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사이의 학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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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년 6월, 연산군은 이계동과 임숭재를 전라도와 경상도 채홍준사(採紅駿使)로 각각 임명하였다. 그들은 아름다운 여인과 좋은 말을 강제로 징발하였다. 그 뒤 연산군은 채청여사 등을 전국 각지에 파견하여 외모가 뛰어난 여자들을 잡아들였다. 채홍사, 채청사들은 실적이 좋을수록 작위와 전답, 노비 등을 받았으므로 어떻게든 여자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잡혀 온 여자들 중 예쁘고 춤을 잘 추는 이들을 뽑아 '흥청'이라고 했다. '흥청망청'이란 말은 연산군이 흥청들과 놀아나다 망했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1506년 7월, 이슬은 자신 때문에 채홍사에게 잡혀 간 언니를 찾기 위해 한양으로 갔다.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왕의 사냥터를 지나야 했는데, 사냥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목이 날아갈 수 있었기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한양으로 간 터였다. 금산(禁山)이 되어버린 사냥터와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참혹했다. 왕의 행차만 보이면 여자들은 숨기 바빴고, 저마다 무엇이든 뺏기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이슬은 그렇게 주막의 율을 만났다. 


1504년 연산군은 두 번째 사화(士禍)인 갑자사화를 일으켰다.(사림파가 화를 입었다고 사화지만, 갑자사화 때는 훈구파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연산군은 앞선 무오사화 때 삼사의 대간들을 철저히 눌렀는데, 갑자사화 때는 폐비 윤씨를 빌미로 대신들과 대간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그 때 성종의 후궁이었던 귀인 정씨와 귀인 엄씨를 아들인 안양군과 봉안군 손에 죽게 했고, 이복동생인 안양군과 봉안군마저 사사했다. 그 뒤 절대권력을 손에 넣은 연산군은 그 권력을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위해 휘둘렀다.  


대현은 갑자사화에서도 살아남은 왕자였다. 왕의 비위를 맞추고 왕의 명령을 따르며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슬을 만났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하며 세상을 배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려 한다. 물론 그 잘못을 뉘우치는 방법이 잘못되거나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는 후안무치한 이들도 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나가려는 이들과 낮가죽이 뻔뻔하여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맞서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말을 빌리러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저들을 따라 아차산으로 가다니 무모한 짓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둘러싸여 침묵하고 앉아 있느니 목숨을 거는 편이 더 쉬웠다. 달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돌진하지 않는다면 자기혐오가 나를 구석에 가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p.145)"


도성이든 어디든 왕이 총애하는 자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장소 혹은 시체에 꽃이 있어 범인은 무명화라 불렸다. 두 번째 사건 이후 무명화는 피로 왕의 잘못을 쓰기 시작했다. 왕은 범인을 잡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했고, 이슬은 그 범인을 잡아 왕에게 언니를 돌려달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이슬에게는 협력자 내지는 친구가 필요했다.


이슬은 일단 언니를 만나야 했다. 광대패의 일원인 영호의 도움으로 여인들을 모아 둔 곳인 성균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언제나 떼를 쓰고 언니에게 의지하던 이슬은 이제 언니를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자신 때문에 잡혀 온 언니를, 질투도 하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언니를 그 끔찍한 곳에 둘 수 없었다. 아직 스물도 안 된 이슬에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가슴이 벅차면서도 아팠다. 이슬은,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죽더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대현 왕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야사에서는 월산 대군의 부인이자 박원종의 누이인 승평부부인이 조카인 연산군의 아이를 가져 자살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나이가 50이 넘은 여인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연산군 일기>에도 그런 내용은 없기에 헛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 이야기를 차용하고 있다. 대현은 반정을 꾸밀 때 박원종을 끌어들이기 위해 승평부부인의 사인(死因)이 병사가 아니라 자결이며 자결을 한 이유가 연산군 때문이라고 했다. 


연산군에게 원한이 깊은 이들과 권세를 탐하는 이들이 규합했다. 하지만 이슬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달랐다. 이슬은 잡혀간 여인들을 풀어주기를 원했고, 반정을 꾀하는 자들은 그 여인들을 골고루 나눠갖기를 원했다. 결국 저 위정자들은 연산군의 폭정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반정을 꾸민 것이다. 연산군이 언제 어떤 꼬투리를 잡아 자신들을 죽일 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신들마저 쉽게 죽일 수 있는 왕은 백성들은 더 쉽게 죽일 수 있었고, 더 참혹하게 괴롭힐 수 있었다. 백성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저 왕보다는 다른 왕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반정으로 왕이 된다면 겉으로나마 백성을 위한다 선정을 베푼다 할테니 말이다.


대현 왕자와 혁진은 이를 알았다. 이슬 역시 알았다. 하지만 이슬은 눈 감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니의 자유와 행복이니 대의를 위한답시고 언니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이슬의 용기와 그 용기를 무시하지 않은 대현의 용기가 좋았다. 둘은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대현이나 혁진, 영호, 이슬, 율 등은 이름을 남긴 반정공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평범한 백성과도 같았고, 그림자처럼 숨어서 활약해야 했다. 그렇다. 작가는 화려한 주인공이 아니라 아프고 지친 이들이 상처를 그러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니까 말이다. 역사에 이름 석 자 새기지 못해도 그들이 있었기에 나라가 있었고 역사가 있었으니까. 그것이 바로 삶이니까 말이다. 

말을 빌리러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저들을 따라 아차산으로 가다니 무모한 짓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둘러싸여 침묵하고 앉아 있느니 목숨을 거는 편이 더 쉬웠다. 달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돌진하지 않는다면 자기혐오가 나를 구석에 가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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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20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청망청에서부터 흥미진진하네요.
허주은 작가가 기대만땅 촉망받는 작가였네요. 연산군의 폭정 말고도 읽을 거리가 많이 있을 거 같아요.

꼬마요정 2025-01-20 16:37   좋아요 1 | URL
허주은 작가가 굵직한 역사적 사건 속에 민초들의 이야기를 잘 쓰는 것 같아요. 역사적 인물들은 결말이 정해져 있지만 그들은 아니라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희선 2025-01-21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라를 있게 하는 건 거기에 사는 백성이죠 백성을 소홀히 여기면 안 되는데, 정치를 하는 사람은 자기 이익을 더 생각하는군요 예나 지금이나 그건 달라지지 않다니...


희선

꼬마요정 2025-01-21 14:08   좋아요 0 | URL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다니 씁쓸합니다. 요즘은 다들 자기 이익을 위해 정치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명감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네요ㅠㅠ 슬픕니다.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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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이루면서 살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다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 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잃어버린 후에야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삶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사는대로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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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15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충동적으로 서점 들어갔다가 사들고 나와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읽었거든요? 책장이 진짜 엄청 빠르게 잘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꼬마요정 2025-01-15 14:53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빨리 읽었어요. 앉은 자리에서 읽게 되더라구요. 처음엔 뻔하다 싶었는데 생각이랑 달라서 그것도 좋았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충동적으로 행동해선 안 되겠더라구요 ㅋㅋㅋㅋ 모든 것을 잃을 거였으면 차라리 이혼 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5-01-15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책 오디오 북으로 듣고 있어요. 명성이 자자했던 책이어서 종이책으로 읽는 게 맞는 건가? 싶어 앞부분 조금 듣다가 껐어요.
다시 잘 들어봐야겠군요.^^

꼬마요정 2025-01-16 12:10   좋아요 1 | URL
오디오 북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ㅎㅎ 명성이 자자한 이유가 있네요. 재밌습니다^^

coolcat329 2025-01-16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 재밌죠.
저희 시어머니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팬이라 책 다 사드렸는데 빅 픽처가 최고라고 ㅎㅎ

꼬마요정 2025-01-16 12:12   좋아요 0 | URL
오오 시어머니께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팬이시군요? 멋지십니다. 쿨캣 님 시어머니께 책 사드리는 거 엄청 신나하실 것 같아요 ㅎㅎㅎ 저는 남편이 책 사달라면 그랭 하면서 제 책을 더 많이 사고 다 남편 책인 것처럼... ㅋㅋㅋㅋ
 
예언자의 노래 - 2023 부커상 수상작
폴 린치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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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언자의 경고이자 어딘가에서는 실현되었고 어딘가에서는 일어날 뻔한 일이다. 우리는 독재정권 때 이미 겪었고, 또다시 겪을 뻔한 일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인들이 겪은 일이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동호가 겪은 일이고, 이 책의 베일리가 겪은 일이다. 그들은 어렸고, 단지 누군가를 돕고자 했을 뿐인데 어른들이 잔인하게 살해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사람들을 잡아간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건 정권이 정한 법 뿐이다. 구인절차도, 재판도 없다. 사복경찰은 그저 지목하고 데려가면 그뿐이다. 그리고 잡혀간 이들은 어디에 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다. 아일리시의 남편인 래리는 잡혀간 뒤 연락이 끊겼다. 큰아들 마크는 반란군에 가입했고 연락이 끊겼다. 아일리시는 몰리와 베일리, 벤을 건사해야 했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 사이먼을 보살펴야 했다.

래리로 인해 반역자의 낙인이 찍힌 아일리시는 고기를 사기 위해 먼 마을까지 가야 했고, 항의의 뜻으로 하얀 스카프를 맨 뒤 직장에서는 해고 되었다. 내전이 일어났고 식량도, 물도, 전기도 부족했다.

만약 12.3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아마 우리는 아일리시처럼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버터야 했을 것이다. 자유는 누리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란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아일리시는 통금을 지키라는 반란군의 말투에서 그가 자란 고향, 다닌 학교를 알 수 있었다. 조국이라고 믿고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평범한 시민들을 억압했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한 정권이 있었다. 여기서도 무릎에는 드릴 자국이 있고 온 몸에 담배로 지진 흉터가 가득한데도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한다.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면서 그렇게 몰아가는 사람들이 정작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것 같다. 독재자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하고, 독재자를 추종하고 떠받들며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날씨나 아이들 이야기만 나눈다. 희망은 오히려 더 큰 절망이 되어 갈 뿐이다.


처음부터 줄곧 문장의 나열이었다. 누군가는 말을 하고 누군가는 그 말을 듣고 대답을 한다. 문장은 거의 나뉘지 않고 쉼표가 가득하며 가끔 혼란스럽다. 덕분에 아일리시의 초조함과 불안이, 다급함과 두려움이 너무 잘 느껴져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교원 노조원인 아일리시의 남편 래리는 노조원이라서 잡혀갔다. 그들도 처음엔 설마 정권이 그럴 리가 있을까 의심했다. 우리가 무슨 이 시대에 계엄령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래리가 출근 후 연락이 끊기자 아일리시는 남편의 행방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젊은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노력을 정권이 무서워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보았다. 큰아들 마크는 갑자기 징집 대상이 되었다. 그저 열 일곱살인데도. 마크는 숨어지내다 비겁함에 몸서리를 치며 반란군에 가담했다. 몰리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생기를 잃었고, 베일리는 호승심과 어린 치기에 가득했다. 벤은 여전히 유아차에 얌전히 있어야 할 나이였다. 

아일리시는 이 곳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래리가, 마크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떠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미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6월의 어느 날 마당에서 물놀이를 하고 바베큐를 먹던 일은 과거의 환상이 되었다. 아일리시는 끊임없이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래리와 대화를 하고, 마크의 흔적을 되새김질하고, 베일리의 얼굴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몰리와 벤이 있었다. 여자아이인 몰리와 아직 아기인 벤을 지켜야 했다. 

이런 혼란한 와중에도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권의 부역자들이다. 그들은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긴다. 그리고 이 나라를 떠나려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브로커들이 있다. 그들은 엄청난 돈을 받고 그들을 물건인 마냥 취급하며 국경을 넘게 한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성적으로 착취하기도 한다. 약자인 난민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감내해야 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신과 사상이 다르면 고문하다 죽일 수 있고,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큰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며 사람들을 실어 나를 수 있다. 권력을 가지면 그 힘에 도취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나라에서 권력을 가졌으니 내 말을 안 들으면 죽여버릴 거야, 내가 국경을 넘게 해 줄 수 있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 이런 마음들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알량한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면 황홀한가. 모두가 그런 마음을 가지지는 않는다. 모든 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희생하면서까지 유대인이나 난민들을 구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저렇게 힘으로 상대를 짓밟으려 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다. 그래서 예언자는 노래한다. 사람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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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1-13 0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는 우리에겐 현재로 다가오죠?! 너무 쉽게 내전이란 말을 하는 사람들 보면 분노가 치밀고 소름까쳐요. 빨리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규명도 되고,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5-01-13 00:40   좋아요 2 | URL
아아, 그레이스 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너무 공감했어요ㅠㅠ 사실 너무 감정적이 되더라구요. 진짜 우리에게 일어날 뻔한 일이잖아요ㅠㅠ 진짜 내전이나 통치 행위 뭐 이런 말 하는 사람들한테 분노하게 됩니다. 노무현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 때 만약 계엄령이 내려졌다면 그렇게 말했을까요? 어느 정권이나 진짜 헌법에 정한 사유 외에는 계엄령이란 있어서도 안 되는 거잖아요. 빨리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로 엄중하게 처벌하면 좋겠습니다. 정말 자유는 지켜야 하는 거였어요ㅠㅠ

제가 쓰다가 저장 눌러져서 글이 끊겼는데 감정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답니다.ㅠㅠ 진짜 또 화나요!!! 화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아일리시는... 그러지 못하잖아요ㅠㅠ

coolcat329 2025-01-20 0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책 다 읽었어요. 읽으면서 12/3 계엄이 성공했다면 어쩌면 우리도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 생각했어요.
문장이 줄바꿈없이 계속 이어지니 그 숨막히는 상황이 더 강하게 느껴져 저도 숨이 막히더라구요. 우연이지만 우리 정치 현실과 묘하게 겹쳐지는 게 요즘 읽으면 좋을 책 같아요.

꼬마요정 2025-01-20 16:39   좋아요 1 | URL
정말 계엄... 아... 진짜 무서운 일이죠ㅠㅠ 그 때문에 더더욱 몰입해서 읽었네요.
처음엔 잉? 하면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숨막히고 긴박하고 화가 나고 그랬네요.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이 되면서 점점 세상이 극단적으로 가는데 그나마 우리는 선방한 것 같아요. 전쟁도 무섭고 독재도 무섭습니다ㅠㅠ
 

온갖 나이 때의 모습이 다 있다. 신발 한 짝을 또 잃어버린 마크, 외투를 입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는 몰리, 아이들에게 가방을 다 챙겼는지 묻는 래리. 아일리시는 그 단조로운 생활에 행복이 숨어 있었음을, 행복은 보이면안 되는 것처럼, 과거에서 들려오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 음(音)처럼 가고 오는 매일 속에 깃들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 P58

아버지가 말도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이 아이에게는 어떤 세상일까? 세상이 혼돈에 굴복하고, 당신이 걷고 있던 발밑의 땅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태양이 당신 머리에 어둠을 비춘다. - P60

세상은 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달아날 방법이 없는 꿈일 뿐이고 그러한 삶의 대가는 고통이다, 그녀는 자기 아이들이 헌신과 사랑의 세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또 아이들이 공포의 세상에 살도록 저주받는 것을 본다, 아일리시는 그런 세상이 끝나기를 원한다. 그런 세상이 파괴되기를 원한다. 그녀는 아직 아기인 아들을, 아직 천진난만한 이 아이를 본다, 자신이 스스로와 얼마나 부딪치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얼마나 놀랐는지 본다, 공포에서연민이 나오고 연민에서 사랑이 나오고 사랑으로 세상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알아본다, 아일리시는 세상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세상이 끝나리라는 생각은 허영임을, 끝나는 것은 당신의 삶임을,
오로지 당신의 삶뿐임을 깨닫는다. 예언자들의 노래는 그 어느 때나 항상 반복되던 똑같은 노래임을 깨닫는다. 칼의 도래,
불에 삼켜지는 세상, 정오에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태양, 어둠에 잠긴 세상, 곧 눈에 보이지 않도록 쫓겨날 사악함에 대해서 - P354

예언자가 길길이 날뛸 때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신의 분노,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과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났지만 다른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일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느 곳에서는 늘 끝나고 또 끝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뿐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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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안인용 지음 / OC HQ(오씨에이치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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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돈 앞에 굉장히 생각이 많아지는 곳이다. 내 건물에서 사건, 사고가 나면 건물값 걱정부터 드니까 말이다. 심지어 자기 자본만으로 건물을 짓거나 사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무슨 일이 나면 대출금 상환 걱정이 절로 든다. 건물을 지을 때 문화재가 발견되어도 지연되는 공사 일정과 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생각하고, 건물을 다 지은 후에도 건물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변과 담합을 하든 조작을 하든 관리한다. 


시장 경제 원리로 가격은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으로 조절된다고 하지만, 일정 이상의 가격을 원하는 공급자가 수요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일이 빈번한 것은 아마 이제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노동이 아니기 때문인 듯 하다. 예전처럼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차도 사고 집도 사는 일은 환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오른 부동산이나 코인, 주식 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호의호식하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동시에 자신들도 그런 부를 거머쥐고 싶어 소위 '영끌'을 통해 '투기'를 한다. 내 한 몸 누이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줄 평온한 안식처로 '집'을 원하는 게 아니라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집'을 원하는 것이다.


경복궁 쪽 청자동에 꼬마빌딩을 짓기로 한 지원은 처음에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은 커녕 학대를 받던 아이는 언제나 쫓기듯 살았고, 그저 안락한 가정을 원했다. 겉보기에도 안으로도 행복한 가정을 원했던 그녀는 두 번의 결혼을 실패하고 자신만의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예산에 맞는 땅을 찾고 찾아 마침내 건물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문화재가 나왔다.


문화재 발굴 조사 팀장 미정이 옛날부터 좋은 땅이라 그렇다는 위로에도 지원은 불어나는 공사비를 셈하면서 우울해했다. 그리고 자신의 땅에 나타난 대형건물주 천기백을 만나면서 묘한 긴장감이 발생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시련은 무언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사람은 '사이비'에 빠져들기 쉬워진다. '신'이 나를 선택해서, 내 조상이 '나'를 선택해서 등등 망상에 빠지면서 이 과업을 완수해야 자신의 것인 부와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여기는 것이다. 


여기 지원이나 기백에게 진정한 공포는 사람의 시체도, 귀신도, 연쇄살인마도, 싸이코패스도, 크툴루도 아니었다. 그들이 정말 무서워하는 건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는 것,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고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


'정상' 혹은 '제대로'란 무엇일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정상'이란 단어에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피와 시체를 보면 기절하는 의대생이었던 치수나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를 받은 지원이나 무슨 중세 영주마냥 동네를 군림하는 기백이나 자녀의 학비 때문에 혹세무민하는 현록이나 모두 '제대로'된 상태는 아닌 것 같지만 그 또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보통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이 잠식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빠르게 늘어난다. '파산'은 이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어렵게 한다. 그러니 한 사회에서 버려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돈' 앞에 기를 쓰고 애를 쓰고 뻔뻔해지는 지도 모르겠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이 도리어 인간성을 훼손하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고, 노동이 제대로 된 가치로 인정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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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12-31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극은 사는 곳(place)이 아닌 사는 것(buy something)으로 바뀌어 버린 것에 있겠죠.

꼬마요정 2024-12-31 18:52   좋아요 0 | URL
아악, 너무 비극적입니다.ㅠㅠ 남보다 좋은 집, 남보다 비싼 집을 꿈꾸는 세상이 슬프네요. 행복하고 안락한 집은 돈으로 ‘살 수 있는(purchasable)‘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집이 오롯이 그 목적에 충실할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5-01-01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빌딩을 지으려고 하다니, 엄청나네요 그런 걸 할 돈이 있다는 거기도 하니... 자신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기만 해도 될 텐데, 다른 것까지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평안만 바랐다면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건물을 지으려고 했겠습니다

꼬마요정 님 새해가 왔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1-01 10:18   좋아요 1 | URL
정말 평안만 바랐다면 서울 외곽이나 서울 아닌 지역의 땅을 샀겠네요. 사람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요…

희선 님, 2024년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25-01-02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새해 첫 날 잘 보내셨나요.
2025년에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5-01-05 02:4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언제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벌써 2025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서니데이 님도 올 한 해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25-01-08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한파주의보라고 하니, 며칠간 날씨가 많이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5-01-12 15:21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 님!!! 벌써 일요일입니다. 오늘 하루 편안하게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