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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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회나 멍게, 해삼 같은 해산물을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엄마 따라 친척 계모임이 열린 횟집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는데, 생선 머리가 달린 채 회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날 이후 한동안 회를 먹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회를 먹기 시작했지만 생선 머리가 달린 회는 먹기 힘들다. 안 보인다고 그 생선의 죽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안 보이면 마음이 좀 더 편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있는 것을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을 잘 알기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화장품이나 가방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아닌 것들은 비건이나 동물 실험 안 한 제품들을 사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마음은 어쩌면 비겁한 것도 같지만 또 나름의 행동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문어를 만나, 아니 외계 문어를 만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말을 듣고, 대게를 만나 러시아 어로 '도와주시오'란 말을 듣고 사연을 알게 되면, 웃기면서도 허탈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생선 머리를 앞에 두고 눈을 감는다고 해서 생선의 죽음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문어가 말을 하고 대게가 술을 마신다 해서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 뒤에 수많은 문어와 대게의 눈물이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런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 뒤에 약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눈물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화자인 '나'가 해양정보과로 끌려가면서 지독한 비린내에 멀미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비린내가 검은 덩어리들, 문어 등 해양정보과와 관련된 이들 특유의 비린내 일수도 있지만, 비정규직 강사였다가 노조의 일원이었다가 가족 내에서는 돌봄 종사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상황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눈 감을 수 없어 행동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 없어 허탈한 그런 상황 말이다. 


<문어>는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에 실린 단편이다. 강사법 때문에 농성을 하던 위원장님이 난데없이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말하는 문어를 잡아 먹었다. 그러면서 해양정보과라는 곳을 알게 되고, 문어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위원장님과 '나'가 인연을 쌓고 연인이 되었다. 


한 번 인연을 맺은 해산물(?)은 꾸준했다. 문어 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에는 대게가 나타났다. <대게>는 '나'가 수산 시장에 해산물을 사러 갔다가 러시아 어로 구해달라고 말하는 대게를 사 오면서, 그것도 손질하지 않은 채로 사 오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대게의 이름은 '예브게니'. 푸시킨의 작품 <예브게니 오네긴>이 아니라 <청동기마상>에서 가져왔다고. 오네긴의 예브게니가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서 절망한 예브게니라니, 비극적이지만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후회보다는 절망 속에서도 행동하는 모습이 닮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예브게니 대게는 먹성도 좋고, 술도 잘 마셔서 이제는 남편이 된 위원장님과 죽이 잘 맞았다. '아닐 비(非)'자로 뻗은 채 헤롱거리던 예브게니는 알고 보니 장기 집권 중인 러시아 대통령 모 씨의 감언이설에 속아 한국까지 잡혀온 것이다. 이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던 위원장님은 대게더러 조직을 만들어 원하는 바를 전달하라고 하지만, 인간인 그들이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데 하물며 대게가 말을 하면 전부 잡아 삶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한창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던 때, 어찌 알고 왔는지 해양정보과의 검은 양복들이 나타났다. '나'와 남편은 또 그들에게 연행되었고, 지독한 비린내와 함께 풀려났다. 대게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상어>는 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해양 생물을 만난 이야기이다. 남편의 암이 재발한데다 시어머니 역시 응급수술을 받았다. 정신없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던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옆 침대 아저씨가 건넨 명함의 주소지를 찾았다. 무슨 바이오 기술을 이용하여 암도 고친다는 그 곳은 거대한 수조였고, 앞서 만난 예브게니와 닮은 대게와 상어 등 많은 해양 생물들을 만났다. 바이오는 개뿔, 그들은 그 곳에 갇힌 채 인간의 보양식을 위한 약재로 쓰일 것이었다. 역시 인간이란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또 다시 등장한 검은 양복들이 이처럼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남편과 시어머니 역시 퇴원했다. 


<개복치>는 화자인 '나'의 시조카 선우의 모험담이다. 순수한 아이는 자신과 다른 존재를 미끄덩한 느낌과 비린내를 불편해하면서도 받아들였다. 처음에 개복치를 알지 못할 때에는 그저 물컹하고 비린 존재였으나 함께 모험을 떠나 '예브게니'를 만난 뒤에 선우는 개복치의 물컹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작은 어머니에게 개복치를 만나고 예브게니를 만난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으련만. 앞서 나온 예브게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해파리>는 이제 드디어 우주 및 지구의 해양 생물들의 인정을 받은 '나'의 이야기이다. 바다도 없는 고속도로 쉼터에서 잠깐 잠들었던 '나'는 해파리와 접응했다. '나'와 남편은 구미에서 한국의 혜택은 다 받으면서 세금도 안 내던 국제 기업이 노동자들 마저 해고하려 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있었던 집회에 갔다. 이것은 마치 살해당했거나 위험에 처한 해양 생물들이 해파리를 통해 신호를 주고 받는 것 같은 절박함이었다. 우리, 아니 모두의 바다에 오염수를 방출해서 고통받는 생명들은 얼마일 것이며, 북한이 쏜 미사일이 '다행히' 바다에 빠졌다고 하지만 그 미사일로 인해 피해 입은 생명들은 얼마일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파괴한 러시아 미사일들이 만들어 낸 물기둥 뒤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었을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을 것인가.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은 국제 기업이 지켜야 할 것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인데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자 노동자들을 해고하면 그들은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그 땅을 기업에게 내주면서 그 곳 노동자들에게 먹을 거리 등을 팔던 자영업자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이며, 암에 걸린 환자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신기술이랍시고 돈을 뜯어가는 사기꾼들 때문에 병원비마저 날린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인간은 지구도, 지구상에 사는 다른 생명체들도, 같은 인간마저도 나락으로 끌고 가는 종인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마지막 단편인 <고래>가 마음에 남았다. 구룡포에 있는 귀여운 해치가 인간의 더러운 욕망을 정화시켜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제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다 생각한 생물들이 지구를 탈출한다 하더라도, 지구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권력자들이 먼저 탈출한다 하더라도 지킬 것이 있는 이들은 저항하고 싸울 것이다.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분명 나아지는 부분들은 있었으니, 희망을 잃지 않고 저항하면 다음 세대에게 조금은 덜 망쳐진 지구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쟈(남편을 뜻한다)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빨갱이가 돼가지고 데모하는 게 뉴스에 나오더니 이제는 게한테까지 데모하는 걸 가르치고 남세스러워서 원..."
어머니가 이렇게 불평하셨고 대게가 러시아 출신이므로 아마도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 하는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너도 얼른 자라‘ 하시더니 안방으로 표표히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 P63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 P84

"이길 것 같아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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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4-06-11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주토끼‘와 ‘고통에 관하여‘를 읽으며 정보라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는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꼬마요정님의 리뷰를 보니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꼬마요정 2024-06-11 09:59   좋아요 1 | URL
제목이 신기해서 저도 읽게 되었어요. 물론 정보라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제일 큰 이유지만요. 읽는데 웃기지만 씁쓸하더라구요. 작가 개인의 삶이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 더 안타까웠구요. 그런데 그렇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내다니... 재밌게 읽었습니다. 코난 님도 재밌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날이 많이 덥다는데, 건강 유의하시구요, 즐거운 독서 하시기 바랍니다^^
 
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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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슈니츨러가 쓴 <초록 앵무새(원제 ‘Der grüne Kakadu’, 1899)>는 프랑스 혁명 때 '초록 앵무새'란 술집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그 곳에는 진짜와 진짜인 척 하는 사람들이 현실과 꾸며낸 현실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귀부인이 창녀인 척 웃음 짓고, 순진한 귀족 나으리는 절도범인 양 허풍을 떨어대는 반면, 진짜 살인을 저지른 청년의 말은 허세로 여겨지는 곳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카카듀'는 바로 그 '초록 앵무새'의 앵무새에서 따왔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일본식 끽다점, 유럽식 까페와 살롱, 우리식 다방, 다원 등등이 있었다고 한다. 독일식 까페는 주로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베이커리 까페 형태였다고 하고, 미국 방식은 주로 술의 사이드로 커피가 나오는 형태이고,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은 곳은 음식점에서 디저트로 커피가 나오는 형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독일식이 먼저 들어오고, 음식과 함께 커피를 파는 끽다점 형태가 그 다음 유행이었다고. 


경성 관훈동에 조선인이 만든 끽다점인 '카카듀'가 들어섰다. 조선 최초의 한국계 미국 국적자인 현앨리스와 사촌 이경손이 함께 만든 까페였으며,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 문학과 영화를 이야기하고 낭만을 노래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꾸며낸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법. 불안하고 아프던 시대에 평안해 보이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제는 미국인인 현앨리스를 건드리는 대신 이경손을 불러다 매타작을 했다. 알지 못하는 일로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체한 일로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되어버린 그는 불안해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냈다. 


이 책은 어둡고 춥고 가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울하고 처참하지만은 않다.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살았고, 경성에도 딴스홀을 허하라고 할만큼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그 이면에 조국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들도 있었다. 이경손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로 대대로 의원 일을 하는 집안을 뒤로 한 채 신학에 발을 담갔다가 극작가와 영화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젊은 시절 이경손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적당히 실패할 것만 같았다. 그가 만든 '장한몽'은 대흥행 했으나 '숙영낭자전'은 실패했다. 스스로를 '촙수이 문사'라고 칭하며 씁쓸해 했으나 조선 최초의 영화 소설을 신문에 연재했고, 근대 문예작품(이광수의 <개척자>)을 최초로 영화화 했으며, 나운규를 발탁했고, 자신의 마지막 영화 <양자강>을 만들었다. 그는 흥하든 망하든 꾸준히 여러 영화들을 만들었고, 능력에 비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비운의 작가(이영일)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경손의 눈으로 본 현앨리스는 처음에는 그저 미옥이었으나 어느 순간 자신이 추앙하던 현손의 모습이 되어가는 듯 했다. 결코 자신이 가지 못할 길을 걷는 그녀를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다시 그리워했다. 그리고 상하이의 그 날 이후 둘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한 명은 태국으로,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남한에서 미국으로 추방되었다가 북한으로 갔다.


현앨리스는 일제가 패망한 뒤 주한 미24군 정보참모부 예하의 민간통신검열단(CCIG-K)에 군무원으로 배속됐다. 계급은 소위. 정말 대단한 여자였다. 그 당시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에 경도된 경우가 많아서인지, 박헌영과 친해서인지 결국 현앨리스는 주한미군에서 해고된 후 미국으로 추방되었고, 그 곳에서도 입지를 잃고 북한으로 '귀국'했으나 끝내 미제 앞잡이라는 죄명으로 처형당했다. 


그렇다. 사실 이 책은 현앨리스의 마지막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이경손이 태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변신한 이야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현앨리스에게 지면으로나마 다른 삶을 주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보헤미안'을 꿈꾸던 이경손보다 더 자유롭지만 끝내 어디에도 속할 수 없었던 이방인이었던 그녀에게 말이다. 어쩌면 현앨리스가 조선의 독립을 원했던 건, 일제에 묶여 비참한 조선의 모습에서 자신이 가부장제나 신분, 성별에 묶여 자유롭지 못했던 삶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부는 아니지만 하나의 이유가 될지도. 그리하여 모든 것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이경손의 마음이 그녀의 마지막을 열어놓았을지도. 


<숙영낭자전>은 백선군이 선녀인 숙영에게 반해 아직 인연이 아닌 때에 인연을 맺은 이후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으나, 어찌어찌 숙영 낭자가 다시 돌아오게 된 이야기이다. 물론 시기와 질투를 하는 여종도 있고, 며느리를 믿지 못해 죽음으로 몰았던 시아버지도 있고, 숙영 낭자가 죽었다고 아들의 혼처를 물색한 남편을 말리지 않은 시어머니도 있다. 결국은 모두 행복하게 살다가 한날 한시에 죽었습니다가 되었지만, 숙영 낭자의 기구한 삶은 결말만 빼면 불안한 시대에 태어나 찬란한 불꽃처럼 살았던 현앨리스와 닮아 있었다. 사랑과 예술과 이데올로기를 논하던 그녀가 정말로 원하던 것은 무엇일까. 


경성의 끽다점 <카카듀>에서 현앨리스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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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6-01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6월입니다.
행복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시면 좋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밤되세요.^^

꼬마요정 2024-06-02 16:2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벌써 6월입니다. 서니데이 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한 달 보내세요^^ 늘 건강하시구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듀얼 헤드 무선 클립 독서등 - 듀얼 헤드 무선 클립 독서등 듀얼 헤드 무선 클립 독서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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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서등 가격이 제법 나가는데 그나마 쿠폰도 있어서 알라딘에서 사게 됐다. 밤에 불을 끄고 독서등만 켜도 책을 볼 수 있고 등이 쌍으로 있어 보다 빛이 퍼지는 공간 조절이 가능하다. 책장에 꽂아두고 쓰는데 편하다. 베란다에 등이 없어 빨래 건조대에도 하나 꽂아뒀다. 충전식인데 제법 오래 간다. 두 개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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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5-07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정님 눈나빠져요!!!!!

꼬마요정 2024-05-07 15:20   좋아요 0 | URL
불 켜고 이것도 쓸게요 ㅋㅋㅋ 눈지킴이 은오 님 다정하셔라 ㅎㅎㅎ

서곡 2024-05-07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등을 두어 개 켜두면 간접조명으로 좋더라고요 눈 건강 잘 챙기시며 5월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꼬마요정 2024-05-07 15:2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밝은데 은은해서 좋더라구요. 서곡 님도 눈 건강 잘 챙기시구요, 5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stella.K 2024-05-07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밝은지 모르겠어요. 특히 책에 꽂을 수 있어서 누워서 뒤척이며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을 것 같기도합니다. 근데 학창시절엔 책 보다 잤는데 나이들고부터는 tv 보다 자는지라 욕심내지 않기로. ㅠ

꼬마요정 2024-05-07 15:23   좋아요 1 | URL
아, 사실 저도 TV 틀어놓고 잠 들어서 큰일입니다. 근데 이건 좀 괜찮더라구요. 책 보다 잘 때도 있고, 밤에 빨래 널 때(운동 때문에 밤에 빨래를 하곤 하는데) 이거 하나 켜면 편하다고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4-05-0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게 이렇게 사용하는 거군요?
예전에 독서등 한 개 구입했었는데 어떻게 쓰는 건지 몰라 침대 헤드에 팍 억지로 꽂아두고 책을 들고 불빛에 비추며 읽었네요.ㅋㅋㅋ
지금은 머리 부분이 부러졌....ㅜㅜ
내가 너무 내렸다 올렸다 하는 바람에...ㅋㅋ
근데 전 눈이 넘 흐릿해져서 독서등만으론 책을 못 읽겠더군요.
전등도 켜고 독서등도 켜야 완전 최상 밝기가 되는 것 같았어요.
암튼 이건 듀얼 헤드라 좀 탐납니다.^^

꼬마요정 2024-05-08 14:58   좋아요 1 | URL
머리 부분이 부러지다닛!!! 아깝습니다ㅠㅠ 그래도 많이 쓰셨다는 거니까 장렬히 전사한 거로군요. 전등까지 켜면 정말 밝아요. 근데 잘 때 불 끄러 가기 너무 귀찮아서...ㅋㅋㅋㅋ
듀얼 헤드를 우리말로 해 보려니까 옆에서 쌍대가리 이러는 거예요. 아... 쌍대가리가 틀린 건 아닌데 뭔가....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5-08 16:58   좋아요 0 | URL
쌍대가리??!!!ㅋㅋㅋㅋ
남편분이 그랬죠?ㅋㅋ

꼬마요정 2024-05-08 22: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청년정과 (호두강정) - 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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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고소하다. 양이 적지만 원래 정과가 비싸기에 어쩔 수 없는 듯. 호두맛이 많이 나고 바삭바삭하니 씹는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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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4-05-0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을 것 같아요.^^
다른제품 호두강정 먹어봤었는데 좀 달긴 했지만 어찌나 맛나던지....^^;;

꼬마요정 2024-05-08 14:59   좋아요 1 | URL
호두강정 은근 맛있지 않나요? 달다 달다 하면서 계속 먹게 되는 마법에 걸린 줄요.
다행히 제가 양 적은 걸 사서 한 번에 다 먹고 멈췄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4-05-08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걸 맛보셨군요! 전 아직..

꼬마요정 2024-05-08 14:59   좋아요 0 | URL
도전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근데 품절이네요ㅠㅠ 양이 적어서 금방 먹어치웠습니다. 좀 아쉬워서 입만 다셨다죠 ㅎㅎㅎ 정과가 참 달고 맛있네요. 비싸서 그렇죠 ㅎㅎ
 
초록 앵무새 / 아나톨의 망상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최석희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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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추리소설인 김내성 작가의 <가상범인>이 생각났다. 작가인 유불란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인 몽란이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자,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용귀를 범인으로 밝히는 극본을 써서 연극으로 상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추리소설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갔는데, 읽는 내내 슈니츨러의 또 다른 소설인 <꿈의 노벨레>가 생각났었다. 그리고 다시 슈니츨러의 <초록 앵무새>를 읽는데, <가상범인>이 떠올랐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건만, 슈니츨러의 희곡 또는 소설이나 <가상범인> 같은 추리소설이나 모두 그 사람 속을 아는 척 하는 점이 비슷하다.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사라지고 우리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초록 앵무새>란 술집에 온 손님들 중 일부는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어대지만 사실은 술집 주인인 프로스페르가 고용한 배우들이다. 귀족으로 결혼식에 다녀온 것처럼 말하지만 낡은 옷을 입고 있는 모리스와 에틴은 결혼식장에서 좀도둑질을 했다고 자랑한다. 기욤은 재판관의 집에 불을 질렀다고 하고, 조르주트는 창녀인 척 하지만 사실 가장 정숙한 부인이다. 하지만 이 술집에 처음 온 그레는 진짜 자신의 아주머니를 살해한 범죄자이며 이 술집의 손님들 지갑을 훔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후작 부인 세브린은 바람둥이인 척 하는데 진짜 바람둥이이며, 가스통은 좀도둑 역할을 하다가 현실에서도 좀도둑질을 하다가 감옥에 갇힌다. 


이렇게 연극은 현실과 연극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우리의 판단력을 흐린다. 실제 같은 연극, 연극 같은 실제를 눈으로 보면서 더 이상 연극과 현실은 구분되기 어렵다. 실제로 바깥에서는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되는 등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는 중이었는데, 이 곳 술집의 관객인 빈 궁정의 귀족들은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초록 앵무새' 술집이 주는 연극으로 도피하고 있는 듯 하다. 프랑수아 자작이나 알뱅 기사 또는 랑사크 후작과 세브린 후작부인 등 여러 귀족들이 이 술집에서 진실을 가장한 거짓을 혹은 거짓을 가장한 진실을 즐긴다. 그리고 앙리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했는데, 레오카디와 막 결혼하고 그녀를 극장에 데려다 준다고 나갔다가 혼자 술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이 레오카디의 불륜남인 카디냥 공작을 죽였다고 자백한다. 손님들은 모두 거짓이라 생각하고 호응하지만, 주인인 프로스페르는 사실이라 생각하고 그를 도망시키려는데 카디냥 공작이 등장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결국 마지막에 앙리는 카디냥 공작을 죽임으로써 연극을 실제로 전환시키고 민중의 영웅이 된다. 


두 번째 희곡인 <아나톨의 망상>은 말 그대로 아타톨의 망상을 그린 연극이다. 아나톨은 끊임없이 여자의 속내를, 지조를, 사랑을 의심하던 상류층 젊은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사교계에서 소외된 늙은이일 뿐이다. 사교계의 꽃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지만 오래 전에 잠깐 만났던 베르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다그치기까지 한다. 왜곡된 기억 속에서조차 베르타를 의심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현실에서도 아네테의 행동을 추파로 여긴다. 


한마디 해 주고 싶다. 아저씨. 그냥 친절은 친절로 받아들여요.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요? 거울을 봐요. 어? 거울에 고기 있다가 왠지 어울릴 것 같다.


슈니츨러는 이렇게 망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유쾌한 것처럼 보이는 한 인간의 내면을 끌어올려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카사노바의 귀향>에서 이제는 늙어버린 카사노바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나톨이 카사노바처럼 비열하지는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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