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중국 도시 괴담집 - 상하이 흡혈귀부터 광저우 자살 쇼핑몰까지
강민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중국 영토 분쟁과 상관없이 중화권이라는 공통된 문화적 배경을 갖는 국가로 판단하여 중국, 홍콩, 대만의 도시 괴담들을 수록하였다고 한다. 


읽다 보면 익숙한 이야기들도 많고 너무 유명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고양이 얼굴을 한 노파 이야기라든지, 인육을 넣은 만두집 같은 이야기들은 너무 유명하다. 화피귀는 <요재지이>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대표적인 귀신 이야기이다. 머레이 하우스나 신하이 터널은 귀신이 나오기로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언제나 그렇듯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만약 정말로 그 희생자들의 영혼이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머문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4-08-09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호지에도 인육 만두 얘기가 많이 나오드라고요…. 만두.. ㅜ ㅜ

참 현찬양 작가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재밌어요!!!

꼬마요정 2024-08-09 17:19   좋아요 1 | URL
아, 이번에 위픽에서 나왔나 보네요 ㅎㅎ 책으로 출판되면 위즈덤하우스에서 연재하던 것보다 양이 좀 더 많아진 것 같던데 궁금하네요.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현찬양 작가 너무 좋아요.^^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간 계나의 성공기라고나 할까. 한국이 가진 부조리가 싫어서 낯선 나라에서의 삶을 선택한 계나. 자산가의 집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지 못하고, 소위 sky로 불리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의사나 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지지 못했기에 한국에서의 삶이 불행하리라 확신한 그녀는 호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계나가 원하고 꿈꾸는 삶은 어떤 삶일까 궁금했다. 호주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멋졌으나 미드나 영드에서 보던 한국인 같은 느낌이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 무언가를 성취하는 모습이 말이다.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잘 살았을 것 같았다. 본인이 '성공'의 잣대를 내려놓고 '비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계나는 인도네시아인인 리키를 거절한 것으로 자신이 '돈'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나가 리키를 거절한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효능감이 사라질 것 같아서일테다. 애초에 계나가 원한 것은 일하지 않고도 잘 사는 부(富)가 아니라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집도 살 수 있고 먹는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을테니. 어떤 일을 해도 차별받지 않는 삶, 어디 가도 부끄럽지 않는 삶. 사는 동네, 사는 아파트에 따라 등급이 나뉘지 않는 삶 말이다. 


하지만 막상 계나는 자신 역시 그런 '등급을 나누는'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재인을 대할 때도, 동생인 예나의 남자친구를 대할 때도 그러했다. 그리고 지명과 헤어지게 된 것도 그런 잣대 때문이었다. 계나는 호주에서 '신분상승'을 꿈꾼다. 지명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직업을 가졌고,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고자 했다. 지명은 한국이 살기 괜찮았을까.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 가면 이방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에 오면 이방인이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스며들기 어려운 존재. 한국에도 부조리가 있고 호주에도 부조리가 있다. 장점만 있는 세상은 없다. 하지만 어떤 단점을 더 감내하기 힘들고 어떤 장점을 더 좋아하느냐에 따라 한국보다 호주가 더 좋을 수 있을테다. 


만약 이 책에서 계나가 호주에서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보다 행복하다고 느꼈다면, 관습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호주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면 어땠을까. 그야말로 익숙한 불행을 버리고 낯선 행복을 선택했다 말할 수 있을텐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8-06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강명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저로선 문체가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옛날엔 한국이 싫어서라기 보단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이민을 갔었죠.
지금은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한국 좋다고 일부러 오는데 이런 소설이 앞으로
얼마나 먹힐지 그도 의문이긴 하네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 나라도 내가 나고 자란 곳만한데가 있겠습니까?

꼬마요정 2024-08-07 14:20   좋아요 1 | URL
책이 술술 잘 읽히고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별 넷을 줬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사는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 부르며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길 바라는 지점도 잘 짚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외국 나갔는데 이렇게 잘 풀린다는 건 정말 판타지 같았죠.

말씀처럼 한국이 좋다고 오는 외국인들도 많고, 우리가 가고 싶어하는 외국은 빗장을 걸기도 하니 참 어렵습니다. 저도 집 나가면 집이 너무 그립긴 한데 가보지 않은 길이 좋아보이기도 합니다. ㅎㅎㅎ

서곡 2024-08-08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이 달에 개봉하더군요 영화에서는 뉴질랜드더라고요 고아성 배우 주연입니다

꼬마요정 2024-08-09 17:20   좋아요 1 | URL
아, 영화가 있군요. 이번에 개봉하다니...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합니다. 고아성 배우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희선 2024-08-12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히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거 봤습니다 영상 제목만 보고 보지는 않았네요 장강명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사람이 어디에 살든 살고 싶은대로 살면 좋을 텐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살기 힘들다고 해도 그럭저럭 사는 저도 있네요 저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더 힘들 듯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4-08-13 13:53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이 제목만으로도 유명한지 아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사람이 살고 싶은 데가 아마 많이 비슷하지 싶어요. 평지에 교통 좋고 조용하고 범죄 가능성이 낮은 곳이면 좋겠죠. 한국이 살기 어려워서 외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 용기가 말이죠. 저도 다른 나라가 더 힘들 것 같아요 ㅎㅎ
 
불귀도 살인사건
전건우 지음 / 북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섬은 고립된 장소이다. 지금은 통신이 발달하고 배도 자주 오갈 수 있어 육지 소식을 접할 수 있지만 예전엔 그렇지 못했다. 육지 소식이든 섬 소식이든 오가기 힘들었고 섬은 폐쇄적인 사회가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날에 있었던 일의 진실을. 천둥이 큰 소리를 내고 번개가 눈을 찌를 듯한 빛을 내뿜을 때 나타나는 산발귀의 사연을.


불귀도로 향하는 배에는 여러 명의 외지인이 타고 있었다. 김동주 순경, 조만철 경사가 생활지도를 하기 위해, 권정우 피디와 노현정 리포터는 취재를 위해, 유선은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불귀도를 찾았고 또 다른 방문객으로 낚시꾼들이 있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한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되었다.


정말 산발귀의 저주일까, 불귀도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정체를 숨긴 자와 목적을 숨긴 자들 사이에서 유선은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고립된 섬, 불귀도에서 산발귀가 품고 있는 진짜 사연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은 자신의 탐욕으로 다른 인간을 괴롭히고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아간다. 작은 섬에서조차 계급을 나누고, 자산을 독식하고, 권력을 독차지 하면서 말이다.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싹한 이야기 - 작가가 수년간 추적한 공포 실화
이정화 지음, 조승엽 그림 / 네오픽션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중에 과학이든 영감이든 무엇이 발전 혹은 발달하여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리가 가시광선의 세상 속에서 살지만 혹시 아는가, 장비의 도움 없이 적외선이나 자외선에서도 볼 수 있을지. 혹은 '보이는 것'을 '들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학의 발전으로 많은 기이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이야기 한다. 옛날에는 해가 달에 가리면 왕이 부덕하다 하였다면, 지금은 사고나 사건으로 죽은 이들이 출몰하는 폐가나 폐병원 등을 이야기 한다. 더 이상 일식이나 월식은 누군가의 권위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옛날에도 외지인이나 약자들이 배척당하고 억울한 사건에 연루되는 일들을 귀신이라는 존재의 입으로 이야기 했다. 지금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이야기 한다. 여전히 사회의 약속이나 정의로는 풀 수 없는 억울함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저 자연재해 같은 무작위적인 공포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실화를 엮었다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귀신이 되어서까지 하고 싶은 말들은 살아있을 때 하지 못한 말들일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어야 비로소 귀신이 될 수 있는 걸까? 살아서는 귀신이 될 수 없는 걸까? 작가인 천쓰홍은 작가의 말에서 줄곧 귀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한 줄곧 '울음'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도 했다. 귀신과 울음. 스산하고도 안타까운 두 단어의 조합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용징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타이완의 작은 시골 마을인 용징에 천씨 가문이 다른 이웃들과 함께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그 세월의 끝자락에 천씨 집안의 막내아들 텐홍이 용징으로 돌아왔다. 독일에서 동성 애인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서 형을 살다 돌아온 그의 귀국길을 따라오다 보면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이야기 속에서 '울음을 삼킨 귀신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살아있어도 귀신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타이완은 아주 오랜 기간 계엄령이 내려져 있었다. 그들에게 사회주의자라는 낙인은 죽음이었다. 또한 성 소수자와 여성 역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성 소수자여서 경찰에 잡혀가거나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태어난 아이가 딸이어서 폭력을 감내해야 하는 엄마의 삶은 또 다른 딸에게로 되물림 되었다. 우리의 근대사와 마찬가지로 타이완의 근대사 역시 폭력과 억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렇다. 개개인들은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었을테다. 그랬기에 그 곳은 귀신들의 땅이었고, 그 곳에 사는 귀신들은 여전히 울음을 삼키지 않고는 말 할 수 없는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텐홍은 텐산과 아찬의 일곱번 째 아들이자 차남이다. 그는 동성애자이고 독일에서 연인 T를 만났다. 처음엔 가난하지만 낭만적인 관계였다. 하지만 가난과 성소수자는 끝까지 낭만적일 수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들은 말 그대로 죽지 않으려면 해야하는 일들이 되었고, 신나치주의는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를 반기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비극적으로 끝났다. T는 죽었고, 텐홍은 감옥에 갔다 타이완으로 돌아왔다.


텐홍의 누나는 모두 다섯 명이다. 천수메이, 천수리, 천수칭, 천쑤제, 천차오메이. 간장공장의 딸이었던 엄마 아찬이 눈물로 낳은 아이들. 내리 낳은 다섯 명이 모두 딸이자 아찬은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다. 아찬의 시어머니이자 아산의 엄마는 며느리와 손녀들에게 가혹했다. 아산은 그런 그녀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고, 마침내 아찬이 아들인 천텐이를 낳자 어느 정도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텐홍을 낳았다.


일곱 명의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았다. 각자의 욕망을 따라 질투도 하고 체념도 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혼자 살았더라면 오히려 더 잘 살 수 있었을까. 한 가정의 일원이 되면서 그들은 오히려 자신을 잃어갔다.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다섯째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면서도 방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자신의 성적 취향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천씨 집안과 엮인 또 다른 귀신들이 있었다. 밍르 서점의 주인들, 징쯔총, 뱀 잡는 사내. 그들에게 내리꽂힌 죄명은 결국 사회의 억압과 눈 감은 이웃의 비겁함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텐홍은 돌아왔고, 천씨 집안의 자녀들은 모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는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기억을 공유한 가족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찬은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을까.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 생각났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김약국의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이 겹쳐졌다. 결국 그들은 개인들의 역사가 만들어 낸 욕망의 결과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삶과 죽음을 견뎌야 했고, 사랑하고 질투하며 복수하고 고통받아야 했다. 용징의 사람들이나 통영의 사람들이나 모두 시대의 풍파를 맞았고, 개인의 삶은 깃털보다 가벼웠다. 가벼웠기에 살아남는 이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전후세대를 지난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