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홈즈에 가면? 카페 홈즈
신원섭 외 지음 / 손안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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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에 있다는 까페 홈즈. 실제로 있는 곳이라기에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까페 홈즈를 배경으로 네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원섭 작가의 <찻잔 속에 부는 바람>은 한 명의 작가와 작가가 되고 싶었던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둘 다 이해가 가서 마음이 아팠다. 완벽한 글, 완벽한 이야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열망이 아닐까. 하지만 세상에 완벽이란 없고 모두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묵묵히 써 내려갈 뿐. 그러다보면 언젠가 좋은 글 한 편은 나오겠지.

정해연 작가의 <너여야만 해>는 말 그대로 너여야만 하는 이야기이다. 가끔 정해연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성악설이 맞는건가 싶다.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악의는 평소에는 꽁꽁 숨겨져 있다가 어느 순간 터져 나온다. 그것도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방법으로.

조영주 작가의 <죽은 이의 자화상>은 추리를 빙자한 사랑 이야기일까? 영화 <러브레터>를 보다보면 보는 우리는 알지만 이츠키는 모른다, 이츠키의 마음을. 아버지를 그렸다는 커트의 그 그림 속 인물의 눈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정명섭 작가의 <얼굴 없는 살인자>는 그림자들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가족과 절연 당한다든지, 아내가 죽었는데 범인으로 몰린다든지, 어떤 사연인지 몰라도 밑바닥에서 망원동을 지킨다든지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성규는 아내를 죽인 살인자를 잡을 수 있을까.

아, 작가들이 즐겨 찾는다는 망원동 까페 홈즈에 가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이 이야기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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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27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집은 읽지 못했지만, 카페 홈즈가 잘되기를 바라고 쓴 건데... 이 시리즈가 몇권 나왔지만, 카페 홈즈는 문 닫았어요 아쉬운 일이죠 정해연 소설 못 읽었지만, 단편이 장편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조영주 소설은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 또 있어요 《반전이 없다》 여기 실린 소설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고 해서... 조영주 작가가 안면인식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소설 속 카페 홈즈는 아니지만 디저트 가게 카페 홈즈는 있군요 같은 분이 다시 하신 걸지 그저 이름만 같을지...


희선

꼬마요정 2023-02-27 17:12   좋아요 1 | URL
까페가 문을 닫았다니... 정말인가요? ㅜㅜ 저 서울 가면 꼭 여기 들러보고 싶었는데 안 되겠네요. 너무 아쉽습니다. 정해연 소설 <너여야만 해> 여기서 각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조영주 작가가 안면인식 장애가 있었군요. 그래서 안면인식 장애인 주인공이 자연스러웠나 봅니다.

디저트 가게 카페 홈즈라도 있다니 뭔가 다행스런 기분이 드는 건 뭘까요^^
 
내 생애 첫 번째 시 - 아동 한시 선집 진경문고
안대회 편역 / 보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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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양반의 아이들은 교육을 받아서인지 시도 참 잘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게는 열세 살 정도, 적게는 세 살짜리가 쓴 시가 이렇게 멋들어질 수가 있는지. 지금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를 보면 놀랄 만한 시들이 많은데,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시선이나 표현력이 참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안대회 교수가 뽑은 최고의 동시는 조선 중기 문신인 이산해가 일곱 살 때 썼다는 제목도 참 귀여운 <세 톨 밤>이란 시이다. 


한 집안에서

아들 셋을 낳았는데

가운뎃놈은 양 볼이 납작하네.


바람이 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떨어지니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일까.


마지막 줄 한자가 난형역난제(難兄亦難弟)인데, 안대회 교수는 이렇게 난형난제라는 사자성어로 마무리한 것도 절묘하고, 아이답게 보고 느낀 바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조선 시대 아동이 지은 시 가운데 백미(白眉)라고.


나는 이 시도 좋지만 조선 중기 때 사람인 권겹이 쓴 시가 더 좋았다.


<송도에서 고려를 회상하며>


눈 속에 뜬 달은 

지난 왕조의 빛깔이요

쓸쓸한 종소리는 

망한 나라의 소리일세.


남쪽 성루에서

시름겨워 홀로 서니

부서진 성곽 위로

새벽 구름 피어오르네.


아니, 도대체, 이게 아홉 살 전후의 아이가 쓸 시인가 싶다. 도대체 어릴 때 무슨 교육을 받으면, 어떤 경험을 하면 아이가 망한 나라를 상상하고 돌아보며 이런 분위기에 이런 글을 지을 수 있을까?


한은이 여섯 살 때 썼던 시인 <종이연> 마지막 연처럼 '액운들아! 종이연의 뒤를 쫓아 몽땅 날아가거라!' 라는 구절만 보더라도, 여섯 살이 액운이라는 단어를 써서 다 날아가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다들 어릴 때부터 무슨 노인네가 들어앉은 것 같기도 하다.


박엽이 여덟 살 때 지은 시인 <눈>을 보면 사물을 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인가 싶기도 했다. 박엽은 등불을 소재로 한 시구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등불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밤은 밖으로 나가네."라고. 표현이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서예가인 김구가 여덟 살 때 지은 시인 <오작교> 중 한 구절을 보다 보면 아이의 정신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창공은 넋이 만나는 세상

다리 따위는 필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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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2-21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엽의 시어들 <눈>의 시어들 역시 시인은 세상을 보는 눈이 일반인들과 다른것 같습니다
요정님 프로필 사진 멋지쉼😍

꼬마요정 2023-02-24 10:32   좋아요 1 | URL
나이도 어린 데 저런 말들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요? 오히려 아이라서 그런건지 싶기도 하구요. 부럽더라구요 ㅎㅎ 프로필 사진 좋아요^^ 고맙습니다!!!

희선 2023-02-22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 공부는 거의 한시부터가 아닌가 싶네요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배우면 한시도 나름 쓰겠습니다 그래도 그때 어린이와 지금 어린이는 아주 다르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때 사람과 지금 사람이 수명이 달라설지도... 그때 사람이 더 어른스럽죠 아이도 어른도... 철없는 사람이라고 없지 않았겠지만...

고려를 생각하는 시 어디선가 본 듯한데 그 시 아홉살 전후 아이가 쓴 거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도 어린이는 놀라운 말을 하겠지요


희선

꼬마요정 2023-02-24 10:37   좋아요 2 | URL
어릴 때부터 시경이니 이런 거 읽고 배우면 쓸 수도 있겠네요. 철없는 어른들은 역사책에 나오고 이런 멋진 시들은 개인적인 편지나 선집들에 나오나 봅니다^^

고려를 생각하는 시는 유명하다고 해요. 그런 시를 저렇게 어린 아이가 썼다니 그 재능이 참 부럽습니다. 말씀처럼 지금도 어린이는 놀랍기도 해요^^
 
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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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지구인이지만 우주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21세기, 혹은 그 너머로 보내는 과학의 시. 웅장한 연대기 혹은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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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2-13 0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완독하셨군요?^^

꼬마요정 2023-02-13 15:08   좋아요 2 | URL
네!! 드디어 마침내 다 읽었습니다!!!^^ 수많은 방해가 있었지만 이겨냈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3-02-13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합니다, 꼬마요정 님!!

꼬마요정 2023-02-13 15:1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저를 칭찬했어요 ㅎㅎㅎ

후애(厚愛) 2023-02-17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이지수 보고 놀랐습니다ㅋㅋ
완독하셨군요!! 박수 짝짝짝~

꼬마요정 2023-02-17 15:40   좋아요 0 | URL
완독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세운 목표가 <사피엔스>, <총,균,쇠>, <코스모스> 3종 세트 읽는 거였거든요.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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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격하게 변했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사람들은 격리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경제 구조나 문화 양상이 재편되었다.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는 것을 뜻하는 팬데믹과 전염병으로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아포칼립스와 접촉으로 전염병을 전파한다는 뜻인 컨테이전과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 또는 문화 등이 나타난 현상이나 상황을 뜻하는 뉴노멀이란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 책은 이런 상황 속에 놓인 우리를 저 세 가지의 주제로 여섯 개의 세계 속으로 초대한다. 종말로 치닫는 것 같은 혼란한 세상, 접촉 감염 때문에 서로에게 닿기를 꺼리는 세상, 전염병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으로 말이다.


아포칼립스, 끝과 시작이라는 주제로 김초엽 작가의 <최후의 라이오니>와 듀나 작가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이 두 이야기는 모두 미래의 이야기이다. 현 세계의 공포를 저 먼 미래로 옮겨 놓은 것이다. 아마 팬데믹이든 그 무엇이든 지구는 멸망한 이후의 세계다. 끝인 줄 알았던 세계는 라이오니를 기다리는 셀에게 이어지고, 셀의 믿음은 로몬족 회수인인 '나'에게 이어진다. 3420ED는 무너진 것 같지만 라이오니의 염원을 통해서, '나'의 기억을 통해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염병으로 인해 거대한 군체를 이루던 고래들이 죽어나가자 고래 군체 위해 마을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은 두 대륙 사이를 떠돌게 된다. 뜨거운 대륙과 차가운 대륙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를 젓는 사람들... 지구를 떠나 이 곳으로 왔는데 이 곳 역시 무너지고 있었다. 고래들은 사람을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녹아내리는 빙산에서 과거 조상들의 종이에 희망을 노래하는 '나'는 과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을까.


컨테이전, 전염의 충격이라는 주제로는 정소연 작가의 <미정의 상자>와 김이환 작가의 <그 상자>가 있다. <미정의 상자>는 접촉으로 인해 전염되어 병에 걸린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미정은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도시를 지나 시골로 간다. 하지만 시골 역시 텅 비어버렸다. 그 곳에서 발견한 상자 하나. 미정은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이 더 아팠던가 보다. 마찬가지로 상자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그 상자> 역시 접촉 감염 때문에 사람들이 격리된 채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병에 걸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 안락사를 시행하는 법이 있고, 병에 걸렸어도 깨어나 면역력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병에 걸리지 않은 채 계속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이 있는 세계.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고 돌보며 정을 나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을지라도 서로에게 의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 그렇게 전염의 충격은 다음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뉴 노멀, 다시 만난 세계라는 주제는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와 이종산 작가의 <벌레 폭풍>이 이야기 한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매우 신기한 이야기인데,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갑갑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기.필.코 그 파열음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다고나 할까. 아니, 뮤지컬 <드라큘라>의 '신선한 피'를 이렇게 눈으로 읽어야 하는가. 전염의 충격을 이겨낸 세계는 침을 튀기는 발성 자체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린 것일까. 시간을 격리한다는 생각 역시 신기했다. 그리고 배우 서한지를 계속 서한'치'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벌레 폭풍>은 생각보다 잔잔했다. 어쩌면 이 이야기야말로 팬데믹을 넘어선 세계의 잔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하가 녹고 무시무시한 벌레가 나무를 파먹고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지만 사람들은 살아간다. 기상 악화가 비행기 지연의 이유가 되듯 벌레 폭풍 역시 비행기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공항에서 기다린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 2인용 집이라는 개념도 어색하지 않았다. '접촉'이 무서운 세상. 사람은 직접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든 다른 방식으로 '접촉'하며 온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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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2-10 1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리뷰를 읽으니 읽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듯 합니다.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굉장히 신선했었어요ㅋㅋㅋ
배작가님도 부산 출신이라고 적혀 있더군요.ㅋㅋ

꼬마요정 2023-02-10 23:45   좋아요 1 | URL
배작가님도 부산 출신이군요 ㅋㅋㅋ 아, 읽으면서 파열음 정말....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들이 있어 팬데믹도 견뎌지네요^^

희선 2023-02-11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두려워하고 무서워해도 시간이 지나면 거기에 적응해서 사는군요 소설속 사람은 지금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네요 여러 가지를 잃는다 해도 살아가는 사람... 그것도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3-02-11 12:33   좋아요 1 | URL
그쵸?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살아남는 것을 보니 한 편으론 짠하고 한 편으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잃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니... 멋집니다^^

2023-03-08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9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3-13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꼬마요정 2023-03-14 14: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오늘부터 온도가 다시 올라가는 것 같은데 미세먼지도 더 해지는 것 같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구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투명 북마크 세트 -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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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3개씩 너무 예쁘다. 숲이나 얼음, 파도, 고래 등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책에 꽂아둬도 책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 빳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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