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런 거야. 가령 말이야, 자네가 결혼을 했고 부인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데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면. "
"잠깐 가만있어봐, 나는 그런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것은 마치...... 내가 지금 배가 부르면서도 빵집 앞을 지나가다가 빵을 훔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니까 말야. "
스테판 아르카디이치의 눈은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빛났다.
"왜 그래? 때로는 빵이 못 견딜 만큼 좋은 냄새를 풍기는 수도 있을 거 아냐. "
.......
레빈은 웃었다.
"그렇지, 끝이야. " 오블론스키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냐 말야. "
"빵을 훔쳐선 안 되지. "
(pp. 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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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언제나 숙연해진다.

 

나도 모르게 말수가 적어지고, 달리 말을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괜한 말은 상처가 될 것 같아서.

 

어제는 지인의 장모님께서 돌아가셔서 갔는데, 지병이 있거나 계속 병원에 다니시거나 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다고.

 

사람이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이라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거라고.

 

그리고 그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내가 간 장례식장 중 가장 마음이 아렸던 때가 10년 쯤 전에 갔던 후배 장례식장이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그렇게 마음이 아팠던 때가 있었던가.

 

나이가 겨우 스물 일곱, 여덟.. 그 정도였는데, 폐암이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안 했는데... 병을 알게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더랬다.

 

부모님이 문상 온 자기 아들 또래들을 한 번 보고, 아들 관이 있는 곳을 보면서

 

너는 왜 거기 있니.. 라고 계속 우시는 모습에 나도 왈칵 눈물이 났었다. 

 

그 때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는 있겠지만, 너무 후회하지 않도록.

 

 

그러고 몇 년...

 

열심히 살기보다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열심히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표가 행복이니까.

 

비록 매일 행복할 수 없다하더라도, 어제의 실수는 털어내고, 오늘의 삶은 오늘 사는거야.

 

어제 다녀 온 장례식장...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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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10-23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꼬마요정 2017-10-23 22:58   좋아요 0 | URL
제가 상주는 아니지만, 고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10-2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례식장을 가면 항상 드는 생각이
다음은 우리라는.. 나 라는..

결국은 산자를 위한 시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꼬마요정 2017-11-01 18:20   좋아요 0 | URL
아.. 그렇지요. 결국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고.. 돌아가신 분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할 지 생각해보게 되지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너무 어려운데, 언제나 준비 없이 맞이하는군요.
 
아발론 연대기 8 - 아더 왕의 죽음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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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카멜롯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날 때를 기약하며.

커다란 영광을 가졌던 왕국은 그 영광만큼 무참하게 패배했다. 많은 기사들이 죽고 음모와 배신이 난무한다.

여신의 가호 없이, 신성한 상징 없이 왕국은 존재할 수 없다. 아더가 귀네비어를 잃고 신성한 왕권의 상징인 엑스칼리버를 내던진 순간, 아더는 아무도 아니다. 검이 사라진 현실에선 왕국도 없다.

란슬롯이 성배를 찾지 못했던 것은 그에게 성배는 곧 귀네비어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귀네비어보다 아름다울 수 없고, 성스러울 수 없다.

아더 왕의 왕국이 일어나 번영하고 몰락하기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멀린이 제일 가련하다. 알면서 막을 수 없고, 알면서 말할 수 없고, 알지만 또 그 상황을 맞닥뜨려야 한다. 괴롭고 괴로웠을테지. 그래서 미쳤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나타나야 했다. 아아,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알지만 바꿀 수는 없었던 예언자.

"말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거랍니다.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삶과 죽음이란 똑같은 현실의 두 가지 면모에 불과한 것입니다."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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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을 빼앗기고 안락이 사라지고 희망이 사라져도 사랑은 거기에 남아 있었다. 사랑은 신이다.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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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10-0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엄ㅊㅓ~엉 두꺼워 보이네요
역시 요정님!!

꼬마요정 2017-10-05 23:11   좋아요 1 | URL
엄청 두껍긴한데 금방 읽힙니다. 만약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이 책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 감동할거라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황금연휴가 다가오니 일은 안 되고, 나도 모르게 연휴 동안 읽을 책, 볼 영화, 다녀올 곳들을 챙기게 된다. 앞으로도 이런 연휴들이 계속 생겨나길 바라면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어릴 때 엄마 아빠 손 잡고 '국민학교' 혹은 '초등학교' 그 커다란 문으로 들어설 때부터 말이다.

 

다들 좁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 같은 생각을 주입받고, 밤늦게까지 앉아서 같은 문제를 푼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대학 갔을 때, 처음엔 많이 당황했다.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도 무서웠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많이 혼란스러웠고 어리둥절했고,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무섭게도 순식간에 적응했다. 그러나 내 직업을 선택해야 될 때가 왔을 때, 또다시 난 그런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까지의 내 삶에서 자유로우면서 나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고 책임졌던 때는 3년 정도 뿐이었던 거다. 쳇바퀴 속에 살면 '무언가'가 나를 억압해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얼마 전부터 휴일이 많이 생긴다. 이제 사람들은 자기 시간이 생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행복한 건지 조금씩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이 일주일 중 5~6일을 일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것도 몇 십년을. 밤이 되면 자기 싫고 아침이 되면 깨기 싫은데.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연휴를 즐기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있는 책을 몽땅 다 읽고 싶은데, 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것이고. 꼭 다 읽고말 책들을 뽑았다.

 

 

 

 

 

 

아직도 칼비노의 조상 시리즈를 다 안 읽었다. 이런... 꼭 꼭 다 읽고 말테다. 아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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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7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휴일에 집에 있는 책들 위주로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저 지금 참고 있어요. 누가 제 지름신 좀 막아주세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7-09-27 18:35   좋아요 4 | URL
참으세요!!! 집에서 울고 있는 책들이 있잖아요. 읽어주세요~ 하면서... 저도 참고 있는 중이랍니다. ㅎㅎㅎ

비연 2017-09-27 22:03   좋아요 1 | URL
저도 참고 있는 중인데... 알라딘을 안 들어와야 해요 ㅠㅠㅠㅠ

북프리쿠키 2017-09-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비노 입문 추천부탁드려요.
집에 <나무위의남작>이랑, 또 뭐더라 ㅋ 한권 더 있던데..보이지 않는 뭐 거시기..지 싶은데 기억이 잘 ㅋ

꼬마요정 2017-09-27 18:56   좋아요 1 | URL
저도 아직 칼비노 책은 두 권만 읽었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처음 봤는데 몇 날 며칠 구절들이 머리에서 안 떠나서 다시 펼쳤습니다. 반쪼가리 자작도 재밌게 봤구요. 마치 잔혹동화 같지만 생각할거리를 많이 주더라구요.

에디터D 2017-10-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벤허를 내년 설로 미뤘습니다. 이번 추석은 그보다 덜 두꺼운 인문서적과 함께 해야해서요.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꼬마요정 2017-10-04 20:26   좋아요 0 | URL
리제님 안녕하세요~~ 읽을 책은 많고 속도는 느리고.. 벌써 4일인데 벤허는 앞에서 나아가질 않네요^^;; 벤허 한 권이라도 다 읽어야할텐데 말입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