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어요, 늘.

예전에 늘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게 했다.  

연락을 기다리게 하고, 만남을 기다리게 하고.. 그 기다림의 끝은 자괴감이었다.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휴대폰을 쳐다보고 부재중 전화에 조급해하고, 혹시나 오늘은.. 이라는 기대가 역시나 오늘도.. 라는 실망감으로 변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갔다. 

분명 행복한 시간도 있었을텐데, 나의 기다림은 언제나 가슴 한 켠을 서늘하게 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 구절을 흥얼거리게 만들던 그 사랑을 떠올리면 대부분 기다리던 시간들의 슬픔과 눈물어린 추억이었다. 

그렇게 눈물 젖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웃긴 건 일말의 기대감이 있을 때는 행복과 설레임도 같이 느꼈다는 거다.  

기다림의 끝이 결국 실망이었더라도 기다리는 동안 혹시..라는 기대는, 그래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어쩌면 그런 기대감의 묘한 설레임이.. 나로 하여금.. 계속 기다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내가 사랑한 건 결국.. 통제할 수 없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기대와 실망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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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0-2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엽 구르는 모습을 보면서 벤치에 앉아서 일기장에 쓰는 내용 같군요.

꼬마요정 2011-10-30 20:17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처럼 감성적이고 멋진 글을 쓰고 싶지만, 제 글은 언제나 건조하다는 느낌이이에요..ㅜㅜ
그러고보니 어릴 때 일기장에 쓰던 글 같네요..ㅎㅎ

다락방 2011-10-3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꼬마요정님의 이 페이퍼와 같은 이유로 전 누군가에게 이별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이짓을 못해먹겠다 싶어서. 우연히라도 맞닥뜨릴까 기대감에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더 지쳐가더라구요. 그래서 이별편지를 썼는데, 차마 그 편지를 부치지도 못했어요. 기다린다는 것, 기약이 없다는 것. 그건 사람을 아주 못나게 만들죠. 그런 시간들을 저도 보냈었어요.

꼬마요정 2011-10-30 20:21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의 아름다운 감성이 담긴 글이 나올 수 있는 건 이런 아픔도 있었기 때문이군요.. 기다린다는 건.. 몸서리치게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거죠...

페크pek0501 2011-11-2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림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ㅋㅋ

꼬마요정 2011-11-21 14:05   좋아요 0 | URL
앗.. 그런건가요? ^^;;
 

제법 쌀쌀해진 공기를 들이마시자 폐가 긴장한 듯한 느낌이 싸하게 퍼졌다. 청량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삐걱거리는 몸을 곧추세우며 지하철역까지 뛰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여 힘이 풀린 다리가.. 이 다리가 내 다린가 싶을만큼 혼자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넘어졌다. 그것도 진짜 없어보이도록 심하게. 

8년 정도 만인 것 같다. 이렇게 제대로 넘어진 건. 그 때 돌계단에서 구른 이후로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예 넘어질거라면.. 그렇다면 넘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미련을 버려야한다. 그 처절한 몸부림이 다른 사람 눈에 얼마나 우스꽝스러울 지 아니까. 안 그래도 넘어져서 부끄럽고 아픈데 그런 몸짓으로 우스개거리가 될 필요는 없다. 깔끔하게 넘어지고 번개처럼 일어나서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이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에구구구.. 처자 무릎 오지게 깨졌네.. 쯧쯧" 하고 걱정까지 해주면 더 곤란하니까.   

알면서도 나는 처절한 몸부림을 잊지 않았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온 난리를 치다가 결국 넘어졌다. 뒤에 따라오던 남.학.생들이 킬킬댄다. 아주머니는 큰소리로 걱정해준다. 이씨. 난 아프고 부끄럽고 여튼 힘들구만... 

결국 내가 타려던 지하철은 저만치 멀어지고 나는 화장실로 가서 구멍이 송송나다 못해 찢어진 스타킹을 벗었다. 벗고 났더니.. 헉.. 피가 철철..ㅜㅜ 

그런 다리로. 두실에서 센텀까지. 장장 40분을.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출근 시간에 말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직원분이 "어머, 넘어지셨어요..." 걱정해준다. 흑.. 여기저기서 온정 가득한 손길로 밴드도 준다. 물티슈로 상처를 닦아내고 밴드를 붙이고 새로 산 스타킹을 신었다. 깜쪽같다. 그냥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걸으면 안다. 어거정하게 무릎을 굽히고 흐느적거리는 몸이라니..ㅜㅜ 

걸음마를 다시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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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많이 다치셨어요? 아프시겠다.
당분간 치마 못 입고 다니시겠네요.... ㅠㅠ

저도 비오는 날, 신호등 돌진하다가 죽 미끄러져 진흙탕에 어퍼져서 얼마나 창피했던지..
갑자기 그 기억이 나네요.

꼬마요정 2011-10-25 14:49   좋아요 0 | URL
전 꿋꿋하게 치마 입고 다닐거에요~^^;; 긴 치마 입으면 되죠~~~ㅋㅋ

정말.. 창피해서 말이죠..ㅠㅠ
아픔보다는 쪽팔리는 게 더 싫어요.. 누가 동영상으로 찍진 않았겠죠??ㅜㅜ

후애(厚愛) 2011-10-26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괜찮으세요?
처녀적에는 치마를 입고 다녔는데 결혼해서 치마와 멀어지고 청바지만 입고 다녀요.^^

꼬마요정 2011-10-26 10:54   좋아요 0 | URL
여전히 피가 찔끔찔끔 나고 있어요 ㅜㅜ 아파요ㅠㅠㅠㅠㅠㅠ

결혼하셔도 치마 입고 하세욤~ 치마 좋아요~~ㅋㅋ
 

어제 간만에 술자리가 있었다. 

기분 좋게 마시다가... 끝까지 갔다. 

언제부턴가 술자리에 끝까지 남게 된다. 몸이 힘들어서라도 그만둬야겠다. 

오늘 겨우 2시간 자고 출근해서 내내 졸았다. 

하필 오늘 나에게 강의(?)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졸다가 듣다가 졸다가.. 아.. 큰일이다. 

술이 깨지 않는 것도 문제다. 

눈이 정말로 정말로 동태눈 같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 펼쳐놓고 까만 글자들을 바라봤다. 

글자다. 

하필 비도 와서 어두운 통에 내 기분은 더 더욱 가라앉고 잠은 오고 피곤하고 술은 안 깨고...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안 먹어야지..라고 다짐해본다. 

 

술도 잘 못 먹는데 술자리를 좋아하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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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 그렇게 술자리를 좋아해요.
그런데 술에 약해요, 정말이지......... 너~~~~~~~무 슬픈 일이예요, 그건.

흐흐, 그런데 술자리 끝까지 남는 것도 습관이랍니다, 시원한 해장국 드셔염!

꼬마요정 2011-10-25 09:1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술이 쎄면 좋겠어요ㅜㅜ
이제 그 습관 버리려구요.. 몸이 힘들어서 안 되겠어요 ㅋ

반딧불,, 2011-10-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 근데 갈수록 그런 편한 술자리는 준다는..
음..뭐든 그렇지만 술도 하다보면 늘긴 하는데 분명 주량은 있더이다.
같이 술한잔 하면 좋겠다..^^

꼬마요정 2011-10-25 12:01   좋아요 0 | URL
저도 반딧불님과 술 한 잔 하면 좋겠어요~~^*^

달사르 2011-10-2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좋은 술자리는 이 밤이 다 가도록~ 분위기가 조성되는 거 같애요. ^^
다음 날 몸은 조금 고되지만!
근데 겨우 2시간 주무셨으면 어제 하루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셨겠어요. ㅎㅎ 어제 밤에는 푸욱, 주무셨나요? ^^

꼬마요정 2011-10-25 13:33   좋아요 0 | URL
흑.. 어제밤에도 잠을 잘 못자서 지금도 헤롱헤롱이랍니다.ㅜㅜ
기분 좋은 술자리라도.. 이제는 끝까지 못 가겠어요ㅋ
 

1. 

한 때 노래방에 가면 열심히 부르던 노래였다. 

장혜진씨가 부른 '아름다운 날들' 

노랫말보단 음이 좋아서 흥얼거리게되던 노래였는데, 어려워서 부담스러운 자리에서는 부르지 못했다. 난 소심하니까. 

오늘 길을 걷다가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길 잃은 작은 아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걸까. 

 - 멜로디라고 썼다가 우리말로 뭘까 찾아봤더니 가락이란다. 

 

2. 

오래도록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도 있는 사람을 현실로 불러들인 게 잘 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지난 주 금요일에 6년 전에 연락이 끊겼던, 한 때 참 가깝게 지내던 분과 만났다. 

6년 전에 핸드폰 연락처가 삭제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인하여 연락이 끊겼는데, 올 봄에 우연히 학교에서 만났다.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계시던 것. 그 땐 급한 상황이라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제대로 인사드릴 겸 해서 원우회에 전화해서 연락처를 물어 약속을 잡았다. 

점심은 광안리 바다가 바로 보이는 일식집에서 배가 터져도 아랑곳않고 나오는 음식들을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해서 나오는 음식들 때문에 어지럽다가 마지막에 나온 주요리인 밥과 매운탕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딱 두 숟가락.. 그게 나의 한계였다.  

후식으로 나온 커피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아메리카노 따위의 그런 원두커피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믹스커피를 다 녹여서 줬더라면 좋았을걸.. 하하. 

그 일식집은 참 좋았다. 두 사람이 밥 먹기 적당한 공간에, 바다가 보이는 큰 창과 비가 와서 해무 가득한 광안대교까지... 그런 운치라니. 

심지어 나는 얻어먹는 쪽이었단 거!!! 

 

3. 

하나씩 천천히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렵다.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할 걸 그랬나 후회하기도 하고, 이걸 해도 되나 하는 두려움도 있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세웠던 계획들을 많은 부분 수정하게 됐다. 다시 고민에 빠진다. 추진력이 좀 덜하겠지만 그래도 다시 하면 되니까. 생각만 하다가는 안 될 거 같아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 잠깐, 근데 뭘하지? 그것도 생각해야하나??  

글을 쓰면서 방금 뭔가 하나를 했다. 자, 던졌으니 뭐라도 날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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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0-19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한 맘 들곤 했었지 널 다그쳐 원한 걸 가졌을 때...요렇게 시작하는 노래, 우왕! 좋아해요.

꼬마요정 2011-10-20 09:48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좋아해요~~^*^
(응? 노래를? 노자님을? ^^)

노이에자이트 2011-10-20 16:21   좋아요 0 | URL
우왕~ 저를 좋아하는군요.왜 여자들은 저를 좋아할까요? 말해주세요.

꼬마요정 2011-10-20 17:58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이 댓글을 보자마자 노래를 좋아하기로 했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10-20 22:31   좋아요 0 | URL
아...

꼬마요정 2011-10-21 15:24   좋아요 0 | URL
앗.. 농담인 거 아시죠?? 전 정체불명 신비로운 베일에 쌓인 노자님을 너무 좋아합니다. 음.. 신비주의 전략이 성공한 것 같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11-10-22 18:27   좋아요 0 | URL
아유~ 신비주의의 베일을 언제 벗을 날이 있으려나...제 마음을 저도 모르겠어요.

꼬마요정 2011-10-24 15: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역시 이런 노자님 너무 좋아요~~~^^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안 됐다. 

열심히 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나도 정말 간절히 바랬는데... 

힘 없이 축 쳐져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든 힘을 내야 할텐데.. 

어떤 위로도 마음에 안 와닿을텐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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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10-21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 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꼬마요정 2011-10-21 15: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힘 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