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
쥘리앙 보브로프 지음, 김희라 옮김, 이재일 감수 / 북스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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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책을 샀을까? 양자물리에 대해 알아서 뭐에 쓰려고? 사실은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 수식 없이 술술 양자물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샀다. 그렇다. 나는 제목에 낚였다. 순진한 사람 같으니... 양자물리를 술술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에 양자물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구만. 내가 '술술' 이란 단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나 싶어 사전도 찾아봤다. 내가 알던 뜻이 맞았다. 막힘없이 잘 나오든, 풀리든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이해는 못하겠는데 재미있는 그런 요상한 책이었다. 처음에 영화를 이야기 하다가 전자를 말한다. 전자는 희뿌연 구름 모양으로 보이지만 카메라로 찍으면 선명한 점을 볼 수 있다. 측정하기 전에는 희뿌연 구름 모양이지만 측정하는 순간 점 모양의 전자를 볼 수 있다. 계속 셔터를 누르면 위치는 바뀌어 있지만 점을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을 모두 겹치면 구름 모양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전자는 양자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파동함수' 개념도 알고 있으니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까. 그래서 웃으면서 이 정도면 나도 제법 잘 이해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 그런데 이게 겨우 1장의 내용이다. 그리고 2장에는 수식이 잠깐 나온다. 나는 알지 못하는 이 이상한 암호가 바로 슈뢰딩거 방정식이었다. 복잡한 수식을 통해 파동함수(ψ,프시)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아인슈타인은 보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쨌든 나는 신이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파동함수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고, 최종 단계인 측정에서 우연을 개입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자의 에너지 값을 정하고 입자가 어디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계산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으며, 이 값은 이후 실험을 통해 완벽히 확인된다(p.43)고 한다. 얻고자 하는 것을 잘 선택한다면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전자나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는 측정되지 않는다면 파동처럼 움직인다. 이 입자 중 하나를 작은 상자에 몰아넣는다. 2022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윌슨 호 교수 연구팀은 이것을 실험했다. 금 원자를 검출해서 20개의 금 원자를 정렬해 서로 밀착시켰다. 물론 모든 과정은 극저온, 초고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이 만든 원자들의 나란한 줄은 완벽한 양자 상자다. 이 양자 상자 안에서 전자들의 속도를 측정했더니 측정치가 한정되어 있었다. 전자들은 파동처럼 생각해야 하고, 그것들은 특정한 형태만 취할 수 있으므로 특정한 속도만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양자화(quantification)이다. 상자 안에 갇힌 양자 입자는 '양자화'되고, 정확하고 구별된 값의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즉 불연속적인 세계인 것이다. 이들 사이에 중간은 없다. 음악으로 치면 반음계가 없는 것이다. 


4장은 원자를 그려보고자 한다. 처음엔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수소 원자도 흐릿한 구름 형태로 그려지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그림들은 입체파 그림들 같다. 피카소가 떠올랐다. 


5장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한다. 원자 차원의 크기를 가진 물질을 측정할 때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고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는 원리다. 이 원리에 따르면 측정 순서가 중요한데, 측정은 사건들의 시간 순서에 영향을 받는 듯 하다고 한다. 이 원리가 현실 세계에 작동하는 것들이 있는데, 천체물리학에서 태양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태양은 생의 마지막에 온도가 낮아지고 중력이 우세해지면 스스로 붕괴할 것이고, 블랙홀이나 중성자별로 생을 끝낼 수도 있지만, 이 원리에 따르면 우리 태양의 경우 내부 압력이 충분해서(공간이 줄어들면 각 전자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전자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벽을 밀어낼 정도는 된다고) 백색 왜성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 원리에 따르면 진공은 비어있지 않은 상태라고.


6장은 터널 효과를 설명한다. 입자가 에너지를 충분히 가지면 어려움 없이 장애물을 통과한다. 그런데 파동함수 일부는 장벽을 통과하고 일부는 튕겨 나온다. 파동함수가 둘로 나뉠 때 일부는 벽을 통과하고 일부는 튕겨 나오는데, 이는 입자가 둘로 나뉘는 게 아니라 입자는 측정되면 때로는 왼쪽에 때로는 오른쪽에 물질화되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양자 입자가 가볍고 바르면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터널 효과'라고 하는데, 이는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 세계로 가기 위해 킹스크로스역 9번 플랫폼 벽을 향해 돌진하면 벽이 열리고 다른 세계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양자 세계에서라면 해리가 한 번은 통과하지만 한 번은 벽에 부딪혀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다. 이 터널 효과를 적용한 사례 중 하나가 터널 효과 현미경이다. 원자를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최초의 도구이다.


이 터널 효과를 이용한 도구의 쾌거를 알리기 위해 2017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가 세계 최초 나노 자동차 경주 대회를 조직했다. 이 대회에는 전세계에서 6개의 팀이 참가했다. 그들의 목표는 100나노키터 길이의 트랙을 가장 빨리 달리는 것이다. 이런 대회에 참가한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오스트리아라고. 이 대회의 우승자는 스위스 바젤 대학교 팀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이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초 과학이 발전하고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모든 것은 기초에서 시작하니까.


그 뒤로 측정과 결잃음, 상태의 중첩, 얽힘을 설명하고 구별 불가능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페르미온 기체와 보손 기체를 설명하고 초전도성과 양자 컴퓨터를 설명한다. 


양자 측정은 여전히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모양이다. 가장 유명한 이론이 코펜하겐 해석과 파일럿파 해석, 다세계 해석이라고. 과학의 목표는 무엇보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이지 반드시 '왜'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p.134)


파동은 두 구멍을 동시에 통과하며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데 측정하려고 하면 간섭무늬가 보이고 정확히 어디를 통과했는지 확률로만 알 수 있다. 중첩 상태를 보호하려면 측정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나온다. 내 생각에 이 고양이 너무 불쌍하다. 나는 이 실험 반대요!!(물론 직접 실험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전자 두 개를 준비하자. 두 전자의 스핀이 반대가 되도록(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하면 두 스핀의 합은 0이고 두 전자가 연결되어 있는 한은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이 둘의 운명은 얽혔다. 미래에 한 스핀이 위를 항하면 다른 스핀은 반드시 아래를 향한다. 이 두 전자가 분리되어 있어도 얽혀있다. 이 전자를 다른 두 지점으로 보낸 뒤 한 전자의 스핀이 아래를 향한 것을 보면 반드시 다른 스핀은 위를 향하게 된다. 이 양자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많은 시도를 했고, 나는 길을 잃었다. 양자 얽힘은 진짜였고, 나는 차라리 둘이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말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쉽다고 느꼈다. 


아인슈타인은 두 입자가 멀리서 즉시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자 얽힘은 실재했고,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얽힘에 관한 실험은 양자물리학이 '국소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입자는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다른 입자의 영향을 즉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구별 불가능성은 입자들을 구별할 수 없도록 한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이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으니 이 입자가 이 입자인지 저 입자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보손은 정수이고 대칭적이며 페르미온은 반정수이고 반대칭적이다. 보손은 모여 있기 좋아하고 페르미온은 혼자 있기를(배타 원리) 좋아한다. 수소 원자는 전자 1개와, 쿼크 3개로 이뤄진 양성자 1개를 포함한다. 1/2스핀인 입자가 총 4개인데, 스핀의 총합은 반드시 정수이다. 그러므로 수소는 보손이다. 질소 원자는 1/2스핀인 기본 입자가 49개이며, 스핀의 총합은 반정수이다. 그러므로 질소는 페르미온이다. 모든 자료를 주고 더하기만 하는 거라면 나도 보손인지 페르미온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놀랍다.


이제 거의 다왔다. 보손 기체와 페르미온 기체를 지나 초전도성까지 왔다. 그리고 이는 양자컴퓨터로 연결된다. 나는 이미 길을 잃었으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초전도체가 어째서 나오기 힘든지 그게 상용화 된다면 얼마나 강력할 지는 알 수 있었다. 극저온이 아닌 상온에서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양자컴퓨터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복제가 필요해서 여전히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은 알았다. 


나는 길을 잃었다. 차분히 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계단이 끊기고 공간을 날아야 했다. 나는 고체라 기체로 승화할 에너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없고 도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상의 벽을 만들어 뚫기로 했다. 어떻게? 그냥 벽이 있다고 상상하기로 했다. 양자 세계라면 두 번에 한 번은 벽이 생기고, 두 번에 한 번은 벽을 뚫을 수 있겠지 싶어서.


양자물리학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다만 우리가 몰라서 모를 뿐이다. 이 마법 같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텐데.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이제 나도 조금은 양자물리학을 알지 않을까. 



  



사실 내가 양자물리학에 반한 이유는 이 학문이 가장 소중한 것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행으로의 초대‘다. 이 학문은 우리에게 특이한 산책을 제안한다. 마치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의 벽을 통과할 때 발견하는 마법 세계의 방식처럼 양자물리학은 모든 게 우리의 이해를 벗어나는 마력의 세계, 준엄하고 일관적이지만 완전히 엉뚱한 새로운 법칙의 지배를 받는 세계를 제시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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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훈

사실 그런 것들이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라는 큰 성과를 낸 픽사 스튜디오를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픽사 스튜디오의 사장 에드 캐트멀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인터뷰한 기사가 기억납니다. "픽사 스튜디오에서 재미난 것을 많이 만드는 비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외로운 천재성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공동체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공동체 중심이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목적 혹은 산출물을 위해 차이를 극복하고 협업을 이루어 내게 하는 시스템의운용을 의미하고, 바로 이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본 것입니다.
사람들은 픽사를 굉장히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이 혁신적인 기업이 실제로 운영되는 방식은 핵심인재 경영 혹은탁월한 몇몇 인재의 채용과 활용에 있다기보다는, 집단 구성원 간의 상이한 의견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즉,
개인 수준의 창의성 제고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오히려 차이를 유지하고 협업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의견을 달리하면 - P306

서도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엘리트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한국의 기업문화와는 크게 대조된다고 봅니다.

김지현

여러 교수님 의견을 들어 보니 창의성을 함양하는 데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공동체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실험실 랩의 경우처럼요. 그렇다면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서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원리도 파악하고 그것을 학생들이 배워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홍성욱

학생들이 졸업한 뒤 혼자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조직에 속해서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교육은 대개 혼자서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룹 창의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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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니 케이스 마르코폴로의 도서관
페르디난트 폰 쉬라흐 지음, 편영수 옮김 / 마르코폴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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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더 이상 어떤 것도 해 줄 수 없을 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필연적으로 사적제재 혹은 사적복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베를린에 있는 아들론 호텔 스위트룸 404호에서 한스 마이어가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한스 마이어를 살해한 사람은 파브리치오 마리아 콜리니. 그는 마이어 회장을 총으로 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발로 걷어차 뭉개버렸다. 잔인한 수법이었다. 그리고 콜리니는 자수했다.


라이넨은 변호사 자격증을 막 따낸 신참 변호사로 콜리니 사건을 맡게 되었다. 과거 마이어 회장과 친했던 그는 사건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변호사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로 이 사건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절대 살해 동기를 말하지 않던 콜리니에게 지쳐가던 라이넨은 그가 범행도구로 사용한 발터 P38을 보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발터 P38은 루거를 대체한 나치의 총이었다.


우리나라도 친일매국노들을 다 처벌하지 못했다. 독일 역시 나치 부역자들을 다 처벌하지 못했다. '질서위반법 시행령' 때문이었다. 나치 범죄에서 나치 조력자들에겐 공소시효가 적용되었다. 콜리니는 한스 마이어를 법정에서 단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사적 복수를 선택했다. 


콜리니는 아주 긴 세월을 기다렸다. 콜리니가 억울한 피해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동안 한스 마이어는 대기업의 회장으로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많은 돈을 벌고 명예를 얻었다. 그의 명예를 추락시키기 위해서, 그의 죄를 온 세상에 밝히기 위해서 콜리니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손에 피를 묻혔다. 법은 이 사건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 법에 호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작가가 나치 부역자의 손자이기에 라이넨의 고뇌가 더 와닿았다. 이야기 속 라이넨은 한스 마이어의 손자는 아니지만 손자라고 해도 될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 그가 한스 마이어의 죄상을 법정에서 낱낱이 밝히는 장면은 작가 본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작가는 나치가 저지른 범죄, 홀로코스트라는 죄를 안고 태어난 독일인들의 과거 청산 딜레마를 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냈다. 그렇게 전범국들이 저지른 최악의 범죄는 잊히지 않고 전해진다.   

"드러 법은 사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을 위한 소름끼치는 사면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법을 간단하게 다시 폐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입니다. 범행이 공소 시효의 적용을 받으면, 그 판결은 절대 번복될 수 없습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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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9-27 0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이런 소설 쓰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썼네요 일본 사람이 쓴 소설에도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처럼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희선

꼬마요정 2024-09-30 00:11   좋아요 1 | URL
이 이야기가 실화 바탕이라는 게 놀라웠답니다. 그래서인지 더 비극적이었어요. 일본 사람이 쓴 소설에도 이런 느낌이 나는 게 있나 보네요. 일본 역시 전범 국가라 비슷할 수 있겠네요. 이런 소설 쓰기 힘들었을 거예요. ㅠㅠ

감은빛 2024-09-27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나치 부역자의 손자이군요.

국가, 권력, 폭력, 복수, 정의 등 고민할 일들은 언제나 많죠.
법치국가에서도 황당한 일들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죠.

저는 경찰들 수백명이 보는 앞에서 용역 깡패들에게 맞은 적이 많고,
제 동료 활동가들은 심지어 맞아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만,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경찰이 용역깡패들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우리가 저 깡패들을 폭력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무대응, 무표정으로 일관하더라구요.
우리가 당신들 월급주는 시민이라고, 저들을 체포하라고 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런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평화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우리를 체포해서 가두더라구요.

꼬마요정 2024-09-30 00:18   좋아요 0 | URL
법치국가에서도 어이없고 억울한 일들이 많네요ㅜㅜ 용역 깡패는 저 유신 시대나 군부 독재 시대에나 있을 것 같지만 언제나 권력이 편하게 쓰는 도구가 된 것 같습니다. 감은빛 님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예전에 집회 나갔을 때 버스가 차벽 만드니까 정말 무섭던데 감은빛 님 존경합니다. 폭력에 저항하는 거 어려워요ㅠㅠ

언제쯤 저런 용역 깡패나 권력의 시녀들이 사라지고 시민들이 정부나 기업과 평화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될까요ㅜㅜ
 
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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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호러'는 호러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이다. 민속이나 지역 전통문화를 광신적으로 믿는 폐쇄적인 집단이 광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고 한다. 거기에 오컬트까지 가미되면 민속 신앙의 주술이나 유령 같은 영적 현상은 그 광신적인 집단을 휘두르는 무기가 된다. 그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영적 현상에 매달려 살아가게 된다. 


여기, 섭주가 그런 곳이다. 작가가 창조한 도시인 이 곳은 마천루가 즐비하고 야경이 사라지지 않으며 빠르게 돌아가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이 곳에는 늘 지켜보는 눈이 있고, 조용하면서 음침한 이웃이 있고, 알 수 없는 규칙들이 있다. 


이 곳 섭주에는 터주신이 있다. 그 신은 악신일까. 그 신은 자신이 숭배받기 위해 사람들을 외부와 단절시킨다. 폐쇄적인 곳에서는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 간혹 의문을 표하거나 규칙을 어기면 어느새 생을 마감하게 되거나 악귀가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조선시대 때 아들을 낳지 못한 아내, 며느리의 삶은 얼마나 척박했을까. 정조를 지키기 위해 맹렬하게 싸운 것은 어느새 독하고 못된 행실로 변해 버린다. 그저 며느리 배에서 아이가 나오면 되는 것일까. 핏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질 즈음이면, 저주 받은 그 별당이 가진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그저 부모와 시부모에게 휘둘리던 그녀는 얼마나 갑갑하고 억울했을까. 그래서 서양에서 마녀로 재판 받고 억울하게 죽은 그녀와 감응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죽은 뒤 열녀비가 무슨 소용인가. 심지어 열녀비는 열녀 본인에게 득이 되는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마지막 이야기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저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당에게 찍혀 평생을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형과 형의 희생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동생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염전이나 어딘가에서 진짜 있을 법하기도 한 이 이야기를 보다보면 저 악독한 무당에게 얼른 신벌이든 천벌이든 내리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왜곡된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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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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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고민할 때 나는 누구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가. 내가 죽음의 순간에 들어섰을 때 나를 마중나올 이는 누구일까. 삶이 지루하다 여겼던 ‘나’는 이제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선택을 하겠지, 맨발로 손을 잡고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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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9-25 2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분 죽음에 뭔가 집착하나요? 저는 <아침 그리고 저녁> 읽었는데 이것도 죽음 이후의 상황이 책 전체 내용이더라구요. 책은 나쁘진 않았는데 또 엄청 취향인건 아니어서 지금 살짝 밀어놨는데 볼까요? ㅎㅎ <샤이닝>은 딸이 사서 집에 있걸랑요.

꼬마요정 2024-09-25 22:29   좋아요 1 | URL
저는 보는데 살짝 사후세계 가기 전에 죽은 사람들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할아버지가 너는 아직 올 때가 아니다 이러면서 쫓아낼 것만 같은 그런 상황이요. 그런데 읽을수록 뭔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안개 낀 숲 속을 헤매는 느낌이구요. 짧은데 강렬합니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