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였나, 폴스타프 님이 재밌다고 하셔서 냉큼 산 <세레나데>를 읽으려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너무 바빠서 진득하니 앉아서 책을 못 읽었다... 한 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된다고 해서 주말에 편하게 책만 읽어야지 했는데, 왠걸 주말마다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시외가가 밀양에 있는데, 시외할머니가 시어머니를 포함한 딸 셋에게 딱 천 평 땅을 물려주셨다. 그것도 안 주려는 걸 겨우 받았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 아들 둘에게 집과 천 평을 제외한 나머지 땅을 몽땅 물려주고, 그것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고... 여튼 그 땅에 심어 둔 감나무 때문에 10여 년 째 나는 감을 따러 밀양으로 간다. 처음 몇 해는 직접 감을 땄는데, 이제는 작은외삼촌이 따 두신 감이랑 쌀을 받아오고, 농촌 체험 시켜주신다고 밭에서 키우신 소중한 작물들을 캐도록 해 주셔서 이것저것 캐곤 했다. 국산이 귀한 시대에 정말 고맙고 고마운 마음으로 밀양에 간다. 근데 사실 많이 힘들기도 하다... 이제 감을 안 따도 힘들다... 농사일 하시는 분들 진짜 대단하시다!! 존경합니다!!
작은외삼촌이 건조기에 겉보리를 건조한 다음 청소를 대충 하셔서, 쌀을 건조시키니까 겉보리랑 같이 쌀이 나와버렸다... 그래서 박스 잘라서 철푸덕 앉아서 쌀먼지가 날리는 곳에서 몇 시간을 겉보리를 골라냈다. 우와, 진짜 우리집 식구 주시는 쌀만이라도 내가 열심히 골라내야지, 이 힘든 걸 작은외삼촌과 작은외숙모님께서 하시게 둘 순 없지 않은가!! 겉보리를 골라내고 있는데, 작은외삼촌이 골라 낸 겉보리를 바닥에 버리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알고보니 그 겉보리가 우리 보리차 먹는 겉보리가 아닌가!!!! 아 아까워!!!!!!!!!!!!!!!!!!! 국산보리가 아닌가!!!!!!!!!!!!!! 내 보리......
따야할 때를 놓쳐 거대해진 표고 버섯 ㅋㅋㅋ
올해는 기후 이상과 폭우 때문에 모든 식물 작황이 안 좋은 듯 하다. 식량난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일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11/5)엔 월드엑스포 부산 개최를 기원하는 굿밤 콘서트에 당첨되어서 영화의 전당엘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월드엑스포랑 이런 콘서트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그런 세계적인 행사를 유치하려면 해외에 홍보를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요즘 국내 홍보에만 열을 올리니 말이다. 세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집에서는 우리 고양이들이 이러고 논다. ㅋㅋㅋ 카프는 레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ㅋㅋㅋㅋ
이러고 노는데 어떻게 책이 눈에 들어오냐고...ㅋㅋㅋ
손수건 사진은 여름 사진인데, 여름에 에어컨 틀면 추울까봐 손수건으로 이렇게 망토를 만들어주면 귀엽다 ㅋㅋㅋ 냥이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레나데>를 못 읽은 이유는 이거다!!
옷에 구멍 뚫린 것 좀 봐요!!!! 카프 너의 만행을 다 알릴거야!!!! 책 좀 보려고 앉아 있으니 와서는 저렇게 물어뜯는다. 왜냐? 밥 달라고, 밥 먹으러 같이 가자고, 물 먹으러 가자고!! 왜 같이 가야하냐고!!!!! 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새벽에도 이런다는 거다. 새벽 다섯 시쯤 되면... 이렇게 나를 깨운다. 밥 달라고, 아니 지 밥그릇까지 같이 가자고...
그래서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하면서 읽던 책들을 제법 끝냈다. 카프, 니가 아무리 방해해도 난 읽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