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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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없는 장소'란 뜻이지만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제주도의 이어도, 불교의 극락, 기독교의 에덴, 북유럽 신화의 발할라, 중국의 무릉도원, 아더왕 신화의 아발론 뭐 이런 곳들이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겠다. 깨닫거나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세계는 결국 '없는 세계'라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겠다.


하지만 깨닫거나 신에게 선택 받아야 갈 수 있는 세계라서 없다기보다는 모두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없는 세계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유토피아와 당신이 원하는 유토피아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당신은 싫어할 수도 있을테고,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나는 버리고 싶어할 수도 있고, 나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지만 당신은 다른 이와 함께하고 싶을 수도 있을테니까. 모두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세계,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 그 세계가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그래서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세계는 세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을 획일화 시켜 그 세계 최고 권력자에게 맞추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정보라 작가의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억압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서도 어떻게든 원하고 바라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상처 받으면서 애도하고 아파하면서 위로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이 아무리 처절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세상이 바뀌었다면 위로가 될까. 어차피 '유토피아'는 없는 세상이라지만 나의 유토피아는 조금이나마 이루어질 가능성이 생겼으니까.


인간이 정착한 행성, 그리고 떠나버린 행성. 정착해서 살 수 있을 거라 여겼던 행성에서 인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인간들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생산시설이나 편의시설, 인간을 돕던 로봇들, 교통수단들을 모두 버리고 떠났다. 인간들은 남겨진 기계들의 동력인 중앙 발전기를 분해해서 가져갔다. 태양광 패널을 가진 '나'는 짧게 뜨는 해를 보며 조금씩 충전하여 살아남았다. 그리고 응급로봇을 구조했다. 기계들만 남은 그곳은 기계들이 서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괴물'이 있고, 인간 시체를 흔들며 다른 기계들을 유인하는 살아있는 '건물'이 있었다. 사람을 뒤에 태웠던 나는 응급로봇을 뒤에 태우고 안정감을 느끼고, 응급로봇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의 유토피아는 어때? 1부터 10까지" '나'는 충전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보며 수치를 매긴다. 


이 기계들은 만들어진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에 맞는 상황이면 안정감을 느꼈고, 동력을 얻으면 기뻐했다. '나'의 상황은 뒤에 내가 보호하거나 목적지에 데려다 줘야 할 누군가가 타고 있는 것이고, 움직일 수 있도록 충전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자유로워야 했다.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하지만 기계인 '나'는 목적을 뛰어넘었다. 상실을 겪었고 애도할 줄 알았다. 이제 '나'는 자유를 위해 안정적인 충전을 포기하고 달리고 응급로봇을 고치기 위해 달린다. 자유롭고 소중한 이를 위해 달리는 '나'의 유토피아의 수치는 얼마일까. 확률 계산을 하는 '나'의 생각 너머에 언뜻 비치는 것은 '희망'일까. <너의 유토피아>는 희망의 수치일까.


<영생불사연구소>는 직장 생활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관료주의의 폐해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영원히 이것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 역시.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에 있는 것으로도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 역시 보여준다. 영원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니 갑갑하고 끔찍할 수도 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 편안한 느낌 역시 공존할테다.


<여행의 끝>은 흥미진진한 좀비 스릴러물이다.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파견된 우주선에서 병자가 발생하자 지구는 통신을 끊었다. 어쩌면 지구 역시 전염병으로 인간은 멸종되고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선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나는 우주선에서 친해진 우주항공기술자인 그녀석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국 이 우주선과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욕구가 '식욕'일까 잠시 고민해봤다.


<아주 보통의 결혼>은 너무 슬픈 이야기였다. 연애에 도통 재주가 없는 선혁은 다니던 치과에서 본 지영에게 고백했고 결혼했다. 지영은 선혁 뿐 아니라 선혁의 가족에게도 곧잘 연락을 하며 다정했고 결혼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새벽에 누군가와 통화를하는 지영을 보게 된 선혁이 지영을 의심하면서 이야기는 반전된다. 지영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손이라고 답한 선혁이 '눈'이라고 대답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화장실 변기 뒤쪽을 못 볼것만 같다. 


모습이 같으면 그 사람일까, 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오늘도 선혁은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지영'과 함께 한다. 


<One More Kiss, Dear>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물인터넷이든 그 무엇이든 우리의 삶이 모두 온라인 상에 노출된다면 -지금도 그렇지만- 잊혀지거나 알리고 싶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 어느 날 엘리베이터인 '나'는 5305호 거주자가 나를 만진 이후부터 그녀를 잊지 못했다. 기계를 잘 사용하지 않아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지만 단 하나 그녀가 들었던 노래를 알게 된 '나'는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자 그 노래를 들려줬다. 그 노래에 담긴 사연은 무엇이며, 그녀가 그토록 잊혀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엘리베이터의 인공지능은 어째서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그녀를 만나다>는 변희수 하사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팬데믹 상황에서 항체를 만들고 힘겹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 귓가에 말을 하며 침방울을 튀었다. 그리고 폭발이 있었다. 120살을 눈앞에 두고 있던 나는 이런 사고에 너무나 취약하였으니 나노봇이 대거 투입되어 겨우 살아났다. 하지만 여전히 소변줄을 꽂은 채로 로봇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가야 했고 머리 감기도 힘들었는데 그 바람에 귓가에 튄 범인의 침방울에서 DNA를 채취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작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나'가 젊었던 시절에 기계는 사람들을 죽였다. 얼마 전에도 SPC에서는 또 한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고 혼자 운행하던 지하철이 광고판 갈던 사람을 죽였고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죽었고 크레인이 무너져 죽고 그렇게 억울하게 죽는 일이 많았다. 사람 목숨값이 수치화되어 헐값처럼 매겨지던 시절을 살았던 '나'가 120살이 될 때까지도 이렇게 혐오가 폭발을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있다는 게 참담했다. 하지만 팬클럽 회원들은 살아남았고, 그녀 역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행복해졌다. 그렇게 모두가 살아남아 원하는 대로 살면 좋겠다. 팬미팅에서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게 '나'의 유토피아일지도.


<Maria, Gratia Plena>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공권력이 포함된 가정폭력은 그 자체로 공포다. 어디로 도망쳐도 따라와서 총을 겨눈다. '나'는 법에 정한 대로 범죄자이고 대상자에 대한 기록은 전적으로 기존 범죄 사건의 해결과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범죄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만 의식 스캔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의 의식을 스캔한다. 그녀는 약을 제조하고 대중에게 유포한 악질적인 약쟁이지만 약을 팔아 돈을 번다기엔 사업적이지 않았다. 그저 약에 취하는 것이 목표인지, 모두를 약에 취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점점 그녀가 궁금해졌고 그녀는 죽음에 가까워만 갔다.


결국 그녀가 원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집과 가족이 끔찍한 공포로 변했을 때, 홀로 살아남은 그녀가 보고 싶어한 이는 누구일까. 가슴이 아팠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한 폭력은 비열하기 그지없었다.


<씨앗>은 마지막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30년 정도 전에 과학잡지에서 읽었던 소설을 떠올리게 했다. 그 소설은 인간이 음식을 먹지 않고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여 살아가게 된 세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구에 빙하기가 닥쳐 모두 죽었다는 결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는데, <씨앗>은 다른 이야기였다. 절망적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탐욕과 거짓, 거대 자본에 먹힌 배양된 인간과 식물과 결합하여 살아남은 인간 중 누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씨앗을 품지 못하지만 거대자본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작물과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식물 중 땅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쪽은 어디일까. 어쩌면 인간 자체가 사라지는 게 지구를 위해서 더 나을 것도 같지만 자연과 하나가 됨으로써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은 지구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다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면 또 다른 유토피아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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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5-26 0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다 바라는 게 다르겠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없겠지요 모두가 다 잘 살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바라는 걸 생각하고 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세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겠네요 한사람이 바라는 걸 모두가 따르는 게 아니고... 앞날은 어떨지 지금도 감시 받고 사는 느낌이 아주 안 드는 건 아닌데, 나중엔 그게 더 심해질지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공지능이 스토커 같은 이야기도 있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5-05-27 11:45   좋아요 1 | URL
자신이 바라는 걸 아는 것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각자가 바라는 바를 모두 이루는 건 어렵겠죠? 그래서 모두의 유토피아가 상상이 안 갑니다.

인공지능이 스토커 짓을 하면 우리는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요ㅠㅠ

바람돌이 2025-05-26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의 책은 읽다보면 엄청 좋지는 않은데 또 계속 끌리는 맛이 있더라구요. 묘한 매력이 있달까? 너의 유토피아도 읽을까말까 했는데 꼬마요정님 글 보니 읽어야겠네요. ㅎㅎ

꼬마요정 2025-05-27 11:46   좋아요 1 | URL
저는 정보라 작가가 너무 좋더라구요. 콩깍지가 씌여서 객관적인 평가가 안 됩니다. ㅋㅋㅋㅋ 이 책 저는 참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님 리뷰 기대할게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5-05-26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보라 작가가 쓴 소설들은 늘 눈여겨보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의 올곧은 시선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듯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두 단어에 꽂혀 있는데 이 책의 제목도 유토피아네요?^^

꼬마요정 2025-05-27 11:49   좋아요 1 | URL
정보라 작가 너무 좋아요! 생각도 좋고 표현도 좋구요. 무슨 상이든 받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꽂혀 계신다니 이 책이 딱입니다요!!! 근데 밀양 위양지랑 밀면만 생각나요. ㅎㅎ

꼬마요정 2025-05-27 11:50   좋아요 1 | URL
심지어 위양지는 바람돌이 님 글이었… ㅠㅠ

2025-05-27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7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7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7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7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7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프홀 2 - 맨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2
힐러리 맨틀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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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토머스 크롬웰이 어릴 적 어떤 일을 겪었는지, 법률가가 되어 울지 추기경 밑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앤 불린과는 어떻게 관계를 쌓았는지를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울지 추기경 실각 이후 권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울지 추기경의 심복이었으면서도 울지의 실각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헨리의 호감을 샀던 그, 토머스 크롬웰. 그는 이제 헨리왕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권모술수를 부린다. 더불어 개인적인 복수까지.


왕은 수치를 모른다. 몰라야 했다. 왕은 너그럽고 가정적인 멋진 군주이자 남자이길 바랐고 크롬웰은 묵묵히 그의 행간을 살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행동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일도 이뤄지도록 잘 유도하면서 말이다. 앤 불린과 결혼했다고 주장했던 해리 퍼시는 울지 추기경을 체포하러 왔던 이였다. 울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을 보이게 한 해리 퍼시에게 크롬웰은 복수했다. 해리 퍼시는 결국 앤과 아무 관계 없다는 서약을 하고 재산과 작위를 빼앗길 처지에 놓인다.


 캐서린 왕비와 헨리 왕을 이혼시키기 위해 크롬웰은 덫을 하나 하나 던졌다. 그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 바턴이었는데, 자신이 천사들과 대화하고 사람의 앞날을 예언하던 여자였다. 성처녀라고 칭송받던 그녀는 결국 크롬웰이 바라던 대로 엑서터 후작부인과 피셔 주교를 끌어들였고 프란체스코회도 엮었다. 하지만 끝내 캐서린은 엮지 않았다.


하지만 클래런스 공작의 딸이자 에드워드 8세의 딸인 마거릿 폴 백작부인이 또 다른 덫에 걸렸다. 캐서린 왕비의 딸인 메리를 위해 자신의 두 아들이 카를 황제를 움직일 음모를 꾸민 일을 크롬웰에게 들킨 것이다. 크롬웰은 수하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앞치마를 입고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식탁에 들락거렸고 대화를 수집했다. 반역이란 올가미에 걸리지 않으려면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크롬웰은 메리 공주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여러모로 용의주도한 사람이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앤 불린은 평판이 아주 나빴다. 토머스 크롬웰이 사기꾼에 죽음의 사자 같은 존재라면 앤은 매춘부에 사악한 여자였다. 크롬웰은 앤이 그냥 운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크롬웰 역시 운만 좋으면 된 거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머쥐기 위해 많은 일들을 했으니까. 공들여 누군가를 실각시키고, 누군가의 가정을 깨트리고, 누군가의 꿈을 짓밟았다. 


교황의 관면을 받은 결혼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헨리는 결국 로마 교황과 갈라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울지 추기경은 실패하여 실각했고, 토머스 모어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실제로 처형장에서 사형집행인에게 수염은 죄가 없다는 농담을 했다고. <유토피아>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토머스 모어는 로마 가톨릭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이단으로 화형에 처했다. 프리스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도망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그는 결국 고통스럽게 죽었다. 종교가 무엇이길래 사람을 그렇게 찢고 불에 태웠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시대 영국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포목동업조합이나 모피동업조합 사람들이 연대하거나 싸우면서 이익을 차지하려는 모습이나 크롬웰이 고리대를 하는 모습에서 상업이 발달하고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이 보였다. 인쇄술이 발달하여 종교개혁도 불러왔지만 사상의 전파가 엄청나게 빨랐다는 점이 놀라웠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왕을 섬겼던 이들에게 질투를 느끼는 크롬웰이었다. 


 - 지금의 반역법이 제정되던 당시에는 주장을 책이나 전단으로 인쇄해 유통할 수 없었다. 글을 인쇄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는 이미 죽은 자들에게, 지금보다 더디게 흐르던 시대에 왕을 섬겼던 이들에게 순간적인 질투를 느낀다. 요즘은 매수되거나 오염된 정신의 산물이 유럽 전역에 퍼지기까지 딱 한달이면 족하다. (307~308쪽)


이 시대는 무슨 짐승의 시대 같았다. 제인 시모어의 오빠인 에드워드는 자신의 아내를 아버지에게 빼았겼다. 헨리는 자신의 형수와 결혼했다가 이를 무효화 하고 앤과 결혼하려 하고. 심지어 앤이 임신하자 금욕은 하기 싫어 다른 이의 결혼을 훼방놓는다. 크롬웰은 자신의 처형과 관계를 가진다. 그러면서 종교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울프홀은 시모어 가문의 본거지이다. 하지만 제인 시모어나 시모어 가문은 이 책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실상 앤의 몰락에 기여하는 인물들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어쩌면 앞서 크롬웰이 생각했던 바가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앤은 운만 좋으면 되었다. 앤이든 크롬웰이든 둘 다. 1533년 앤은 엘리자베스를 낳았다. 토머스 모어가 처형되고 이제 울프홀로 간다. 앤의 몰락이 시작된다.

추기경은 닫힌 문을 맞닥트리면 칭찬부터 했지 - 오 아름답고 순종적인 문이여! 그렇게 속여놓고 문을 여는 거예요. 당신이 딱 그렇습니다, 딱 그래요." 샤퓌는 서퍽 공작의 선물을 잔에 따른다. "하지만 결국에는 차부수고 들어가지요." - P267

별자리가 우릴 만드는 게 아니에요, 버츠 박사. 상황과 필요, 압박 속에서 우리가 하는 선택이 만드는 거지. 미덕도 우리를 만든다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소. 때에 따라선 우리가 가진 악덕도 동원해야 하는 법이거든."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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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9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내용을 보니 당시 영국을 포함한 중세유럽은 정말 짐승들의 시대였네요

꼬마요정 2025-05-09 16:05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짐승들이랍니다. 특히 헨리 8세는 진짜... 앤이랑 결혼하면서 앤의 언니인 메리도 건드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여자들이랑... 나쁜 놈입니다.
 
캡슐 콜롬비아 몬테블랑코 블렌드 - 5.5g, 10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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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패션후르츠의 상큼함이 입 안 가득 퍼지다가 깔끔한 단맛이 살짝 난다. 목넘김 후에도 약간 침이 고일 만큼 진하게 잘 나온다. 드립보다 편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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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04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상큼함을 느껴 보고 싶네요.

꼬마요정 2025-05-04 22:27   좋아요 0 | URL
상큼합니다^^ 커피양이 많아서 진하게 내려오더라구요. 따뜻해지는 계절에 잘 어울립니다.
 
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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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가면 20년 후의 미래가, 서쪽으로 가면 20년 전의 과거가 공존하는 계곡이 있는 마을. 그러면 동쪽 계곡을 넘으면 그곳은 동쪽의 서쪽일테니 중간에 있는 마을의 서쪽이 되고, 서쪽 계곡을 넘으면 중간 마을의 동쪽이 되는 건가. 공간 개념에 한없이 약한 나는 철책과 장소를 설명할 때 조금 헤맸다. 재밌고 특이한 설정이라 생각했다. 시간의 계곡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만 넘을 수 있고 '개입'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됐다.


책 광고 문구 중에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안다. 과거를 구원할 수 있는 건 오직 현재라는 것을.' 이란 게 있었다. 하지만 오딜이 충분히 애도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오딜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 오딜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 사람이었다. 


정말로 과거든 미래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 책에서는 '애도'하는 사람만이 시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 하지만 애도하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엄선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그리워하던 대상을 보고 오는 일이 정말로 남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그 시간대에 '개입'해선 안 되기에 철저히 얼굴을 가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일이 도움이 될까. 만약 그 대상을 구할 수 있다면 개입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어쩌면 오딜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했기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결말이었다면 더 여운이 남았을까.


덧붙여 오딜을 어떻게 해보려 했던 헌병들 다 벌 받았으면. 개인적인 감정을 공적으로 바꾸어 그녀를 이용하거나 괴롭혔던 놈들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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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28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무해 전이라는 게... 지금이 있고 앞날과 지난날로 가는군요 바꾸지 못해도 지난날은 자신이 잘못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앞날은 지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슬픔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넘어갈 수 있는가 봅니다 제대로 애도한 사람...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4   좋아요 1 | URL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일단 자격이 됩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갈 수는 없구요. 저런 세상 자체를 생각한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사람의 상상력이란 정말 멋져요! 재밌게 읽었지만 결말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coolcat329 2025-05-16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저도 이 책 어제 다 읽었는데 좀 실망했어요. 오딜의 모든 선택은 거의 모두가 자신을 위한 선택 아니었는지...책 뒷표지 문구에 동의가 안 되더군요...

꼬마요정 2025-05-18 19:26   좋아요 0 | URL
그쵸? 읽으면서 오딜이 뭔가 중요한 감정을 깨닫나 싶었거든요. 타인의 삶에 들이대던 규칙을 자신의 삶에는 적용하지 않는데 왜 책광고는 그렇게 했을까요? 자신의 삶을 애도한 걸까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아침에 기차 타고 수서역에서 내려 예당까지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갔다. 2시 공연은 당일치기하기 좋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갈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존 프록터 역은 엄기준 배우님이었다.


연극은 거의 3시간이었는데, 무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내용을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무대는 긴장감과 처절함과 광기가 흘러넘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난 달에 부산에서 <베르테르> 뮤지컬을 봤는데, 그 때 베르테르가 엄기준 배우님이고 롯데가 류인아 배우님이어서인지 존 프록터와 애비게일 윌리엄스만 떼놓고 보면 뭔가 베르테르 흑화 버전 같다고나 할까...


1692년 1월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새무얼 패리스의 질녀가 병에 걸렸고 마녀가 사악한 주술을 행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마구 불렀고 특별법정이 세워졌다. 결국 19명이 교수형을 당하고 1명이 압살당헀고 17명이 감옥에서 목숨을 잃었다. 6월 10일에 브리지트 비숍이 처음 교수형을 당했고, 사흘 동안 13명의 여자와 5명의 남자가 교수형을 당했다. 10월에 주지사가 이 특별법정을 해산시키고 재판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석방시키고 나서야 마녀사냥이 잦아들었다.


1950년 2월,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 국무부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침투해 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사회 비판적인 성향이 있거나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하면 공산주의자로 몰아가 사회에서 매장시켰다. 줄리어스 오펜하이머나 찰리 채플린도 그렇게 희생되었고 아서 밀러 역시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이 극은 패리스 목사가 자신의 딸 옆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조카인 애비게일과 딸인 베티가 벌거벗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뒤로 베티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기에 패리스 목사의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이 위태로워질까 걱정이 컸다. 그리고 마을엔 마녀가 악마와 결탁한 이들이 있다고 난리가 났다. 마녀사냥의 시작이었다. 


패리스 목사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저명한 목사인 헤일 목사를 초청하고 헤일 목사는 책을 잔뜩 들고 오면서 이 책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 책 중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악마에게 가하는 망치)>도 있지 않았을까.


애비게일은 존에게 집착했기에 존의 아내인 엘리자벳을 고발했다. 메리 워렌은 사라 굿을 고발했고, 자일스의 아내 역시 고발당했다. 신실하다 칭송받던 레베카도 고발당했다. 세일럼은 혼란에 빠졌고 소녀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고발했다.


존은 아내인 엘리자벳이 끌려가자 이 말도 안되는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하지만 아내인 엘리자벳은 남편인 존의 명예를 위해 단 한 번 거짓말을 했고, 모든 것이 끝났다. 파국이었다.


존은 성자가 아니었다. 적당히 깨어있고 적당히 냉소적인 면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의 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살기 위해 자백서에 사인을 하지만 끝내 그 이름만은 넘기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남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죄인이 되고 자신의 아이들 역시 자유롭지 않을테니까. 그는 자백을 할 때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아서 밀러가 청문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자백하지 않으면 레베카처럼 선한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란 사실에 거부감도 느꼈다. 자신은 죄인이 분명하니까. 하지만 그 자백서를 찢음으로써 그에게도 선한 면이 있음을 입증했다. 엘리자벳은 그런 그를 이제서야 진실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마녀사냥은 17~18세기 초에 광풍처럼 몰아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계몽, 이성의 시대라고 불린 때에 어떻게 저런 광기가 휩쓸 수 있는지 연구했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흉년, 전쟁, 전염병 등 재난이 심해졌을 때 마녀재판이 많이 벌어졌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재난이 없을 때에도 마녀사냥이 많이 있었기에 완전한 설명은 못 된다. 종교 간 갈등도, 희생자들의 재산 약탈도 완전한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 공동체 내의 갈등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 이 원인들은 모두 안 맞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고. 키스 토마스의 연구를 보면 마을 내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오던 기독교적 자선 혹은 부조를 하지 못한 이들이 죄책감 때문에 자선 대상을 제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한다. 앞에서 메리 워렌이 세라 굿을 지목한 이유가 설명된다. 키스 토마스의 주장은 마녀재판이 결과적으로 공동체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기능'을 했다는 거다. 


이 희곡의 경우에는 복수와 재산 약탈 그리고 자기 기만이 마녀사냥의 원인이 된 것 같다. 자일스의 부인이나 레베카, 존 프록터 등이 마녀재판에서 유죄가 되면 그들의 재산이 모두 압류된다. 그럼 언제나 그들의 땅을 노리던 푸트넘이 헐값에 넘겨받겠지. 애비는 존에게 복수하고, 나머지 소녀들은 자신들의 죄를 숨기고 남에게 전가시킨다. 패리스 목사는 처음에는 동조했다가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무너트리게 될 것을 알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헤일 목사는 순수하게 성찰하지만 결국 모두를 구하지는 못한다.


극 중에서 애비게일과 소녀들이 희생양의 이름을 외치는데 정말 섬뜩했다. 이 장면은 조지프 매카시가 아무 증거 없이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간 것과 유사했다. 매카시 사후 밝혀진 명단은 159명이었는데 이 중 9명만이 스파이로 밝혀졌다고.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상황과 감정에 많이 좌우된다. 누군가에게 동조하여 희생자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와 자기기만으로 죄책감을 덮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또한 뉘우치고 책임을 지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서 밀러는 이 극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각자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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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7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낯익은 건물이 보여 반가웠어요. 저도 지난 달에 무용 공연을 보러 갔다왔어요. 자주 가려 했는데 잘 안 됩니다. 좋은 관람을 하셨네요. 다른 곳에서 뮤지컬을 본 적 있는데 세 시간짜리라 힘들더군요. 연극은 예전에 본 기억만 있네요. 앞으로 연극 관람을 자주 해야겠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꼬마요정 2025-04-27 22:04   좋아요 2 | URL
저는 정말 오랜만에 예당엘 갔어요. 2023년 8월에 뮤지컬 <그날들> 본다고 갔거든요. 연극 <시련> 정말 좋았답니다. 올 초에 부산에서 했던 <벚꽃동산>을 놓쳐서 아쉬웠는데 이 극은 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정말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희선 2025-04-28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시간이나 하는 연극이었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나 봅니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공격하는 건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네요 한사람이 정말 잘못이 있을지, 그런 건 알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옛날엔 억울한 사람 많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4-29 15:27   좋아요 1 | URL
세 시간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답니다.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어요. 내용은 힘들고 비극적이지만 재밌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은 그런 면에선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거요. 정말 완벽하게 착하고 죄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죄 지은 사람들이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는 건 참 억울하겠습니다.

minjsca 2025-05-05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았어요. 배우들의 연기잔치가 정말 좋았어요..물리적인 3시간이 길었다기 보다는 인간의 광기..아니라는것을 집단적으로 모른체하면서 상관없는 누군가를 마녀로 몰아가는집단광기를 보고있기가..괴로웠어요. 여전히 현실에서도 존재하고 너무 괴로워 나가고 싶을정도로..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꼬마요정 2025-05-06 22:30   좋아요 0 | URL
정말 연기잔치였어요. 저도 무대를 가득 채운 광기가 힘들었어요. 어우 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그다지 변한 면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 번 보기는 힘들 극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