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가정환경 속에서 사랑이 아닌 욕망을 느낀 프랑스 소녀와 그런 소녀를 사랑한 부자 중국인 남자. 읽는 내내, 읽고 난 뒤 묘한 끌림과 억누른 분노, 충동, 모순 등 갖가지 감정이 휘몰아친다. 사람에게 어머니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겠다.
`나쁜 남자` 무레가 군림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여자들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 확실하게 된 때.
~ 그 충고는 한편으로는 한 여자가 파리라는 도시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타락해가는지를 보고자 하는 짖궃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연민이 뒤섞인 것 같은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를 그토록 아름답게 변모시킨 것은 필시 그녀의 연인일 터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이 가장 애지중지 하던 새가 부리로 자신의 살을 쪼아먹는 느낌이 들었다. (p.258)
"기억 속의 이미지들은 한번 말로 고정되고 나면 지워지고 맙니다. 저는 어쩌면, 베네치아에 대해 말을 함으로써 영원히 그 도시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도시글을 말하면서 이미 조금씩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