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들이란...

눈꺼풀 아래로 아가씨들이 여러 명 보이기에 재빨리 다시 눈을 떴다. 그 바람에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앞쪽에 여자 한 명이 있었다. 그녀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양털 신발을 신고 있는 예쁜 다리와 광택 없는 가죽 외투, 외투와 잘 어울리는 챙 없는 모자가 눈에 띄었다. 모자 밑으로 보이는 적갈색 머리칼. 어깨를 한층 더 넓어보이게 만드는 외투가 처녀 주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저 여자를 앞지르고 싶어..... 저 여자 얼굴을 보고 싶어.`

그는 그 여자를 앞질러 갔다가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적어도 쉰아홉살은 되어 보였다. 그는 인도변에 앉아 더 울었다.(pp.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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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 수 없는_ 존재들......

꼬마요정 2015-02-16 11: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cyrus 2015-02-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 수 없는_ 존재들..... (X2)

꼬마요정 2015-02-16 11:17   좋아요 0 | URL
음.. 하하하하 그저 웃지요~^^

숲노래 2015-02-1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난 목숨이지요

꼬마요정 2015-02-16 11:17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에이바 2015-05-21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의 거품> 표지 정말 예쁘지 않나요. 제 친구가 푹 빠져 있던 로랑생..

꼬마요정 2015-05-31 16:40   좋아요 0 | URL
아직.. 생 로랑 영화를 못 봐서요ㅠㅠ 표지가 마치 그림처럼 나와서 저도 마음에 들더라구요~~^^

에이바 2015-05-31 23:06   좋아요 0 | URL
앗? 세월의 거품 표지가 영화 컷으로 바뀌었네요. 원래 표지가 화가 로랑생 그림이었어요.

꼬마요정 2015-06-01 08:49   좋아요 0 | URL
원래 그림이... 마리 로랑생.. 맞죠? 저 영화 표지를 벗기면 마리 로랑생이 나와요 ㅎㅎ 저도 표지 예뻐서 둘 다 갖고 있답니다.^^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가며, 혹은 나쁜 일들만 쭈욱 있다가 좋은 일들도 쭈욱 있다가, 어쩌면 나쁜 일들만 가득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가 뭐 그랬다.

 

사실, 전체를 본다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일어난 횟수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이 더 마음에 남게 된다.

 

어제, 아주 좋은 일이 있었다. 막내 동생이 힘들게 노력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신력이 유리 같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불안해 하는 등 힘들어 했는데 잘 돼서 정말 다행이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뿌듯하고 행복하다.

 

아... 나도 좋다. 뒷바라지는 힘든 일이니까. ㅎㅎ 이제 내 카드 돌려받아야지. 나도 공부를 해 봐서 공부할 때 돈 없고 비참한 기분을 잘 알기에, 동생은 그런 기분을 좀 덜 느끼면 좋겠다 싶어 카드를 줬다. 음... 그런데 이 녀석.. 공부할 때 맛있는 거라도 먹고, 책도 사고 하라고 줬더니 시험 끝나고 술 먹고 노는 데 엄청 썼드만.. 컥

 

동생아. 축하한다.  2년만에 끝내서 정말 대견하다. 물론 살면서 이 시험이 가장 쉬웠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 동안 자신감 없이 고개 숙인 모습이 참 안타까웠는데, 올해 너를 시작으로 울 집 사람들 모두 하나씩 성취하면 좋겠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이다.

 

 

 

 

 

 

 

 

 

 

 

 

 

 

 

 

음.. 갑자기 이 책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자기 살고 싶은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오디세우스와 자신에게 내려진 운명을 받아들인 오이디푸스. 운 좋은 오디세우스와 모든 걸 잃은 오이디푸스. 인생이 오묘하며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나 할까. 모든 사실이 드러난 후 오이디푸스의 선택은 신도, 운명도 아닌 자신이 스스로 내린 것이었다. 운명의 여신이 꼬고 또 꼬아놓은 운명을 따라왔지만, 결국 스스로의 삶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 아내와 자식이 식겁하는 동안 열심히 세계여행 하며 놀다 온 오디세우스야 뭐 즐거웠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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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디푸스, 오디세우스, 오비디우스. 단어가 비슷비슷하게 보여서 가끔 혼동할 때가 있어요. ㅎㅎㅎ

꼬마요정 2015-02-08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모두 오~들이네요~~ ^^

보물선 2015-02-0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임용고시 되셨나보다!

꼬마요정 2015-02-08 13:0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임용은 아니구요~^^;; 약대 가게 됐거든요. 그러고보니 임용 합격자 발표할 때로군요.. 아.. 시험이란 정말 피 말리는 일입니다.

루쉰P 2015-02-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시험은 피 말리는 일이지요 ㅎ 그래도 투자한 시간 아깝지 않게 성공해서 너무 좋네요 저도 제가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ㅠ

꼬마요정 2015-02-15 12:46   좋아요 0 | URL
아.. 루쉰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갑자기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그리고 꼭 잘 될 거에요~ 투자한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아요~~ 힘내세요!!^^
 

 

 

 

 

 

 

 

 

 

 

 

 

 

 

데이지 밀러를 읽으면서... 자꾸만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좁은 문이 떠올랐다. 왜냐고? 데이지 밀러의 남주인 윈터본이 줏대 없이 굴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니까 말이다. 데이지가 좋으면서도 주변의 말에 휘둘리며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이 마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로체스터나 좁은 문의 제롬이 하는 행동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로체스터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앙투아네트를 미친 여자로 몰아갔고, 제롬은 우유부단으로 알리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윈터본은 데이지가 좋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배척당하기에 그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꿔놓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자꾸만 데이지에게 상처를 주는데, 정작 자신은 그걸 모른다. 상대를 상대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바꾸지도 못하고 마지막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조차도 모른다. 

 

사랑은 정치가 아니다. 힘 겨루기 놀이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맞춰가며 서로를 믿는 것이다. 만나기 전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만 맞춰지겠는가.

 

물론 저 책들이 살던 시대가 모두 그러한 시대였다. 지금처럼 사랑을 숭배하는 시대도 아니었고, 남녀 성역할이나, 신분의 구분이 가혹하던 시대.  나는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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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1-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지 밀러 궁금해요. 저도 읽어볼래요.

꼬마요정 2015-01-19 12:12   좋아요 0 | URL
네~ 짧지만 재미있답니다. 그 재미 안에 화가 나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제가 그 시대 안 태어난 게 다행이랄까요^^

별이랑 2015-0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글 읽다보니 저도 데이지 밀러 궁금해져요.

꼬마요정 2015-02-06 22:52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어찌보면 여자나 남자나 둘 다 너무 순진한 건 아니었을까 싶어요~^^
 

요즘 도서정가제 때문에 온 서점에서 할인에 할인을 더해주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책을 주문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다.

 

덕분에 택배 아저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집을 방문하시는데...

 

좀 미안하다. 엘레베이터 없는 5층인데다 책이 좀 무거워야 말이지.. 쩝

 

음료수 하나씩 드리며 힘든 맘을 달래보려고 하는데, 뭐 좋아하시는 거 같으니 조금만 더 주문해볼까나... ^^;;

 

 삽화가 없다지만 얇고 가볍고 작아서 읽기 편할 것 같아 주문했다. 할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사지 않았을텐데, 싸니까 산다는 식으로 나를 설득한다.

 

 

 

 

 

 

 이건 신랑이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마침 잔뜩 할인 받아 샀다. 받아보니 괜히 설렌다. 책 사려고 옷 주문한 거 반품했다. 하하

 

 

 

 

 

 이 책은 전부터 갖고 싶어서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기회에 샀다. 한 번 지르기 시작하니 멈출 기색이 안 보인다.

 

 

 

 

 

 

 

 

 

 집에 너무 헌 책이 있어서 그거 버리고 새 책으로 바꿨다. 책도 바꾼다... 할인의 힘이 대단하구나.. 번역이 제일 좋다는 말을 듣고 선택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네요~~ 드디어 나왔군요~

유리가면은 언제 나올라나..ㅠㅠ

 

 

 

 

 

 

 

 

 

 

 

 

아주 많은 책을 사서 정리 하다 보니 깜짝 놀랐다. 도서 정가제가 말이 많지만, 일단 책을 싸게 살 수 있어 지금 당장은 좋긴 한데, 마음 한 켠이 무겁다. 지금 이렇게 할인을 하면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살까? 그렇다면 책이 비싸서 책을 안 사는 걸까.. 출판사에서 대형 서점이나 동네 서점에 책을 넘기는 가격을 동일하게 만들면 안 되는걸까. 왜 소비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걸까... 법망을 피하는 방법은 많을테고 결국은 또 문제가 되면 또 또 도서정가제를 시행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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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1-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요즘 택배아저씨께 죄송해서 책 사는게 머뭇거려지던데 같은 마음이라 반갑네요^^

꼬마요정 2014-11-17 18: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해피북님도 똑같군요. 요즘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사서 쟁여놔도 또 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Breeze 2014-11-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일야화 구매했어요. 도서정가제에 앞서 책을 구입하다보니 허걱 놀랠정도로 마구 구입한거 있죠. ㅋ

꼬마요정 2014-11-18 18:28   좋아요 0 | URL
아아.. 집에 와서 한가득 놓여있는 택배를 보니.. 또 맘이 싱숭생숭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살짝 한숨도 나고 말이지요. 이제 사놓은 책들 읽는 게 일이겠는걸요~^^
 

누군가의 죽음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은 너무나 슬프다.

 

살아있다면 죽는 건 당연한데,

 

어째서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걸까.

 

쓸쓸한 가을 바람은 차갑게 지나가고

 

나는 꾸벅꾸벅 졸다가

 

갑작스런 소식에 놀라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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