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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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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나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두에게 둘러싸여 있는 순간에도 누구나 문득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외로움이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어디 가지 않고 언제나 함께 머무는 경우도 있다. 개개인이 서로가 되어볼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인간에게 외로움은 필연적일 수 밖에.


이 책에서 다루는 외로움 그런 본질적인 외로움이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유리(遊離)되거나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 등 사랑하는 이로부터 이해받지 못했을 때 느낄 외로움을 이야기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을 느끼게 하는. 물론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해 스스로의 기억을 잃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채 늘 상실감에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으나 언제나 희망은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할로우 키즈>이다. 영화 <할로우맨>을 안다면 느낌이 확 살아날 것 같은데, 말 그대로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아이라고나 할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라졌으면 할 때가 있다. 끔찍한 실수를 하거나 멍청이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그러곤 하는데, 투명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거나 투명망토를 구하지 않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하지만 재이는 사라졌다. 바쁜 부모님 때문에 늘 8시 이후까지 집에 가지 못한다. 선생님들은 그런 재이가 불쌍하다가도 자신들의 퇴근이 늦어지기에 마냥 가엽게 여기지만은 않게 된다. 재이는 반에서도 조용하고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데, 핼로윈 행사 때 드라큘라 역을 맡고 싶다고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역은 내정자가 있었고,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어른들의 친목은 작동하고 있었다. 그저 유령 3 역할을 하게 된 재이는 넘어지는 순간 사라졌다.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자신의 부모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던 재이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이렇게 사라진 아이들 혹은 어른들이 얼마나 많을까...


두 번째 이야기는 <고기와 석류>이다. 혼자 남은 옥주의 삶은 남의 선택에 좌우된 삶이었다. 변화를 싫어하고 적응하지 못한 남편 때문에 이사할 때를 놓친 그녀는 결국 버려진 상권이 있는 건물에 혼자 남았다. 남편은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사업을 한답시고 필리핀으로 떠난 후 연락이 끊겼다. 옥주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하루 하루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의사는 몸에 이상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꼭 받아보라고 하고, 삶에 의욕이 없는 그녀는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도 이유도 없다. 그렇게 그냥 살던 그녀에게 어떤 기이한 존재가 나타난다. 마치 호모 사피엔스가 멸절시켰다고도 하는 네안데르탈인 같은 존재.


신기하게도 인간의 모습을 한 그것은 인간을 먹는다. 그리고 옥주는 그것에게 '석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어릴 때는 곧잘 먹던 석류를 지금 떠올려서 '석류'에게 주면서 말이다. 그것의 눈이 가끔 붉어져서일까. 어릴 때 옥주가 그렸던 미래는 지금과 같은 삶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외롭지만 외로운 줄도 모르던 그녀는 처음에는 '먹혀도 좋다'는 마음으로 석류를 들였고, 이제는 석류가 혼자 남으면 어쩌나 싶어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 옥주에게 석류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자신이 돌보고 의지하는 존재인 것이다. 누군가를 보살피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힘들고 지루하다 여겼던 삶을 이어가고 싶게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해야할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는 <릴리의 손>이다. 미래의 어느 날, 세상에 시공간을 가르고 넘나들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물론 인간이 자의적으로 갈 수는 없고, 재해와 마찬가지로 그저 빨려들어가고 틈은 닫혀 버리는 것이다. 그 틈은 예측할 수 없고 틈에 빠진 사람은 살던 시대로 되돌아 올 수 없다. <닥터후>가 참 많이 생각났더랬다. 맷닥을 애정했는데, 맷닥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시공간 틈을 통해 흘러들어 온 힘으로 재생성도 했고 갈리프레이의 힘으로 재생성을 막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이야기. 이렇게 생긴 틈 때문에 다른 시간, 공간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들은 이방인이라 불렸다. 이방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기억상실이란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이런 이방인을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릴리와 연주였다. 


2017년인지 2018년인지 그 즈음 '연주'는 교통사고 피해자로 병원에서 눈을 뜬다. 기억을 잃은 '연주'는 어떤 기억을 잃었으며, 평생을 그리워 한 이는 누구였으며, 또한 '연주'는 누구였을까? '기억'이란 것이 한 사람을 알 수 있는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신을 지금 모습으로 있게 한 실마리이자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기억'을 잃었지만 희미한 그 흔적 속에서 기어코 떠올리고자 한 대상은 누구인가. 교통사고 자리에 떨어져 있던 로봇 손 같은 손은 왜 마음을 따뜻하게 했을까. 마지막 편지는 그런 외로움과 그리움이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마무리 된다.


네 번째 이야기는 <새해엔 쿠스쿠스>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게 틀림없겠지만(사랑하겠지?),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을 자식에게 투영하거나, 자신의 욕망이 절대적 성공이라 믿으며 자식에게 그 방식을 강요하거나, 자식을 남과 비교하며 때때로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엄마'가 있다. 사랑한다면서 사랑하는 대상의 말이나 바람 같은 것은 제대로 듣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그런 말을 해주지 않으면 기억을 왜곡한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자녀는 자신의 삶이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강박으로 가득 차 버리는 것을 느끼지만 벗어날 줄 모르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를 자퇴하겠다고. 엄마가 원한 것은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자식이고, 남들에게 내보일만한 자식이라고.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연우 언니의 말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나'를 '나'로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의 딸도, 어느 학교의 선생님도, 어느 대학의 학생도 아닌 그냥 '나' 자신 말이다. 어린 시절 자신과 닮은 연우 언니와 함께 먹고 싶었던 쿠스쿠스를 먹으러 모로코로 가면 알 수 있을까. 언니가 먼저 먹어보긴 했으나 유리는 안 먹어 봤으니. 연우 언니도 유리와 함께 먹으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숨 막히는 엄마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자신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가장 작은 신>이다. 정말 말 그대로 작은 신은 맞는 듯 하다. 먼지의 신이라니... 그것도 미세먼지... 팬데믹과 겹쳐지는 이야기인데, 사람이 병들고 죽을 만큼의 재난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전쟁과 역병과 기후 위기가 섞인 시대를 살고 있고.


미세먼지바람 때문에 죽을 뻔한 수안은 그 일이 일어난 2년 전부터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아홉 번째 면접에 떨어지고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던 그 때, 처음 일어난 먼지 바람에 휩쓸렸다. 마스크를 사수하려 꼭 붙잡고 방어하던 손과 팔은 피부가 처참하게 곪아 버렸다. 일주일만에 병원에서 깨어난 수안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집에 찾아 온 동창 미주. 다단계 영업사원인 미주는 목적을 가지고 수안에게 접근했으나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잇는 둘은 어느새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만다. 2년 전 첫 먼지바람과 미주의 아버지와 그 날 이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 수안과 아버지의 일을 떠맡게 된 미주의 사연은 가슴이 아팠다. 명예욕이 있던 먼지의 신의 허황된 욕심이 불러 온 참사는 그래도 희망을 엿보게 했다. 굳이 제물이 없어도 재앙을 불러오던 그 신은 어쩌면 외로웠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기에 악명을 떨쳐서라도 존재감을 가지고 싶었는지도. 그 신의 그릇된 욕망 앞에서 수안과 미주는 서로를 필요로 했고, 용기를 내었고, 연대를 이루었다. 수많은 고난이 있을테지만 둘은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당장 먼지바람이라도 그쳤으니. 수안이 미주를 위해 문 밖으로 나올 때, 너무 멋졌다.


여섯 번째 이야기는 <나쁜 꿈과 함께>이다. 몽마도 외로운가보다. 살아있는 사람과 닿으면 불에 덴 듯 화끈거리고 심하면 화상을 입는 것 같다는데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은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정이 많으면 멍청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보면 난장판이지만 자세히 보면 물건에 정을 주어 버리지 못한 상태인 은성의 방을 기웃거리는 몽마는 어쩌면 은성에게서 정을 갈구하는 것일까? 허기와 갈증을 해소해주는 건 따뜻한 관심일지도. 요즘 세상은 인간도 외롭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외로운가보다. 아니면 인간이 외롭기에 그 마음이 투영되어 그들도 외로울 거라 생각하는 걸까. 은성은 악몽을 꾸게 하는 몽마에게마저 정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몽마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고, 은성은 악몽을 꾸지 않고 말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는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이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공공연한 고양이>에 실렸던 이야기이다. 정말로 고양이 별이 있었다니. 참으로 신선했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여덟 번째 이야기는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이다. 이 이야기는 <러브, 칵테일, 좀비>에 실린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떠오르게 한다.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푸른 수염 이야기가 떠오른다. 금기와 여자 살해. 푸른 머리칼을 가진 블루의 운명은 그녀가 태어났을 때 찾아 온 노파도, 아직은 어린 시절 만났던 점성술사도 아닌 바로 그녀 자신이 만들어 간 것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문을 넘나들며 그녀가 구한 수많은 생명들은 그녀가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정당방위라 할지라도 그녀가 지은 '죄' 때문에 겪어야 한 외로움을 마지막에나마 덜어준 것일지도. 포기하지 않은 블루도, 결국은 그녀를 찾아 낸 썸머도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외로움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진부한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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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29 0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에서도 석류의 이미지가 과일이 아닌 다른 것이 되었을 때 서늘한 느낌이었어요. 아마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이 조금 있을 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꼬마요정님,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12-29 16:34   좋아요 0 | URL
석류에 그런 이미지가 있군요. 왜 그럴까요? 뭔가 알알이 보석 같아서 그런가... 이 책에서도 석류는 서늘한 느낌이지만 또 따뜻한 느낌도 있습니다.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기억의집 2022-12-29 07: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나 맘이 아프네요. 오늘 잠깐 만난 언니가 작년 자기네 반 아이소식을 다른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그 선생님이 선생님, 00이 거의 투명인간이예요. 엄마도 선생님도 아이한테 거의 관심 없어요. 선생님님만큼 00이 이뻐해주는 사람이 없네요!! 라는 말을 듣고 맘이 편치 않다고 하네요. 애기가 이제 네살인데.. 엄마가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데 저도 그 말 듣고 맘이 편치 않었어요. 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라고 하는데, 가난한 것보다 자기 아이한테 돈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 전혀 애한테 관심 없는 사람들은 애 낳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이야기는 씁쓸하네요. 요정님 연말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마요정 2022-12-29 16: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기억의 집님!! 자기 아이한테 관심이나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안 낳는 게 맞지 않겠어요? 어릴 때부터 아이는 홀로 얼마나 외롭겠어요ㅠㅠ 그래서 너무 슬픕니다. 관심을 가져주던 선생님도 한 해가 지나면 반이 바뀌니 바뀌기 전보다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으니 아이는 또 외롭겠죠. 마음이 아프네요. 첫 이야기가 제일 짧은데 참 아팠습니다. 기억의집님도 연말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레이스 2022-12-30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예은 소설 두번째로 보는 것 같네요
표지 사진 보기만 해도 침 고입니다.

꼬마요정 2022-12-31 00:18   좋아요 1 | URL
저는 <칵테일,러브,좀비>가 너무 좋아서 조예은 작가 작품 좀 찾았더랬죠. 이 책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편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한번씩 이렇게 모아 주면 좋겠어요. 책 표지가 빤딱빤딱 맛나보입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3-01-07 10:4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날씨가 좀 풀리긴 했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3-01-08 23:5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thkang1001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벌써 일요일이 끝나갑니다. 시작하는 한 주도 힘차고 밝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9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모짜와 카프


 카프와 샤미


 레이


크리스마스다. 이제 202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안에 내가 이 책들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정리를 해 보았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고양이는 덤^^



 이 책은 지난 9월, 소원 1기인 남편이 소녀시대 팬미팅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서 서울 다녀 오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다. 남편은 팬미팅 가고, 나는 친구 만나서 한강을 구경했더랬다. 덕분에 아이가 있어서 한동안 못 만난 친구를 만나 너무 반가웠다. 부산과 서울 사이의 거리는 멀고, 이제는 힘이 들어서 기차로 다니기 힘들고... 코로나 이후 기차든 비행기든 마스크 쓰고 뭘 먹지도 못하게 하니 여행 다니는 기분이 안 나서 씁쓸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었다. 다행히 기차 안에서 음료는 마실 수 있어 커피랑 물도 홀짝이면서.


남편이 나랑 가고 싶어한 이유는 나도 그렇지만 점점 혼자 기차 타고 서울 다녀오는 것이 힘들어서다. 집에 있으면 너무 편한데, 얼마나 좋아야 이 좋은 집을 두고 2시간 반을 기차를 타고 서울 가서 또 공연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다가 공연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을까. 심지어 공연이 끝나면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나서 공연을 본 흥분으로 겨우 겨우 돌아오는데 다음 날은 초죽음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부산에 있었더라면 냥이들과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책 읽고, 드라마 보고, 혹은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거 먹고 이럴 텐데, 서울까지 다녀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하지만 공연 티켓은 예매했고, 날짜가 임박해서는 취수료가 엄청나고, 그래서 우리는 가야만 하는 거다. 이 책 역시 2백년 만에 레닌그라드에 찾아 온 폭염이 극성을 부리는 때, 아내와 아들을 오데사로 보내고 혼자 아파트에 남은 천문학자 말랴노프의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말랴노프 머리에 떠오른 엄청난 공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말랴노프가 이 공식을 떠올리고 공책에 막 쓰면서 공식을 정리하는데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급기야는 시체까지 등장한다. 어떤 조직이 이 공식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도 가끔 뭔가를 할 때 알 수 없는 방해가 있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결국 말랴노프는 선택을 하는데, 그 선택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랑 남편은 그 수많은 방해를 뚫고 친구를 만나고, 팬미팅에 참석했다. 장하다!! 


지금은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 곳은 투명하지 않은 곳이니, 그들이 사상 등의 자유를 얻으려면 어쩌면 정말로 10억년 같은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멋지게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뭔가 잘 안 됐다. 좋아서 너무 좋아서 좋아요!! 이렇게만 되니까. 총 9개의 이야기가 있는 단편집인데, 각각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웠다. <숲 속의 컴퓨터>도 그렇고 <박승휴 망해라>도 그렇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횡재수를 바라는 마음과 시기심을 잘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결국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은 얻은 것이 있다. 약간의 부(富)와 첫 번째는 아니더라도 굉장한 우주를 가졌으니 말이다. <토끼의 아리아>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놀랍고 안타까웠다. '나'는 어이없지만 간교한 술수로 주웅길 회장에게 간을 떼인다. 그리고 그가 늘 맥주를 마시는 이유 역시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곽재식 작가님이 이과라서 나올 수 있는 이유일 것 같다. 놀라워라!! 이 분은 곽재식 작가님의 다른 책에도 가끔 등장하는데 자주 나오면 좋겠다. <박흥보 특급>은 물가인상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야지!! <흡혈귀의 여러 측면>은 뭔가 쌤통이지만, 또 안타깝다. 나랏돈을 잔머리를 굴려가며 빼 먹는 건 나쁜 짓이지만 그게 죽을 병에 걸릴만큼 나쁜 짓인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그러고보니 여기도 우리 유네스코 감사원이 <토끼의 아리아>의 '나'였다. 반갑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뇌과학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건 모두 리사 제노바의 글솜씨 덕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뇌과학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말들이 현실과 접목된다고나 할까. 단적인 예로 나이가 들면서 잘 잊어버리는데, 건망증이라고 불리는 이 건 병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또 설단현상 혹은 말막힘 현상도 잦아지는데 자연스러운 거라고. 잘 생각 안 나면 그냥 검색하라고 했다. 난 그 동안 생각이 안 나면 계속 생각날 때까지 생각하곤 했는데 그건 뇌 운동이랑 관계 없다고. 


어릴 때 좋은 기억 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많은 나는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간의 힘을 견딜만큼 의미가 있지 않다면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 좋은 기억은 기록을 해서라도 기억에 남기면 될테다. 나는 여전히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온 양조위를 기억한다. 잊어버리면 슬플 것 같다. 당연히 양조위가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지만.


또한 알츠하이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다른 암이나 병들은 고통을 수반하는데 알츠하이머는 통증이 있는 병은 아니라고 한다. 고통이 없으니 투병하는데는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고통 받는 건 주변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같이 살던 친할머니가 치매였기 때문에 잘 안다. 정말 고통스럽다.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 집에 계셨는데, 할머니도 엄마 아빠도 나도 동생들도 모두 불쌍할 때가 많았다.


충격적인 소설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퍼가 살아 온 나날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기도 하다가 내가 감히 알 수 없을 고통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서 나와 고통을 함께 할 형제를 만들고, 다른 나라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삶을 이해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1부가 가장 재미있으면서 가슴 아팠다. 2부를 읽으면서는 궁금함이 더해졌고, 3부에서는 그저 아프고 아팠다. 실제로 떠나온 것은 아고타 본인이었으나 책에서는 루카스를 자신으로, 클라우스를 오빠로 그린다. 떠난 것은 클라우스였으나 결국 부재한 것은 루카스인 것을.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부터 과연 무엇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에 공감하는지, 옳고 그름이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등을 생각하게 한다. 수많은 이런 소설들이 있겠으나, 한국인 감성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이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를 접하면 궁금해지지 않을까, 내가 말한 것들이. 









 

















이 많은 책들 리뷰 언제 쓰지... 내용 다 까먹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기적이 일어난 날이니 나에게도 이 책 리뷰 술술 쓰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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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5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요정님의 냥이들 품격과 낭만이 뿜뿜😻
모찌와 카프는 겁이 많아 보이고
샤미 미모가 😻
레이는 재롱둥이😻
남편분 아내 요정님 손잡고 소녀시대 팬미팅에서 행복가득 안은 멋진 커플😍
리사 제노바 책 정말 잘 썼죠
요정님 2022년 독서 일지 👍👍
냥이들과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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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彡 }
  _...:=,`‘    ︵  т ︵  X彡-J
<` 彡 /  ミ  ,_人_. *彡 `~
  `~=::              Y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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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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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ゞ.,/` oQ o`)
      `i,          Y  ω /
       `i,      .    ˝   /
      `iミ           ,,ノ
       ︵Y..︵.,,     ,,+..__ノ``
     (,`, З о    ,.ノ川彡ゞ彡  *

꼬마요정 2022-12-25 22:55   좋아요 2 | URL
냥이 그림 엄청난데요. 능력자세요!!!
모짜랑 카프는 정말 겁이 많아요 ㅎㅎ 사진 보고 아시다니 역시!!
샤미는 진짜 미모가 장난 아니구요, 레이는 애교가 엄청 많습니다. ㅎㅎㅎ
남편만 팬미팅 갔구요, 저는 친구 만났어요. 남편이 너무 가고 싶어해서 서울 따라갔다죠 ㅎㅎㅎ
리사 제노바 정말 좋아요!! 책 너무 잘 썼어요. 어디가서 아는 체 하기도 좋더라구요. 말이 나오더라니까요!!!
스콧님도 해피 크리스마스입니다^^

프레이야 2022-12-25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꺄오~~ 카프 모짜 레이 아웅 귀여워요
샤미 눈망울이 어쩜어쩜!!
꼬미는 혹시 아픈거 아니죠^^
소원 1세대 남편분이랑 서울 나들이 같이 또 따로 좋았겠어요. 집이 좋긴 하지만 ㅎㅎ 아이들 때문에 당일로 돌아오는 여행을 주로 하신다는 말씀 기억나요. 최고의 집사!
저 책들 다 쓸어담아 가고 싶네요.
몇 가지 데려갑니다 요정님:)

꼬마요정 2022-12-25 22:57   좋아요 2 | URL
꼬미 아프지 않아요. 멀쩡한 사진이 없어서... ㅎㅎㅎ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행히 아픈 냥이들은 없어요 ㅎㅎㅎ
나들이가 좋긴 한데, 집이 좀 더 좋네요. ㅎㅎ 당일치기가 의외로 편하고 좋습니다. 그것도 다행이죠!!
데려간 책이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2-12-26 0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 님이 쓰신 글 때문에 <기억의 뇌과학> 이 궁금하네요. 저도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요. 담아갑니다.

꼬마요정 2022-12-26 10:50   좋아요 0 | URL
다정한 다락방님, 저는 좋았어요.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저는 위로를 좀 받았답니다. 어차피 일어난 일 훌훌 털고 싶지만 그게 어디 되나요. 그래도 잊고 살 수 있는 건 잊고 살려구요. 다락방님께도 이 책이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 때문에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이 슬펐나봐요. 그래서 ‘기억‘에 대해 쓴 것 같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22-12-26 0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시 1 세대 팬 남편분을 두시다니?^^
젊은 남편분이시네요ㅋㅋㅋ
덕분에 나들이..ㅋㅋㅋ 요즘엔 장거리 여행 참 쉽지 않죠? 넘 힘들어요ㅜㅜ
그리고 모짜 카프 샤미 레이^^
네 마리의 집사님 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기쁨은 네 배 이시겠습니다.
올려주신 책들도 눈길 갑니다.
중복되는 책이 두 권 있네요.
읽고 있어요~와 읽을 거에요~로 분류시켜 놓은~ㅋㅋㅋ

꼬마요정 2022-12-26 10:54   좋아요 1 | URL
소시 팬클럽 ‘소원‘ 1기가 끝인 거 아세요? 더 이상 ‘소원‘ 모집 안 한 모양이더라구요. 그런데 소원 1기라니 ㅋㅋㅋ 저보다 물리적 나이는 많은데 젊게 살고 있네요 ㅎㅎ
여행 넘나 힘들어요 ㅜㅜ
여섯 마리랍니다. 두 마리는 사진이 멀쩡한 게 없어서 못 올렸네요 ㅋㅋ
중복 되는 책이 있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근데 저 아직 리뷰 안 쓴 책 정리해서 올린다고 한 건데 빠진 책들도 있네요... 아, 정말 슬퍼요. 언제 다 쓰죠? 이 페이퍼로 퉁쳐야 하나... ㅋㅋㅋ

호우 2022-12-26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들 예뻐요. 소시 1세대팬이라니 남편분 멋지시네요. 올려주신 책들이 다 재밌어 보이네요. 몇권은 찜하고 갑니다. 요정님 행복하고 따뜻한 한주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2-12-26 11:05   좋아요 1 | URL
고양이들 예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들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다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리뷰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ㅠㅠ 잘 쓰시는 분들 부럽습니다. 호우님도 행복하고 따뜻한 한 주 보내세요^^

coolcat329 2022-12-26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미가 저 이국적인 아이맞죠?
정말 미모가 자랑할 만 하네요.
근데 남편님이 소시 팬미팅을 다니시다니 젊으시네요~
‘한국인 감성‘의작별인사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멋지게 리뷰 쓰는 기적 저도 간절합니다.ㅎㅎ
좋은 한 주 되세요!

꼬마요정 2022-12-26 11:12   좋아요 1 | URL
네 샤미가 이국적인 아이 맞아요 ㅎㅎ 예쁘죠? 애가 참 새침한데 전사랍니다. 자기보다 큰 모짜랑 카프를 동시에 팍팍팍 때리고 제압하는데 진짜 멋있어요 ㅎㅎ
소시가 이번에 15주년 팬미팅을 진행했거든요. 이제 아마 소녀시대 팬미팅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그래서 꼭 가고 싶어하더라구요 ㅎㅎㅎ
작별인사 좋아요. 김영하 작가님 천재인가봐요!!
멋지게 리뷰 쓰기는 이번 생엔 안 되겠고, 그냥 리뷰라도 써야 하는데... ㅠㅠ
즐겁고 멋진 한 주 보내세요^^

새파랑 2022-12-26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렇게 연말 정리 페이퍼를 보니까 이제 2022년이 정말 끝인가 보네요 ㅜㅜ
소시 팬미팅이라니 재미있는거 같아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

꼬마요정 2022-12-26 11:15   좋아요 1 | URL
연말 정리 페이퍼라기 보다는 리뷰 안 쓴 책 리뷰 쓰기 힘들어서 잔머리 굴린 페이퍼라고나 할까요...하하하
소시 팬미팅 즐거워하더라구요. 저도 친구 만나서 즐거웠구요. 행복한 하루였죠. 힘든 여행이지만 즐거워서 다니는 것 같아요 ㅎㅎ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이건 정말 리뷰 잘 쓰고 싶었는데 능력 부족...흑흑
정말 리뷰 잘 쓰고 싶습니다!!

2022-12-26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6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2-12-26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프에게 눈길이 가요!ㅎㅎㅎ 겁이 많은 것이 표정으로 너무 잘 보이는데 귀엽고 발이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모습까지 넘 귀여워요.ㅎㅎㅎ
이렇게 또 정리를 해주시니 또 주섬주섬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저,,ㅠㅠ
내년 제 모습도 여전히 암울할 거 같아요. 책은 안 읽으면서 사기만 하는?^^;;;

꼬마요정 2022-12-26 23:37   좋아요 1 | URL
흰 양말 신은 것 같지 않아요? 눈도 똥그랗고 ㅎㅎㅎ 애교도 엄청 많답니다.
저도 책은 안 읽으면서 사기만... ㅠㅠㅠㅠㅠ 읽은 것도 지금 리뷰를 안 써서 이렇게 꼼수 페이퍼나 만들고... 흑흑
고르신 책들 라로님 맘에 드시면 좋겠네요^^

잠자냥 2022-12-29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요정님네 냥이들 보니까 즤집 애들 진짜 못나 보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2-29 00:32   좋아요 1 | URL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잠자냥님네 냥이들 엄청 귀엽고 이쁜데요!! 눈도 똥그랗고 표정도 귀엽고... 치즈냥이들도 다 무늬도 다르고 순하고 카리스마 있고 오묘한 색을 뽐내는 회색냥이는 고급진 느낌이고 막내냥이 너무 귀엽...허억... 심장 뿌셔뿌셔인데요!!! 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12-29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샴이라서 샤미라고 하셨군요. 저의집 첫고양이가 샴인데.. 내년이면 13살이네요. 세월 빠르구나 싶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와 고양이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부군께서 소시 팬이군요. 그 열정 놀랍네요. 소시 우리 아들 초등학생때 데뷔 했는데.. 전 부산 갈때 비행기를 더 선호해요. Ktx보다 금방 가고 전철 타면 김해 시내(?) 볼 수 있어서 좋더군요!! 저의집도 할머니 모시고 살었는데 다행이 치매 없으셨어요. 하지만 근처에서 치매할머니 지켜본 적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지 알죠. 치매는 백세 가까이 살 수 있어서.. 그게 힘들죠!!!

꼬마요정 2022-12-29 16:44   좋아요 0 | URL
샴이라서 샤미 맞습니다 ㅋㅋㅋ 샤미는 원래 넷째이자 막내였는데, 밑에 동생들이 다미, 모짜, 카프, 레이 줄줄 들어왔네요... 첫째, 둘째가 고양이별로 가서 지금은 샤미가 어엿한 둘째입니다. 저희 집 실세랍니다. 제일 쎄요! 작은데 정말 전사처럼 팍팍 때리고 멋지죠 ㅋㅋㅋ 저랑 남편은 모토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서요. 하고 싶은 건 할 수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남편이 자기가 소시 팬인데 이번에 15주년이라고 팬미팅 하는데 사실 이제 이번에 끝나면 언제하겠나 싶어서 갔더랬죠. 저도 서울 갈 때 비행기를 선호하는데, 팬미팅이 많이 늦게 끝나더라구요. 그래서 내려올 때 기차를 타야해서 주차 문제로 왕복 기차를 탔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예전에 기차에서 도시락도 먹고 할 때는 그래도 재밌었는데 이제는 그런 재미도 없고... 허리도 아프고 그렇더라구요.

치매는 오래 살 수 있어서 힘들다는 말씀 아픈데 와 닿습니다. 친할머니는 막내(93년생이거든요) 결혼하는 거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 하실 때가 아마 초등학생이었을텐데... ㅋㅋㅋㅋ 아직 결혼 안 했거든요 ㅋㅋㅋㅋ
 
[eBook] 괴담의 밤 (무서운 이야기) (1~5권) 괴담의 밤
송준의 / 21세기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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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은 왜 반 개 표시는 안 되는걸까. 두 개 반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그닥 무섭지도 않고 인터넷에 았는 괴담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요즘 이런 이야기들이 괴담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서운가 보다. 예전에는 홍콩 할매 귀신이나 빨간 마스크나 망태기 할아범이나 빨간 휴지 파란 휴지 이야기가 괴담이었는데. 이제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물론 이 책에는 기이한 이야기들도 많다. 호텔에 묵는데 밤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설쳤는데 알고보니 화재로 그 방에 갇혀 죽은 손님이 있었다거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밤늦은 시간이어도 피곤해도 운전해서 가서 보니 할아버지가 문 앞에서 손자도 온겨? 이런다거나 말이다. 심심할 때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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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2-25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 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신가요?
꼬미랑 귀여운 냥 사진 다시 봤어요. ㅎㅎ
올 한 해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사랑과 기쁨 가득하길 바랍니다. :)

scott 2022-12-25 17:47   좋아요 1 | URL
요정님에 귀요미 냥이들 보여주세요😍

꼬마요정 2022-12-25 22:37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크리스마스 잘 마무리 하고 계신가요? 꼬미랑 아이들 귀엽죠? ㅎㅎ
저도 올 한 해 고마웠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꼬마요정 2022-12-25 22:37   좋아요 1 | URL
스콧님 ㅎㅎ 냥 사진 몇 장 투척했습니다^^
 
[eBook] [고화질] 스킵 비트! 48 스킵 비트! 48
나카무라 요시키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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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프로젝트도 하자세월일테지. 이제 모미지 이야기 진행되고 있으니. 일단 쿄코 졸업부터 시켜주면 좋겠다. 그리고 렌도 좀 과거랑 부모님 얘기도 빨리 진행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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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5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꼬마요정 2022-12-25 07:43   좋아요 0 | URL
스콧님 메리 크리스마스^^ 앗 벌써 크리스마스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2-25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까지 섭렵하시고 계시군요??^^
요정님의 폭넓은 독서의 세계~
근데 요즘은 어떤 드라마를 봐야할까요?
추천 좀~^^;;;;
앗! 크리스마스 인사한다고 들른 게 딴 얘기만~ㅋㅋㅋ
요정님 메리 크리스마스~^^

꼬마요정 2022-12-25 14:12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전 요즘 <환혼2> 보고 있어요. 제 취향이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혹시 <내일> 보셨을까요? 그 드라마도 제 취향인데… <더 킹: 영원의 군주> 나 <구미호뎐>, <W>도 제 취향… <보보경심 달의 연인> 도 좋아해요. ㅎㅎㅎ <당신이 잠든 사이에> 보셨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근데 다 보셨을 것 같아요 ㅎㅎ
아, <신의 퀴즈> 시리즈 보셨을까요? 제가 참 좋아하는 드라마 시리즈인데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드라마 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신의>에서 류덕환 배우 좋게 봐서 봤는데, 요즘 활동 안 하는 듯 해서 안타깝네요. 마음에 드시는 드라마 있으면 좋겠습니다^^

꼬마요정 2022-12-25 14:21   좋아요 1 | URL
아, 넷플릭스 보시면 <마이네임>도… 디즈니플러스 보시면 <사운드트랙#1>도 보시기 좋을 듯 해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2-25 15:02   좋아요 1 | URL
제가 본 건 더 킹이랑 보보경심 달의 연인 봤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오래 전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 본 것 같기도 하고? 다시 확인해봐야겠군요.
안그래도 딸램이 환혼 보라고 재밌다더라구요?^^
구미호뎐이랑 w 앞부분 좀 보다가 중지 상태인데 다시 봐야겠군요ㅋㅋ
와...드라마 제목 황금단지네요.
읊어주신 제목들 적어놨다가 다락방 미친 여자 다 읽으면, 하나씩 꺼내서 몰아보겠습니다.
다 보고 나면 또 여쭙겠습니다.
감사해요♡
 
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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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영화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제목을 가진 노래는 좋아한다. 김윤아 님의 유리가면 앨범 첫 곡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노래가 생각났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현대인은 누구나 불안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나도 내 동생도 내 남편도 모두 말이다. 그 불안의 정도도 개개인마다 다 다르고, 그 불안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그리고 <푸르게 빛나는>의 여진과 규환 역시 각자의 불안을 안고 그 불안을 어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간다.


결혼은 각기 다른 가정에서 자란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을 법이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지지하는 사회적 규약이다. 그 제도는 그 사회가 '허락'하는 사람들을 가정의 테두리 안으로 맞아들인다. 그 '허락'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사회의 문제라고 하는 저출생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결혼 안에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고, 이제는 '가정'  혹은 '생활 공동체'의 범위를 재조정해야 할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는 저출생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진과 규현은 서울에 진입하고 싶어했던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수도권인 경기도의 어느 신축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했다. 여진은 자신은 아직 여기지만 자신의 배에 있는 아기는 서울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래를 꿈꾼다. 규환은 자신이 아빠가 된다는 것을 여전히 실감하지 못한다. 자신의 몸에는 아무 변화가 없고, 아직 아기가 눈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여진이 산부인과를 다녀오거나 입덧을 하면서 배 안에 생명이 있음을 느낄 때마다 자신도 아기를 느끼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 그러면서 죄책감을 느끼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자신도 그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거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진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때문일까? 아직 태몽을 꾸지 않아 아기가 떠날까 무서운 걸까? 아니면 아이를 낳고 대출을 갚으며 어떻게든 아이의 앞날이 잘 되었으면 하고, 자신의 가정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 여진이 규환보다 먼저 그 '푸른 벌레'인 ***를 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푸른 곰팡이 같은 그것은 건드리니 하늘로 날아올라 흩어졌다. 그 뒤로 여진은 그 푸른 벌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불안에서 시작된 집착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규환을 보면서 더 커진다. 푸른 벌레를 눈으로 보지 못한 규환은 대출 5.5억이 걸린 이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여진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규환은 하루종일 일터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임신한 아내인 여진을 다독여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왜 결혼을 했을까? 일하고 돌아와 오롯이 혼자 회복하는 시간을 버리고서 말이다. 그는 아내인 여진에게 이사할 때 있을 카페, 병원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경로 등을 세세히 알려 줄 정도로 계획적이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상황을 매우 불편해한다. 그래서 자신이 눈으로 보지 못한 것들을 믿기 어려워하는지도 모른다.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의 성격을 넘지 못하고, 경제적인 압박이 주는 불안을 이기지 못한다. 무엇이 먼저일까? 심리적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부부관계가 먼저일까, 대출로 쌓아올린 신혼집에 대한 압박이 먼저일까? 그렇게 둘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안에 사로잡힌다. 결혼, 막대한 대출 금액, 임신까지 불안은 중첩해서 쌓여가고 둘의 영혼을 조금씩 잠식하며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구멍을 낸다.


그게 푸른 벌레의 정체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를 좀 먹고 영혼을 잠식하여 마침내는 멍울진 마음까지 부서지게 만드는 그 두려움. 


두 번째 단편인 <우물> 역시 불안이 숨어있다. 사회에서 유리(遊離)되어 소외된 이들의 불안 말이다. 그 불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로 잠재우지만 시한부일 뿐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마침내 살인마저 가능하게 하니, 인간답게 살고 싶어 액취증을, 비염을, 암을 고치고자 했으나 결국 무엇을 위함인지마저 잊어버리게 했다.


첫 번째 단편은 <열린 문>이다. 짧지만 강렬하다. 어린 두 남매는 늘 바쁜 엄마에게 소외되어 있다. 엄마 역시 아이들과 단절된 상태이다. 아빠는 집을 나갔다. 그런 남매에게 유일한 낙은 인터넷 게임이었으나,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소통의 부재는 아이들이 감당하기는 버겁지 않은가? 그래서 문을 열고 '덫'에 걸린 도둑을 잡고자 하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그렇다, 아이들이 감당하기는 너무 힘겹고 벅찬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매혹적인 걸지도. 공포를 이기는 것은 호기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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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1 11: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Angst Essen Seele Auf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영화는 봤습니다!
파스빈더 감독이 만든 !ㅎㅎ

한 때 영화狂 이여서 이런류 영화 무진장 섭렵했었거든요 ㅎㅎ

우리 일상 속 불안을 담은 이 작품

읽고 나면 섬뜻함이 엄습 할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22-12-21 19:27   좋아요 2 | URL
스콧님은 정말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셨네요!! 체력과 열정이 정말 부럽습니다^^
전 이 책 읽으면서 요즘 20, 30대 초반 젊은이들이 많이 불안하겠다 싶더라구요. 아마 우리는 모두 식민지와 전쟁을 겪은 세대와 급격한 경제 발전, 불안한 정치 상황, 경기 침체 등을 함께 겪어냈기에 불안하지 않으면 이상한 게 아닐까 싶네요. 차곡 차곡 종류별로 불안이 쌓이는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 2022-12-23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예요.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꼬마요정 2022-12-24 12:0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ㅎㅎ
날이 너무 춥습니다. 따뜻한 거 많이 드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