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이것 저것 많이 바르는 게 좋은 줄 알았다.
덕분에 아침에 기초만 발라도 시간이 훌쩍~ 다행히 화장은 비비와 파우더만 대충 바르기에 그나마 시간이 절약됐다고나 할까.
아침에 샤워 후 스킨, 화이트닝 에센스, 수분 에센스, 아이크림, 영양크림, 썬크림 헥헥.. 그리고 비비와 파우더.
저녁에 세안 후 스킨, 비타민 젤, 수분 에센스, 아이크림, 영양크림. 가끔 마스크팩도 하고.
뭐, 태어날 적부터 피부에 별 고민이 없었다. 그런면에서 난 행운아다.
다만 어린 시절 언젠가 썬크림 안 바르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건방지게 다니다가 주근깨투성이가 되고부터는 위에 적은 것처럼 열심히 발랐다. 결코 좋아지지 않는 피부를 보며 열심히 발랐다. 그렇지만 뾰루지 같은 게 나고 주근깨는 그대로고, 기미도 생기고...ㅜㅜ
방송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화장품 많이 바르는 게 결코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는 화장품 갯수를 확 줄였다. 특히 방송 중에 외국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의 점원이 구매자에게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중 하나만 써도 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충격 먹었다. 저런, 우리한테는 세트로 다 써야 한다고 해 놓구선.
게다가 화장품도 엄청 비싼데 심지어 저가, 고가 차이가 없다는 방송을 보고 나서는 어이가 없었다. 더 이상 화장품 회사 배불릴 순 없다는 다짐을 했다. 일단 내 배부터 불리는 게 우선이니까.
화장품은 아침에 둘, 저녁에 하나로 바꿨다. 아침에는 스킨과 에센스. 저녁에는 크림.
아이크림, 화이트닝 에센스 이런 거 안 쓰면 얼굴 다 망가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벼워져서 좋다.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고 만족스러웠다. 화장품 브랜드도 저가로 다 바꿨다. 굳이 비싼 거 사서 쓸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친구를 만났다. 친구 왈 비비크림이 피부에 안 좋대.
난 비비도 버렸다. 어쩐지 비비 바르고 나면 이마 쪽이 좀 가렵던데 나하고 안 맞나보지. 비비 버리고 그냥 썬크림에 파우더만 바른다. 여름엔 더우니까 파우더로 두드려주지 않으면 번들거려서 보기 싫다. 잡티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얼굴에 있는 거 뭐 어떻냐 싶어 관심을 껐더니 오히려 맑아지는 듯 하다.
한달 전부터 저녁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다. 처음엔 좀 땡기더니 언제부턴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얼굴에 적당한 기름이 돈다. 아침엔 알로에젤 하나만 바른다. 그거 바르고 선크림 바르고 파우더 두드리면 끝! 정말 시간 줄었다.
피부? 아무 이상 없다. 오히려 뾰루지 같은 거 없다. 얼굴도 가렵지 않고 내 피부의 자정능력이 돌아온 듯 하다. 아이크림 안 바르면 눈이 쳐지고 주름이 자글자글 할 것 같지만 전혀! 바르나 안 바르나 똑같다. 불안하면 눈 옆 마사지나 좀 해주고 눈 운동 한다. 그게 오히려 낫다.
내 피부는 중건성. 하얀 편이고 주근깨가 좀 있다. 주근깨.. 요놈.. 그냥 그러려니 마음 비우니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화장품.. 다 쓸데없었어..ㅠㅠ
화장품 값 아낀 돈으로 채소나 과일 사 먹는 게 피부에 더 도움 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