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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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침이면 희망이 있었다.'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토베 디틀레우센의 회고록.


코펜하겐 삼부작 중 1부로 그동안 좋은 이야기만 듣다가 김화진의 소설을 읽다가 이 시리즈가 나오는 것을 보고 구매해 보았다. 전혀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해서 회고록인 것도 뒤늦게 알았고, 읽으면서 엘레나 페란테 생각나네 싶었는데, 책소개에 있을 정도로 다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으로 둘러쌓여 있다. 나의 어린시절도 비슷했겠지만, 좋지 않은 기억들은 모두 묻어버리고 살아서 내 어린시절에 관해서라면 부분적인 장면들만 떠오르지만, (굳이 떠올리지 않지만) 요즘 어린이들을 만나면서 그것이 누구나의 어린시절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집에서는 부모가, 학교에서는 선생이 어린시절을 온통 휘어잡고 있다. 그것은 보호와 교육이기도 하지만, 학대와 소유이기도 하다. 시인이 되고 싶은 토베에게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아빠, 기회만 되면 집을 나가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존재인 엄마. 어린시절에 유일한 내 것은 내 마음뿐이다. 시인이 되고 싶은 내게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은 책뿐이다. 어릴적부터 어른 책을 읽고, 어린이 책에 모욕을 느꼈던 어린이가 어린이 책부터 읽었으면 어땠을까. 다섯 살때 고리키의 책을 읽다가 '비탄'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대신에 말이다. 의미 없는 가정이긴 하다. 어린 시절에 무엇을 쏟아붓든 어린 시절에만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테니깐. 그것이 어린이의 것이건, 소화할 수 없지만 들어와 버린 어른의 것이건 말이다. 


"그건 러시아어에서 온 단어야. 고통과 비참함과 슬픔을 뜻하는 말이란다. 고리키는 위대한 시인이었지." 

나는 기쁨에 차서 말했다. "나도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곧바로 얼굴을 찡그리더니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여자는 시인이 될 수 없어!" 

상처받고 화가 난 나는 다시 내 안에 틀어박혔고 그러는 동안 어머니와 에드빈은 그 터무니없는 생각을 비웃었다. 


'어린 시절'의 뒷 이야기인 '청춘'과 '의존' 이 궁금하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서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그것을 감지한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 냄새가 날까 봐 두려워한다."  


어린 시절을 내면에 품고 사는 어른들.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어린 시절을 품고 사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굳이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재화된 어린 시절이겠지. 과거의 모든 순간의 내가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나를 이룬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의 특정 순간들의 내가 시간이 흐름에도 뒤로 가지 않고, 계속 고집을 부려 앞으로 나서는 순간들이 바로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순간들일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어린 시절, 체념이나 포기가 아직 들어서기 전인 순수하다는 이유로 날 것의 상처로 가득한 어린 시절, 마지막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첫 문장인 '아침이면 희망이 있었다.' 와 짝을 이루는 말을 5챕터에서 찾아두었다. 


"지금은 저녁이고, 나는 언제나처럼 침실의 차가운 창턱에 올라앉아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다. 내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이면 희망이 있고, 저녁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는 절망과 분노와 좌절과 체념이 있고, 저녁과 아침 사이에는 행복과 희망이 있다. 어린 시절은 그 사이를 매일 오가면서 멀어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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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맞춰서 2천마일리지 추가로 받아야 하는데, 몇 천원이 모자라. 

여기에 이십여년동안 길들여진 뇌. 


근데, 요즘 책값도 다 비싸서 오만원 맞추고 싶은데, 6만원 되고, 7만원 되서 막 요리조리 금액 맞추다가 사려던 책 빼고, 아, 이제 오만원이다~ 하고 주문하고 나서, 아, 그 책 사려고 주문한건데, 깨닫는 경험. 


여기, 제가 오만원 맞추기할때 끼워 넣을 책들을 추천합니다. 

읽지 않아도 책에서 막 기 나와서 머리도 좋아지고, 운도 좋아지고, 그런거 알죠? 


https://www.aladin.co.kr/search/wsearchresult.aspx?SearchTarget=Foreign&KeyRecentPublish=0&PublisherSearch=Penguin+Books+Ltd%4022763&OutStock=1&ViewType=Detail&SortOrder=9&CustReviewCount=0&CustReviewRank=0&KeyWord=&CategorySearch=&chkKeyTitle=&chkKeyAuthor=&chkKeyPublisher=&chkKeyISBN=&chkKeyTag=&chkKeyTOC=&chkKeySubject=&ViewRowCount=25&SuggestKeyWord=



자, 이렇게 하시는거에요. 


 캐서린 포터 'The cracked looking glass' 1,950원 










 지오바나 플레처 'Dream a Little Christmas Dream' 3,890원 














 조지 오웰 'Fascism and Democracy' 3,890원 
















 마저리 캠프 'How to be a Medieval Woman' 3,910원 















이렇게 작고 얇은 펭귄 클래식들을 다양한 버전으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4-50페이지에서 길게는 백몇십페이지까지 비교적 부담 없이 한 권을 끝낼 수 있습니다. 

작가, 장르, 시대 다양한 라인업으로, 저의 요즘 취미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 보관함 마구 담기, 그리고, 재미 없지만 해야하는 장바구니 1,000권에 보관함 10,000권 다 차서 비우기 ㅜㅜ 

원서 읽기 할 때 끝내는 경험이 중요한데, 이 책 얇아서 끝낼 수 있다. 이건 원서 읽기 뿐만 아니라 독서 슬럼프 겪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 재미 없거나 별로면 안 읽어도 된다고 다들 말하지만, 나는 끈기 있게 완독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재미 없는 것도 재미 있게 읽어나가는 독자. DNF가 아니라 Paused 이고, 요즘은 Paused라고 하지만, 나는 ING 라고 생각. 그냥 읽는 중에 다른 책도 읽는거지 라고. 


펭귄 리틀 클래식 시리즈들도 그렇고, 후 워즈 시리즈도 그렇고 그렇게 오랜 시간 들이지 않아도 완독할 수 있지만, 엄청난 마중물이라서 더 알고 싶어서 두꺼운 책 얼마나 더 담아뒀는지 모른다. 그렇게, 이런 독서, 저런 독서 하는거지. 


근데, 또 요즘 드는 생각은, 

나는 달리기는 정말 못해도, 책은 잘 읽는 사람인데, ..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이야기할게 아니었다. 

물론 나는 달리기는 못하고, 책은 잘 읽는게 맞긴 맞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첫 1,2키로는 힘들고, 오늘은 3키로만 뛸까 싶고, 3키로 뛰면, 4키로 뛸까? 5키로 채울까 싶고, 에이, 한시간 채우자. 하다가 한시간 채우게 된다. 오늘은 밥 먹고 나갔더니, 뛰자마자 아, 그만 뛰고 싶다. 싶었는데, 바람도 시원하고, 벚꽃이 진 자리에 잎도 무성해서 다 그늘이고, 이렇게 옆구리 땡기는 것도 오랜만인데, 땡겨도 뛰는거 연습하자 싶기도 하고, 그렇게, 1키로, 1키로 뛰어서 3키로 뛰고 들어왔다. 월 6.6키로, 화요일 쉬고, 수 6.15키로, 목 3.18키로. 

책도 좀 끈기 읽게 읽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하면서, 쉬면서, 공부하느라 계속 책 읽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의식하면서 끈기 있게 읽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는게 싫었던 적, 아니, 좋지 않았던 적은 없지만, 어릴 적, 열살, 열한살때  집에 새로 산 책 있어서 얼른 읽고 싶어서 뛰어가던 기억 (그 때도 뛰는거 싫어했는데, 책 보고 싶어서 막 뛰어가던) 의 그 시절에 책을 정말 좋아했다고 기억하고 있는데, 요즘 그때만큼 좋다. 영어책 읽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기도. 어릴 때는 책하고 프렌치프라이가 제일 좋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프렌치프라이를 자제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고, 그 대신 자제 못하는 것들이 잔뜩 생겼지. 트위터라던가, 트위터라던가. 배달이나 애들 주려고 주문한 간식 (아, 지금도 너무 하나만 더 먹고 싶다. 롯데미니크런치바) 등등..





이거 지금 절판이지만, 6만원대로 사고 너무 기뻤고, 한 권씩 읽고 있는데, 

이건 80주년이고, 이번에 90주년도 나왔다. 

가격이 말 못할 가격이라 침만 흘리다가 한 권씩 다 보관함에 담아두고 








 그러니깐, 내가 70주년 박스세트 나왔을 때도 알라딘을 해서 레인보우 박스세트를 자랑했고, 80주년 박스세트도 샀고, 이렇게 90주년 (박스는 아님)도 보게 되네. 






영미권에 도스토예프스키 붐이 불게 된건 펭귄 리틀 클래식의 ' White Night' 가 불을 붙였는데, 그 이후로 나처럼 책자석들은 이런 리틀 클래식들을 야금야금 담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White Nights' 7,8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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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살로몬에서 하는 제주 오름 트레일러닝 뭐 주나 보고 있었는데, 어제 발표되었다. 

살로몬 모자랑 양말! 러닝 모자는 당근에서 하나 산 거 쓰고 있고, 매일템이고, 매일 빨래하면, 바로 마르기는 하지만, 

두개 있으면 더 든든하지. 


10월에 20K 뛰기 전에 10K 한번 더 뛰어서 자신감 좀 올리고 싶기도 하고. 

지난번에 시간내 완주하기는 했지만 힘들었다. 6월도 같은 코스라서 무한계단과 오르막 내리막 가야 한다. 내리막은 생각보다 덜 무서웠는데, 오르막은 여전히 힘들었고, 돌아보니 무한계단이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오르막만 오르면 심박이 막 170 넘게 올라가서 속이 울렁거림. 


지난 월요일에 동생과 한라수목원 삼다수길을 6.5키로 정도 뛰었고, 길이 정말 좋았고, 오르막이 30% 정도 있었다. 오름처럼 가파른 오르막은 아니고, 평소 나 달리는 미니 공원보다는 경사진 약간의 오르막이었다. 미니 공원 오르막은 심박 150대로 올라가고, 삼다수길 오르막은 160대로 올라갔다. 


오르막 연습 해야지 ㅜㅜ 


월요일에는 동생이 시계 준 날이기도 해서 처음으로 시계 차고 뛰었다. 미밴드도 진짜 오래 찼는데, 한 5-6년? 수면체크 되고, 기본 심박이랑 이것저것 체크되어서 좋았는데, 이번에 동생이 사준 시계는 스마트 워치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어메이즈핏 액티브2로 (광고같네 ㅎ) 출시 기념 할인행사 좋아서 사준 것 같다. 평소 당근 링크나 할인 링크만 주다가 왠일로 사 준거지. 땡큐땡큐. 이건 내가 절대 안 살 것 같았나봐. 전자제품 한 번 사면 고장날때까지 계속 쓰는거 아니깐. (lg 핸드폰 9년째 쓰고 있다. 10년 가보자고) 


새로운 스마트 워치, 뭐, 당연히 미밴드보다 좋다. 수면 체크도 더 디테일하게 하고, 달리기 각종 기록 체크도 기능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러닝하면서, 그리고, 러닝하자마자 열심히 보고 있다. 수면체크는 계속 하긴 했지만, 새삼 잘 자고 있고, 요즘 7-8시간 잔다. 밤 되면 졸려서 못 참음. 좋은거지. 더 읽찍 자고, 더 일찍 일어나는걸 계속 목표로 하고 있다. 

6월에 애들 방학하고, 졸업하는 5학년들 있다. 방학 스케줄도 짜고, 3,4학년들도 좀 더 모집해보려고 아파트 게시판에 올릴 전단지도 만들어봤다. 스프링 브레이크 끝나고 신청해야지. 


6월 트레일러닝은 지난번보다 덜 힘들게 잘 뛸 수 있도록 훈련, 훈련, 훈련해야지! 


달리기를 시작하니, 책만 읽던 때보다 생활이 더 단순해지는 것 같다. 

달리기 한 시간 하면, 씻고, 빨래하고, 몸 풀고 한 시간 더 필요해서 하루 두 시간은 써야 하고, 한 달에 한 두 번, 제주시 나가서 달리는 날에는 반 나절이 홀랑 가는데, 왜 더 단순해진건지 모르겠지만. 책 읽고 싶은 마음은 더 강해졌다. 읽고 있으면서도 읽고 싶은 마음, 이거 사랑이지? 아니고. 책욕심 덜어내라고.. 


영어 원서 읽자. 영어 번역본 읽자. 요즘 우리나라 작가 책을 영역본으로 먼저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영역본 자주 보인다. 예전에는 1982 김지영, 한강 정도였다면, 한강은 진짜 많이 보이고, 그 외에도 정말 많다. 일본어책 영역본도 많아서, 몇십년전 좋아했던 일본 미스터리들 영역본으로 읽고 있고, 새로운 느낌이다. 지금은 영어만 읽을 수 있지만, 그것도 우리나라 책 읽는 속도보다 더디지만, 다른 언어로 책을 접하는 것은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다. 일본어 읽고 싶지만, 읽어.. 읽을거야. 그림책부터.. 일어보다 가능성 높은건 독일어이지 않을까. 그다음은 프랑스어. 그 다음이 일본어 등등. 


오늘 하루도, 읽고, 뛰고,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하루 잘 보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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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매일 달리는 것이 목표이다. 매일 한 시간씩. 지금은 한 시간 달리면 6키로 정도 달리지만, 한 시간에 10키로 달릴때까지 한시간 달리기를 하는 것이 다음 목표이다. 


하루씩 빼먹을 일이 생겨서 매일 달리지는 못하지만, (물론 그냥 귀찮음이 이겨먹어서 안 나간 날도 있다.) 매일 달리는 것을 디폴트로 정해두었다. 달리고 들어오면 베스트를 비우고, 이어폰을 빼고, 빨래를 한다. 양말, 러닝 바지, 티, 스브, 모자, 베스트. 이걸 다 손빨래를 할 수도 없지만, 세탁기 돌리기는 너무 한 줌이라 잠옷도 매일 빨기 시작했다. 1인가구에게 색깔별로 나누고, 옷 별로 나누고 그런거 없음.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님. 옷은 다 한꺼번에 빨고, 걸레랑 바닥 매트 같이 빨고, 이불 따로 빠는 정도. 

여튼, 빨때도 되지 않은 온갖 커버들까지 다 벗겨서 같이 빨다가 이제 정말 빨 것도 없어서 매일 입는 옷이나 매일 빨아야 한다. 세탁기 돌리고, 샤워하고, 좀 쉬고, 달리기 기록하고, 좀 쉬다가 빨래 다 되면 너는 것이 루틴이 되어가고 있다. 


달리기 한 시간과 빨래 루틴이 생겨버려서 힘도 들고, 다른 집안일 귀찮아서, 집은 점점 더 더러워지고, 빨래만 열심히 하고 있다. 익숙해지면, 집안일도 좀 해야지. 아니, 당장 해야 한다. 청소는 매일 아이들 오니, 매일 열심히 하지만, 거실과 책방, 화장실 한정. 뭔지 알지. 아니, 뭔지 모르겠지만.   


빨래에 대해 찾아보면서, 땀에 젖은 운동복은 온수와 효소 세제로 바로 빨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바로 빨지 못할 때는 말려야한다. 땀 젖은 상태로 뭉쳐두면 안됨. 

베스트는 어깨 앞으로 양쪽에 주머니, 뒤로는 작은 베낭이 달려 있는 러닝 베스트인데, 옷, 스브, 베낭까지 땀에 젖고, 운동 모자는 땀 때문에 쓰는거니, 당연히 땀에 젖어서 달리기 하면 바로 빨아야 한다. 다행히 러닝용품들은 반나절이면 마른다. 양말만 두꺼워서 안 마름. 엄마 스폰 받은 스포츠 양말 백 켤레 천 켤레 있어서 양말은 늦게 말라도 된다. 다른 건 다 한 두 개라 그날 빨아 다음날 입어야 함. 


이번에 트런 대회 나갔다 와서 온 몸이 흙먼지로 버석버석했고, 운동화는 색이 변해버릴 정도로 흙먼지 뒤집어 썼는데, 찾아보니, 러닝화도,트런화도 소모품이라서 세탁 안 한다고. 세탁할 경우 틀어지거나 상하는 경우 있어서 그냥 신으라는 이야기. 물론 세탁팁 영상도 많은데, 나는 내가 좋고, 편한거 믿기로 함. 대신 관리팁으로 본대로 끈 풀고, 먼지는 솔로 싹싹 쓸어내고,(집 앞에 나가서 쭈그리고 플라스틱 빗자루(알라딘 굿즈였던듯) 로 싹싹 흙먼지 훑어내니, 오, 제 색깔 돌아왔다. 2차로 물티슈로 싹싹 닦아냈더니, 트런 전보다 깨끗해졌다. 인솔 꺼내서 햇볕에 운동화와 같이 말림. 대신 비올 때 신으면 빨아야 한다고. 비 올때 안 나갈거야. 히히 


러닝화의 수명은 500~ 700km 정도라고 한다. 

이번 달 러닝 마일리지 목표는 150km 이고, 오늘 50km 넘겼다. 



트런 답사와 트런 대회도 다 러닝으로 되어서 페이스 9분대. 근데, 뛰어도 8-9분대이긴 하다. 아까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생각났는데, 맞어. 존2로 뛰어야 살 빠지고, 운동됨. 근데, 내가 아직 러너의 심장도, 러너의 다리도 없어서 조금만 달려도 심박수가 올라가서 평균 140-150이다. 130 미만으로 뛰어야 존2 되는데.. 


심박수 내리는거 찾아보니깐, 러닝 마일리지 쌓여야 하고, 업힐 운동이나 인터벌 운동 해야 한다. 

업힐은 내가 워낙 약하니깐 (업힐도 아님, 오르막, 동생이 이번에 나랑 대회 나갔다 놀람. 막판에 내가 5도 각도만 되도 오르막길이라고 걸어서 ㅋ ) 인터벌은 부상 생기기 쉬워서 나는 그냥 일단 러닝 마일리지나 계속 쌓아보려고. 


그리고, 식단!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식단방을 만들어서 인증하기로 했다. 

월 식비, 먹는거 다 올리기, 물 1리터 이상 마시기, 고속노화 주 3회 이하. 분명,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쓰고 있을거야. 식단방에 맨 먼저 각자 목표 올릴건데, 이번 챌린지를 위한 나의 강력한 동기부여는 달리기 잘하기 위한 체중조절이다! 동생이 월 2키로씩 빼면 건강하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고, (나도 3월부터 본격 달리기 시작하고, 체중 변동은 전혀 없다. 아직 뛰는 몸이 안 만들어져서, 그러니깐 심박 높아서 존3-4에서 달리고 있어서 그런듯) 일단 월 1.5키로 4월 동안 식단으로라도 줄여보기로 했다. 체중 줄이면 더 잘 달리겠지? 더 잘 달리면 체중도 더 줄겠지? 그뤠잇 선순환 


5월에는 10키로 로드 나갈 생각이다. 너무 멀고, 아침 일찍이라 교통편도 없어서 안 나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새벽에 와서 데려가겠다며.. (거의 서울 대전 거리 운전해야 한다.) 그리고 6월에 10키로 트런 대회도 나가보려 한다. 모자랑 양말 준대. 모자 하나 더 필요. 굿굿 4월보다 잘하는거 목표니깐, 2시간 안으로 들어와야지. 

그리고, 10월! 20키로 트레일러닝! 이건, 첫 20키로니깐 컷오프 타임 내 완주가 목표다. 4시간이던가 4시간 반이던가. 4시간 반이면 좋겠다! 




오늘의 예쁜 낙화. 아직도 달릴 때 벚꽃 예쁘게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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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트레일러닝 첫 대회를 나가는 날이었다. 10k 였고, 2시간 22분안에 들어왔다. 8분 정도면 아슬아슬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CP도, 완주점도 시계 보면서 마지막 힘 끌어내야 했다. 


답사때 갔던 오름길의 가장 극악했던 무한 계단과 오르막 내리막은 같았지만, 답사때 길 잘못 들어 도로로 한참 왔던 것에 비해 오르막 내리막이 더 있었고, 숲길과 흙길로만 계속 뛸 수 있는, 멋진 코스였다. 


전전날까지만 해도 10키로 완주는 문제 없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가을에는 20키로도 할꺼고, 내년에는 37키로, 50키로.. 하면서. 전날은 내리막에 사람들이 몰려서 누구 하나 굴러 떨어지며 다 같이 굴러 떨어지는 참사가 아른거려서 잠을 설쳤다. 당일은 뛰자마자 약간의 과호흡과, 왜지, 왜 이렇게 힘들지, 못 하는거 아냐. 부정적 생각이 마구 들었지만, 그동안 달려본 것, 달려본 길 생각하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달리기 시작할 때 종종 드는 마음이다. 


나는 내가 멘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처음 가는 곳에서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약간의 과호흡이 오고,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 가끔은 그냥 혼자 달리다가도 온다. 그럴때면 크게 심호흡을 한다. 크게 심호흡 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걸 글로만 알았는데, 이제 그게 뭔지 알게 되었다. 


러닝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다. 러닝복, 트레일 러닝은 챙길 것이 좀 더 필요하지만, 10키로라 그렇게까지 본격적이지는 않았다. 트레일러닝화, 20키로부터는 트런화 아니면 아웃된다고 한다. 러닝 바지, 대회에서 준 러닝티, 바람막이, 러닝 모자, 고글, 베스트, 스틱, 물 정도인 것 같다. 나는 고글은 안 샀는데 (써보니 좋기는 함) 흙먼지 많아서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스틱은 동생이 들고 다니고 필요할 때만 하나씩 가지고 썼다. 오르막길과 계단은 스틱이 나를 올려줌. 내리막길도 스틱 있으면 덜 무섭다. 


러닝복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예쁜 러닝복이어서가 아니라, 숲과 오름을 뛰어 나가기 위한 기능으로서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10K와 37K와 100K 가 중간중간 섞인다. 10K 출발하기 전에 100K 1등이 들어와서 다들 환호해주었다. 10K 가면서 100K 주자들 들어오는 것 마주친다. 다들 파이팅 해주고, 응원해준다.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들어오는 주자는 마침 징검다리 앞 병목에 서 있던 10K 주자들이 가장 크게 환호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K랑 시간차 두고 출발한 37K 숙련 주자들과 10K 꼬랑지에서 뛰던 사람들이 겹친다. 지나가면서 화이팅도 해주고. 나중에는 오름 오는 등산하는 사람들도 화이팅, 힘내요. 해준다. 등산 매너이기도 하고, 트레일러닝 매너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누가 봐도 힘들어 죽는 표정이어서 답은 많이 못했지만, 만, 살면서 육성으로 가장 많은 파이팅과 힘내요를 들었던 날이었다. 


분기점마다 스텝들이 종을 딸랑딸랑 흔들어준다. 이것 역시 화이팅의 의미다. 


동생 없었으면 못 뛰었을 것 같다. 러닝 메이트의 중요성. 


유튜브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뛰는 것 같은 가짜 효능감을 느끼며 부풀어 올랐던 근거 없는 자신감은 펑 터졌지만, 이제 또 차분하게 연습해야지. 오르막길과 계단만 올라가면 숨 넘어갈 것 같아서 더 연습해야지. 트런은 정말 등산하는 사람들 잘 할 것 같다. 동생말로는 러닝 마일리지 쌓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오르막길, 그리고, 숲길 디딜 때 평평한 집 안에서 가장 많이 걸은 내 발이 내가 봐도 비효율적으로 허우적 거리고, 발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주 1회는 숲달리기 해보려 한다. 달리지 않고, 걷기라도 내 발이 숲길, 산길 걷는데 익숙해지게 만들어야지. 


일요일 오전, 멍때리며 트위터 보다가 두 시간 순식간에 지나가는거 너무 쉬운데, 일요일 오전, 2시간동안 달리기 열정 뿜뿜한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내 한계를 밀어붙이며 달리고 온 내가 너무 맘에 든다.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들었던 화이팅, 힘내요 응원들이 몸과 마음에 착 달라붙어서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주최측이었던 파나고니아 부스에서 Why I Run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왜 달리나 생각해봤는데, 

나를 알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알고, 사람들을 알고, 세상을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시작은 좀 움직이긴 해야지. 운동을 하긴 해야지. 라는 소극적인 마인드였는데 말이다. 

더 강해지고 싶어서, 더 오래 더 잘 달리고 싶어서 달린다. 그 과정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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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07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트레일러닝 10km 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건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이죠! 사실 오르막.. 이 나오면 저도 과호흡 올 것 같고 느리게 걸을것 같지만, 저도 언젠가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하이드 님의 목표대로 차근차근 밟아가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하이드 2025-04-07 13:24   좋아요 0 | URL
네, 오름 너무 아름답고요! 숲도 아름다워요. 윗지방에도 트레일러닝 대회 많으니 한 번 찾아보세요! 등산과 러닝으로 단련되어 있어서 잘하실 것 같아요!

독서괭 2025-04-0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습니다 하이드님!!👏👏👏👏👏

하이드 2025-04-11 17:34   좋아요 1 | URL
아직, 달리기가 재미있는건 모르겠는데, 달리고 나면 재미있습니다. ㅎㅎ

루피닷 2025-04-0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완주 축하드립니다..
트레일 러닝은 아직 입문 못했는데요
내년쯤이나 도전해봐야겠어요^^*
다음 대회도 화이팅!!🙌🙌

하이드 2025-04-11 17:36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이다보니, 부상 없이 오래오래 잘 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트레일 러닝 정말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