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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사막 ㅣ 마카롱 에디션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최율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6월
평점 :
모든 것 사이에 놓인 사막... 까슬거리는 모래와 숨 막히는 바람, 끝없이 보이는 금색 먼지들... 그들과 그녀 사이의 거리. 나와 모두와의 거리.
그래. 내가 원하는 것은 대체 뭘까? 마리아는 텅 빈 방을 오락가락한다. 그러다 지쳐서 창에 팔꿈치를 괴기도 하면서. 내가 꿈 꾼 건 어떤 침묵이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침묵. 욕망이 태어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 안에 있는 욕망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통하는 침묵. 쓰다듬고 애무하는 모든 행위는 두 존재 사이의 간격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만약 두 존재가 너무 가까워져, 둘 사이의 경계선이 흐려지고, 혼동된다면... 그 때는 결합이, 수치심을 동반하는 이 포옹이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수치심이라고? 게비 뒤부아의 웃음소리와 조롱하는 말이 귓전에 들리는 듯 했다. (p. 169)
자주 인생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치명적 사건을 일으킨다고, 박사는 생각했다. 사춘기 이래로 그의 사랑의 대상들은 모두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존시킨다. 그들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래서 죽음은 사랑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사랑을 분해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삶이다. (p. 189)
"사랑에 빠지면 고통스러워지고, 그러면 난 화가 나요. 그래서 사랑이 지나가기를 잠자코 기다리지요. 오늘은 그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내일이 되면 모든 게 변하고 아무것도 아닌게 될 테니까. 내게 그토록 커다란 고통을 주었던 사람이, 언젠가는 쳐다볼 가치조차 없는 대상이 될 테니까. 사랑하는 것은 끔찍하게 힘든 일이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도 수치스런 일이지요." (p.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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