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울릴 만한 요란스러움이 없는

낮은 목소리라고 해서 가슴이 빈 것은 아닙니다." (p.19)

 - 리어왕 (펭귄출판사)

 

 

 

 

 

나는 정말 아부 못하는 것 같다. 분명 장점을 찾아내서 칭찬하는 말은 잘 하는데, 왜 아부는 못하는지... 예전에 어떤 선배가 "니가 하는 말은 다 진심 같아. 니가 말하면 다 진짜로 들려."라고 한 적이 있다. 처음에 그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말이지? 생각했다. 왜냐면 난 진짜 내 생각대로 말을 한 거니까, 당연히 진짜지. 뭐 가짜로 무슨 말을 해? 이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빈 말도 진심으로 들리면 진짜 아부왕이 될텐데.

 

 

 "뭘 해놓은 게 있어야지 행운도 따른다는 걸

저런 바보 녀석들이 알 턱이 없지.

저런 녀석들한테 현자의 돌이 주어진들,

현자는 가고 돌만 남을 거야." (p.36)

- 파우스트 2 (펭귄출판사)

 

 

 

언제나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해서 뭔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해도 언제나 어렵다. 세상에 완벽이란 없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하는 순간마다 박살이 난다. 있는 자신감마저 쭈그러들 지경. 잘 한 것도 참 많은데, 잘못한 것 한 두개가 내 자신감을 눌러대는지. 그래도 계속 뭐든 쌓다보면 현자의 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산초, 시간을 넘어서는 기억이란 없으며, 죽음을 이겨내는 고통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기억을 잊기 위해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고, 고통을 끝내기 위해 죽음을 기다린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를 연고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욕 따위는 제게 중요하지 않죠. 지금 같아서는 병원에 있는 모든 약을 써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을 듯하지만요."

 - 돈키호테 1 (열린책들)

 

시간이 약이라고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고통이든 다 흐릿해진다고.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겠지. 특히 마음이 아플 때 시간이 주는 약이란 건... 이런 게 아닐까. 처음 그 일이 있고나면 계속 떠오르고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고 힘든데, 시간이 지나면 가끔씩 떠올라서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 그나마 빈도가 줄어서 덜 고통받는다는 것. 치유되지 않은 고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 강도도 약해진다는 것. 그래도... 죽을 때까지 아플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나 카레니나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이 책 읽었던 것 맞는가. 내 기억 속 안나는 슬픈 사랑을 한 가련한 여인이었는데... 이제 보니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갑갑하다. 오히려 주인공은 레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왕의 꿈 보는데...

이거는 완전 김유신과 김춘추의 사랑 이야기 같다.

아 웃겨.

둘이 너무 애틋하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뜬금없을지도 모르지만.

수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은 최고급 수트로 온 몸을 감싸는데 원더우먼은 왜 벗고 나오지? 어차피 전투는 같이 하는 거 아닌가? 내 알기로 벗고 나오는 남자 영웅은 헐..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11-12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벗은 타잔은 정글의 영웅입니다. ㅎㅎㅎ

꼬마요정 2017-11-12 22:00   좋아요 0 | URL
아, 타잔이 있었네요. 갑자기 킹콩도 생각납니다. ㅎㅎ 킹콩은 털옷 입고 있으니 음... 여자 영웅은 몸매도 드러내야 하고 섹시함도 드러내야 하고 전투력도 우수해야 하고... 애도 잘 키워야하고, 돈도 벌어야하고, 집안일도 잘 해야하고... 어지간한 영웅은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
 

"실수하며 보낸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인생보다

훨씬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훨씬 더 유용하다."

 

                                                        -조지 버나드 쇼-

 

지난 달은 하도 정신이 없어서 정말 내가 살아냈는지, 사라진건지 알 수가 없는 달이었다.

 

긴 연휴 (길기는.. 너무 짧았다ㅠㅠ)가 끝나고 남은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훅훅 달려오는데 어, 어 하면서 쳐내기에 바빴다지.

 

그 와중에... 꼭 실수하던 데 또 실수하고.. 아니, 나하고 안 맞는건지, 왜 자꾸 한 곳에 실수를 하는지..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 하던 차에 버나드 쇼의 문구를 보게 됐다.

 

그래..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나도 커 나가는 거겠지. 만약 이 일을 안 했더라면 실수도 안 했겠지만, 일도 몰랐을거야..라고... 나를 다독이면서도 아.. 밀려오는 이 우울한 감정들...

 

그래서인지, 며칠 전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씻고 몸에 로션을 바르는데, 그날따라 유독 향이 너무 좋아서 무슨 향이지 싶어 병을 꼼꼼하게 보던 찰나, 눈에 들어 온 단어.

 

컨 디 셔 너

 

응? 컨디셔너? 린스?

 

나 이거 며칠 동안 계속 발랐는데... 향도 좋고 발림성 좋아서 와 좋네..하고 발랐는데...

 

세상에... 린스를 로션인 줄 알고 그동안 몸에 발랐던 거다. 하하하

무슨 개그하냐고.. 아무리 뭐 안 바르고 안 써도 그렇지, 한글로 컨디셔너 적혀 있는데, 그게 로션이라고 읽히냐고..푸하하하

 

어쩐지 등이랑 가렵더라... 난 계절 땜에 피부가 건조해져서 그런 줄 알고 듬뿍 듬뿍 발랐는데...

 

아침부터 진짜 겁나게 웃었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하하하하

 

요즘 우울하다 했더니 이렇게 웃긴 일도 생기는구나.

참, 삶이란 다채롭다.

 

한참 웃고 났더니 한결 개운해졌다.

그래,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린스도 바르면서 사는거지. 그게 삶이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거서 2017-11-02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려움을 참고 듬뿍듬뿍 발랐다는 대목에서 짠~하네요… 그리고 저도 따라 웃었습니다.
웃음 뒤에 삶의 페이소스는 남겠지요.

꼬마요정 2017-11-02 15:22   좋아요 1 | URL
아직도 웃깁니다. 그래도 다 쓰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ㅎㅎ 사실, 저한테 이런 일이 워낙 자주 일어나서요..ㅠㅠ 뭐.. 하수구에도 오른쪽 다리가 빠져서 허벅지에 피멍이 잔뜩 든 적이 있는데, 여기서 웃긴 건 다리가 짧아서 하수구에 빠져도 발이 안 닿아서 신발에 오물이 묻지 않았다는 거죠..^^;

stella.K 2017-11-02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 뭐 그 정도 실수 갖구...ㅋㅋㅋ

꼬마요정 2017-11-02 15:22   좋아요 1 | URL
그쵸.. ㅎㅎㅎ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삶이 재미나고 다채롭지요. 이 일 있고 전 계속 웃고 다닙니다. ^^

다락방 2017-11-0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칫솔에 클렌징 폼 짠 적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디 클렌저를 로션인줄 알고 쳐발랐다가 미끄러워서 읭????????? 했던 적도 있고요. 하하하하하.

맞아요.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린스도 바르면서 사는거죠!! 기운냅시다,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17-11-02 15:25   좋아요 0 | URL
아아.. 역시 다락방님이세요. 언제나 저의 경험에 하나를 더 얹어 주시는.. 크으.. 동병상련의 아픔을 제일 잘 느끼신다고나 할까요.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길 가다가 축구공을 맞는다거나 입간판에 옷이 찢어진다거나.. 그런 일을 겪는 사람들은 있었던거에요 흑흑

그런데 지나고나면 너무 웃겨서 기운이 나요. 힘차게 살아요 우리!!^^

비연 2017-11-02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바디샴푸로 머리 감은 적이 있고....
린스를 각질제거제인 줄 알고 정성껏 펴바른 적이 있었더랬죠...ㅋㅋ ;;;;;;
조기 치매아냐? 라며 겁 먹었었는데.. (또 금방 잊어버렸지만..) 꼬마요정님 덕분에
괜한 위안을 받고 가네요 우헤헤. 홧팅요.

꼬마요정 2017-11-02 15:27   좋아요 0 | URL
에이.. 조기치매라뇨... 다 그런 적 많을건데요 뭐.. ㅎㅎㅎㅎ 저희 엄마는 외출하실 적에 핸드폰 대신 집전화기 들고 가신 적도 있는데요, 멀쩡하세요^^ 그러고보니 그날도 진짜 온 가족이 대놓고 웃었어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