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자서전
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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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개개인은 섬이고 남이고 화성이고 금성이고 외계인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다시 펼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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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10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중의 하나인데 다시 읽고 싶어도 어디에 두었는지 당최 기억이 나질 않네요ㅜ.ㅜ

꼬마요정 2025-10-11 01:25   좋아요 0 | URL
앗, 찾으셔야할텐데요.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잖아요ㅜㅜ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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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아닌 곳은 시골일까. 고층 건물이 빼곡하고 도로에는 차들이 쉬지 않고 달리는 곳이 도시라면,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옆을 보면 나무와 들판이 보이는 곳은 시골일까. 많은 낯선 사람들 속에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 도시라면,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은 시골일까. 그렇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정이 넘치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을 동경할 것이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를 부러워할 수도 있다.


열매는 빌려 준 돈을 갚지 않은 채 사라진 고수미를 찾으러 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향한다. 열매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산 사람들을, 밤에는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수미 엄마나 외계인인지 산신령인지 알 수 없는 어저귀, 혼자만의 성에 사는 것같지만 반려견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배우 정애는 열매가 알지 못한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열매는 완주에서 오래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는 열매의 지지자이다. 열매의 마음 속에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자아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 <마스크>의 자막을 읽어주며 할아버지와 쌓은 친밀감, 유대감, 즐거움, 자신감 등은 이곳 완주에서 열매를 맺었다. 이제 열매는 좀 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겠지.


세상 만물은 모두 좋고 나쁨을 가졌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는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나에게 한없이 좋은 사람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 또는 돈과 관계 되면 그 사람의 사정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호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데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이익과 손해를 완벽히 따져가며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보다 베풂과 감사를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열매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나의 엄마는 나와 동생을 외할머니집에 자주 맡겼는데, 그럴 때면 늘 나는 외할머니에게 책을 읽어드렸다. 맨날 함매 함매 하면서 동화책부터 그리스로마신화까지 외할머니 옆에서 펼쳐들고 읽었더랬다. 물론 책 한 권을 다 읽은 건 얇은 책 몇 권 뿐이었지만 나도 외할머니도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제일 좋아했던 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받아적어 알려드린 거였다. 아직도 난 주현미 노래나 현철 노래 가사가 기억난다. '신사동 그사람', '봉선화 연정' 등은 여전히 따라부를 수 있다.


개발 논리에 잠식된 검은 돈이 방화한 것 같은 그 산불은 어저귀의 자취를 없앴다. 어저귀는 어디 있을까. 그 장면을 보며 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재개발 재건축 플랜카드가 한창 걸려있을 때 동네에 있던 커다란 느티나무가 뽑혀 나간 것이 떠올랐다. 내가 이사왔을 때부터 거대한 나무였고 마을의 수호신 같은 느낌을 주는 나무였는데 어느 날 사라졌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백 년은 넘게 그 자리에 있던 나무였는데 이제는 도로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그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느티나무를 생각한다.


어쩌면 어저귀는 살면서 닮고 싶고 종국에는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니까. 사계절을 사는 우리는 삶을 계절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 계절마다 나를 뭉클하게 하는 것들을 간직하면 좋겠다. 혼돈과 상실의 고통을 지닌 여름을 지나며 열매는 가을을 맞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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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05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에 제가 어릴적에 살던 동네가 재개발 되는 모습을 직접 본 기억이 있어요.살던곳은 이미 빌라가 되었고 인근 산동네가 아파트 재개발로 철거중이었는데 어릴적 친구가 살던 집이 철거되어 빈집이 되어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친구네 창문 밖으로 본 옛 동네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그립기도 하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더군요.

꼬마요정 2025-10-09 22:2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아직 제가 살던 집이 포함된 곳이 재개발 된 적은 없어요. 여전히 똑같은 집이 있는데 점점 낡아가긴 합니다. 근데 저도 친구가 살던 집이 재개발 되어서 지금 아파트가 제법 많이 올라갔는데요, 볼 때마다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네 싶어요. 분담금 때문에 골치 아프다지만 그래도 엎어지는 것보다 성공하는 게 낫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재개발이라는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희선 2025-10-05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제목 보고 달리기를 끝까지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완주는 지역 이름이었군요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이기도 하지만 가 본 적 없는 듯합니다 할아버지와 열매를 보고 꼬마요정 님과 할머니를 떠올리셨군요 어릴 때 할머니한테 책을 읽어드리시다니 좋은 기억이네요

개발하면 예전 건 거의 다 사라지는군요 남기는 것도 있으면 좋을 텐데...

꼬마요정 님 남은 명절 연휴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5-10-09 22:30   좋아요 0 | URL
저도 읽기 전에 처음 이 책 제목 들었을 때 달리기를 끝까지 하는 건가 했네요. 그런데 이중적인 의미이기도 한 듯 해요. 완주라는 곳에서 삶을 완주할 힘을 얻는다는 느낌이랄까요. 아마 열매는 끝까지 삶을 스스로 살려고 노력하면서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외할머니께 책 읽어드리고 노래 가사 적어드린 건 정말 행복한 기억입니다^^

명절이 끝나버렸네요ㅠㅠ 그래도 주말이 다가오니까요, 연휴 마무리 잘 하시고 힘찬 주말 맞이하시길 바라요^^

감은빛 2025-10-06 0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희선님처럼 그 완주를 생각했는데, 완주군이었군요.
완주는 적정기술 취재하러 딱 한 번 가봤었네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는데, 지인 중에 완주가 고향인 사람이 있었네요.

꼬마요정 2025-10-09 22:33   좋아요 0 | URL
다들 같은 생각이로군요. 근데 완주라는 게 이중적인 의미인 듯 합니다. 완주에서 얻은 경험과 정이 열매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거거든요. 저는 완주는 가 본 적이 없어요. 정확히 어디있는지도 모르지만, 가보고 싶어졌답니다. 이 책 덕에 지인이 떠오르셨네요. 책의 힘인가봐요. 기억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게 말이죠.^^
 
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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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처음 접한 건 <상실의 시대>였다. 그 이후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쳐다도 안 봤는데, <도쿄기담집>은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는 '불가사의하고 기묘하며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무심하게 때론 씁쓸하게 조곤조곤 말한다. 하루키가 말한 대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독하고 혼란스러우며 잊거나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헤쳐가고 있다. 무미건조한 어투로 담담히 써 내려간 이야기는 한없이 우울한 이야기를 한층 비극적이게 한다. 반면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놀랍지 않냐는 어투로 말해서 나도 모르게 신기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하루키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우연여행자>는 어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다. 하지만 그 세 가지 우연은 세상이 이렇게 신비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루키가 메사추세츠에 머물던 무렵 들른 재즈 카페에서 신청하고 싶던 곡이 흘러나왔던 우연과 <10 to 4 at the 5 spot> LP판 구입과 관련한 우연은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묘하게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을 줬다. 이 우연은 어쩌면 운명처럼 예정되어 있던 걸까하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아노 조율사인 '그'의 이야기는 이 두 가지 우연에 더해 신비감을 더 증폭시켰다. 화요일 오전마다 서점 까페에서 책을 읽던 그는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고 있었다. 우연히도 똑같은 책을 읽던 그녀를 만났다. 그와 그녀는 가까워졌으나 더 친밀해지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연을 듣고 그는 자신의 누나를 떠올렸다. 인연을 끊었던 누나와의 통화는 그의 삶을 바꿨다. 이는 마치 예전에 선한 행동이 은혜를 갚는 것마냥 찾아 온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우연의 결과였다. 가장 밑바닥까지 홀로 내려가야지만 구원받을 수 있단 하루키의 말이 와닿았다.


<하나레이 해변>은 하와이의 하나레이 해변에서 상어에게 아들을 잃은 사치의 이야기이다. 사치는 자신의 아들이 상어에게 물려 익사했다는 연락을 받고 하와이로 떠난다. 사치의 상실은 치유되지 않았고 그녀는 아들의 기일마다 하와이의 하나레이 해변을 방문한다. 자유롭게 살았던 자신처럼 아들 역시 하와이로 서핑을 하러 왔다가 죽었다. 그의 영혼은 어디 있을까. 우연히 만난 키다리와 땅딸이에게 친절을 베푼 그녀는 그들에게서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다. 감정의 기복이 없어보이는 사치의 메마른 어투는 조금만 건드려도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상처를 덮고 있는 듯 했다. 사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내려가야 할까.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는 특이한 이야기였다. 계단에서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나'는 그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린다. 현대사회는 이상하다.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하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장소를 찾기도 한다. 가족이란 공동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책임감과 지루함에 짓눌려 사라지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계단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통로인 것일까. 다른 곳의 거울보다 더 예쁘게 보인다는 그 거울은 보고 싶은 것을 보도록 해줄까.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비춰줄까. 내 주변에는 그런 '문'이 있을까. '나'는 그 문을 찾을 수 있을까.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은 꿈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액자식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가인 내가 쓰는 단편소설 속에서 여자는 능력 있는 의사지만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왜 불륜일까. 그래서 그 돌은 질질 끌려다니는 그 불쾌하고 끈적거리는 불륜이 뿜어내는 감정을 끊어낼 때까지,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찾을 때까지 따라다닐까. 그리고 아버지의 주술적 속박에 걸린 준페이는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일생에 중요한 여자가 세 명이라는 말에 그는 누구에게도 그 세 번을 주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지나고나서야 그 여자가 첫 번째였구나, 두 번째였구나 이럴 뿐. 장엄미사곡을 떠올리게 하는 기리에(나도 이 이름을 보자마자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떠올렸다)는 신비로운 여자였다. 그녀 신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푹 빠졌다. 함께 하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사라진 기리에를 기다리던 준페이는 마침내 콩팥 모양의 돌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갈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삶은 죽을 때나 되어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나가와 원숭이>는 기이한 이야기이다. 괴이한 존재와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라고나 할까. 미즈키는 일 년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종종 잊어버렸다. 시나가와 구청에서 운영하는 '마음의 고민 상담실'에 상담을 받으러 간 그녀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알게 되는데... 사람은 과거에 사로잡힌 존재이면서 그 과거를 끊고 앞으로 나갈 수도 있는 존재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알고 지낸 마쓰나카 유코와 얽힌 이야기를 꺼내자 상담사인 사카키는 번뜩이는 통찰력과 다른 존재를 볼 수 있는 눈으로 미즈키의 과거를 벗겨준다. 세상은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 건 확실하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에게 도사리는 어둠은 상실을 겪으면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홀로 그 어둠을 맞이해야만 한다. 어쩌면 그 어둠에 먹힐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어떻게든 그 어둠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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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02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자님 가라사대 군자는 괴련난신을 논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요.그래서 공자님 말씅을 신주단주 모신 조선시대에는 기이한 글은 선비들이 쓰거나 읽어서는 안될 책이라고 여겨졌지요.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정조대왕으로 정조는 사서삼경등 중국의 성현이 쓴 글외에는 선비들이 읽어서는 안된다고 야단치셨다고 하지요.
하지만 유교 즉 문보다는 칼을 신봉한 일본의 막부시대에는 오히려 기이한 일들을 수록한 책들이 많이 읽혔다고 하는데 그 전통이 현대까지도 이어내려오고 있나 봅니다^^

꼬마요정 2025-10-04 10:08   좋아요 0 | URL
공자님은 그저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 했는데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그 말을 괴력난신은 옳지 않다 혹은 나쁘다 라고 여긴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데다가 심지어 괴력난신은 재미가 있잖아요. ㅎㅎㅎ <설공찬전>이 소실되지 않고 그대로 전해졌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쉬워요.

일본은 기이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서 그런지 장르 문학도 엄청 발달했잖아요. 부럽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에도시대 괴담도 읽었는데 재밌더라구요. 그래도 우리에겐 <삼국유사>나 <용재총화> 같은 선집들이 있으니까요 ㅎㅎㅎ

새파랑 2025-10-04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읽으신 하루키 작품이 많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상실의 시대>가 젤 유명하긴 한데, 다른 작품들도 좋은게 많습니다 ㅋ 장편, 단편, 에세이 마다 하루키 특유의 재미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꼬마요정 2025-10-09 22:37   좋아요 0 | URL
제가 <상실의 시대> 읽고 하루키는 쳐다도 안 봤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제 편견을 깨버렸어요. 역시 사람은 하나만 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루키 좋아하시는 분들 왜 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이제 저도 하루키를 읽어보려구요. 새파랑 님 서재에 자주 놀러가서 하루키 찾아봐야겠어요!!! ㅎㅎㅎ

감은빛 2025-10-06 0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가 [노르웨이의 숲]이죠? 후자가 원제라고 들었어요.
제가 읽은 건 아마도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의 번역본이었던 것 같아요.
하루키 작품 중에 소설은 그거 딱 하나 읽었고,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2/3 정도 읽고 멈췄었네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꼬마요정 2025-10-09 22:39   좋아요 0 | URL
저는 <상실의 시대>를 읽었어요. <노르웨이의 숲>이랑 번역이 좀 다를라나요. 저도 그거 하나 딱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읽어봐야겠어요. 감은빛 님께도 이 책이 재미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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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아직 김밥천국이 없던 시절에 내가 좋아하던 곳은 유가네 닭갈비와 장우동이었다. 장우동을 기억하시는 분 있으려나. 거기 우동을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유가네 닭갈비의 닭야채볶음밥. 밥과 감자사리(쫄면사리)를 함께 볶아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음료수도 하나씩 그냥 줬는데 탄산음료랑 물김치랑 밥이랑 같이 먹으면 배가 빵빵해졌다. 물론 돈이 없어서 닭갈비볶음밥을 먹지는 못했고 늘 닭야채볶음밥만 먹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장우동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엔 김밥천국 등 김밥이 들어간 분식집들이 늘어났고 소풍 때나 먹던 김밥을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김밥천국의 장점은 메뉴가 많다는 거였고, 단점은(남편 말로는) 메뉴가 많기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내 입이 맛을 평가하기엔 너무나 짧아 그래그래 하며 넘어갔다.


대학 다닐 때에도 돈이 없는 우리는 분식집을 자주 갔는데, 떡볶이며 순대볶음이며 이것저것 시켜 배부르게 먹고 나도 4명이 2천원 정도만 부담하면 충분했다. 김밥천국이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배 고프고 힘들 때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는 곳, 다양한 메뉴가 있어 고민하며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곳.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밖에서 먹는 한 끼가 부담스러운 학습지 교사 은심이나 시청 공무원으로 상사들의 헛발질에 시달리고 민원인들의 욕을 먹는 은희나 암 말기에 효과 없는 항암치료를 받는 진수나 성범죄의 희생자이나 좁은 동네에서 가해자의 평판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 수연은 김밥천국을 찾는다. 그들은 각자의 추억을 곱씹고 힘들었던 일을 털어내고 부숴버리겠다는 복수의 감정을 딛고 웃어버리는 마음을 음식에 투영했다. 그래서 치즈떡볶이나 김밥, 김치만두나 육개장이 더 푸근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늘 피곤하고 지친 날을 맞이하지만 작가는 김밥천국 가는 날이 꼭 힘들고 지친 날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남이 해 준 밥이 먹고 싶어 찾은 김밥천국에서 딸이라 계란도 못 먹었던 한을 담아 오므라이스를 시켜 먹는 영주는 선택적 가부장제를 택했던 할아버지에게 한 방 먹인 것 같아 기뻐한다. 집밥이 맛있다지만 사실 남이 해 준 밥이 제일 맛있다는 건 진리일테다. 경찰서장의 운전병을 하던 성우는 한참 뒤 은퇴한 경찰서장을 다시 만나게 되고 오징어덮밥을 먹으며 어른의 지혜를 배운다. 야구를 하던 삼촌이 다쳐서 야구를 포기하고 일반 직장인이 되었지만 야구 심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아람은 어릴 때 삼촌과 함께 봤던 야구 만화를 떠올린다. 깃토 가쓰 - 반드시 이긴다는 뜻인데 돈가쓰랑 발음이 같아서인지 일본 사람들이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돈가스를 먹는다고. 아람은 세상 사는 게 다 그렇다고 절망하다가 묵묵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뤄가는 삼촌을 보며 좋아하는 영상일을 계속하기 위해 김밥천국에서 돈가스덮밥을 먹는다. 베트남에서 온 리엔 역시 한국인들의 편견 속에서 힘들어하다 김밥천국의 비빔국수에서 위안을 얻는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알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의 호텔에서도 일하는 인재였지만 주변 사람들 눈엔 그저 베트남 신부일 뿐이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도 리엔은 다시금 희망을 가진다. 비빔국수에 땅콩 분태가 올라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에 또 맛있는 것을 더하는 것처럼 자신도 느억맘 소스에 먹고 싶었던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어쩌면 아예 다른 것들도 섞으면 더 맛있어질 수 있듯이 사람 사는 사회도 다양한 사람들의 장점을 더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희우와 유현은 서로 닮았다. 그들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희우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다고 집에서 논다는 표현을 쓰며 육아에는 전혀 동참을 하지 않는 남편에게 그럼 당신이 육아휴직을 하고 민서를 돌보라는 말에 남자가 어떻게 그렇게 하냐며 길길이 날뛰어 이혼했다. 남편은 양육비도 주지 않고 아이도 보지 않았다. 유현은 입덧이 심해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일을 하지만 주변의 배려에도 눈치가 보였고 자신이 출산을 하면 일을 더해야 할 동료들이 걱정이었다. 태아는 딸꾹질도 자주 하고 산달이 다가올 때까지 먹는 것을 심하게 가려 주변의 눈치를 보게 했다. 희우는 아빠 없는 딸에게 미안해서 더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고, 그들은 콩국수를 먹으며 위안을 얻었다. 유현 역시 힘든 임신 기간 중에 친정 엄마랑 먹던 음식 중 생각나는 것 없냐는 동료의 말에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쫄면을 떠올린다. 


이렇게 음식은 사람을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 주는 것 같다. 장소도 건너뛰고 시간도 건너뛰어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가고 싶은 시간대로 말이다. 그렇게 크게 거창하고 요란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김밥 한 줄, 김치만두 한 알이 한 사람을 눈물 흘리게 할 수도, 한 사람이 살아갈 힘을 줄 수도 있다. 나에게 그런 음식은 무엇일까. 오늘 저녁은 김밥천국 메뉴판을 펼쳐놓고 정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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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9-30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가네 닭갈비, 장우동, 김밥천국…모두 추억의 장소입니다.
울 동네에 장우동이 새로 생겨 깜짝 놀랐어요.
김밥천국은 아직 못 본 것 같은데…
메뉴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어 나중에 김밥천국집 보게 된다면 저도 한 번 들어가봐야겠어요.

꼬마요정 2025-09-30 16:15   좋아요 1 | URL
오, 장우동이 생겼나요? 저는 벡스코에 궁팡이나 불교박람회 같은 거 하면 가는데 거기서 보고 다른 데선 못 봤어요ㅠㅠ 부산대 앞에 있던 장우동도 한참 전에 없어졌구요. 장우동 돈까스랑 우동 참 좋아했는데... 정말 추억입니다. 김밥천국엔 진짜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민하는데 저는 라볶이를 자주 먹었습니다. ㅎㅎㅎㅎ

카스피 2025-09-30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밥천국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 참 재미있는데 아는 어르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약 30년전에 광명 사거리 한 가두매장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두 부부가 열심히 하면서 광명에서 인기를 얻었고 차츰 차츰 매장을 늘려갔다고 하더군요.프렌차이즈로 확장을 하기 했는데 초기에는 사장이 직접 매장을 임차한후 직접 고른 의욕은 있으나 돈이 없는 점장에게 매출의 몇 %를 주는 조건(매장권리금+보증금+월세는 사장이 지불)준 조건으로 매장을 맡긴후 일정 궨도에 오르면 권리금+보증금을 받고 매장을 넘기는 형식으로 가맹점을 늘려갔다고 합니다.
점장들은 매장에서 돈이 벌리는 것을 직접 확인하니 죽을 둥 살둥 열심히 일해서 매장을 인수해서 사장과 점장(미래의 프렌차이즈 매장 사장)은 서로 윈윈 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프렌차이즈 업체가 점주들의 뒤통수를 치지 않았던 시절의 성공 이야기네요^^

꼬마요정 2025-10-01 09:51   좋아요 0 | URL
원래 김밥천국은 인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김밥천국 상표권이 없는 틈에 우후죽순 생겼다고 해요. 작가가 인천 사람인지 인천 음식을 잘 설명해주는데 책 읽으면서 계속 뭔가 먹고 싶어지는 경험을 했네요. ㅎㅎㅎ

광명의 그 부부는 진짜 멋진 분들이네요. 프랜차이즈 업체가 점주들 뒤통수 안 치고 서로 윈윈하던 시절이 있었군요. 요새는 인테리어부터 재료 수급까지 그냥 뭐 벗겨 먹으려는 데가 너무 많아요. 위약금도 너무 크구요ㅠㅠ

skarly 2025-10-0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우동 탕수만두 그립읍니다🤣🤣 이젠 잘 볼 수 없는 매뉴😭

꼬마요정 2025-10-01 09:52   좋아요 1 | URL
오오 탕수만두!! 맛있겠습니다. 이젠 진짜 장우동 보기 힘들죠. 그러고보니 탕수만두도 보기 힘드네요.ㅠㅠ

페크pek0501 2025-10-01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밥천국에 가서 돈까스를 먹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일하시는 두 분이 매우 친절해서 꼭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뭐 먹을까 고민되면 김밥천국, 이 괘찮은 것 같아요. 메뉴도 많고요. 저도 장우동, 없어진 것 생각이 납니다. 맛있었는데 말이죠.^^

꼬마요정 2025-10-02 00:12   좋아요 1 | URL
김밥천국이 많이 없어졌다해도 동네에 꼭 꼭 하나씩 있는 것 같은데, 오래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친절함도 있겠네요. 제가 가는 김밥천국도 친절하거든요. 다만... 자꾸 그 허경영 하늘궁(?) 그 글귀 붙은 차가 가게 앞에 늘 주차되어 있어서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ㅠㅠ

모두들 한목소리로 장우동 그립다고 해주시니 더더욱 그리워집니다.^^

괴테 2025-10-05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덕분에 좋은 책 하나 챙겼네요. 읽어보러 가야겠네요~

꼬마요정 2025-10-09 22:39   좋아요 0 | URL
괴테 님 고맙습니다. 저는 참 좋았는데 괴테 님께도 울림이 있고 좋은 책이면 좋겠습니다.^^

감은빛 2025-10-06 0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이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꼬마요정님의 이 글이 너무 좋네요!!
어느날부터인지 몰라도 점점 김밥천국이 안 보이더라구요.
한때 그렇게 많았고, 심지어 짝퉁 가게들도 정말 많았었는데.

꼬마요정 2025-10-09 22: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는 이 책 참 좋았거든요. 괜히 장우동도 생각나고 말이죠. 어릴 때 장우동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김밥천국도 많이 없어졌죠? 영원한 건 없다지만 사라지는 건 쓸쓸하고 아쉽긴 합니다. 근데 저희 집 위에는 김밥천국과 김밥365가 같이 있답니다. 진짜 김밥 들어간 상호를 가진 분식집이 정말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영원히 알거나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된다 - 도시괴담 테마 소설집 바통 6
강화길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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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동체, 아는 사람이 겪은 이야기, 죽어서도 미션 수행, 한 쪽만 책임, 경계에서 위태로운 사람들, 경계의 무의미함, 무한과 소멸의 유혹, 관음증에 미친 사람들… 도시는 구성원들의 불안을 괴담으로 품는다.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누가 품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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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0-01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괴담, 재밌겠습니다. 검색해 저자 명단을 보니 유명한 작가들이 많네요.
저는 요런 상상을 했더랬죠. 어느 날 일어났더니 아무도 없는 거예요. 오직 자기 한 사람만 있는 거죠. 옆집에도 길에도 사람이 없고 슈퍼에도 사람이 없고 오직 자기만 있는 겁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합니다. 세상이 너무 조용합니다. 공포를 느낍니다. 요렇게 시작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싶어용.헤헤~~

꼬마요정 2025-10-02 00:21   좋아요 1 | URL
이 책 좋아서 다시 리뷰를 쓰고 싶어요. 일단 안 잊어버리도록 100자평을 쓰긴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페크 님 상상 무시무시합니다. 아무도 없다니... 그건 너무 무섭고 외로운걸요. 근데 갑자기 영화 <8번 출구> 생각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이번에 부국제에 온 영화거든요. 10월에 개봉하는 걸로 알아요. 이 영화가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출구를 찾아 탈출해야 하는 내용인데요, 등장하는 한 남자는 npc 입니다. 게임 속 플레이어가 아닌 캐릭터죠. 그러니 사람은 없고 탈출은 해야하는데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뭔가 혼자인 느낌입니다. 배경이 하얘서 더 공포스러워 보이더라구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