시대적인 이유로 나타샤와 마리야와 소냐가 희생적이고 가정적인 여자들로 남았지만 이 책에 나온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나타샤와 사제보다도 더 경건하고 순수하며 소나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마리야와 은혜를 알고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여 사랑을 실천한 소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