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22일, 토요일이지만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왔더니 울 집 샤미가 좀 이상했다. 하아... 항문낭이 터진 거다. 토요일인데다 7시가 넘은 때라 병원 갔더니 응급, 주말 진료비가 청구 됐다. 게다가 항문낭이 터진 터라 매일 가서 세척하고 드레싱 해야 해서 정말 아침부터 샤미 들쳐 업고 병원 갔다 집에 들여놓고 일하러 가곤 했다. 바쁜 일은 거의 끝나가서 다행이었고, 샤미가 잘 버텨줘서 다행이었고, 약도 잘 먹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지금도 여전히 못 핥도록 깔때기 씌우고 있는데 갑갑해 하면 풀어주고 감시하는 중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녀석이 탈출했다. 잡으러 가야겠다. 거기 서!!!!!



2. 주말에 샤미 항문낭 터진 날 사무실에 갔다가 어이 없는 일이 일어났다!! 왜 때문에 내 방 창문 손잡이 부서지고 그러지? 난 환기 시키려고 살짝 잡고 밀었는데??? 건물 너무 낡은 거 아녀!!!!






3. 날씨가 너무 더운가 보다... 막내 고양이 레이가 어디 있나 한참을 찾았는데 세탁기에 들어있더라.... 당장 꺼내려다 사진 찍고 ㅋㅋㅋ 나와!!!



4.

나는 '공무도하가'를 좋아한다. 이상하게 그 고대가요가 좋다. 그래서 <열하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상 권을 다 읽을 때까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연암의 글솜씨며 생각이 너무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제 드라마 <연인> 1화를 봤는데, 남궁민이 연기하는 이장현이 자꾸 연암이랑 겹쳐져 보였다. 명을 숭상하고 후금을 배척해야 한다고 유생들이 뜻을 모으려 하자, 이장현은 그들에게 그런다. 오랑캐가 명을 이길 수 있는 생각은 안 해 봤냐고. 천명이 명에 있다고 하지만, 오랑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명 이전에는 원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금이 있었다고. 명나라 황제는 충신을 믿지 못해 죽였는데, 그런 황제를 위해 누가 싸우냐고, 그대들이 무엇으로 싸울 것이냐고.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벽돌이나 수레를 칭찬하며 조선의 양반들이 고리타분한 이론만 다툴 뿐 백성을 위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드라마 <연인>에 비호감 배우가 나와서 좀 슬프지만,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 믿고 볼까 싶다. (그러고보니 드라마 <내일>에서 구련과 중길도 병자호란 때문에 슬퍼진 연인이었지...)

<출처 : MBC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5. 알라딘 문진이 너무 예뻐 보여서 고민이었는데, 고민 할 필요가 없었다. 나에겐 고양이 문진이 있었다.... 카프라고 엄청 개구진 고양이가 있었지....



6. 고양이 문진을 보며 한숨을 쉬는데, 갑자기 엄청 좋은 냄새가 나길래 옆을 보니 남편이 하이볼 만든다고 술병 뚜껑을 연 것이었다. 우와, 술 냄새가 이렇게 좋을 일인가???? 다 만들고 한 모금 해 보니, 은근 맛도 있어 조금 홀짝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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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8-06 1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고양이 문진..ㅎㅎ
저도 남궁민, 안은진 배우 좋은데 요 근래 더 싫어진 배우 있어서 드라마를 못보겠네요 ㅠㅠ

꼬마요정 2023-08-06 19:29   좋아요 3 | URL
저도 싫어진 배우일까요ㅜㅜ 정말 고민입니다. 연기랑 내용 다 좋을 것 같은데ㅜㅜ 예전에 <밤을 걷는 선비> 때도 식겁을 해서…

고양이 문진 귀엽죠? 단점은 제가 원할 때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는 거예요 ㅋㅋ

잠자냥 2023-08-06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문진 ㅋㅋㅋㅋㅋ 털이 우수수 책에 특히 인덱스에 다다다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06 19: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노란털 나눔해드릴까용?? 인덱스에 곱게 붙일 수 있습니다!!!! ㅋㅋㅋ

청아 2023-08-06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선인장 🌵 스크래쳐 탐나네요>.<=
고양이 문진♡에 놀라고 갑니다ㅋ

꼬마요정 2023-08-07 00:14   좋아요 2 | URL
선인장 스크래처 냥이들이 엄청 좋아합니다 ㅎㅎ 근데 좀 부실해요. 또 사야할 때가 되었… ㅠㅠ 고양이 문진 웃깁니다!! ㅋㅋㅋ

서곡 2023-08-06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로 들어와서 보니 태그에 항문낭 ㅋㅋㅋ 넘 귀여운 냥님들이십니다 일요일 저녁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3-08-07 00:15   좋아요 1 | URL
태그에 항문낭 넣었어요 ㅋㅋㅋㅋ 항문낭이 터지고 말입니다 이 더운데… 에휴. 잘 아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푹 주무시고 행복한 꿈 꾸세요^^

stella.K 2023-08-06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로선 세탁기통에 들어가 있는 것도 나름 좋은 피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귀엽네요.ㅎㅎ
그러고 보니 예전에 우리 다롱이는 지가 더우면 마루바닥에 배를 쭉 깔고 잤네요.ㅋ

비호감 배우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남궁민이야 믿고 보는 배우라 나중에 몰아서 볼 생각입니다만.
근데 저는 그 배우 껄렁한 역 그만하고 스토브리그에서처럼 진지한 역이
더 좋더군요. 모처럼 그런 역인 것 같아 기대되긴 합니다.ㅋ


꼬마요정 2023-08-07 00:21   좋아요 1 | URL
세탁기 통이라뇨!! ㅋㅋㅋ 하여간 웃깁니다. 저희 집 냥이들 중 셋은 더우면 화장실 바닥에 배 깔고 얼굴 구겨넣고 잡니다… 하아… 화장실…ㅠㅠ 그리운 다롱이로군요…

비호감 배우는 음.. 최근에 이승기랑 결혼했답니다…. 남궁민이야 믿보배지요!! 사극이라길래 얼마나 기대했다구요. 진짜 남궁민, 안은진, 이학주 배우 연기도 잘 하고 드라마 색감도 좋더라구요. 연기가 볼 만할 것 같아요^^

stella.K 2023-08-07 09:07   좋아요 1 | URL
앗, 세탁기 통이 아닌가요.? 그렇게 보이는데요. 😂
아, 그렇군요. 비호감...

꼬마요정 2023-08-07 09:21   좋아요 1 | URL
세탁기통 맞아요!! 세탁기 통에 들어가다니요 위험하게를 줄인 말이었어요!!! 제가 혼자 너무 흥분했네요 ㅎㅎㅎ

은오 2023-08-07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완전 미묘네요....🥹🥹🥹

꼬마요정 2023-08-07 09: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ㅎ 냥이들 이뿌죠? ㅎㅎㅎ 전 팔불출 집사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8 13:33   좋아요 2 | URL
우리 애들한텐 그런 말 안 하더니........ 쳇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8 17:4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님ㅋㅋㅋㅋㅋ집사들 이런거에 예민한가요....? 근데 제가 막내 이쁘다고 한적 있을걸요?!
어차피 제 최애냥이는 잠자냥님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8-07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문진ㅋㅋㅋㅋ
항문낭이 터지면 저렇게 앉아 있는 자세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아랑곳 않고 선인장에 매달려 있군요? 많이 나아 다행이네요.
3번 사진 세탁기 안 아녔나요? 저도 세탁기인 줄 알았어요.
금속 성분이 차가워서 거기 들어갔나? 싶었어요.ㅋㅋㅋ
<연인> 저도 첫 화 생방으로 봤어요.
보다가 잠깐 눕방 하다가 바로 곯아떨어져서...ㅜㅜ
남궁민 배우랑 안은진 배우 그네씬까지만 봤었네요. 그 뒤로 기억이 안 나네요.ㅋㅋㅋ
이장현 인물은 극중 가상 인물인 거죠?
이장현 대사를 곱씹어 봤을 때 맞네요.
연암과 닮아 있네요.
저 시절이 많이 답답하던 시절이던데 앞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많이 궁금해지긴 합니다. 오로지 남궁민과 안은진 때문에 보기로 결정한 드라마라...^^
근데 대사 중간 중간 현대어?가 있는 걸 보면 정통 사극이 아닌 웹툰이 원작인 건가?싶던데...맞나요?

꼬마요정 2023-08-08 12:31   좋아요 1 | URL
항문낭 터지면 저렇게 앉아 있기 불편할 것 같은데 다행히 많이 나아졌나봐요 ㅎㅎ 내일 또 병원 가는데, 약도 안 먹여도 되고 다 나은 거면 좋겠어요.

세탁기 맞습니다 ㅋㅋㅋㅋ

<연인> 작가가 그러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계속 읽었대요. 아마 남궁민이 레트 버틀러이고 안은진이 스칼렛이고, 이학주가 애슐리인가 봐요.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인지 그렇게 보여요 ㅋㅋㅋㅋ 이장현은 가상 인물인 것 같아요. 엄청난 능력자인 듯 해요. 무예도 엄청 뛰어난 것 같구요. 이 드라마는 드라마가 원작이라고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깃거리들이 참 많나봐요 대단해요!!

mira95 2023-08-07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탁기에 들어간 고양이 너무 귀여워요~

꼬마요정 2023-08-08 12:31   좋아요 0 | URL
저희 집 막내 고양이 레이입니다!! 이제 겨우 두 살이에요^^ 애교쟁이랍니다 ㅎㅎㅎ

건수하 2023-08-07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항문낭 ;ㅁ; 샤미가 고생했네요... 샴이라 샤미..? 넘 이쁩니다 ^^

고양이 문진 ㅎㅎ 저희집 고양이도 제가 책 보고 있으면 방해를 잘 해요. 컴퓨터 키보드도 막 밟구요 :)

잠자냥 2023-08-08 08:58   좋아요 2 | URL
샤미 진짜 이쁨… 저도 품종묘 한번 키워봤으….. 아니야 아니야 정신 차려!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08 12:33   좋아요 0 | URL
수하 님 샴이라 샤미이긴 해요. 비슷한 시기에 온 고양이가 세 마리인데 걔들은 다 ‘미‘자 돌림으로 지었거든요. 꼬미, 샤미, 다미 ㅎㅎㅎ 이쁘지요? ㅎㅎㅎ

고양이들은 집사가 책 보거나 컴퓨터 하면 방해하고 싶은가 봐요 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08 12:37   좋아요 0 | URL
잠자냥 님 한 마리 더 들어오나요...?? ㅋㅋㅋㅋ 샤미는 샤미 엄마 아빠 중성화 시기가 늦어서 나온 아기 고양이였죵 ㅋㅋㅋ 언니 오빠들한테 치여서 저 구석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혼자 놀았는데... 벌써 8살이네요. 세월이 빨라요ㅠㅠ

잠자냥 2023-08-08 13:34   좋아요 1 | URL
아.. 아닙니다. 이번 생은 코숏으로 그저 만족......
샤미는 오늘 봐도 또 이쁘네요. 한 번만 안아보고싶다!!!! (우리 막내에게 하는 소리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8-08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탁기 안이 시원해서 들어갔을까요?
냥이들 너무 예뻐요. 오늘 세계 고양이 날이라고 해요. 냥이들 건강하길~~

꼬마요정 2023-08-08 12:38   좋아요 0 | URL
세탁기가 시원한가봐요. 하긴 제가 봐도 시원해 보이긴 해요 ㅋㅋㅋ
냥이들 이쁘죠? 저는 팔불출 집사!! 오늘이 세계 고양이 날이라고 해서 캔이라도 따 줘야겠어요 ㅋㅋㅋ

희선 2023-08-10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문진이 있는가 했는데, 진짜 고양이 문진이군요 같이 책 읽는 느낌도 들겠습니다 글자가 안 보이면 조금 뒤로 가 하면 갈지... 세탁기 안에 들어간 레이 귀엽네요 어떻게 저기를 알고... 샤미는 아픈 거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08-12 00:02   좋아요 1 | URL
진짜 고양이 문진입니다!! ㅎㅎㅎ 조금 뒤로 가 해도 안 갑니다ㅜㅜ
세탁기 안에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에휴 말썽꾸러기입니다. ㅎㅎㅎ 샤미는 이제 다 나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 상 - 개정신판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1
박지원 지음, 길진숙.고미숙.김풍기 옮김 / 북드라망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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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여행기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곳곳에 해학과 역설이 있고, 발전한 기술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며, 은근히 자신감도 있다. 사행길에 연암이 따라간 건 연암에게도 우리에게도 큰 복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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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8-06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암은 제 롤모델 ٩ʕ◕౪◕ʔو

꼬마요정 2023-08-06 18:51   좋아요 1 | URL
연암 너무 멋져요!!

페크pek0501 2023-08-07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암 글, 좋습니다.

꼬마요정 2023-08-08 12:39   좋아요 0 | URL
연암 글은 늘 그냥 ‘호질‘, ‘허생전‘ 등 이렇게 짧은 이야기들만 알았는데 열하일기를 읽으니까 글이 너무 좋더라구요^^
 
본투리드 디자인연필 세트 (4EA) - B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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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연필이닷!! 진한심을 좋아하는데 고양이가 B라서 너무 좋다. 사각사각 연필이 지나가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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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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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집을 좋아한다. 작고 낡은 집이지만 늘 햇빛이 잘 들어오고,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들도 가득하고, 커피 머신도 종류별로 있고, 원두도 좋아하는 걸로 갈아두었고, 커피믹스가 먹고 싶으면 커피믹스도 있고, 차가 마시고 싶으면 차도 여러 종류 갖추고 있다(보리차, 녹차, 홍차...). 탄산수도 있고, 간편하게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수 있는 핫도그도 6개나 있다. 당연히 차가운 음료도 마실 수 있게 고양이 얼음도 한가득이고, 무엇보다도 귀여운 고양이가 6마리나 있다.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보일러를 튼다. 얼마나 좋은가. 이러니 밖에 나가기 싫을 수 밖에. 그런데 이렇게 내가 가장 안전하게 느끼고 편하게 느끼는 집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된다면? 그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 수 있을까...


20여년 전에 내가 어릴 때 살던 집 맞은 편에 있는 집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영화 <암수살인>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일어난 곳이었는데, 심지어 울 엄마는 경찰들이 몰려오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던 현장에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야 이 사건을 알고 있겠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알아내기 힘들지 않을까? 지금 그 사건이 일어난 그 건물은 비어 있을까, 누군가 들어왔을까. 전건우 작가의 <누군가 살았던 집>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축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살았던 집을 계약하고 살게 될텐데, 그렇다면 그 집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나와 J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서 가장 가슴 아프고 무서웠던 것은 보증금과 월세가 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는 잘못된 투자를 하고 사기를 당하는 와중에 동네 사람들 돈까지 말아먹어 고향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야 했다. 과한 욕심으로 타인의 눈에 눈물 나게 했으니 연민이 들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젊은 나이에 독립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동산 가격은 지나치게 높고, 일자리는 한정 되어 있으니 말이다. 저렴하기 때문에 살고 싶지만, 저렴하기 때문에 의심해야 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이 일은 '귀신'이나 '알지 못하는 존재'가 주는 공포가 아니라 너무 현실적인 '돈'과 '폭력'의 문제가 얽혀 있어 더 무서운 이야기였다.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전세 사기 때문에 뜨겁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평생 모은 돈과 은행 빚으로 만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내 줄 수 없게 되자 갭투자로 집을 수백 채, 수천 채 가지고 있는 집주인이 죽거나 잠적하거나 하면서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또 배우자의 외도나 가정 폭력 역시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는데, 유진과 혜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혼 후 둘은 특수청소업체를 차려 생계를 꾸려나간다. 정명섭 작가의 <죽은 집>은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죽어버리게 되는지, 또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준다. 유진과 혜영은 서로를 돌보면서 그렇게 고독사한 사람이 있던 집을 청소하거나, 범죄가 있던 집을 청소하거나, 쓰레기가 가득한 집을 청소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가득한 고통을 조금씩 조금씩 몰아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쓰레기 집을 청소하면서 보게 된 악덕 집주인을 벌 줄 수 있게 되는지도. 두 사람이 부디 평안하게 살 집을 마련할 수 있기를, 서로의 우정이 변치 않기를.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늘 생계가 위태롭다. 특히나 시간강사의 경우 은행에서는 무직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10년 전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 주변에 공부하는 선생님들 중 형편이 좋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 때도 힘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런 듯 해서 마음이 아프다. 정보라 작가의 <반송 사유>는 그러한 사정을 담고 있다. 양현은 남편인 오섬이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기까지 산속 외딴 곳의 집에 살게 된다. 주택 구입 대출마저 막힌 상황이라 그 집에서 살 수밖에 없었는데, 산속 동네라 마당이 넓은데 어느 날부터 양현에게서 이상한 메일이 오기 시작한다. 양현과 오섬이 키우는 고양이 호두가 낚시 바늘 때문에 죽고, 계속 집에서 낚시 바늘이 나온다는 메일에다, 양현이든 그 집을 방문했던 김혜든 성희언니든 그 집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까맣게 나오기까지 한다. 마침내 오섬은 교수가 되나 여전히 그 집에서 이사 나오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반전이 있었다. 돈이 없어 산속 동네의 외딴 집에서 살아야 했으니, 우리 사회에서 돈이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산속 동네 낚시 바늘이 계속 생겨나는 그 집은 도대체 무슨 사연을 안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간병을 하다보면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고 잔인하다가도 이토록 이타적이고 애틋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싶다가도, 하루라도 좋으니 조금만 더 곁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아픈 사람이나 돌보는 사람이나 모두 힘들고 아프지만,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서로에게 살아가며 쌓아 온 애정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겠지만. 정해연 작가의 <그렇게 살아간다>는 간병과 그 이후 남은 이들의 그런 이야기이다. 진혜의 아버지는 식도암이었고, 젊어서부터 나쁜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병에 걸려서도 여전히 나쁜 사람이었다. 


살아있는 이들의 죄책감은 왜 생기는 걸까. 최선을 다했고,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나쁜 생각을 먹을 때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병이 아니더라도 사고나 다른 이유로 가까운 이를 잃게 되면 남은 이들은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살아있을 때 해주지 못한 일, 해주지 못한 말,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말들 때문에 말이다. 나 역시 그 때 안아줄걸, 그 때 그 전화를 받을걸, 그 때 그 국수를 줄 걸 그런 후회들을 한다. 그래서 늘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또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진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진혜는 계속 악몽을 꾸고, 엄마도 계속 악몽을 꾸는 듯 하다.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고, 몸이 점점 아파온다. 죄책감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지만 어쩌랴, 일은 이미 벌어진 것을. 마음이 지옥이면 어느 곳이든 지옥이 된다고 하지만, 오래도록 살던 집인데, 그런 기억들이 집에 맺혀 있어 집이 더 이상 편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떠나는 방법 뿐일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렇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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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5 0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5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8-10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이 가장 편하고 안전해야 할 텐데... 여기 나온 집은 무섭군요 집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말을 보니 가까운 데서 사람이 죽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정말 죽었던 건지 잘 모르기도 하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3-08-12 00:00   좋아요 1 | URL
집은 안전해야죠.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ㅠㅠ 가까운 데서 사람이 죽었던 게 생각나다니 괜찮으신가요ㅜ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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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우주에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건 얼마나 큰 인연인 걸까. 그런 인연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는 건 어떤 섭리에 따른 것일까. 그렇다면 그 '우연'을 그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성간 여행이 가능하고, 성간 이주가 가능하게 된 어느 가까운 미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친한 사람들을 초대한다. 결혼은 여자가 자신의 가족을 다른 태양계인 '알파 센타우리'로 이주시킨 뒤 지구로 돌아오는 때인 4년 반 후이다. 빛의 속도로 성간 여행이 가능한 때,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남자는 '기다림의 배'에 올라타게 되고, 둘은 그 때부터 아주 긴 시간 동안 떨어진 채 서로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절절한 편지를 쓰게 된다.


청혼 소설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총 3부작이며, 첫 편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알파 센타우리로 떠난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남자가 탄 배가 다른 시간대를 타기도 하고, 여자가 탄 배가 구호 활동을 위해 시간대가 변하기도 하는 등의 이유로 시작해 기다림의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흘러버린 지구의 시간 자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기 위해 3D 프린트기로 만든 '밥통'을 가지고 돛단배 같은 작은 배에 올라탄다. 그 돛단배는 빛의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는 끊임없이 홀로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돌아와야 했고, 간간이 받은 여자의 편지를 위안 삼아 기다림를 이어간다. 


그 절대적 고독 앞에 어떻게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채 기다릴 수 있을까? 처절한 원망도, 참담한 그리움도 모두 남자의 가슴 안에 가둬두고 미치기도 하고 제정신이 들기도 하면서 긴 시간을 감당한다. 그런 와중에도 남자는 모든 감정을 쏟아내듯 편지를 쓴다.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올 거라고 믿으면서.  


지구는 파괴되고, 문명은 몰락했으나 그들이 식을 올리기로 한 교회는 여전히 굳건했다. 그것은...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계시는 아니었을까. 몇 번이고 죽을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번번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심지어 스쳐지나기도 했던 것은 그들을 연인으로 이어 준 '우연'이 '필연'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광활한 우주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만나기 위해 시간선을 여행하는 것은 어쩌면 축복 받은 일일지도 모른다. 

내 편지를 그럼 어쩔 거냐고 했더니 모스부호로 바꿔서 우주에 전송한대. 그러면 가까운 데 지나가던 배가 받아서 더 증폭시켜 날려 주고, 또 그걸 받은 배가 더 날려서 전해 준대. 내가 들으면서 와, 참 안전하겠군요, 왜 지금까지 우체부들이 차에서 차로 편지를 던져 전하지 않았나 몰라요, 했어. - P21

내가 여기에 있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자제하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살린 거야. 당신이 지금 어느 시대에 있든, 이미 죽었든, 살았든, 무한의 별 무리를 여행하고 있든.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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