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Apollon)


  '미남 청년'이라는 뜻.
태양의 신이자 궁술(弓術)과 예언ㆍ의료ㆍ음악 및 시의 신이기도 하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달의 여신이며 사냥의 신인 아르테미스가 쌍둥이 누이이다. 로마신화의 아폴로(Apollo)에 해당하며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이다. 아폴론은 헤르메스가 발명해 선물로 준 현악기 리라를 다루는 데 명수였다.
 



 태양의 신 아폴론

제우스의 정실부인인 헤라는 제우스의 연인들과 자식들을 심하게 박해하였다.
그들 중 레토는 자신의 아들 아레스보다 위대한 신 아폴론을 낳을 것이라는 예언때문에 더욱 심하게 박해하였다. 제우스의 자식을 임신한 레토는 출산할 피난처를 찾아 다녔지만 레토의 해산을 허락하는 곳은 영원한 불모지로 만들겠다는 헤라의 협박때문에 해산할 장소를 찾을수 없었다. 만삭의 몸으로 육지는 물론이고, 크레타 섬을 한바퀴 돌아 바다를 건넜지만 헤라의 보복이 두려워 레토의 해산을 허락하는 곳은 없었다. 소아시아 지방의 해안을 따라 내려가다 마침내 에게해의 파도를 따라 떠도는 섬인 델로스(Delos) 섬에 도착하였다.
그 섬은 너무도 척박하여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손해볼 것이 없었다. 아폴론을 낳으면 제일 먼저 이 섬에 그의 신전을 지어 줄 것을 약속한 후 레토는 겨우 델로스로부터 몸을 풀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모든 올림푸스의 여신들이 위대한 신의 탄생을 보기 위해 델로스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헤라가 해산을 주관하는 여신 에일레이튀이아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흐레 밤낮 동안 진통이 왔으나 좀처럼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보다못한 신들이 무지개의 신 이리스를 보내 에일레리튀이아를 불러오게 했다. 헤라가 눈치 못 채게 에일레이튀이아에게 다가간 이리스는 황금 목걸이로 매수하여 델로스로 그녀를 데리고 왔다. 그제서야 레토는 종려나무를 붙잡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델로스 섬은 원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었는데 포세이돈이 사슬로 묶어 고정시켜 놓았다. 제우스는 아폴론의 탄생을 알자 아폴론에게 금모자와 하프와 백조가 끄는 수레를 주었다.
여신 테미스에게 양육된 아폴론은 태어난 지 수일 만에 청년으로 성장하여 히페르보레이로 여행을 떠났다. 1년간 머무른 후 그리스의 델포이로 옮겨 파이톤이라는 구렁이를 죽였다. 그것을 기념하여 피티아축제경기를 창시하였고 테미스의 신탁을 자기 것으로 하여 삼각대(三脚臺)를 신전에 바쳤다.
찬양하는 델포이주민의 <파이안>이라는 아폴론찬가를 들으면서 아폴론은 구렁이를 죽인 부정(不淨)을 씻어내기 위해 북쪽의 템페계곡으로 떠났다. 그 후 신의 승리와 부정을 없애기 위한 여행을 기념하여 셉테리아라는 축제가 8년마다 거행되었다고 한다.
델포이에 신탁을 구하러 온 헤라클레스가 그것을 거부당해 신전에서 행패를 부리자, 아폴론이 나타나 이 영웅과 싸웠지만 제우스의 중재로 무승부가 되었다.

아폴론은 미남 신이었기 때문에 사랑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요정인 킬레네로부터는 아리스타이오스를, 콜로니스로부터는 아스클레피오스를, 탈레이아로부터는 코리바스들을, 우라니아로부터는 음악가 리노스와 오르페우스를 얻었다.


 월계수가 된 다프네

그리고 트로이로스와 예언자 모프소스도 아폴론의 아들이라 전해지고 있고, 히아킨토스·키파리소스 등의 미소년도 사랑하였다. 다프네만은 아폴론의 구애를 거부하여 월계수로 변신하였다고 한다.

아폴론은 몇 번 시련을 겪었는데, 그 중에서 포세이돈·헤라·아테네와 공모하여 제우스를 묶어 공중에 매달려고 했다가 오히려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서 포세이돈과 함께 트로이의 성벽을 쌓는 역할이 주어진 이야기, 키쿠로페스들을 죽인 벌로 아도메토스의 하인이 된 이야기 등은 유명하다.
또 아폴론은 빛의 신으로서 <포이보스>라고도 불렸고, 때로는 태양과 동일시되었는데, 이것은 아폴론이 그리스인·로마인에게는 지성과 문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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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7-0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프네 얘기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스신화를 참 좋아하시나봐요, 요정님? 홋홋, 닉네임과 너무 어울려요~
근데 문제가....제 기억상실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보니
들었던 얘길 또 들어도 늘 새로워요..ㅠㅠ
그게 너무나 슬픕니다..ㅠㅠ
전 아폴론보다는...아르테미스의 얘기가 더 재밌더라구요..;;

꼬마요정 2004-07-0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해요.. 제가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조선인 2004-07-1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추천, 펌. 이제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ㅎㅎㅎ

꼬마요정 2004-07-1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아프로디테(Aphrodite)


  '거품에서 태어났다'라는 뜻.
성애(性愛)와 미(美)의 여신으로 로마신화의 베누스(Venus)에 해당하며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이다. 아프로디테는 처음에는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무서운 힘으로 생각되었다. 그녀는 여성의 생식력을 표현하는 무서운 신이며 그러므로 또 자연의 번식력을 표현하는 다산의 여신이기도 하다.
아프로디테는 케스토스라고 하는 자수를 놓은 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띠는 애정을 일으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총애한 새는 백조와 비둘기고, 그녀에게 바쳐지는 식물은 장미와 도금양이다.
 



 아프로디테 여신상

아프로디테의 출생에 관해서는 호메로스의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는 설과, 헤시오도스의 우라노스(하늘)의 아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진데서 생겨난 하얀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올림푸스의 명공(名工) 헤파이스토스의 기술과 발명품이 필요했던 제우스는 여신 중에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Hepaistos)의 결혼을 명하였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가장 추남에 절름발이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한 아프로디테는 당연히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미남인 아레스(전쟁의 신)와 연애하면서 보냈다(이들 사이에 딸 하르모니아가 태어남).
그것으로도 애욕을 채우지 못한 아프로디테는 전령(傳令)의 신 헤르메스(이들 사이에 헤르마프로디토스, 에로스가 태어남), 술의 신 디오니소스(이들 사이에 프리아포스가 태어남),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들사이에 에릭스가 태어남)등의 신과 사랑을 나누었다.

게다가 트로이의 목동 안키세스(이들 사이에 아이네아스가 태어남), 아도니스 같은 인간과도 사랑을 나누는 애욕의 여신답게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후일 아도니스는 멧돼지로 변신한 아레스의 질투로 죽게 되고, 그가 흘린 피에서는 바람(Anemos)이 불면 피고 지는 아네모네(Anemone : 바람꽃)가 피었다.

아프로디테에 관한 이야기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파리스의 재판' 이야기를 들 수 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청받지 못해 분개한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가 피로연 석상에 던진 황금사과를 둘러싸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아름다움을 다투었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


 아프로디테의 탄생

다운 여신에게'라고 씌어 있었던 것이다.
세 여신의 말다툼은 계속되었고, 결국 결혼식에 모인 손님들에게 그 사과가 누구의 것이 되어야 마땅한지 심판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심판하기를 꺼려했다. 이유인 즉, 어느 한 여신의 편을 들어주면 다른 두 여신의 미움을 살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 여신은 이데의 깊은 산에서 양을 치고 있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자기들이 여신인 줄을 모르기 때문에 공정한 심판을 할 거라고 생각하여 황금사과를 주고 가장아름다운 여자에게 황금사과를 돌려주게 하였다.
세 여신은 모두 파리스를 매수하려고 했으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그에게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제의가 받아들여져,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다. 이리하여 아프로디테는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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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 > 신화와 성서는 아니지만) 그림으로 보는 맥베스


맥베스 Macbeth
by 마틴 John Martin (1789-1854)
캔버스에 유채, 50.1 x 71 cm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에든버러


    영국의 화가 마틴은 장대한 자연 경관 속에 인물들을 조그맣게 그려 넣어 대비시키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 그림 속의 맥베스는 방금 마녀들로부터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상태입니다. 그림 전체를 뒤흔들며 위협적으로 몰려오는 폭풍우는 마녀들의 예언으로 인한 맥베스의 혼란과 솟아오르는 어두운 야심, 그리고 그 야심이 부르는 재앙 -그의 국왕 암살, 찬탈한 왕위를 지키기 위한 계속되는 살인, 그리고 자기자신의 파멸 - 을 상징합니다.

    "맥베스 Macbeth"는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작품입니다. 우선 그 길이가 다른 비극들에 비해 훨씬 짧아서 그만큼 구성이 긴밀하고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또 선善 쪽에 가까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비극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왕위 찬탈자인 악인惡人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왕위 찬탈자라고 해서 다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역사에도 이방원(태종), 수양대군(세조) 등 유명한 왕위 찬탈자들이 있습니다만 이들에 대한 견해는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이 팽팽하게 대립합니다. 그래서 이런 왕위 찬탈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연극, TV 드라마 등은 주인공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주인공의 행위와 그의 적들의 행위 모두에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부여하되 아무래도 주인공의 정당성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맥베스의 경우에는 이들과 달리 왕위 찬탈에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습니다. 그는 아무 문제없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는 덕망 높은 왕을 단지 옥좌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으로 암살했습니다. 옥좌를 탐할 수밖에 없게 그의 처지가 불만스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왕은 그를 신임하고 있었고 그의 무공에 걸맞는 작위와 재산을 주어 잘 대우하고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설정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맥베스"가 권력투쟁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죄악에 관한 이야기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코로, 맥베스◀ 맥베스와 마녀들 Macbeth and the Witches (1858-9)
by 코로 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
캔버스에 유채, 111 X 135.7 cm, 월리스 컬렉션, 런던


    세익스피어의 다른 비극의 주인공들은 결함은 있으나 대체로 고결한 성격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비극들의 경우, 주인공은 외부적인 충격을 받아 자신의 기존 가치관과 인간관이 흔들리는 가운데, 자신 내부의 성격적 결함이 치명적으로 작용해서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오셀로 Othello"를 볼까요. 용맹하고 강직한 장군이자 아내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는 남편인 오셀로에게, 부하 이아고의 데스데모나에 대한 모함은 하늘이 무너져내릴 듯한 충격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이아고의 말을 그대로 믿는 오셀로의 고지식함, 그가 평소 아내에 대해 품었던 미묘한 열등감이 치명적으로 작용해, 마침내는 죄없는 아내를 죽이고 진상을 알고 난 뒤 자신도 자결하는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맥베스에게는 그를 범죄와 파멸로 몰아가는 외부적 충격이 없습니다. 마녀들의 예언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의 잠재된 야심을 깨워준 것일 뿐 그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친 것은 아닙니다. 맥베스의 범죄와 파멸은 모두 그 자신이 초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맥베스를 아주 혐오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익스피어의 탁월한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맥베스의 모습 - 범죄의 끔찍한 모습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에 빠져드는 모습, 야망을 성취한 후 그것을 허망하다고 느끼면서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 또 저지른 죄에 대해 하늘을 우러러 진심으로 뉘우치기보다는 현세에서 당할지 모르는 벌이나 응보를 두려워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 인간이 사악하고도 연약하기에, 인간적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한번이라도 죄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맥베스 같은 대죄는 아니더라도 조그만 죄를 저지르고 불안에 떨어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저지른 일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옳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자괴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뛰어나게 묘사된 맥베스의 심리적 격동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마력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군요... 그만큼 "맥베스"는 저를 매혹하는 작품이랍니다. 그럼 맥베스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몇몇 유명한 대사들과 연극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을 보기로 할까요.

 
퓨즐리, 맥베스마녀황야의 맥베스, 뱅코우, 세 마녀 (1793-4) ▶
Macbeth, Banquo and the Witches on the Heath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66 x 53 inches


    1막 스코틀랜드 던컨 Duncan 왕의 친척이자 뛰어난 무장인 맥베스 Macbeth 는 노르웨이 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황야에서 세 마녀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녀들은 차례로 맥베스에게 "글래미스의 영주 만세!" "코더의 영주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 만세!" 하고 인사합니다. 놀란 맥베스는 자신이 글래미스의 영주인 것은 사실이나 나머지는 무슨 소리냐고 묻습니다. 맥베스와 동행하고 있던 무장 뱅코우 Banquo 도 자신에게는 할 말이 없느냐고 마녀들에게 묻습니다. 마녀들은 뱅코우 자신은 왕이 되지 못하나 그의 자손들은 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이때 다른 귀족들이 두 장군들을 마중나옵니다. 그들은 던턴 왕이 맥베스의 승리 소식을 듣고 그 공을 기려 그를 코더 영주로 방금 책봉했다고 알립니다. 과연 마녀들의 말이 들어맞았다고 맥베스가 감탄하자, 뱅코우 역시 놀라워하면서도 이렇게 경고합니다.

    흔히 지옥의 앞잡이들은, 우리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하찮은 일에는 진실을 말하여 유혹하고 가장 중대한 순간에는 배신하지요. And oftentimes, to win us to our harm, The instruments of darkness tell us truths, Win us with honest trifles, to betray's In deepest consequence.

    이 경고는 이 비극의 결말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맥베스의 가슴은 이미 야심으로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국왕 시해를 꿈꾸기 시작한 그는 이런 혼잣말을 합니다.

    나쁜 것일리도 없고 좋은 것일리도 없다. 만약 나쁜 것이라면 왜 진실을 말해주어 내게 성공을 보증했는가? 나는 과연 코더 영주가 되었다. 만약 좋은 것이라면 왜 나를 사로잡는 계획의 무시무시한 환영이 내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고 평온했던 심장이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갈빗대를 방망이질하게 만드는가? 현재의 두려움은 무서운 상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Cannot be ill, cannot be good: if ill, Why hath it given me earnest of success Commencing in a truth? I am thane of Cawdor: If good, why do I yield to that suggestion Whose horrid image doth unfix my hair And make my seated heart knock at my ribs, Against the use of nature? Present fears Are less than horrible imaginings

    그러나 맥베스는, 운명이라면 시역을 할 것도 없이 저절로 왕이 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왕궁으로 향합니다. 던컨 왕은 반갑게 맥베스를 맞아 그의 공로를 치하합니다. 그리고 마침 신하들이 모두 모인 기회에 자신의 맏아들 맬컴 Malcolm 을 왕세자로 책봉한다고 발표합니다. 이에 맥베스는 다시 역모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때 던컨 왕은 총애하는 장군인 맥베스의 성에서 하루 머무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마치 암살의 기회를 주는 것처럼. 맥베스는 속으로 말합니다.

    별들아, 빛을 감추어라, 나의 검고 깊은 욕망이 비춰지지 않도록, 그리고 눈이 손이 하는 일을 보지 못하도록.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 그 결과를 눈이 보기 차마 두려울 일이. Stars, hide your fires; Let not light see my black and deep desires: The eye wink at the hand; yet let that be, Which the eye fears, when it is done, to see.

 
알렉, 맥베스◀ "맥베스"의 세 마녀
The Three Witches from "Macbeth"(1827)
by 콜랭 Alexandre-Marie Colin (1798-1873)
캔버스에 유채, 29.5 x 39.5 inches


    한편 맥베스의 성에서는 그의 부인 Lady Macbeth 이 맥베스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편지에서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인생의 반려자에게 이 소식을 알려 약속된 위대함을 미리 기뻐할 권리를 잃지 않도록" 한다고 덧붙입니다. 편지를 접어들며 그녀는 이런 독백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품이 걱정됩니다. 당신은 지름길을 택하기에는 너무 인정이 많아요. 당신은 위대해지길 원하고 야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에 따라야 하는 잔혹함이 없어요. yet do I fear thy nature; It is too full o' the milk of human kindness To catch the nearest way: thou wouldst be great; Art not without ambition, but without The illness should attend it: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나서서 맥베스의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리라고 다짐합니다. 이때 맥베스가 성에 도착해서 던컨 왕이 지금 곧 이 성으로 행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맥베스 부인 : 그럼 언제 이곳을 떠나시죠?
    맥베스 : 내일이오, 예정대로라면.
    맥베스 부인 : 아, 태양은 결코 그 내일을 보지 못할 겁니다! 나의 영주님, 당신 얼굴은 마치 수상한 내용이 적혀진 책 같아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 사람들과 같은 얼굴을 하세요. O, never Shall sun that morrow see! Your face, my thane, is as a book where men May read strange matters. To beguile the time, Look like the time;


    이렇게 부부는 국왕 시해에 대해 암묵적인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던컨 왕과의 만찬이 끝날 무렵, 맥베스는 가까운 친척이며 신하로서 덕망 높은 왕을 살해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과 미래의 응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결심이 흔들린 맥베스는 부인에게 이 일을 그만두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맥베스 부인은 단호하게 맥베스를 질책하며 마치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면서도 다리를 적시기는 싫어하는 고양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실패하면 어쩌느냐는 맥베스의 말에 그녀는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이에 용기를 얻은 맥베스는 다시 살해 의지를 굳힙니다.


    2막 마침내 깊은 밤이 되어 던컨 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잠이 듭니다. 왕의 두 호위병들도 맥베스 부인이 대접한 약을 탄 술에 취해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맥베스는 단검을 들고 왕의 침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릅니다. 이때 그는 피에 엉겨붙은 단검이 공중에 떠있는 환영을 봅니다. 그는 외칩니다. 내 눈이 잘못되어 다른 감각들의 놀림을 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눈만이 온전하고 다른 감각들이 잘못된 건가? Mine eyes are made the fools o' the other senses, Or else worth all the rest; 불길한 환영에 그는 잠시 머뭇거리나 다시 왕의 침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단검을 잡는 맥베스 부인 Lady Macbeth Seizing the Daggers (1812)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테이트 브리튼, 런던


    맥베스 부인이 뜰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시해를 끝내고 피묻은 단검을 든 맥베스가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와서 말하죠.

    이런 외침을 들은 것 같았소. '더이상 잠을 못 잔다! 맥베스는 잠을 죽였다.' 라고. 죄 없는 잠, 근심으로 엉클어진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 곱게 짜주는 잠. 그날 그날의 삶의 죽음, 노동의 피로를 풀어주는 목욕, 상처 입은 마음에 바르는 약향, 대자연의 주요리, 생명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인 잠을--. Methought I heard a voice cry '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d sleeve 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u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 (중략)

     맥베스 부인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미치게 된다고 말하고, 호위병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피 묻은 단검을 그들 옆에 놓아두고 그들의 얼굴에 피를 칠하고 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맥베스가 다시 살해 현장으로 갈 용기가 없다고 하자 그녀는 마음이 약하다고 나무라며 자신이 직접 단검을 들고 왕의 침실로 올라갑니다. 맥베스는 중얼거립니다.

     넵튠 신의 대양이라면 내 손에 묻은 이 피를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이 내 손이 오히려 저 넓고 넓은 물을 새빨갛게 하여 푸른 바다를 붉게 바꾸리라. Will all great Neptune's ocean wash this blood Clean from my hand? No, this my hand will rather The multitudinous seas in incarnadine, Making the green one red.

    일을 처리하고 나온 맥베스 부인과 맥베스가 자신들 방으로 돌아간 후, 새벽에 파이프 Fife 의 영주 맥더프 Macduff 와 다른 신하 한 사람이 던컨 왕을 깨우러 옵니다. 맥베스는 잠옷을 걸친 채 나와 시치미를 떼고 그들을 왕의 침실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시해 현장을 보고 경악하자 함께 놀라고 슬퍼하는 척 합니다. 혐의는 물론 얼굴에 피를 묻히고 있는 호위병들에게 돌아갑니다. 맥베스는 호위병들이 결백을 주장할 기회가 없도록, 짐짓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그러는 것처럼 호위병들을 재빨리 베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다른 신하들과 함께 이 역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자고 결의합니다.

    그러나 던컨 왕의 두 왕자인 맬컴과 도널베인 Donalbain 은 이것이 신하들의 음모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각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로 피신하기로 합니다. 왕자들이 도망치자 호위병들을 사주한 혐의는 전적으로 왕자들에게 돌아가고, 왕자들을 제외한 가장 가까운 친척인 맥베스가 새로운 왕으로 추대됩니다. 모두 대관식이 거행되는 곳으로 떠나지만 맥더프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듯 자신의 영지 파이프로 돌아갑니다.


    3막 국왕이 되어 있는 맥베스는 볼일이 있어 길을 떠나는 뱅코우에게 저녁때까지 돌아와 만찬회에 꼭 참석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뱅코우가 떠나자 그는 미리 고용한 자객들을 불러들입니다. 맥베스는 왕이 된 후에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자신이 불안한 원인은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겨우 뱅코우의 자손에게 왕위를 주기 위해 내 영혼을 악마에게 팔고 던컨 왕을 살해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라고 생각한 그는 자객들에게 궁정 근처에 잠복해 있다가 만찬에 참석하러 돌아오는 뱅코우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 Fleance 를 죽이라고 명합니다. 한편 왕비가 된 맥베스 부인 역시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허망하구나. 욕망은 이루었지만 만족은 얻지 못했다. 살해를 하고 난 뒤의 불안한 기쁨 속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살해당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Nought's had, all's spent, Where our desire is got without content: 'Tis safer to be that which we destroy Than by destruction dwell in doubtful joy.

    그녀는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말하지만 맥베스를 대하자 그에게 더이상 과거에 저지른 일을 고민하지 말고 만찬회에서 쾌활하게 신하들을 대하라고 조언합니다. 맥베스는 뱅코우가 거슬린다고 말하고 그러나 오늘 무서운 일이 생기고 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부인이 어떤 일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은 모르는 채로 있다가 성사가 되거든 박수나 쳐주구려. 악으로 시작한 일은 악으로 강해져야 하는 것이오. Things bad begun make strong themselves by ill."

    한편 자객들은 뱅코우와 플리언스를 덮쳐 뱅코우를 죽이지만 플리언스는 놓치고 맙니다. 만찬회가 한창일 때 자객 하나가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자, 맥베스는 플리언스가 마음에 걸리지만 뱅코우가 죽은 것에 일단 안심을 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피로 얼룩진 뱅코우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는 환영을 보고 기겁하며 물러가라고 소리칩니다. 망령이 보이지 않는 신하들은 이상하게 여기고,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가 지병으로 가끔 발작을 한다고 둘러댑니다. 맥베스는 서성거리며 중얼거립니다.

    인도적인 법률이 생겨서 사회를 정화하기 전인 옛날에는 피가 많이 흘렀지. 아니, 그 후에도, 듣기에도 끔찍한 살인들이 자행되어 왔다. 그런데, 그때는 골이 터지면 사람은 죽어 버리고 그것으로 끝이었지. 그러나 지금은 정수리에 스무 군데나 치명상을 입고도 다시 살아나 사람을 의자에서 밀어내다니, 이것이 살인보다 더욱 괴이하단 말이다. Blood hath been shed ere now, i' the olden time, Ere human statute purged the gentle weal; Ay, and since too, murders have been perform'd Too terrible for the ear: the times have been, That, when the brains were out, the man would die, And there an end; but now they rise again, With twenty mortal murders on their crowns, And push us from our stools: this is more strange Than such a murder is.

    이 대사를 통해 세익스피어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양심과 죄의식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합의와 제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맥베스는 그것을 인식하고 그렇다면 이런 죄의식은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형성된 양심의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만찬회는 중도에 끝나 버리고, 맥베스는 부인에게 이번에는 그전부터 태도가 심상치 않고 만찬회 초대도 거절한 맥더프가 마음에 걸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마녀들에게 가서 다시 운명을 점쳐보겠다고 결심합니다. 한편 신하들 사이에는 이미 던컨 왕을 살해한 진범이 맥베스라는 의혹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전트, 맥베스◀ 맥베스 부인으로 분한 엘렌 테리 (1889)
Ellen Terry as Lady Macbeth
by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캔버스에 유채, 221 x 114.3 cm
테이트 미술관, 런던


    3막을 보면 지금까지 범죄를 주도하던 맥베스 부인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반면 이제 맥베스가 범죄를 주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맥베스만큼이나 흥미로운 인물인 맥베스 부인을 살펴볼까요.

    먼저 초상화의 대가 사전트의 이 그림을 보세요. 맥베스 부인을 연기하는 여배우를 그린 것이지만 맥베스 부인 자신을 그린 것으로 보일만큼 카리스마적입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어두운 녹색 의상을 입고 황홀경에 빠져 그토록 갈구하던 찬란한 왕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있는 맥베스 부인의 모습은 사악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기품있고 장려합니다.

    어떤 이들은 맥베스 부인을 악의 화신으로 보고 이 악의 화신이 선과 악의 경계선에 있던 맥베스를 끌어당겨 파멸로 몰아넣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주인공을 조금이라도 선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순진한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1막에서 알 수 있듯이 맥베스는 부인의 부추김이 있기 전부터 국왕 암살을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양심의 가책에 그 결심이 잠시 흔들렸으나 어두운 야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것을 간파한 부인은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면서도 다리를 적시기는 싫어하는 고양이" 같다고 한 것이죠.

    2막에서 죄의식의 소리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맥베스와 달리 흔들림 없는 맥베스 부인은 과연 남편보다 훨씬 양심이 메말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3막부터는 그녀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악으로 시작한 일을 다지기 위한 악"을 되풀이하며 버티는 남편과 달리 5막에 가면 끝내 죄의식에 사로잡혀 미쳐서 자살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 때 그녀가 맥베스보다 더 양심이 메말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정도의 어두운 야심을 지닌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서로 다른 행동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몇 평론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따르면 그것은 두 사람 간의 "결단력과 상상력"의 차이입니다.

    맥베스 부인은 무서운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반면 그만큼 앞날을 섬세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그녀는 앞으로 그녀를 덮칠 죄의식의 무게를 예측하지 못했기에 던컨 왕의 살해에서 그토록 단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허망함, 불안, 그리고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리게 됩니다.

    반면에 맥베스는 1막의 대사에서부터 줄곧 나오는 것처럼 자신이 저지를 일의 끔찍한 면모, 죄를 저지른 후 닥쳐올 양심의 질책, 불안과 불면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던컨 왕 살해 전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반면, 살해 후에는 예상했던 괴로움이기에 그것을 버티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럼, 4막을 볼까요.

 
퓨즐리, 맥베스예언투구 쓴 환영의 조언을 듣는 맥베스 (1793) ▶
Macbeth Consulting the Vision of The Armed Head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4막 맥베스는 황야의 동굴로 마녀들을 찾아갑니다. 마녀들은 이미 맥베스가 운명을 점치러 올 줄 알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커다란 가마솥에 도롱뇽의 눈알, 개구리 발가락, 박쥐의 털, 독사의 갈라진 혀, 상어의 위와 창자, 자기 새끼들을 잡아먹은 암퇘지의 피, 살인자가 교수대에서 흘린 기름땀 등등을 넣어 끓입니다.

    그러자 솥 속에서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투구를 쓴 머리의 모습을 한 첫번째 환영은 "맥더프를 경계하라" 고 말하고 사라집니다. 맥베스가 "내가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바로 맞혔구나." 할 때, 피투성이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두번째 망령이 나타나 말합니다. "잔인하고 대담하라. 여자가 낳은 자는 아무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다." 세상에 여자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만큼 맥베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번엔 세번째 환영이 왕관을 쓴 소년의 모습으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나타나 말합니다. "맥베스는 결코 정복되지 않을 것이다. 버넘 Birnam 의 큰 숲이 던시네인 Dunsinane 언덕까지 공격해 오지 않는 한." 맥베스는 "누가 나무에게 명령하여 땅 속 깊이 박힌 그 뿌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유쾌한 예언이다!" 하며 기뻐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뱅코우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거슬리는 그는 그것이 사실인지 알려달라고 합니다. 마녀들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다른 환영을 보여줍니다. 왕의 모습을 한 여덟 환영이 한 줄로 나타나고 그 뒤를 따라 나타난 피투성이 뱅코우가 싱글싱글 웃으며 모두 자신의 자손이라는 듯 가리킵니다. 이것을 본 맥베스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한 신하가 나타나 맥더프가 잉글랜드로 탈주했다고 알립니다. 맥베스는 맥더프의 성을 침략해 그 남은 가족들을 몰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한편 잉글랜드에서는 맥더프가 맬컴 왕자를 만나 맥베스의 폭정과 스코틀랜드의 참상을 전하고 일어서서 왕위를 되찾으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맬컴은 맥더프 또한 맥베스가 보낸 첩자가 아닌가 의심되어 자신을 탐욕스럽고 호색한이며, 게다가 정의, 관용, 투지, 인내 등의 덕목도 모두 없다고 말합니다.

    그가 이래도 자신이 통치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자 맥더프는 "통치할 자격이라니요! 아니, 생존할 자격조차도 없습니다. Fit to govern! No, not to live. 왕위를 포기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자신의 혈통을 모욕하십니까," 하고 탄식하며 떠나려 합니다. 그제야 의심을 푼 왕자는 방금 한 말은 거짓이며 그와 힘을 합해 스코틀랜드를 구원하겠다고 합니다. 이때, 한 스코틀랜드의 귀족이 와서 맥더프 성의 몰락과 그의 아내와 자식들의 몰살 소식을 전합니다. 맥더프는 눈물을 삼키며 복수를 맹세하고 맬컴은 잉글랜드 왕에게 원군을 청하여 출전 준비를 마칩니다.

 
퓨즐리, 레이디맥베스◀ 맥베스 부인 Lady Macbeth (1784)
by 퓨즐리 Henry Fuseli (1741-1825)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파리


5막 한편 궁정에서는 전의와 시녀가 정신이 이상해진 맥베스 부인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밤에 잠을 자는 상태로 촛불을 들고 돌아다닙니다. 때로는 계속해서 손 씻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횡설수설 말합니다.

    없어져라, 이 망할 얼룩아! 없어지라니까! -- 한시 두시, 아, 그럼, 이제 해치울 시간이다. -- 지옥은 컴컴하구나! -- 아니, 여보, 뭐라고요? 무인이 겁을 내다니요? 누가 알까봐 두려울 게 뭐 있어요? 우리의 권력을 시비할 자는 아무도 없어요. -- 하지만 그 늙은이한테 이렇게 피가 많은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중략) 파이프의 영주에겐 아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지? -- 어쩌지, 이 손은 영원히 깨끗해질 수 없단 말인가? Out, damned spot! out, I say!--One: two: why, then, 'tis time to do't.--Hell is murky!--Fie, my lord, fie! a soldier, and afeard? What need we fear who knows it, when none can call our power to account?--Yet who would have thought the old man to have had so much blood in him. The thane of Fife had a wife: where is she now?--What, will these hands ne'er be clean?

    전의는 왕비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신부라고 말합니다. 한편 맥베스에게 반란을 일으킨 스코틀랜드의 귀족들은 버넘 숲에서 맬컴 왕자와 잉글랜드의 장군 시워드 Siward 가 이끄는 잉글랜드 군과 합류합니다. 맥베스는 던시네인 성에서 진을 치고 잉글랜드 군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시종들은 겁에 질려 있고 성을 빠져나와 반란군에 합류하는 무리들은 늘어만 갑니다. 맥베스는 독백합니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내 생애는 이미 누렇게 메마른 잎새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노년에 따라주어야 할 명예, 사랑, 순종, 친구들 같은 건 나로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다. 대신, 소리는 낮아도 뿌리깊은 저주나, 입에 발린 아첨과 추종만이 붙어 다닌다. 이런 것들은 용감하게 물리쳐야 하나 나의 불쌍한 마음이 감히 엄두를 못 내는구나. I have lived long enough: my way of life Is fall'n into the sear, the yellow leaf; And that which should accompany old age, As honour, love, obedience, troops of friends, I must not look to have; but, in their stead, Curses, not loud but deep, mouth-honour, breath, Which the poor heart would fain deny, and dare not.

    그리고 맥베스는 정신이 이상해진 왕비가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왕비도 언젠가는 죽어야 했겠지. 언젠가 한번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겠지. 내일, 내일, 또 내일은 하루 하루 소리도 없이 기어가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순간에 도달한다. 우리의 모든 어제들은 바보들이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추어 왔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무대 위에서 자기가 맡은 시간 동안 흥을 내고 조바심치다가 그것이 지나면 잊혀지는 불쌍한 배우에 불과하다.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처럼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She should have died hereafter; There would have been a time for such a word.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이때 그는 버넘의 숲이 움직인다는 괴이한 보고를 받습니다. 이것은 사실 잉글랜드 군이 나뭇가지를 들어 위장한 채로 이동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인 것이었습니다.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의 두 갈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제 갑옷이라도 걸치고 죽겠다는 각오로 직접 출전합니다. 전세는 맥베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만 아직 용맹과 힘이 남아 있는 그는 시워드 장군의 아들과의 결투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는 상처입은 야수처럼 외칩니다. "왜 내가 로마의 바보들처럼 내 칼로 자살을 해? 살아 있는 놈은 눈에 띄는 대로 베어 버리겠다!" 이때 복수심에 불타는 맥더프가 나타납니다.

    맥베스 : 네놈만은 피해주려고 했는데. 돌아가라. 내 영혼은 이미 네 가족의 피로 가득차 무겁다. Of all men else I have avoided thee: But get thee back; my soul is too much charged With blood of thine already.
    맥더프 :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내 말을 대신할 테니까. 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 (중략)
    맥베스 : 내 목숨엔 마력이 걸려 있어서 여자가 낳은 자에겐 정복당하지 않는다. I bear a charmed life, which must not yield, To one of woman born.
     맥더프 : 그 마력은 단념해라. 그리고 아직도 네놈이 받드는 그 악령에게나 물어봐라. 맥더프는 달이 차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사실을. Despair thy charm; And let the angel whom thou still hast served Tell thee, Macduff was from his mother's womb Untimely ripp'd.
    맥베스 : 이 교묘한 마귀들, 더 이상 믿지 않겠다. 두 가지 의미의 말로 사람을 속이는구나. 귀에는 약속의 말을 속삭이고, 희망을 품으니 그 말을 깨뜨려 버리는구나. And be these juggling fiends no more believed, That palter with us in a double sense; That keep the word of promise to our ear, And break it to our hope. (중략) 비록 버넘 숲이 던시네인까지 오고, 여자가 낳지 않았다는 네놈과 맞선다 하더라도 나는 마지막 시도를 해보겠다. 여기 내 방패를 내던진다. 덤벼라, 맥더프. Though Birnam wood be come to Dunsinane, And thou opposed, being of no woman born, Yet I will try the last. Before my body I throw my warlike shield. Lay on, Macduff.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다가 결국 맥더프가 맥베스를 죽입니다. 목이 잘린 맥베스의 머리는 창에 꿰어지고 맬컴 왕자는 만인의 축복 속에 왕위에 오릅니다. 이렇게 "맥베스"는 끝납니다.

    참, 퓨즐리의 그림들 잘 보셨어요? 전에 그의 "인큐부스" 그림을 소개한 적도 있지만 그의 어둡고 기괴하고 몽환적인 화풍은 "맥베스"의 장면들과 정말 잘 맞습니다.

    결말에 이르면, 우리는 마녀들의 가마솥에서 나왔던 환영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됩니다. 투구를 쓴 머리는 맥베스의 잘린 머리이며, 피투성이 갓난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맥더프이고, 나뭇가지를 들고 왕관을 쓴 소년은 나뭇가지를 들어 위장을 했던 맬컴 왕자였죠. 즉 맥베스를 안심시킬 예언을 하면서도 영상으로는 그 예언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마치 마녀들이 그 가마솥 속에 넣은 독사의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처럼.

    이러한 기만적인 예언에 매달리는 맥베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을 봅니다. 이글 처음부분에 제가 말한 것 같은 이유로, 우리가 맥베스를 읽거나 연극을 볼 때는 "저런 나쁜 놈, 왜 빨리 안 죽냐" 라고 욕하게 되지도 않으며 반대로 "맥베스도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고 감싸게 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그의 행보를 마치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심연을 관찰하듯 바라보며, 그의 가슴 졸임과 어두운 흥분, 자포자기 등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맥베스가 최후를 맞을 때 우리는 마치 우리 내부에 어두운 면을 끌어내어 처형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죠...


http://ncolumn.daum.net/isis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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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panda78 >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은 지금 시각 오전 1시 47분.. 피사로

까페 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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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앙칼진 근대인의 불안, <트로이>-씨네21 458호-

아가씨VS건달 Lady VS Guy

앙칼진 근대인의 불안, <트로이>
 
●건달, 그리스와 신이 사라진 <트로이>를 보고 근대인의 히스테리를 읽다

 고대 그리스인은 왜 그리 많은 신들을 발명했을까? 그 속내를 알 순 없지만 민주주의를 발명한 사람들이니 이런 생각을 했을 법하다. 유일신은 독과점의 안락함에 빠져 천상에 가부좌를 틀고 인간세계를 가만히 구경만 할 것이다. ‘주여 이제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고 간청해도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니가 와라 천상으로’라고 심드렁하게 한마디할 것이다. 그러나, 벤처기업 허가해주듯 되도록 많은 신을 만들면 인간 세상을 선점하려는 경쟁심 때문에 앞다투어 지상으로 내려올 것이다. 인간이 옆으로 밀어놓은 존재론적 문제의 해법을 저마다의 신상품으로 들고…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지상에서 열심히 판촉 하는 자유시장의 신을 느긋이 지켜보는 인간의 자리가.

 그리스인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슬쩍 신의 세계로 돌려놓는 외교술을 알았다. 천둥의 신 제우스? 천둥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니 그건 제우스의 변덕이다. 바다의 풍랑도 언제 돌발할지 모르니 포세이돈의 심술이다. 예쁜 여자를 보면 왜 인간이 정신이 나가는지 설명이 안 되니 미는 아프로디테의 소관이다. 어디 그뿐인가? 질투, 증오, 애착, 복수심 등등의 인간 감정은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기 때문에’ 모두가 신들의 장난질이다. 그러니, 인간은 신들이 장난에 권태를 느껴 인간 감정의 파노라마를 중단할 때까지 거기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책임은 신들의 몫이다.

 그리스인은 죽음, 육체, 감정, 아름다움 등 불가해한 삶의 조건에서 신의 그림자를 찾았지만 숭배하지는 않았다. 신은 인간세상의 불화를 책임지는 해결사이거나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일 뿐이었다. 그리스인은 신들에게 감정을 억압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간은 감정의 격류에 몸을 맡기고도 그 결과에 대한 죄의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니체는 이 상태를 디오니소스적 도취와 아폴론적 환각이 공존하는 세계로 찬미했다. 기독교를 아폴론적 환각의 편집증으로 봤던 니체에게 근대는 디오니소스적 도취가 결핍된 불구였다. 그에게 근대의 치료제는 내 육체 안에 기거하는 변덕스런 디오니소스에게 있었다.

 <트로이>에는 그리스도 디오니소스도 없다. <트로이>는 만족을 모르는 앙칼진 근대인의 불안과 히스테리가 순진한 고대인의 자족을 질투한다. <트로이>에서 그리스의 신들은 다 거세되고 두명의 잘난 근대인만 도드라진다. 헥토르는 “아폴론이 활을 쏘느냐”며 무능한 그리스 신들을 부정하는 실용주의자다. 또, “사랑하는 여자와 자식을 위해 전장에 나가는 단순한 원칙”을 가졌으며, 제수인 천하절색 헬레네가 품에 안겨도 실수하지 않는 이성적인 가부장이다. 그는 근대를 지탱하는 이성주의, 과학주의, 가족주의, 국가주의 등등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구현한다. 아킬레스는 더 급진적으로 신을 부정해서 신전을 약탈하고 성상을 칼로 파괴한다. 그는 신에 대한 숭배 대신 인간의 손으로 만든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는 진정한 근대인이다. 역사를 위한 순교라는 미학적 이미지에 도착된 그는 살육을 통해 권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존재를 유지할 수 없는 근대의 파시스트 같다. 그런데, 그를 구원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여자다. 아킬레스는 ‘역사’를 포기하고 철수하려다 한 여자 때문에 트로이에 남게 된다. 사제인 그녀는 변덕스런 그리스의 신들 같지 않고 어쩐지 헌신적인 성모 마리아 같다. 아킬레스는 결국 마리아를 위해 순교한다. 기묘한 반전이다. 모든 근대성의 징후들을 강고한 헤브라이즘의 강보 속에 쓸어담으려는 이 엄청난 식욕. 이게 미국이란 나라가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트로이>에는 그리스는 없고 미국만 있다. 정작 아킬레스의 신화가 들려주는 진짜 중요한 그리스적 은유는 빠져 있다. 아킬레스의 의미는 헥토르가 아니라 파리스와의 관계 속에 있다. 아킬레스의 아폴론적 환각의 급소가 연애밖에 모르는 파리스가 날린 단 한발의 에로스의 화살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고 아킬레스를 죽이는 건 파리스다. 어쩌면, 헥토르와 아킬레스라는 국가주의의 영웅들은 파리스의 연애담에 동원된 액션 엑스트라일지도 모른다. 파리스가 살아 있다면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국가, 민족, 역사라고 소리치는 시간에 주변사람들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지내면 세계가 평화로울 텐데….
남재일/ 고려대 강사
commat@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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