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무협을 좋아했다. 무협만 좋아한 건 아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책은 <영웅문>이었고, 아주 아주 나만의 이유로 <의천도룡기>를 제일 좋아한다. 왜냐... 비디오 20개로 보아버렸으니까. 양조위가 열연한 장무기를. 그 눈빛 반짝이는 순수하고 정의롭지만 정 많은 바람둥이인 그를.  화질은 정말 별로다. 집에 있는 비디오 테이프랑 같다.

 

 

 

 

 

 

 

  갑자기 무협 이야기가 나온 건... 그저께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틀어줬기 때문이다. 강렬한 빛깔이 놀라웠고, 사막의 모래 바람이 서글펐고, 빨간 천들 사이의 감정이 격정적있던 영화.

 

중국의 중화사상이 지나치게 드러나는데다, 전쟁이 없는 것이 제일 좋다고 '천하'라는 말로 미화하지만 말이다. 전쟁 때문에 백성들은 힘들고, 전쟁이 없을 때도 백성들은 힘들다. 춘추전국 시대 때 엄청난 사상가들이 쏟아져 나온 것과 무수한 인재들이 등용된 것을 돌이켜보면, '천하'라는 것이 누구를 위함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나는 이 영화를 파검과 비설 때문에 보지만.

 

"왜 피하지 않았지?" "그래야 믿을테니까." 찰나의 그 때 파검은 웃으며 검을 놓는다.

 

 

양조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영화.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안 본 영화다. 내가 재미있다고 같이 보자고 했던 나의 절친, 애인, 가족들 모두... 모두... 잠들어버렸다. 어째서 왜!!!!!

 

가슴 아프지 않은가. 제대로 사랑해보지도 못하고 이별을 연습해야 했던 그들을... 상대가 없는 수화기 너머로 같이 가자고 하면 갈거냐고.. 묻던 그와, 그가 없는 호텔에 앉아 나에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 올건가요..라고 묻던 그녀가 말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서로를 느꼈던 그들은 서로를 추억하며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앙코르와트의 작은 구멍 속으로.

 

화양연화를 보고 감동 받아 보았는데.. 이 영화는 음악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던 저우. 끝내 수리전을 잊지 못하고 방황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울하고 불안하다. 홍콩이 완전히 중국에 귀속되는 때가 2046년이라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그렸다는데... 정말 격하게 공감이 간다.

 

 

 

 

 

 

 

  이 영화의 첫 부분이 참 좋다. 그 청량한 푸르름, 물기 가득한 땅, 사각거리는 바람 소리. 첫 장면만 계속 돌려봤다. 그 아련한 기분이 좋아서.

 

애정 결핍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 아비와 루루의 사랑은... 보는 내가 힘들 정도로 감정 소모가 너무 심했다. 난 저렇게는 못 만난다..쿨럭

 

마지막에 양조위가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었지만... 강렬하게 자신의 존재를 심어주었는데.. 다음 편은 없다.

 

누군가는 화양연화와 2046이 후속이라는 데..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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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제일 좋아했던 무협물이 <판관 포청천>입니다. 제가 초딩이었을 때 조금 늦은 밤에 방영되었는데, 그거 다 보고 늦게 잤어요. 역시 미남 스타일에 날렵한 액션을 선보인 전조가 짱이었죠. 에피소드를 못 보면 부모님이 VTR로 녹화해줬어요. 그러고 보니 VTR도 추억의 물건이군요. ^^

꼬마요정 2017-02-28 21:31   좋아요 0 | URL
아앗 포청천 오랜만입니다. 이마에 초승달 무늬를 가진 명판관과 날렵하고 멋진 전조. 참 좋아했습니다. 아직도 개작두, 호작두, 용작두가 생각나네요 ㅎㅎ
 

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살, 차가운 바람은 봄이 오는 걸 알려준다. 미처 가지 못한 겨울 바람은 햇살 속에 들떠만 가고, 나는 그 바람이 실어 준 봄내음에 들뜨기만 한다.

제주도의 바람에는 바다 냄새가 묻어있다. 짭조롬한 바람은 내 머리를 물에 널부러진 해초마냥 헝클어놓지만 그저 웃게 만든다.

2월의 제주만 보곤 했던 나는 여름의 제주, 가을의 제주를 알지 못한다. 언젠가 가을의 제주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가을에는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차가운 바람이 전해 준 봄소식은 반갑다. 현실도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 할 준비를 한다. 좀 더 인간답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노력하며 지켜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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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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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시즌4 마지막을 보다가 빵 터졌다. 물론 내용은 어둡지만,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하는 그들의 재치에 웃음이 났다. 왜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을 인용했을까. 셜록은 역설과 반어를 절묘하게 잘 섞는 듯.

마이크로프트가 브랙널 부인 역이라... 푸하하하

잘 어울린다. ㅋ

진실은 대부분 순수하지 않고 꾸밈없는 경우도 절대 없지. (p.229)

세실리, 나는 너의 놀랍고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처음 본 순간부터 감히 너를 격렬하게, 정열적으로, 헌신적으로, 절망적으로 사랑하기로 했어.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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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제492호 : 2017.02.18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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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의 해법은 진실. 봄이 빨리 오면 좋겠다. 전경련으로부터 3년간 총 5천만원을 지원 받은 미디어워치 측은 잡지 구독료를 받은 거라고 해명했다는데, 1년치 구독료가 5만원이고 3년치면 15만원인데... 관리의 삼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순실을 모를 때도 알았고, 정유라를 지원했다. 대단하다. 그 능력을 신제품 개발에 썼으면 좋았을걸. 연합정치는 필요하긴 한데, 새누리랑 아니 ‘잔당‘(p.7)과 연합하는 데에는 거부감이 든다.

작년 연말에 알폰스 무하 전을 봤는데, 기사에 아르누보 얘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들을 보며 감탄을 했었지.

‘수십 년 빨아먹은 빨갱이라는 뼈다귀‘(p.69)에서 단물 좀 그만 나오면 좋겠다. 지겹지도 않은가. 대통령이 무슨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드는 게 더 빨갱이 같다. 모든 대통령도 아니고 특정 인물 하나만 말이다. 누구의 딸이라는 이유로. 북한이랑 다를 게 뭔가.

왜 조심은 여자의 몫일까. 혼자 사는 여자가 범죄의 대상이 되면 가해자가 저지른 죄의 일부가 피해자에게 전가된다. 너가 조심하지 않아서, 짧은 옷을 입어서, 밤늦게 다녀서... 사람을 상대로 죄를 저지른 건 가해자가든요. 피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죄의 무게가 달라지다니... 남성의 보호 그런 거 필요 없고 인식이나 바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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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5 - 오월의 매 가웨인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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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란슬롯에 밀려 귀네비어의 옆자리, 즉 아더 왕의 후계자 자리에서 내려오고, 선한 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한 질문을 던지지 못한 가웨인. 신은 퍼시발과 갤러헤드에게만 성배를 허락했으니, ‘매‘인 가웨인은 ‘탐색‘을 계속 하지만 결국 성배를 찾지 못한다. 어부왕의 궁전에 두 번이나 갔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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