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코퍼필드 1 비꽃 세계 고전문학 16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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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막내 동생이 소고기 사 준다고 해서 일요일 점심을 동생들과 함께 먹었다.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동생들이 좋아해서 먹으러 갔다. 비싼 음식 사 주고 싶어하는 동생의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말이다. 그러나 역시 나는 0.3인분 먹었고, 동생은 생각보다 밥값이 싸게 나와서 놀랐고, 덕분에 커피까지 막내가 쏘게 되었다. 앗싸!!


'오디오그라피'라는 카페를 가게 됐는데, 거기는 멋진 사장님이 계셨다. 음향기기와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인데, 거기 앰프랑 스피커랑 아주 좋은 것들을 갖추고 계셨고, 일정 시간이 되면 카페 손님들을 지하 청음실로 초대해 두 곡을 들려 주셨다. 나랑 동생들이 갔을 때 들었던 노래는 <헤어질 결심>에 나왔던 '안개'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었다. 음.... 다들 좋다하니 좋은가보다... 했다. 나는 막귀니까. 그런데 음악을 듣고 난 뒤 사장님 말씀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 잠시나마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이다. '안개'는 내가 살던 시대가 아니니 모르겠지만, '잘못된 만남'은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저 노래는 무용시간 과제였는데, 그 때 얼마나 많이 들었으면 저절로 가사가 튀어나왔다. 


음악도 그 시절을 떠 올리게 하고, 냄새도 어떤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그리고 책도 어떤 기억을 불러온다. 나에게 이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그러했다. 


데이비드는 금요일 자정에 태어났다. 유복자였고 유복하지 못했다. 베시 대고모는 그가 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떠났고, 데이비드는 아름답지만 유약한 어머니와 패거티 유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어머니가 머드스톤을 만났고, 행복한 시절은 막을 내렸다.


데이비드의 엄마인 클라라가 머드스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그와 결혼하자, 머드스톤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머드스톤은 먼저 자신의 누나를 집으로 들였고, 클라라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머드스톤과 머드스톤 아씨는 클라라의 재산을 모두 가로챘고, 클라라의 아들인 데이비드를 위한 일들을 못하게 했다. 머드스톤은 스스로 데이비드를 가르치려고 했고, 데이비드를 아주 나쁜 아이인 마냥 취급했다. 클라라가 아들을 두둔하려거나 위하려고 하면 나쁘고 못된 아이는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면서 클라라가 마치 아들의 버릇을 나쁘게 만든 것처럼 말했고, 클라라는 늘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했고 데이비드를 지켜주지 못했다. 데이비드 역시 머드스톤과 머드스톤 아씨를 두려워했고, 늘 주눅이 들어있었다. 데이비드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패거티 유모였는데, 머드스톤이 둘이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해서 자주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머드스톤은 겨우 열 살 정도인 데이비드를 아주 질 나쁜 기숙학교로 보내버렸다. 치사하고 치졸하고 비열한 머드스톤은 데이비드를 포악하고 말 안 듣는 아이로 말했고, 학교에서는 데이비드 등에 '깨무니까 조심하시오'란 벽보를 매달도록 했다. 학교로 가는 길에는 동행하는 어른이 없어서 웨이터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학교에서도 그저 교장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많이 맞기도 했다. 


머드스톤에게 학대 당해 시름시름 앓다 클라라는 세상을 떠났고, 데이비드는 머드스톤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머드스톤&그린비'에서 일하게 되면서 미코버 아저씨네서 살게 되었다. 하숙집 주인인 미코버는 채무자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마침내 데이비드는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제일 처음 나왔던 베시 고모님에게 가기까지, 데이비드의 시간은 너무 비참하고 안타까웠다. 겨우 열 살짜리가 겪어야 했던 일들이 너무 가혹하여 머드스톤이 증오스러웠지만, 더 안타까운 사실은 당시 어린 아이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흔했다는 것이다.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썼다. 물론 자신의 다른 책들에도 그 경험들이 녹아 있지만, 이 책만큼 자전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실제로 디킨스는 금요일에 태어났고, 미코버 아저씨는 디킨스의 아버지가 모델이며, 세일럼 기숙학교는 디킨스가 다니던 학교가 모델이고, 머드스톤&그린비에서 일했던 것은 디킨스가 열 두살 때 다니던 공장의 일을 가지고 왔다. 


데이비드가 패거티 유모에게서 은화 열 냥을 빌려 베시 대고모님께 가는 길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길이었다. 순식간에 열 냥을 강탈당한 뒤 옷을 팔아가며 밥을 먹고, 노숙을 하면서 걸어야 했던 데이비드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데이비드를 보며 나 역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데이비드가 하얀 공백으로 가득한 유년기라는 표현을 썼다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을 까맣게 기억한다. 까만 와중에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들이 드문드문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치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스테이지와 쉐도우처럼. 냄비 뚜껑부터 라디오까지 다 분해하는 장면이 기억나고, 밥 안 먹어서 발가벗겨진 채 쫓겨난 일이 기억나고, 여섯 살 때 혼자 버스 타고 수영장 가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사람이 많아 못 내려서 다음 정거장에 겨우 내려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머드스톤이 데이비드에게 했던 것처럼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식의 말들이었다. 내 성적이 좋은 건 하필 그 시험에 다른 애들이 시험을 못 쳤기 때문이고, 시킨 대로 안 하면 무조건 여상에 가야 할 것이고, 니가 무슨 글을 쓸 수 있냐며 하던 말들 말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다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 되기에,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께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베시 고모님이 머드스톤에게 퍼붓는 말들이 좋았다. 


"지금 당신이 하는 행동을 보고 당신이 하는 말을 들엇는데 그동안 당신이 어덯게 굴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소, 솔직히 말해서 당신과 대화하는 자체가 이렇게 역겨운데? 그래요, 당신은 처음에 정말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굴었겠지! 불쌍하고 어리석고 순진무구한 아기는 그런 남자를 처음 보고. 참으로 다정하게 행동하며 숭배하는 남자. 남자는 아기 아들을 덮어놓고 예뻐했겠지...... 다정하고 부드럽게! 친아들처럼 보살피겠다고, 그러니 장미정원에서 함께 살자고 했겠지. 그죠? 흥! 어서 나가요, 어서!" (p.344)


"그래서 불쌍하고 귀여운 멍청이를 -이렇게 부르는 걸 하느님, 용서 하소서!- 확실하게 장악한 다음에는 멍청한 여자와 그 아들을 그동안 충분히 학대하지 못한 몫까지 덧붙여서 여자를 훈련하기 시작했겠지, 그죠? 새장에 가둔 불쌍한 새처럼 상처를 주고 당신 가락에 맞춰서 노래하도록 가르치는 식으로 미혹에 빠뜨리며 생명력을 조금씩 앗아갔겠지!" (pp.344-345)


"머드스톤 선생, 당신은 단순한 아기한테 폭군으로 군림하면서 심장을 갈가리 찢어발겼어. 그 애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기였어. 내가 잘 알아. 당신이 그 애를 보기 훨씬 전에 내가 보았거든. 그런데 당신은 그 애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을 이리저리 활용하며 상처를 주어서 죽인 거야. 당신이 그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통해서 위안을 느낀 건 사실이야. 당신은 그걸 당신 앞잡이와 함께 최대한 활용했어."(p. 345)


데이비드가 베시 고모님께 오기 전에는 그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어른이 없었다. 웨이터에게 조롱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가련한 선생님 편을 들어줄 줄도 몰랐고, 이기적이고 거만한 선배를 멋지다고 좋아했다. 교장 선생님은 기분 따라 애들을 학대했고, 하숙집 주인은 채무를 잔뜩 지고는 돈 한 푼 갚지 않으면서 피해자인 척 불쌍한 척 행동했다. 심지어 돈이 없어서 미코버 아저씨는 교도소에 가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갔다! 교도소 독방은 월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나보다. 그나마 패거티 유모 가족이, 특히 사랑스러운 에밀리가 데이비드에게 안식처를 줬는데, 자주 볼 수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사회상은 어째서인지 그리 멀지 않은 때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은지 신기했다. 불과 5~60년 만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 안에 있는 온갖 부조리하고 가혹하고 비참한 일들을 해결하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전쟁이란 참혹한 일부터 시작해서 개발이나 독재 등을 통해 누적된 사회의 아픈 기억들은 여전히 모두의 집단 무의식에 남아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데이비드는 베시 고모님을 만났고, 안식처를 얻었고,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새롭게 가게 된 학교는 점잖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있었고, 함께 살게 된 위크필드 씨는 좋은 사람이었다. 여전히 어리지만, 그래도 많이 배웠고 풋사랑도 하게 됐다. 이제 데이비드는 열 일곱이 되었고, 세상을 구경할 준비가 되었다.


'고통은 누구보다 훌륭한 스승이다.  

 나는 고통을 겪으면서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러지고 깨졌지만, 훨씬 멋진 모습으로 태어났다.' 라고 찰스 디킨스는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 역시 내가 겪은 고통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여전히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또 그 기억 때문에 어떤 일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기도 하다. 어쩌면 찰스 디킨스의 저 말은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졌다라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 할라치면 아주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 사회가 겪은 그 고통들이 우리 개개인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기도 하겠지만, 데이비드가 베시 고모님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사회 안전망이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자, 이제 데이비드의 다음 이야기를 읽으러 가야겠다. 더 이상 그가 힘들지 않기를, 사랑의 고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절대로 치사한 사람이 되지 말고, 절대로 거짓말하지 말고, 절대로 잔인하게 굴지 말렴. 세 가지 악덕을 조심해, 트롯, 그럼 나는 너한테 언제나 희망을 품을 거야. - P361

하지만 나는 네가 육체를 단단하게 다진 만큼 정신적으로도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주 단단하고 훌륭한 사람, 의지가 뚜렷한 사람, 결단성 있는 사람, 단호한 사람. 강인한 사람, 트롯..... 합당한 명분 외에는 누구에게도, 어떤 상황에도 영향을 안 받는 강인한 사람.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해.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렇게 살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야.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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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9-29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코퍼필드 저는 찍먹 수준으로 권마다 체험판으로 읽었는데 재미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디킨스의 글빨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3-09-30 00:01   좋아요 2 | URL
정말 디킨스는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1권의 유년 시절이 너무 가슴 아팠는데, 이후의 삶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서곡 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23-09-29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너무 읽고 싶네요. 사야겠어요. 불끈!!

꼬마요정 2023-09-30 00:01   좋아요 1 | URL
아아 얼른 사세요!! 그리고 다락방 님의 리뷰를 들려주세요^^
 

여름이 지나간다 싶더니, 벌써 추석입니다. 연휴가 긴 건 좋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더 추워지기 전에 다녀왔습니다, 북다이제스터 님 추천인 '변가네 옹진냉면'에 말이죠. 북다이제스터 님 고맙습니다!!



백령도까지는 거의 9시간이 걸리지만 인천까지는 반의 반도 안 걸리니까요. 9월 20일... 이미 가기로 되어 있기에 가긴 했는데 그 날.... 태풍도 아닌데 비가 미친듯이 왔습니다. 식당에 앉았는데 안전문자가 오네요, 돌풍 조심하라고. 날씨가 그러해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냉면 가격이 착하네요. 까나리액젓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면 말하라고 해서 당당하게 달라고 했더니, 직원분이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ㅎㅎㅎ




부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친 메밀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습니다. 육수는 일반 평냉보다는 좀 달달한 편이었구요. 둘이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까나리 간장을 조금 넣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겠더라구요. 약간 엔쵸비 파스타 느낌도 나고, 쥐포 생각도 났어요. 남편은 못 먹겠다고 해서 저만 넣어먹었습니다. 


여기 다녀왔다니까 주짓수 도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동생이 해병대 출신인데 백령도에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긴 시간 들여서 갈만큼은 아니지 않냐고 ㅋㅋㅋ 그런데 반가워하더라구요. 


이 날 비가 오는 바람에 냉면 먹고 여의도 더 현대 서울 갔어요. 테일러 커피랑 에그 슬럿이랑 소금집 가서 또 먹었습니다. 소금집에서는 잠봉뵈르 샌드위치 몇 개 포장했구요, 에그 슬럿은 입에 안 맞았구요, 테일러 커피는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초록초록한 공간들을 구경하고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 팝업에서 향수를 샀는데, 마침 직원분이 부산분!!! 샘플 하나 더 받았답니다. ㅎㅎ 


9센티미터짜리 힐을 신고 만 오천보 걸었네요. 어쩐지 발이 아프더라... ㅋㅋㅋ



이번 연휴에 읽을 책들을 샀는데, 왜 샀는지 잠깐 생각했습니다. 집에 읽을 책이 많은데 말이죠? 왜 샀지??


 <딩씨마을의 꿈>을 읽고 너무 좋아서 옌롄커 책 샀어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북으로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좋아서 종이책을 사야 하나 고민 중이구요. <일광유년>도 한 마을에서 대를 잇는 가문의 흥망성쇠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길어야 마흔까지밖에 못 사는 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저주 같은 병이길래,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런 병에 걸린 걸까요. 



이 책은 <발자크와 바느질 소녀>를 읽고 궁금해서 산 책입니다. 두 권짜리인데, 1권이 900쪽이나 되네요. 이번 연휴에 다 읽지는 못 할 것 같고... 올해 안에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띠지에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어마어마합니다. 난리네요. ㅋㅋㅋ 온갖 시련 고난을 극복하고 대작곡가로 성공한다는데, 그 고난과 시련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길래 쪽 수가 이렇게 어마어마할까요? 



바람돌이 님 리뷰 보고 산 책입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얇아요!! 한국 작가이기도 하고요. 표지가 너무 귀여워요. 지금 우리의 가족 제도를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하니 좀 열도 받겠지만 그게 현실이니까요. 내 머리 속 생각 혹은 내가 가진 상식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한 요즘인데 괜찮을 것 같아요.




생각이나 판단할 여지도 없이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흥분했다가 다시 다른 사건으로 이동하는 게 일상인 것 같은 요즘. 그 즉시성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좋은 점을 살리지는 못하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안타까워요. 스쳐지나가기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분노만 남게 될테니까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어서 사게 됐네요. 얇지만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세상에, 쉬운 게 없어요!!! (그러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지도...)



벌써 또 한 해가 지나가네요. 이 책이 벌써 나오다니... 2023년도 이제 입에 붙는가 하는데, 2024년이 다가옵니다. 빠르기도 하지...

올 가을은 올드 머니룩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올드 머니는 내년 대표 트렌드인가 봅니다. 미묘하게 바뀌는 트렌드들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어떤 경향성이 사람들의 삶을 이끌게 될까 궁금하네요.



정보라 작가 책이니까 샀습니다!!! 말이 필요없죠!!

(너무 말이 없나...)







두 권이라도 읽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ㅋㅋㅋㅋ




커피 한 잔 드실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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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8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3-09-28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 크리스토프 저도 전에 관심 생겨서 펼쳤다가 관둔 책입니다 ㅎㅎ 즐독하시길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3-09-29 00:53   좋아요 2 | URL
아아... 사실 책이 오고 살짝 후회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혹시 모르죠, 저랑 잘 맞을지도요... 제발... 그러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희선 2023-09-29 0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냉면만 드시러 백령도까지 가신 건가요 그렇게 오래 걸려서... 대단합니다 냉면이 맛있어서 다행이네요 책도 사시고, 꼬마요정 님 연휴 동안 편안하게 보내시고 책 즐겁게 만나세요 고양이들은 여전히 귀엽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3-09-30 00:03   좋아요 0 | URL
아니요 아니요... 백령도까지는 너무 멀어서 슬퍼했는데, 북다이제스터 님이 인천에 백령도 스타일 냉면이 판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인천에 있는 옹진냉면에 먹으러 갔답니다. ㅎㅎㅎ 냉면 맛있었어요!!!

고양이 귀엽지요? ㅎㅎㅎ 희선 님도 연휴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Falstaff 2023-09-29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 크리스토프> 명작입니다. 전 이거 읽다가 울었어요. 흑흑흑.
할아버지와 손자 장면에서... 얼른 읽어보셔요!
서양 고전 음악을 좋아하시면 더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꼬마요정 2023-09-30 00:06   좋아요 1 | URL
아앗, 그렇게 감동적인가요?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너무 궁금하네요!!
서양 고전 음악은 아는 게 별로 없지만은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ㅎㅎㅎ
 
유괴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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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변하기도 하지만 진짜 변하는 인간은 드물다. 반성하는 인간 역시 드물다. 똑똑하면 뭘하나 염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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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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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자크의 소설을 찍먹한 게 많다. 일단 <나나>는 표지에 이끌려 펼쳤는데, 읽다가 너무 지루해서 덮었다. <골짜기의 백합>은 재미가 없진 않았고 나폴레옹이 또 망친 것 같은 소년의 이야기가 나와 궁금하기도 했는데, 책 정리 하다가 없어졌고 다시 찾았을 때는 선뜻 읽어지지가 않았다. <어둠 속의 사건>도 몇 장 읽다가 꽂아두고, <나귀 가죽>도, <미지의 걸작>도 <13인당 이야기>도 모두 고이 모셔두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웠다. 만약 모든 것이 금지되고, 읽는 자유를 빼앗기고, 미래마저 불투명해진다면, 페터 한트케나 알랭 로브그리예나 조셉 콘래드의 책이라도 얼마나 재미있을까...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성을 볼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심지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게다가 중국어는 뜻글자이다 보니 번역하면 책 쪽수가 그닥 많지 않은가 보다.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장 크리스토프>를 검색했는데, 1권만 900쪽이던데... 


1966년 어느 날, 마오쩌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대혁명이란 사건을 일으킨다. 뭐, 나라를 대변혁하는 운동이라고 하는데, 대약진 운동으로 나라가 엉망이 되어갔기에 환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권력도 지켜야 했고. 그리하여 학교가 문을 닫았고 책들이 불탔고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쫓겨났다. 젊은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보내 가난한 농민들에게 재교육을 받도록 하게 하는 하방운동 또는 재교육으로 불리는 이 일은 현재의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 책의 두 주인공에게도 일어난 일이었다.


나와 뤄는 겨우 열 일곱, 열 여덟이었고 부모님이 의사라는 이유로 완전 시골깡촌으로 재교육 받기 위해 내려오게 된다. 그 곳에는 시계조차 없는, 현대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었고 둘은 촌장 등 농민들의 감시를 받으며 매일 밭을 간다. 그들이 유일하게 해방되는 시간은 도시로 가서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때이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그 영화를 이야기로 들려줘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들은 마치 세헤라자드가 된 것마냥 이야기를 보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같이 농촌으로 쫓겨 온 시인의 아들인 '안경잡이'에게 서양고전문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재봉사의 딸인 바느질 처녀가 등장한다. 어째서 그녀에게는 이름을 주지 않았을까? 바느질 처녀는 참으로 매력적인 인물인데 말이다.  


'안경잡이'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민요를 수집해야 하고, 뤄와 나는 그를 도와주는 대가로 소설책 한 권을 빌리기로 한다. 그들이 받은 책은 발자크의 <위르쉴 미루에>이다. 이 책을 읽고 전율하는 두 사람... 나는 이 책의 일부를 겉옷 안감에 필사하고, 뤄는 바느질 처녀를 훌륭한 숙녀로 만들기 위해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이념들은 그들의 삶에 겉도는 부유물일지도 모른다. 녹아들지 못하고 그저 겉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그런 것 말이다. 뤄가 말라리아에 걸리자 바느질 처녀는 약초를 붙여주고 네 명의 무당을 불렀다. 20세기 분서갱유라 불리는 이런 사건 자체도 말이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젋은 지식인들을 재교육하려고 농촌에 보냈는데, 현실은 무당이 병을 치료하고, 금서인 문학책들이 인간 세상을 알려준다니... 


이야기는 빠르고 재미있게 전개되어 순식간에 다 읽었다. 재미있었고, 웃겼다. 바느질 처녀 덕분에 발자크의 책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녀를 그렇게 변모시킨 그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죽지 않고 돌고 도는 모양이다. 


읽다보니 궁금한 점이 있었다. 뤄와 내가 민요를 수집하기 위해 재봉사의 옷과 모자를 빌렸는데, 그 때 모자의 색깔이 녹색이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녹색 모자나 녹색 머리 장신구는 배우자의 바람을 뜻하는 게 아닌가? 특히 남자가 녹색을 착용하면 오쟁이진 남편이란 말을 듣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가 재봉사에게 밤마다 들려주던 <몬테크리스토>의 이야기 중에, 마을 촌장에게 들키기 직전 '백작이 검사의 딸과 막 사랑에 빠지려는 순간'이란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빌포르의 딸인 발렌타인과 사랑에 빠지는 건 모렐의 아들인 막시밀리앙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이야기는 조금씩 비틀려서 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금 중국은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보낸다고 하는데 이제는 농촌에도 현대문물이 가득할테니 이렇게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일은 드물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일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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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9-18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 모자가 그런 뜻이 있었군요?
이 책 제목은 참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근데 첫 단원에 열거하신 작가들은 좀 지루한 작가들이에요? 저 작가들의 책도 읽어본 게 없네요?^^;;
요정 님은 늘 느끼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의 다독가세요.

꼬마요정 2023-09-21 15:54   좋아요 1 | URL
책 제목 유명하죠? 저도 이제 읽었네요. (근데 전 옌롄커가 더 좋아요^^)
중국 갈 때 녹색 모자는 안 쓰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페터 한트케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로 노벨학상을 받았어요. 저는 이 작가의 <어느 작가의 오후>를 읽었는데 음... 무슨 말일까? 그랬죠 ㅋㅋㅋㅋ
알랭 로브그리예 책은 <질투> 하나 읽고 있는데요, 아마 몇 년째 읽고 있기만 해요 ㅋㅋ 도대체 진도가 안 나가서 절반 정도 읽고 그냥 그 페이지입니다. ㅋㅋㅋㅋ
조셉 콘래드는 단편은 좀 나았는데요, <암흑의 핵심>은... 음.. 아실 것 같아요. ㅋㅋㅋ

저는 그냥 이것 저것 궁금한 게 많아서 시도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9-21 17:08   좋아요 1 | URL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전 한 권도 읽어보질 못했네요.^^;;
저도 궁금해지는데 언젠간 시도해 볼 시간이 오겠죠.ㅋㅋㅋ
열심히 시도해 봅시다.^^

꼬마요정 2023-09-21 17:50   좋아요 1 | URL
책나무 님이 더 대단하신걸요. 요리도 잘 하시고 ㅎㅎㅎ
우리 함께 열심히 시도해보아요!!!!!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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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TV에서 재밌게 봤던 만화 중 하나가 바로 스머프다. 만화의 정확한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파란색의 스머프들과 가가멜과 아즈라엘은 기억난다. 버섯 모양의 지붕을 가진 집에 사는 스머프들은 파파 스머프의 지휘 아래 평화롭게 살았고, 가끔 가가멜이랑 아즈라엘이 스머프 마을을 괴롭혔던 걸로 기억한다. 그들에게는 계급이 없었고, 연장자인 파파 스머프가 지도자로 마을의 큰 일을 다같이 의논했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스머프가 생각났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딩차오양, 할아버지 딩수이양의 손자이자 딩후이의 아들이자 독살당한 아이이다. 차오양의 할아버지인 딩수이양은 꿈을 사랑하고 염치를 알며 어쩌면 저 커다란 나라에 하나 남은 참회할 줄 아는 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게 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경제 발전이 가져 온 물질만능주의 혹은 그 욕망이 만들어 낸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 더 늦은 시기까지 '혈액'을 충당하기 위해서 혈액원이나 병원 등에서는 피를 사곤 했다. '매혈'은 피를 뽑아주고 돈을 벌기 좋은 방법이었다. 중국 정부는 각 성, 현, 마을에 이르기까지 매혈을 장려했고 조용하던 시골 마을들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피를 팔아 기와집을 짓고, 피를 팔아 세탁기를 사고, 피를 팔아 2층집을 짓고, 피를 팔아 길을 닦고, 피를 팔아 고기를 먹고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생활을 이어나갔다. 딩후이는 이런 시기를 잘 이용한 사람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매혈을 하다보니 의료 인력은 부족했고, 딩후이는 자신이 채혈을 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주삿바늘을 세 명에게 사용했고, 고지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피를 뽑았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돈보다 적게 지급하고 피를 샀다. 그리고 딩후이는 부자가 되었다. 


몇 년 후 열병이 돌았다. 이 열병에 걸린 사람은 금방 죽기도 하고, 한참을 살아있기도 했다. 매혈한 사람 대부분이 걸렸고, 매혈을 하지 않은 사람이 걸리기도 했다. 마을은 뒤숭숭했고, 사람들은 절망했다. 이 열병은 에이즈였다. 마을에서 열병에 걸린 마샹린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창을 하던 날, 신약은 없다는 말에 마샹린이 죽었고 열병에 걸린 사람들은 딩수이양이 있는 학교에 모여 살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병을 옮길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모두 학교에 모였고, 합의한 양의 곡식을 내고 다같이 지위의 높낮이 없이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은 앞서 이야기 했던 평화로운 스머프 마을 같기도 했다. 그저 모두가 지켜야 할 원칙 몇 개만 있을 뿐, 모두가 자유로웠으니까. 그렇게 처음에는 딩수이양의 지도 아래 천국 같은 생활을 했으나, 삶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면 사회가 만들어진다. 어느 순간 지위가 생기고, 어느 순간 치정이 생기고, 어느 순간 빈부가 생긴다. 누구는 누구를 시기하고, 누구는 누구를 질투하고, 누구는 누구를 더 아끼고, 누구는 누구에게 더 큰 것을 주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딩수이양이 바라던 것처럼 모두가 같은 것을 누리고 다 함께 평안하게 사는 삶은 끝나가고 있었다. 열병이 그들을 뭉치게 했고, 죽어갈 날을 기다리던 그들은 여전히 죽기 전까지 욕망을 버리지 못했다. 


학교의 책상, 의자, 칠판 등 딩수이양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남겨놓았던 것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에게 분배되었고, 학교는 끝났다. 학교는 희망이었고, 미래였다. 이제 미래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피를 팔아 마을은 풍성해졌고, 관을 팔아 마을엔 꽃이 피었다. 딩후이는 시대를 잘 읽었고, 정부의 무관심과 관료주의에 따라 피를 팔고 관을 팔아 큰 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 심지어 영혼결혼식까지 주선하여 돈을 챙겼다. 정부는 그저 인민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 없는 듯 보였다.


생명도, 의리도, 혈연도, 체면도 모두 돈 앞에서는 그 가치가 작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랑은 잠시나마 피었다. 링링과 딩량은 열병이 아니었다면 돌팔매질을 당했을 그런 사랑을 했다. 이 책 곳곳마다 인간성이 넘쳐났다. 사랑도 욕심도 모두 인간이 가진 고유한 속성이 아니겠는가.


딩수이양은 아들인 딩후이와 딩량의 잘못에 크게 실망했고, 늘 책임감을 느꼈고, 어떻게든 참회하길 바랐다. 이는 그가 자식들에게 개두(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는 예법)를 시킨 것에서부터 계속 보이지만, 그건 그저 그의 바람이었다...


살해당한 아이의 영혼이 들려주는 이 마을의 이야기는 꿈일까, 생시(生時)일까. 딩수이양의 꿈과 일치하는 사건들과 실제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비극적이었으며 뉘우침과 반성이 배여이었다. 슬프지만 그렇게 끝이다. 다음 세대는 참회가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가르치는 스승이 없으니 말이다. 그게 어쩌면 가장 큰 비극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된 후로 저는 법원의 재판 과정을 통해 저의 글쓰기와 <딩씨 마을의 꿈>이라는 책이 중국에서 ‘어떤 죄를 범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사유 끝에 사실은 작가인 제가 비상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마리 새라는 것을, <딩씨 마을의 꿈>과 저의 글쓰기가 사실은 비상을 쟁취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새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ㅇ르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었습니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둘러싸고 있는 고난을 극복하고 선과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영혼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인성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 자리한 욕망의 그 꺼지지 않고 반짝이는 빛이었습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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