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잃어버렸다.
누가 들고 갔는지 잡히면 정말 용서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아직 제대로 다 읽지도 못한, 절판되어 제대로 구하기도 어려운 책인데..
그 책의 내용도 나를 반하게 했지만, 그 책이 정말 소중한 이유는..
그 책을 준 사람이 내 인생에 손꼽을 만큼 영향력을 미친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문사에서 물색 옷을 입고 수행 중이지만, 가끔 전화로 들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하다.)
열 권 넘게 내 책상 옆 책꽂이에 꽃아두었기에, 처음엔 없어진 줄도 몰랐다.
어느 날, 나이 많은 선배가 다가오더니 책 잘 봤다며 주는 게 아닌가..
말도 없이 가져가서 보다니..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 때부터 책꽂이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가끔 그 선배가 들고 간 책을 도로 되찾아 오기도 했다.
그 선배가 드디어 정독실을 나가게 되었는데, 난 그 때 얼마나 좋았던지..
그러나..
그 선배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심히 책꽂이를 쳐다보았는데..
아무리 뒤져도 없었다.
『부처님께 재를 털면』...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도 어려운 그 책이..
누가 들고 간 걸까?
그 책 고이 모셔두고 있었는데..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그 책 행방이 묘연하다.
그 선배는 아니겠지? 라며 애써 의심을 떨치려고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게 쉽지가 않다.
포기하고 다시 사려고 서점을 뒤졌지만, 죄다 품절이니 절판이니 해서 속이 쓰리다.
그 후 난 내 책에 일일이 도장을 찍어두고 목록표를 작성했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 하니..
의심병은 커져가고..
관리 못한 내 탓이려니.. 속만 끓인다.
다시 살 수만 있다면 털어버릴텐데...
아... 책도둑은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