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가 왔다. 만 명 정도 타고 왔단다. 고마운 일이다. 

노동자는 연대해야 한다. 힘이 없으니까. 이렇게 뭉쳐도 공권력에 당하기 힘들다. 말을 잘해서 해고당했다는 김진숙 씨를 보면 목숨을 걸고 싸워도 경영진과 언론, 한나라당에 몰매를 맞고 있으니. 

경제가 어려워서, 불황이라서 뭐 다 비슷한 말인데, 그래서 월급을 동결하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긴축경영을 한단다. 근데 왜 노동자들만 어려움을 나눠야 하는걸까? 

자동차 산업을 말아먹어도 이건희는 여전히 돈 많이 받고 방만한 경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경찰과 용역의 보호를 받는다. 용역? 깡패와 결탁한 경찰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2. 

이노무 언론은 어떻게 해서든 노동자들을 나쁘게 몰아간다. 파업은 부당한거라고 외치고 말이다. 왜? 어째서 파업이 부당한걸까? 노동자가 싸울 수 있는 수단은 자신이 제공하고 있는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거 아닌가. 노동자의 권리 중에 하나인데 그게 왜 나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귀족노조? 귀족노조라고 치자. 그래서 귀족노조는 노동자 아닌가. 귀족노조든 아니든 노조는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거고, 아무리 그래도 경영진만큼 돈 안 받아간다. 그리고 귀족노조라는 것도 노조 약화시키려는 유언비어 중 하나다. 회사가 미쳤다고 노동자가 돈 많이 받아가는 거 눈 뜨고 보겠나.  

3. 

적게 가졌든 많이 가졌든 자본을 가진 놈들은 뭉쳐서 자신의 부를 지키려고 한다. 많이 받든 적게 받든 노동자는 노동자인데 패가 갈린다. 연봉이 7천만원이 넘어도 노동자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파업을 하겠다면 파업을 하는거다. 연봉이 7천만원 넘는다고 해서 노동자가 자본가 아니다. 일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 

대학 가면 특히 상대 학생들은 노동법을 전공필수로 배웠으면 좋겠다. 자기들이 경영학 배우니까 경영자인 줄 아는데, 대다수는 노동자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취업하고 세월이 좀 지나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5.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엄청난 사교육 열풍에 시달리게 될 거다. 이런 직업을 갖지 않으려면 번듯한 대학 나와야 하고, - 물론 거기 나온다고 해서 이런 일 안 당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공부기계처럼 공부하고 인성 교육은 온데간데 없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하는 건 너무한 일이다. 태어날 때 재벌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력을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났다는 이유로 쓰고 버리는 나사 취급 당하는 건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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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7-10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태가 정말 심상치 않은 것 같아요. 뉴스를 계속 보고 있는데 마음이 많이 쓰이네요.
현장에 있는 언니 말에 의하면, 이제 살수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비오는 날,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게 뭐 하는 짓인지....

꼬마요정 2011-07-10 13:24   좋아요 0 | URL
최루액 섞어서 뿌리고 곤봉, 방패로 때리고.. 동네 골목에 아주머니들 모여 있으니까 불법집회라고 해산하랬다네요. 동네 아주머니들 어이없고..

이정희 의원은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어제 얼굴에 최루액 맞고 병원 실려갔다던데.. 국회의원에게까지 이런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겠어요. 너무 가슴 아파요.

글샘 2011-07-1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법은 사법고사에서도 선택입니다.
법관도 모르는 법이죠.

꼬마요정 2011-07-10 14:32   좋아요 0 | URL
이런 나라에 살고 있군요.. 국민의 절대다수가 노동자인데 말이죠.

마녀고양이 2011-07-11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절대 공감합니다.

꼬마요정 2011-07-11 13:32   좋아요 0 | URL
슬픈 현실이죠..ㅠㅠ
 

 내가 정말 감동 받고 감동 받아서 열심히 사 모았지만 절판되어 구하지 못했던 만화. 띄엄띄엄 몇 권 가지고 슬퍼하다가 드디어 애장판 출시. 유리핀이 박힌 접시까지 사은품으로 받아 기뻐했던 만화. 

우리에게도 이런 지도자 있다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될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만화.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 무술이면 무술, 음악이면 음악.. 못 하는 게 없는 절대지존 유리핀 멤피스. 술은 먹어도 먹어도 안 취하고, 잠도 없고, 심지어 왕족에 남부지방 제후... 게다가 에델만을 바라보는 그 지고지순한 마음이라니.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다른 만화처럼 혁명이라는 게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그 혁명 속에서 그 혁명을 만들어가고 완성해가는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있는 만화는 북해의 별이 처음이었다. 여기서나마 나는 밝은 미래를 보았다. 누구나 동등하고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명확한 사실이 실천되는 공간 말이다.   

 

 별빛속에.. 이 만화 역시 기다리고 기다려서 애장판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분명 선착순 안에 들면 저자 사인본 준다고 했는데 난 못 받았다. (ㅜ.ㅜ) 

지구인인 줄 알았던 유신혜, 시이라젠느의 심리 묘사가 탁월했던 만화. 그녀가 평범한 지구의 여고생에서 카피온의 제1왕녀인 시이라젠느가 되어 카피온과 지구 모두를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아주 설득력 있게 잘 그려내고 있다. 한 번 잡으면 다 읽지 않고는 놓을 수 없는 만화.  

출생의 비밀, 삼각, 사각관계, 권력 쟁탈.. 이 모든 것들이 잘 양념되어 멋지게 그려진 만화.   

16세기 프랑스, 신,구교의 갈등을 축으로 당시 정치 상황을 절묘하게 버무려서 주인공들을 고생시키는 만화. 난 마지막에 울었다. 

죠앤, 레니비에, 아스튜리아스, 쥬델.. 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구교의 총수의 잃어버린 딸 죠앤, 법왕의 숨은 자식인 레니비에. 크흑. 가슴 아프다. 구할 수 없어 더 슬프다. 애장판 나오면 좋겠다.  

 

 내가 십년을 기다린 만화. 당시 마지막 권이 안 나와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네 딸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내가 가장 애착이 갔던 건 마누아였다. 죽을 만큼 노력하고 분석해서 왕으로서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했던 왕. 아버지가 달랐던 샤르휘나가 다음 왕이 될 거라는 운명을 무작정 거부하지도 않고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나라 아르미안, 불사조의 나라. 기구한 네 명의 운명 중에서 그녀가 가장 안쓰러웠던 건 죽도록 원하는 것마저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운명 때문이었다. 

 

 사라사와 슈리. 원수임에도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만나 진심으로 사랑한다. 모르고 만나서 아픈 상처들을 서로 어루만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는데... 

배경이 좋았다. 세계가 멸망하고 다시 복구된 후의 세계.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공간.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예언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완성하는 만화. 

 

 

 

 말이 필요없는 만화. 

홍천녀를 두고 벌이는 마야와 아유미, 마야를 사랑하지만 드러내지 못한 채 보라색 장미의 사람으로 남아있는 마스미, 그리고 마스미의 약혼녀 시오리, 마야와 아유미의 스승 치구사. 

그들이 만들어가는 치열한 연극.  

홍천녀도 홍천녀지만, 마야랑 마스미는 서로가 서로의 영혼의 반쪽인데 어떻게 잘 될 것인지.. 잘 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완결 좀 빨리 되면 좋겠다. 완결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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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7-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마지막 작품만 빼면 저도 전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베스트 만화임에 확실합니다.
유리가면은 완결되면 다시 한 번 생각을...;;;;;

꼬마요정 2011-07-09 23:26   좋아요 0 | URL
유리가면은 시작하는 게 아니었어요.ㅠㅠ
완결되면 볼 것을..크헉
베스트 오브 베스트죠.. 아.. 더 많은데 일단 최고라고 생각하는 만화만 작가별로 넣어봤어요.^^

반딧불,, 2011-07-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318, 총 77755 방문

다 넘 좋은 책들이죠. 이 책들의 공통점은 순정만화지만 대서사시에 해당되고 역사와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겁니다. 남녀 모두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도 해당되구요.(유리가면은 쫌 빼고요^^::) 망설이다가 북해의 별 놓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만화책 천천히 모아야되는데 말예요. 울아가들하고 같이 봐야하는데...

꼬마요정 2011-07-10 17:20   좋아요 0 | URL
유리가면 넣을까 말까.. 고민 좀 했어요~^^
그래도 일단 최근에 다시 봐서 그 감동이 남아있는 바람에 넣었답니다. 북해의 별.. 애장판 나오자마자 잽싸게 샀죠.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선택이에요.^^

반딧불,, 2011-07-10 22:39   좋아요 0 | URL
오늘 508, 총 77945 방문

아쉬워라..77777 잡아드리고 싶었는데...
축하드려요. 그리고,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꼬마요정 2011-07-11 00:58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77945도 매력적인 숫자인걸요~ 아.. 벌써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1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 가면은 그나마 작가가 죽기 전에 작품을 완결시키겠다고 맘을 바꿔서
너무 다행이지 않나요? 제작년부터 다시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종교 귀의했다고 절필했을 때는... ^^
바사라 작가의 '세븐 시즈'도 참 좋아요. 정말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예요.

우리나라 만화 전성 시대도 있었는데, 아르미안의 네딸들, 별빛속에...
그리고 이은혜 님 작품들도 그렇고, 참 대단했죠. ^^

꼬마요정 2011-07-11 13:32   좋아요 0 | URL
정말 그 시절엔 보고 싶고 볼 만한 만화들 아주 아주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만화 찾기가 힘들어요.. 흑
바사라 마지막에 하나 나오잖아요.. 세븐시즈보고 놀랬다는. 작가 정말 대단해요~^^

비연 2011-07-1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말 모두들 주옥같은 만화들이에요...^^

꼬마요정 2011-07-11 20: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런 만화들 많이 나오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이거야 원 제임스 맥어보이 광팬 되겠다 싶다. 이건.. 양조위 나온 영화 DVD 미친듯이 모을 때랑 비슷한 상황... 아직.. 근석이 아시아 투어 DVD도 못 샀는데..(너무 비싸ㅡ.ㅜ)  

2005년 BBC에서 세익스피어의 4가지 작품을 재해석하여 방영했는데, 헛소동, 맥베스, 한여름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그것들이다.  

요즘 한창 맥어보이에 빠져있기에 나는 당장 맥베스부터 봤는데, 오호~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밝고 명랑하던 분위기에서 두려움에 떨며 이성을 잃고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그 눈, 표정, 목소리 톤 등이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내 눈엔 이미 콩깍지가 씌여있다. 

 

 

 

 

 

 

 

 

 

  

해맑고 티 없을 때의 조 맥베스. 레스토랑 총주방장으로 노래도 잘한다. ㅋ  

 

하지만 등장하는 마녀...가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청소부 세 명. 

 

조가 레스토랑의 주인이 될 거라고 이야기 한다. 마녀의 속삭임.. 조 내부에 꿈틀거리고 있는 악을 깨운다. 

 

미쉘렝의 별 세 개를 획득한 레스토랑. 요리는 조와 빌리가 하지만 영광은 레스토랑 주인인 던컨의 차지였다. 옆에서 속살거리는 부인 엘라.. 시인의 감성을 지니고 인간과 식재료를 존중하는 조에게 던컨 살해를 부추긴다. 실행의 마녀..라고나 할까. 

 

칼을 들고 던컨의 방 앞에 선 조... 누가 부추기든 부추기지 않든 조는 아마 던컨을 살해했을테지.  

 

던컨을 살해한 후 어린아이처럼 엘라에게 달려가는 조. 그런 조를 달래며 엘라는 공범이 된다. 갈수록 변해가는 맥어보이의 표정 연기. 좋다. 

 

던컨이 죽은 후 두려움에 떠는 조. 도대체 왜 두려워하는거지? 들킬까봐? 자신의 아버지 같던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아니다. 확실히.  

 

사람을 죽인 것을 후회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엘라 쪽인 듯. 엘라는 살인이라는 죄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면이 서서히 죽어간다. 연기 좋다. 그래도 내 관심사는 맥어보이^^

 

맥더프가 칼을 겨누자 자신은 불사의 몸이라고, 마법으로 보호받는 존재라고 믿는 조. 이상한 말을 지껄이며 자신을 찌르라고 한다. 두려움에 잡아먹힌 표정이 좋았다. 

 

드라마는 거의 90분 짜리다. 처음엔 밝고 경쾌하게 시작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밝은 조명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처음에는 내면의 악에 저항하던 조도 이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점점 피로 물들어 가는 그는... 불안해 보였다.  

질문. 누구의 손일까요? 

 

저 손에 반지라니..흑.. 왜 괜찮은 남자들은 혼자이지 않는지..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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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7-0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판 멕베스인 거예요? 저게 남자 손이라면 정말 좌절....ㅜ.ㅜ

꼬마요정 2011-07-08 16:46   좋아요 0 | URL
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이름도 똑같고, 출신도 똑같아요. 스코틀랜드ㅋ

제임스 맥어보이의 손이에요. 흑.. 저 반지가 더 짱난다는..>,.<

블루데이지 2011-07-0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게 남자 손이라면 정말 좌절 할래요~~ㅠㅠ
저도 꼬마요정님 글 자꾸보다가 제임스의 여자가 될까봐~~겁나네욬ㅋㅋㅋ

꼬마요정 2011-07-08 16:53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해요.. 제임스의 여자..ㅋㅋㅋ

참, 저 손.. 남자 손 맞아요..ㅠㅠ

마녀고양이 2011-07-0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꼬마요정님, 저보다 더 강적이시네요.
저도 어디 필 꽂히면, 내내 인터넷 뒤지고 작품 찾고 푹 빠져 살지만,
꼬마요정님의 페이퍼에 어디 발이나 디밀겠습니까...

이뻐서, 뽀뽀 날려드립니다... 쪽~

꼬마요정 2011-07-08 21:34   좋아요 0 | URL
쪽~ 잡았습니다.ㅋ
제가 캡쳐 하는 법이랑 스마트폰으로 사진 보내는 법이랑 이런 것들을 알게 되니 페이퍼에 마구 올리게 되네요..ㅎㅎ
맥어보이의 매력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불끈!!ㅋㅋ
 

 초등학교 5학년 때 이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테스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밤에 같이 마차를 타고 가다가 테스가 잠든 사이에 벌어진 일도, 장면이 바뀌어 테스가 아이를 낳은 것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걸 엔젤에게 이야기 하면 안 되는지도 몰랐고, 테스가 결국 알렉을 죽이게 되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이들이 읽기 좋게 이쁘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해 나에게 아주 불친절했던 책이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테스는 엔젤을 사랑하고 엔젤은 테스를 사랑한다. 테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엔젤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현재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데 왜 엔젤은 떠나야 했을까. 테스는 이미 지치고 힘들어 버티기 힘든 지경인데 말이다. 

오히려 그런 일을 당할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다독여주고 이해해주면 될텐데, 그저 테스는 피해자일 뿐이데 말이다. 결국 테스는 마지막에서야 순간이지만 자신이 원하는대로 선택을 한다. 처음엔 가족에게 나중에는 남자들에게 휘둘리다 스스로 칼을 든 그녀를 보며 어린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동안 그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사랑을 경험하게 한 첫번째 책이다. 그 때 나는 당연히 이 책이 세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만나자마자, 보는 순간 한 눈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얘네들은 사춘기에 금지된 사랑이라는 거에 더 열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에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독약을 마시던 로미오의 비장함과 깨어나 죽은 연인을 보면서 스스로를 찌르는 줄리엣의 비통함이 얼마나 안타깝던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미오로 나온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끌려가 극장에서 본 영화다. 이 영화 보고 벽에 크게 걸 수 있는 포스터를 샀다. 이 그림이 너무 좋았다. 천사와 기사,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이 서로를 눈에 담는 순간이다. 

  

세익스피어 이야기나 나오니까 이 영화도 빠트릴 수 없겠다. 인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엄청난 작가 세익스피어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 희극으로 썼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적 결말로 몰고 가게 한 그 열정적인 사랑.  

마지막에 결국 여왕에 의해 헤어지게 되는 둘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는 데 왜 헤어져야 할까... 최근 몇 십년 이전까지 사랑이라는 건 왜 천덕꾸러기 취급이나 받아야 했을까.. 

 

이루지 못한 사랑.. 하니까 단박에 떠오르는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 한나와 킵은 사랑하지만, 알마시와 캐서린은.. 불륜이지만 둘의 사랑이 계속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사막에서 홀로 죽어 간 캐서린과 그녀에게 가기 위해 독일에 지도를 팔아버린 알마시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내 심장을 울게 했던 건 이모백과 유수련의 사랑이었다. 서로만을 바라보면서 함께 하지 못한 그들.. 드디어 함께 할 수 있는, 서로를 위해 살 수 있는 순간이 왔는데 이모백은 그녀 앞에서 죽고 만다. 생애 마지막 한 숨을 그녀에게 바치고..    

 

 세스와 메기.. 천사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 천사에겐 감정이 없을텐데 세스는 메기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만질 수 없는 존재,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였던 세스는 메기와 함께 하기 위해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계속해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도 알아채면 어쩌나 걱정하는 세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남은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노랫말처럼 세스는 무한한 생명과 자신이 누리던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

추억만으로 살아가질 수 있을까. 삶을 살기로 결심한 세스가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아프지만 살아갈 수 있다는 그의 결연한 다짐이 느껴졌다. 

 

 

어톤먼트.. 이 영화 역시 함께 하지 못한 연인들을 다루고 있다. 겨우 사랑의 감정을 전달했는데 그날 그들은 헤어진다. 그리고 전쟁.. 그들은 사랑을 깨달은 이후 그들이 원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세실리아는 계속해서 돌아와, 내게 돌아와줘..라고 속삭이고, 로비는 돌아갈게, 너와 당당하게 사랑하겠어라고 다짐한다.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었던 연인.. 그렇게 바라고 또 바라는데도 들어주는 이 하나 없고 전쟁은 야속하기만 하다.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이라고 하면 이들을 빼 놓을 수는 없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배우 양조위가 열연하는 화양연화. 차우와 리첸의 애절한 사랑. 상대의 불륜 때문에 만나 사랑에 젖어가는 두 사람은 사랑하는 순간을 음미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 그가 걸어가고, 그녀가 걸어가고, 우울한 음악이 흐르고, 그는 글을 쓰고, 그녀는 그가 받지 못하는 전화로 같이 가고 싶다 말하고, 그는 그녀가 받지 못하는 전화에 같이 가 달라고 말하고.. 

만남부터 엇갈려서 헤어짐까지 엇갈리는 두 연인의 이야기는 앙코르와트 고성의 작은 구멍에 속삭여진다. 잔인할만큼 깔끔하게 메워지는 구멍을 보면서 차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 사랑이 들어있는 공간을.. 

"그렇다. 슬프지만, 이렇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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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1-07-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추천. ㅠㅠ

꼬마요정 2011-07-07 18:36   좋아요 0 | URL
저도 으앙..
앗, 영화 하나 빠트렸네요.. 시티 오브 엔젤... 흠..ㅠㅠ

꼬마요정 2011-07-08 12:48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

후애(厚愛) 2011-07-08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ㅋㅋ
잘 지내시죠?

꼬마요정 2011-07-08 12:47   좋아요 0 | URL
넵! 후애님도 잘 지내시죠?
추천 감사해요~^*^

다락방 2011-07-0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추천했는데 아직까지 테스를 보지 못했다는 게 부끄러워요.. orz

꼬마요정 2011-07-08 12:48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
테스 안 보셨다고 부끄러우실 것까지야..^^;;
보면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고.. 알렉은 진짜 나쁜 놈이지만 엔젤도 나빠요. 불쌍한 테스..ㅜㅜ

블루데이지 2011-07-0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하신 작품중에 시티오브엔젤만 못봤네요~~ 주인공들이 지극히 개인적으로 비호감이어서..요~위의 모든 작품들 되감기 해서보면 답은 나오는데...
이루지 못하기때문에 더 아름다운걸까요? 아름다운거 맞나?ㅋㅋ

꼬마요정 2011-07-08 16:38   좋아요 0 | URL
시티오브엔젤 책도 있으니까 보셔도 될 듯.. 정말 눈물 났어요ㅜㅜ
이 작품들에서 이들의 사랑이 기억에 남는 건 연인들이 슬픈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해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떠난 이나 남은 이나 모두 그 사랑을 간직한 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떠난 이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잖아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1-09-0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테스 어릴 때 읽었는데요. 상황은 안타까운데 작가 문체가 약간 건조(?)해서 그런지 크게 동정심도 안생기고 동요가 없드라구요. 사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작품을 보면서 저는 그냥 멍하게 있었답니다. 심지어 화양연화는 이해를 못했어요.

아, 그래도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아름다운 영화라 생각했답니다.

이상하게 비극적인 연인들의 결말에 눈물이 안 납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전 너무 메마른 사람인 것 같아요...흑ㅠ


꼬마요정 2011-09-08 22:09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감정이란 건 사람마다 다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 다르니까요.. 문제가 아니라 그저 개인 차이가 아닐까요..^^;

저는 정말 슬프고 가슴 아프게 봤지만, 제 친구들이나 동생은 화양연화보고 자더라구요ㅜㅜ 전 울고 있는데 말이죠..ㅜㅜ
 

 

아놔~ 정말로.. 우리나라는 이런 드라마 못 만들겠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언론이 지향하는 바에 대해, 언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드라마. 

 

 

6부작이고, 2003년도에 영국에서 방영됐다. 러브 액추얼리에서 벗고 노래하던 아저씨가 여기서는 멋진 편집장이다. 처음 봤을 때 깜놀~^^ 

시작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흑인 남자애가 도망친다. 살짝 얼굴을 내밀고 동태를 살피는 순간 누군가가 걸어나와 총으로 머리를 쏜다. 하필 배달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그 장면을 목격한다. 살인범은 도망가는 배달부에게도 총을 쏜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어떤 여자가 지하철 철로에 떨어져 죽는다. 처음엔 흑인 남자애는 마약 때문에, 여자는 자살, 배달부는 의식이 없어서 범인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 죽은 여자가 현 국회의원이자 에너지 위원회 위원장의 내연녀여서 주목 받고, 사건은 그렇게 스캔들로 마무리 지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의 기자들은 너무 유능하다. 그들의 치고 빠지는 대사와 기민한 행동들, 눈치껏 원하는 정보를 속속 빼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조중동 찌라시 기자들에게서는 절대! 절!대! 볼 수 없는 기자의 양심까지 어찌나 맘에 들던지. 

 

내가 사랑하는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도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물론 주인공은 존 심. 멋진 기자이면서 친구의 아내와 불륜 관계.. 딴 건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나하고 안맞다. 문화 차이라는 게 좀 극복하기 어려운 듯하다. 

이 드라마는 언론이 기사 왜곡을 요구하는 정부나 기업에게 투쟁하여 진실을 찾는 류의 내용이 아니다.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죽은 이들은 어디에도 없다. 진심으로 그들을 애도하는 사람은 가족 뿐이다. 기자의 눈에는 진실이 숨어있는 엄청난 사건으로, 정부의 눈에는 덮어버려야 하는 치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예 모르는 존재로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매일 매일 나오는 기사를 어떻게 선별하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조중동 찌라시가 영원하진 않을테니까 미리 연습해둬야겠다. 사실 조중동을 볼 때야 의심부터 하면서 읽으니까 연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얼른 균형잡힌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사람들 조종하는 기사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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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1-07-0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짜 드라마로도 있었군요!! 저는 영화이야기만 들어봤는데..
영화나 드라마나 남자주인공이 너무 너무 멋지네요~~
저 영국남자 너무 좋아해요~~그 생김이 뭐랄까....부드러워보이면서도 개성있는?
뭐 그런거...ㅋㅋ

꼬마요정 2011-07-07 14:39   좋아요 0 | URL
멋져요!!!! 하지만.. 전 제임스 맥어보이가 더 좋아요!!!^^
영국 남자 악센트도 멋져요. 끝을 정확하게 끌면서 발음하는 게 듣기 좋더라구요. 제 친구가 영국 남자랑 결혼했는데 진짜 훈남이라는..ㅋ 제가 본 영국 사람들은 진짜 부드러우면서도 개성있게 잘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