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전의 끝 위픽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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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주소를 물으면 보통 **시 ##구 @@동이라고 하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구 @@동 혹은 ##구에 살아요라고만 말한다고. 그런데 이 책의 송진혁은 그렇게 말하면 뭔가 건방져 보인다면서 외국인이 물어보면 대한민국 서울시 ##구 @@동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거기다가 더해 만약 외계인이 물어본다면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 은하계 태양계 지구 서울시 ##구 @@동이라고 말해야 정확하고 예의 바른 대답 아니겠냐고. 물론 상대가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란 이름은 2010년대에 지구 천문학자들이 하와이 말로 붙인 이름인데 외계인이 알겠냐고 말하는 건 한 귀로 흘려들었을 뿐.


아니 그런데 진짜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란 말을, 지구를 아는 외계인이 있었다.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한 구역에 웜홀 연쇄 반응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일어났고, 그 현상은 각기 다른 초은하단들이 서로 전자를 주고 받게 했고, 이런 전기 반응은 100억 년 정도나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반응이 마치 뇌 속의 시냅스들이 신호를 주고 받는 것 같은 모양이었고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정신체가 되었다. 이 거대한 정신체의 이름은 '우주 골치'였는데, 이 현상을 전 우주에서 거의 처음으로 발견한 솜브레로 은하계의 92,385,213,583번 별 제4행성의 외계인 학자가 붙였다. 물론 우주 골치는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이 이름도 긴 행성의 이름은 '석구'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땅을 돌덩어리라고 생각해서 석구인이었는데, 이들은 우주 골치를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 우주 골치가 자신들의 소원을 제멋대로 들어줘서 사소한 말다툼을 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8억 년 동안 그들은 싸웠고 우주 골치는 점점 힘을 잃어가던 차에 송진혁을 만났다. 아니, 송진혁의 뇌에 들러붙게 되었다.


전 우주를 아우르던 우주 골치가 고작 한 인간의 자그마한 뇌에 들어가다니... 역시 인간의 뇌는 우주였던가. 현명한 사람은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데, 우주 골치는 그저 피터팬처럼 마냥 아이 같은 존재였을까.


역시, 지구인이든 석구인이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 정도 희생시키는 건 아무 일도 아닌가보다. 사람 목숨이 이익과 비용 개념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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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8-29 0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을 희생시키는 것도 안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희선

꼬마요정 2024-08-29 23:3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죄책감 어떻게 할까요ㅠㅠ 누군가의 희생이 해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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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2층집에 살았다. 2층에는 두 가구가 살 수 있었고, 복도 끝에 화장실이 있었다. 나는 동생과 중학생 언니들이 있는 방에서 곧잘 놀았고, 놀다가 책상에 입을 부딪혀 앞니가 깨지면서 피를 철철 흘리는 바람에 그 뒤로 언니들과의 놀이는 끝났다.(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년 가까이를 앞니 빠진 개우지로 살았다...ㅠㅠ) 언니들의 엄마가 공부해야 하는데 자꾸 내가 놀러간다고 우리 엄마한테 한소리했기도 했고. 지금도 그 언니들이 떠오르는데, 생김새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도 고맙고 좋은 언니들이었다. 그 때 언니들과 무서운 이야기도 곧잘 했는데, 언니들 방문을 열면 복도벽이랑 거의 닿을 듯 했다. 그래서 활짝 열지 않고 복도벽과 직각이 되도록 열면 복도는 아무도 지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날, 우리는 열심히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가 무언가 하얀 것이 지나가는 것 같았고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우리가 하얀 것을 보았는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귀신이 사는 집은 어떤 느낌일까.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지박령에 관한 이야기들이 보통 집에 붙어 있는 귀신 이야기가 많다. 물론 귀신이 붙박이 된 곳이 집이 아니라 우물일 수도 있고, 나무일 수도 있지만 보통 집에 붙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야기가 많다. 적의 재산이었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이야기 역시 귀신이 사는 집 이야기임과 동시에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2020년대 현운주는 남편 우형민과 함께 외증조모가 남긴 적산가옥에 살게 된다. 외증조모의 유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1940년대 현운주의 외증조모인 박준영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호남지방 지주와 농민들에게 땅을 빼앗아 그 땅에서 난 곡식을 수출하여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사치품 무역에 뛰어드는 등 손대는 것마다 성공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무역상 가네모토가 이 붉은담장집의 첫번째 주인이었다. 


가네모토가 이사하던 날, 박준영은 피처럼 붉은 1인용 벨벳 소파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소파에 앉아서 어울리는 사람은 가네모토의 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린 아들. 박준영은 그 집에 꼭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온갖 보물들이 가득하다는 그 집에 가난한 식민지 조선인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간호부로 일하던 준영에게 입주 간호 제안이 들어온다. 붉은담장집이었다. 그리고 준영은 그 곳에서 기괴한 소년 유타카를 만났다. 살아있는 것들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뒤집어 쓰거나 자해를 하여 자신의 피를 뒤집어 쓰는 소년은 작고 가늘었다. 준영은 그런 유타카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양아버지인 가네모토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알게 되자 연민을 느끼며 유대감을 쌓아갔다. 


현운주는 일본에서 돌아와 남편과 이 집에 들어온 후 이상한 꿈을 꿨다. 계속되는 꿈 속에서 그녀는 현운주인지 박준영인지 알 수 없었다. 희뿌연 조명 아래 서 있는 것마냥 시야는 늘 탁했고 몽롱했다. 남편이 다정하게 차를 타 주고 끼니를 사 오거나 차려주면서 돌봐주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깨어있을 때면 별채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았고 가 보면 아무도 없었다. 


피와 비명이 가득한 채 차갑게 가라앉은 분노와 식지 않은 재가 시간을 삼키면서 그 집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듣고 싶은 목소리와 부드러운 땅콩빵은 억압과 착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하면서도 애달픈 시도였다.  


'오직 호러만이 죽은 자가 죽은 입으로 자신의 소리를 낸다.'고 작가는 말한다. 죽은 뒤에 한 말뿐 아니라 죽기 전에 한 말마저 곱씹게 만드는 호러의 힘은 무엇일까. 죽은 자의 억울함이 모두를 죽음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는 공포일까, 약자라 여겨졌던 이의 마지막 발악이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버지는 내가 죽일거야."(p.94) 


박준영은 유타카의 이 말을 정말 한참 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속삭이는 유타카의 마지막 목소리는 증손녀인 현운주를 위해 남겨뒀다. 외증조모의 안배에 운주는 어떤 선택을 할까.


유타카가 살았고, 준영이 살았고, 운주가 살았던 그 집은 두 번 타올랐다. 적절한 때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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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8-29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사람 집이었는데 운주 외증조모인 박준영 집이 된 건가요 광복이 되고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됐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거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유령이 나올지... 그런 집에 살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지만, 거기에 살았던 사람 일을 알게 되면 슬플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4-08-29 23:47   좋아요 1 | URL
네, 처음엔 가네모토가 살았어요. 가네모토의 의붓아들이 유타카였구요. 그러고 해방이 되고 가네모토와 유타카가 죽은 뒤 어느 날 박준영의 집이 되었구요. 그 집을 운주에게 물려준 거죠. 저도 그런 집에 살면 무서울 것 같은데, 또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어쩌면 이것은 약자들의 연대일 수도 있고, 내리사랑일 수도 있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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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검지 손가락에 노란 털이 자란다면 어떨까? 검지 손톱도 호랑이 손톱마냥 길고 강력하게 쑤욱 자라버렸다면?


3번 째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떨어진 태경은 갑자기 손가락이 이상해져 점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병원에 가기엔 돈도 없고 구경거리만 될 것 같아 그냥 점집에 가기로 했는데, 막상 점집에 갔더니 박수무당이 자신더러 그냥 신이라고. 


옛날에 사람을 너무 잡아먹어 큰 죄를 지었기에 억울한 영혼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데... 그나마 악인들을 잡아먹은 공이 있어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악인을 먹는 건 괜찮은가보다. 사람들 눈엔 악인들이 천벌을 받은 것처럼 보여서일까.


호랑이는 예로부터 영물(靈物)이자 산신이기도 했다. 열심히 수행을 해서 도를 닦은 호랑이는 신선이 되었겠지만, 사람을 계속 잡아먹어 창귀만 잔뜩 거느린 호랑이는 악신이었겠지. 어찌됐든 태경의 혼에 깃든 호랑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람을 많이 잡아먹어 죄를 지었고, 악인들도 많이 잡아먹어 공이 쌓였다는 이야기는 아리송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죽을만큼 죄를 지은 악인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일까.


그건 아마 이 세상에서 태경이 화를 주체 못하고 호랑이로 변신하게 되는 몇 몇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아이와 관련된 범죄에서 태경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맞는걸까. 내게 힘이 있다고 그렇게 가차없이 잔인하게 죽여도 되는걸까. 


가장 공감했던 내용은 태경이 자신에게 깃든 호랑이 힘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태경은 태권도 사범인데다 주짓수도 단련한 몸임에도 더 큰 힘이 있으니 두렵지 않았다. 신체 조건이 좋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보다 편하다. 작고 약해 보이면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많이 치인다. 무엇이든 편하게 표출할 수 있으니까. 나에게도 호랑이처럼 밝은 눈과 날렵함, 강력한 체력과 큰 힘이 있다면 지나가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떨리거나 무섭지 않을텐데. 


태경은 경찰공무원 시험도 안 됐겠다, 사람들의 억울함도 풀어줄 겸 경찰서 앞에 사주까페를 창업한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의 사연도 접하고, 사건도 해결하면서 뜻밖의 인물도 만나게 되는데... 


재미있게 잘 읽혀서 좋았다. 사건들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했기에 더 사실적이었고, 화가 났다. 죄 지은 자가 지은 죄만큼의 벌을 받고 제발 죄책감을 가지고 반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화가 난 호랑이를 안 만날테니, 아니 그래야 사람일테니.  


덧붙이자면, 어떻게 취미로 주짓수를 했는데 만두귀가 될까? 레슬링을 했다면 이해가 가는데 주짓수로 만두귀라. 선수부도 아니고 취미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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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8-24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읽으면 페이지가 잘 넘어가서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표지 보고 처음에는 어린이나 청소년 문학 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일반소설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꼬마요정님 더운 주말 시원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4-08-24 10:21   좋아요 1 | URL
술술 잘 읽힌답니다.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영상화 되면 재미있기도 하겠어요. 여름에 시원하게 말이죠.
서니데이 님도 더운데 찬 거 많이 드시지 마시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썬더치킨 후라이드맛 70g - 후라이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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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가 바삭하니 고소하고 짭짤한데다 달달하기까지. 봉지의 반 정도 채워져 있었지만 내용물이 부서진 것도 별로 없고 맛있어서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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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2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게 있다고요?? 😱😱

꼬마요정 2024-08-23 11:17   좋아요 0 | URL
네!! 맛있어요!!! 저 또 사먹으려구요 ㅋㅋㅋ 시원한 맥주랑도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24-08-23 11:28   좋아요 1 | URL
땡투 드립니다요~

꼬마요정 2024-08-23 11:44   좋아요 0 | URL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님 맘에 들어야 할텐데🥲) 책탑 기대할게요^^

Vanessa 2024-08-24 0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먹어보고싶네요^^.

꼬마요정 2024-08-24 10:22   좋아요 1 | URL
맛있더라구요. 맛있습니다 ㅎㅎㅎㅎ (근데 양이 적어요ㅠㅠ)
 

무엇보다 가장 경계할 것은 학력만이 전부인 이력입니다. 다른 이에게 무엇인가 이로운 것을 주는 행위를 사회적성취라 정의한다면, 배우는 이유는 깨치고 얻은 지혜를 모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력은사회적 성취의 단계에서 필요한 준비일 뿐, 그 자체가 성취라 보긴 어렵습니다. 학력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치열하다 해 - P72

서 학력 그 자체를 성과로 평가하는 사회는 돌려줌 없는 이기적 인간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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