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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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씨가 책을 내려고 했을 때, 출판사들에서 거절했고, 봄알람을 찾아가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책을 만들었다. 책 광고를 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찾아갔을 때, 모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김지은씨는 무슨 글을 썼어도 잘 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글도 좋다. 김지은씨가 꺼내는 이야기들이 경악과 공감과 분노로 버무린 강렬한 감정을 끌어내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그렇다. 


어떤 책들은 그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이 내게 그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친절하게 타임라인과 인터뷰를 중간중간 꽉꽉 채워 두었다. JTBC의 인터뷰도 실시간으로 분노하며 보았고, 그 이후의 뉴스들도 지나치며 보았다. 연대의 뉴스와 광고들도 다 기억난다. 김지은씨의 입장문과 여성의날 전했던 글도 다 이미 읽었었다. 가십들과 2차 가해들도 스쳐 지나갔다. 


이 미친 이야기는 한 개인, 김지은씨를 중심으로 펼쳐진 토네이도와 같았다. 뉴스에서 봤던 것들을, 백팔십도 돌려, 그 시야 끝에 앉아 있던 김지은씨의 목소리로 듣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몇 번이나 울었다는 후기를 들었을 때는 그정도까지야.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인용을 하느라 책을 펼칠때마다 몇 번이나 눈물이 나고, 꽉 막힌 마음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개인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이 너무 많았다. 개인들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치인의 일상이 왕으로 군림하며, 이렇게까지나 개인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옳지 않다. 


수행비서가 하는 일들을 읽으며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수트핏을 신경쓰느라 수행비서의 옷이 마술 주머니라도 된냥 안의 모든 것을 끄집어 내고, '안의 기분'에 따라 모든 일이 결정되고 좌우된다는 것에 코웃음이 났다. 안의 부인이 지인에게 줄 고춧가루 열근을 구해 오라고 하고, 모두 함께 식사를 하는데, 빵이 먹고 싶다고 유명 빵집에 보내고, 그런 것들을 수행비서의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내가 혹시 잘못 읽은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심한욕이 나온다. 노동자로서의 김지은씨는, 안의 수행비서 역할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인으로 부리고 있고, 2020년을 평범하게 사는 나는 그게 말이 돼! 화가 나지만, 그렇게 어딘가에서는 그게 법이고 말이 되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성폭력 이전에 성추행과 성폭력을 용인하는 여자를 '기쁨조'로 보는 문화가 그 집단에 이미 만연해 있었다. 


2차 가해들과 거짓 증언이 난무할 때, 뭔가 있어? 생각했다면, 아니, 그런 분위기의 그런 공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일말의 의구심도 들지 않는다. 


김지은씨는 헌신적으로 일했고, 인간관계도 좋았던, 거의 결점이 없는 피해자로 읽혔다. 

보통은 그렇지 않다. 김지은씨여서 차기 대선주자라던 안을 끌어내릴 수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 자신은 피투성이가 되었을지언정. 그 점이 더 화나고 맘에 들지 않는다.


피해자 김지은을 읽는 것은 힘들었다. 

그를 위축되게 만드는 사람들과 돈, 돈과 사람들. 


좋아하는 호떡 하나 길거리에서 맘대로 못 먹고, 눈치 보다 결국 체해서 병원에 가고, 

돈도 먹을 것도 똑 떨어져서 물만 마시고, 

자주 굶었었어서 빵을 선물 받으면, 정말 맛있게 잘 먹어서 선물한 사람이 놀랄 정도였고, 

쉼터에 들어가 옷 기부함에서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어서 감사했고,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옷이 두 개가 되어서 돌려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고, 

오랫동안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어느날 모자를 벗은 하루의 잠깐, 너무 시원하고, 행복했다고 말한다. 


작은 서점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는 김지은씨. 

거센 파도를 넘고 넘어, 아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김지은씨. 


이 책이 그녀에게도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면, 약간이나마 안심이 된다. 


나에게 좋은 책이 모두에게 좋은 책은 아니지만, 이 책만은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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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안드레아 게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서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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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효용을 가진, 실용적인 독서에 대해 생각한다. 그 중에 하나는 치료, 치유로서의 독서일 것이다. 

Lesen als Medizine , 원제는 '치유(약)로서의 독서'이다.


표지와 번역본의 새로 지은 제목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이 상당히 멋있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지기에, 독서로 치유받을 수 있다. 뭐, 그런 말일까. 


시몬 베유의 책과 이 책을 겹쳐 읽었다. 시몬 베유의 프리모 레비 평을 읽다가 1장부터 독일 여자의 프리모 레비 평, '번아웃일 때 만난 책' 으로서의 프리모 레비 책에 대한 평을 읽으니 시작부터 찜찜하긴 했지만, 


" 1943년 이탈리아 저항단체에 가잠했다가 체포되어 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에 갇혔던 프리모 레비는 1958년에 감동적인 자전적 소설인 <이것이 인간인가?>를 출판했다. 레비는 잔혹할 정도로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강제수용소의 일상을 묘사한다.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인간의 생존 의지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시켰는지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매일 싸워야 했고 서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던 수용자들 사이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직전에 읽었던 홀로코스터 생존자인 시몬 베유의 프리모 레비 평도 옮겨둔다.


" 전후 초기 몇 년을 다룬 중요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와 있다. 이 책들을 통해 모두가 사실을 이해하고 그 사실이 지니는 의미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여기에 그것을 전부 인용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가 있다. 나는 이 책이 1947년에 출간되자마자 무척 빠르게 읽고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이런 책책을 이렇게 빠르게 쓸 수 있지?" 그가 남긴 업적은 내게 불가사의하게 남아 있다. 프리모 레비는 즉각적으로 완전한 명료함에 다다랐으나 이 명료함은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점에서 비극적이기도 했다." - 81p <나- 시몬 베유> - 


실존하는 사람과 비극을 다룰 때, 개인은 과거와 역사와 떨어져 있을 수 없다. 


저자가 무신경하거나 다른 어조를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읽는 타이밍이 좀 거시기했다. 


"근심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은 건강에 좋다. 말하기에는 치료 효과가 있다." 에리히 케스트너가 <마주보기> 서문에 적은 이야기라고 한다. 예술과 문학은 감정의 숨겨진 영역을 건드리고 억압된 감정을 의식하게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김지은입니다> 이다. 서문부터 목이 콱콱 막히는데, 이런 말로 시작한다. 


"지난 2년간 많은 분이 함께해주셨지만, 지독히도 고독했다. 죽음을 고민하고 시도하던 그 여러 번의 좌절 속에서 나는 늘 혼자라고 느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종잇장 뒤에서 나를 묵묵히 지지해주는 누군가와 나긋이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살아내겠다고 아등바등 지내온 시간들이 흰 종이 위의 활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위로받았다." 


읽기와 쓰기는 공통분모를 가진 채 닿아 있고, 말하고, 읽고, 쓸 줄 아는 인간은 그렇게, 읽고, 쓰며 더 나아지라 제 상처를 핥는다.  


"아이들이 재미 삼아 읽는 것처럼 읽지 마시오. 뭔가를 배우려는 야망으로 열심히 읽지도 마시오. 오로지 살기 위해 읽으십시오." - 몽테뉴가 어떻게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대답한 말 - 


니나 상코비치의 책도 나온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책은 1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하는 책이지만, 그녀가 1년의 독서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는 언니가 죽고, 그 상실감에 힘들어서였다. "그녀에게 책은 '삶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책에 잠겼다가 다시 온전한 사람이 되어 책 밖으로 나오고 싶었다." 


' 강남역 10번 출구' 이후, 많은 여자들이 페미니즘 책을 찾아 읽었다. 감정을 설명할, 표현할 언어를 찾기 위해. 그 또한 독서 치료이다. "창작과 독서는 고유한 언어를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 


하나 불만은, 여기서 다뤄지는 책들이 거의 문학이다. 저자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독서치료나 서평 에세이 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경향이기도 한데, 문학 올려치고, 자기계발서 깎아내리는거. 두 분야 다 많이 읽고, 문학분야를 더 많이 접하지만,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들이 추천하는 잘 만들어진 행동 옵션은 지적 흥분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언제나 바깥에 머물 뿐 마음에 닿지 못한다. 반면 문학을 집중해서 읽는 것, 재미있게 책에 몰두하는 것은 지속적이며 활기찬 경험일 수 있다." 


아니거든요, 이 편협한 양반아.


이 책에서 만나서 반가운, 마침 내 책상 위에 있는 책 엘라 버트하우드와 수잔 엘더킨의 <소설 치료The Novel Cure> 

책 내용이 긴가민가 했는데, 원제 보니, 맞다. 번역본은 <소설이 필요할 때>로 출간되었다. 


내가 요즘 읽는 모든 읽기 책에 나오는 말, "글자가 뇌를 바꾼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모든 일은 우리가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수고를 뇌에 요구한다. 그러므로 "시각적, 음운론적, 의미론적 정보의 상징을 만들고 그것을 재빨리 불러내는 데 특화되 영역을 뇌에 마련하여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보다 읽기 초보자는 더 넓은 뇌 영역을 동원해야 한다. 우리가 유창하게 읽을수록, 숙고나 감정을 위한 공간이 더 넓게 확보된다고 읽기를 연구한 미국 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말한다. 만약 읽기 초보자들이 어렵게 해내는 독해 과정이 마침내 능숙해져서 거의 자동으로 진행되면, 뇌는 "매 순간 더 많은 은유적, 논리적, 유추적, 정서적 배경 정보와 경험지식을 통합하는 버법을 배운다. "그러면 뇌는 아주 빠르게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고 "한없이 점점 완전해지는 사고 능력의 생리학적 토대를 마련한다. 읽기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리라." 


어릴 때 부모의 돌봄과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더 나쁘게는 학대를 당하여 회복탄력성이 길러지지 않은 경우, 독서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11장 책읽기 벌칙의 효과 였다.


" 최고의 보안 시설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카탄두라스 교도소에는 자칭 '독서를 통한 해방'이라 부르는 제도가 있다. 이곳의 중범죄자들은 독서를 통해 형을 줄일 수 있다. 한 권당 4일씩 형량이 준다. 한 달간 책을 읽은 뒤, 정말로 책을 읽었고 내용을 이해했음을 면담과 독후감 형식으로 입증해야 한다." 


독서 치료를 넘어선 독서 교화!


드레스덴 소년사법보호원은 백권이 넘은 독서목록을 만들어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독서형벌?!을 선고했다. 

드레스덴에서는 폭력, 마약, 인종차별, 중독, 성폭행 등을 주제로 하는 독서 면담이 1년에 70에서 100회까지 마련된다고 한다. 


자기만의 박스에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 책은 가장 쉽게 잡고 나올 수 있는 동아줄이다. 

책은 살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의 해답으로 이끌어준다. 읽고, 변하고, 행동하는 것은  독자인 '내'가 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절대적으로 나만을 위한 맞춤이다. 혼자가 아니게 해 주는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이자 멘토이다.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질 수 있고, 책을 이읽으며,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과정을 일구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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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을 것인가 -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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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성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모든 읽기'에 최고의 지침서.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독서법에 관한 많은 책들이 그렇듯,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저자가 어떤 계기를 통해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독서법에 대한 강의 문의를 받고, 독서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정리하고, 이 책이 나왔다. 

유용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기존에 알던 독서법들도 있고, 저자가 만든 독서법들도 있다. 


독아, 다독, 남독, 만독, 관독, 재독, 필독, 낭독, 난독, 엄독으로 나누어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독, 재독, 낭독 정도가 익숙하다. 관독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만독할 책을 골라볼 생각이고, 엄독도 잘 이용해보려 한다.

첫 챕터인 '독아' 나를 읽다 에서는 뇌의 가소성, 성장형 마인드셋, 책 읽는 뇌를 이야기한다. 책을 안 읽는 사람도 연습하고, 노력하면 숙련된 독서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맞는 말이다. 운동하면 생기는 근육처럼 독서해야 생기는 독서 근육이 있다. 뇌에. 말하는 건 타고 나지만, 문자를 읽는 것은 인간이 노력하여 해낸 것이다. 새로운 뇌회로를 만들고, 갈고 닦는 것. 


다독에 나온 이야기들에 공감. 다독지향,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어휴, 너무 많아. 다 사서 다 읽고 싶다. 늘 조급한 사람이라 다독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게 읽는다. 


2015년 나온 책이니, 그 즈음의 조사일텐데, 독서실태를 보면, 성인이 1년에 평균 1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아마, 더 줄었을듯. 근데, 주변에 보면 책을 거의 한 권도 안 읽는 다수와 일년에 50권 이상 읽는 다수의 독서가가 있으니, 평균값은 의미없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도 그렇다. 내 주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대부분과 알라딘에 오면 음.. 나는 200권 안팎으로 읽는 것 같다. 형편 되면 삼백권도 읽고, 안 될 때는 백권도 읽고. 이 동네에서는 권수로 명함도 못 내밀지만, 다독가이긴 하겠지. 책다매가.. 같은 말은 없지요? 그건 늘 자신 있었는데 (땍!) 요즘은 그거도 안 되지만요. 


박웅현 <책은 도끼다>에 "1년에 다섯 권을 읽더라도 자기에게 '울림'을 주는 문장이 얼마나 많으냐가 더 중요하다" 라는 내용이 나오나본데, 저자는 동의 못함. 앞 뒤가 안 맞는다고. '울림'이 많다는 이야기는 깊은 독서를 하고 있다는 건데, 깊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독서가의 뇌'를 소유해야 학,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많은 책을 읽을 때에 가능하다. 1년에 다섯 권 읽는 초보 독서가에게 깊은 울림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근데, 이거 쓰면서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겠지. 이미 숙련된 독서가니깐. 박웅현 저자도 본인이 이미 숙련된 독서가니깐 저렇게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질, 깊은 독서를 하려면, 양이 우선되어야 함. 다독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 


저자가 생각하는 다독은 1년에 50권 이상이다. 한 주에 한 권. 


'남독'은 다양하게 읽기이다. 이것도 좋은 독서법. 근데, 맘대로 되는건 아니고. 나는 추리소설, 소설, 인문학, 역사, 미술, 문화, 경제경영 분야의 책들을 주로 읽었고, 좋다는 과학책들은 사두기만 하고 잘 안 읽었다. 아니, 못 읽었다. 계기가 생기니 읽는 분야가 바뀌게 되었는데, 사회과학 책들 읽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또 잘 안 읽히더라. 사회과학 책들 열심히 읽기 시작하니, 이번에는 소설이 안 읽혔다. 지금은 다 잘 읽는다. 과학책들도 모든 분야는 아니라도, 뇌과학은 재미있게 찾아 읽는다. 마음 열어두고, 좋은 책들은 분야 가리지 않고 읽겠다는 의지가 필요함. 계기를 만들고. 


'만독'은 느리게 읽기.이다. 나는 느리게 읽으라는 말을 좀 싫어하는 편인데, 다독하면서 그 중에 만독하는 책 있는건 괜찮을 것 같다. 한 권 들입다 파는건데, 그 분야의 모든 책 쓸어담아 읽는 계독과도 연결되어 있다. 


3회독쯤 하고, 챕터별로 생각 정리해보고, 장문의 글도 써 보고, 저자의 책들도 다 찾아서 읽어보고, 요약도 해보는 것. 만독의 방법. 


다음으로 '관독'은 관점을 가지고 읽는 독서법이다. 내가 평소에 많이 하는 독서법이다. 

달리기책 한참 읽을 때는 무슨 책이든 다 달리기 관점에서 읽힌다. 정원일 한참 할 때는 무슨 책이든 다 정원관점에서 읽히고. '몰입'과도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에 몰입하게 되면, 세상이 그 관점으로 돌아가지. 책도 마찬가지. 


'재독'은 다시 읽는 것. 이 부분도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같다. 


"사실 다시 읽기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책에게 독자는 언제나 낯선 타인이다. 하지만 그 낯선 타인은 책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보며, 변해 버린 지금의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재독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여행, 이른바 '자아의 시간여행'이 된다. " 


좋은 책들 빨리 많이 읽고 싶은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나중에 시간 지나서 재독했을 때 달라지는 나를 보고 싶어서. 


다음은 '필독' 밑줄긋고 메모하면서 읽는 것. 작가는 필독파이고, 나는 안필독파이다! 

내가 책에 낙서하지 않고 깨끗이 새책처럼 보는 것은 '언젠가 팔려고' 라는 다소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인데, 책에 인용된 안필독파 이야기 들으니, 나도 언젠가 허세 떨며 써먹.. 아니고, 우와 - 감탄 나오더라는. 


조국 교수는 전공서적 외에 밑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될 때, 먼저 적어 놓은 글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데 방해가 될까 염려되기 때문.

최재천 교수도 밑줄 긋고 여기저기 쓰는거 싫어해서 쓸 것 있을 때는 메모지에 써서 살짝 끼워 놓는다고 한다. 그의 서재는 하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열린 도서관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위해 늘 책을 새것처럼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

김중혁 작가는 "밑줄 치고 싶었던 문장과 단어들이 참 많았지만, 나도 모르게 내 것인양 사용할 것 같아서 참았다" 라고 한다. 


아, 그리고, 저는 필독 안해. 왜냐하면, 채..책 팔려면 낙서 하면 안되기 때문에. 


마지막에 나온 엄독은 책을 읽고 덮는것. 초월로서의 엄독과 지속가능한 독서로서의 엄독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 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한 것은, 하루에 책 서너권씩 읽을거면, 한 권 읽고 산책 가거나 자거나 해서 머리 리셋하고, 다음 권 읽어라. 뭐, 그렇게 이해했다. 


책은 독자와 저자 둘이 같이 쓰는 것이고, 이 책은 같이 쓰기 좋은 책이었다. 

잘 읽었고, 나의 '독서법'에 대해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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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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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안녕, 주정뱅이> 이후 읽는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의 '봄 밤'이 내 안의 뭔가를 눌러 읽을 때마다 눈물이 철철 났더랬다. 

그렇다고 특별히 기대하고 읽은 건 아니었지만, 권여선의 글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는 이 소설집을 읽고나니 좀 알 것 같다. 


지난해 내가 계속 생각했던, 의문 가졌던 것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단편적인 말들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작가가 집요하게 보여주고 있고, 문학평론가 백지은의 해설은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상황들을 모조리 선해하였으나, 나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겠고, 일단, 알겠다. 그 비참함과 옥죄인, 무거운 중력의 삶. 그 안에서 살아지는 인물들. 


"야근과 뒷정리를 마친 소희는 4A 주차장에서 마지막 통근버스를 기다린다. 밤이라 춥다. (..) 전철이나 통근버스에서 서서 갈 때 소희는 종종 돈 계산을 한다. 오늘 얼마를 썼는지. 이번달에 얼마를 쓰게 될지. 그러면 시간이 빨리 간다. 돈 계산을 하고 가계부를 쓸 때에만 소희는 살아 있는 것 같다. 뭔가 벅차오르다 금세 풀이 죽고 갑자기 조그증이 났다 울렁거렸다 종잡을 수 없는 흥분 상태에 사로잡힌다. 이번달 월급 백칠십만원을 받으면, 받으면..." 


'손톱'의 소희. 돈 들고 튄 엄마가 없었으면, 돈 들고 튄 언니가 없었으면, 좀 더 편했을텐데. 기대도 하지 말고, 인연 끊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면 좋을텐데. 마음이 커서 좋은 점이 뭔지 모르겠다. 나쁜 점만 잔뜩이다. 약할 수록 더 그렇다. 


"오래전, 그게 언제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시간에 어머니는 삶을 놓아버렸고 그 자리에 가끔 웅웅대며 울고 가래 때문에 그르렁거리는. 한쪽은 나무토막처럼 굳고 다른 쪽은 가시처럼 마른, 움직이지도 못하고 갑작스러운 경련만 일으킬 따름인 기저귀를 찬 작고 마른 생물체만 남았다." 


'너머'에 나오는 기간제 교사인 N 과 그녀의 엄마 


'손톱'과 '너머'를 읽으면, 가난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끊임없이 계산하게 만들고, 존엄과 생활을 저울대에 올려놓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자괴감을 남기고 마는 것. 


'친구'의 해옥과 아들인 민수를 보면,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것도 곧이 들리지 않는다. 선택의 여지 없이 자기합리화를 최대치로 밀어붙이는 것. 그걸 내가 알고, 긍정적인 것으로 포장할 수 없다. 


입술 뜯으며 찜찜한 기분으로 읽었지만, 마지막 단편인 '전갱이의 맛' 이 책을 사니 '전갱이'를 부록으로 줬던 '전갱이의 맛'은 참 좋았다. 말을 잘 하던 남자, 대학 강사가 성대 낭종으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자기만의 말을 찾게 된 이야기. 남자는 1인칭 화자인 '나'의 오래 연애했고, 짧은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한 전남편이다. 


" 나만의 말은, 그가 힘주어 말했다.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억되거나 발견되는 거야. 내가 어떤 언어를 간절히 원했던 순간을 기억하거나, 그 간절함이 생겨나는 순간을 발견해서 내 말로 삼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들은 어원을 잃는 법이 없어. 최초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말 속에 삶이 깃드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내가 말할 때 '나'라는 화자도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역시 십년간 가장 친밀한 사이였던 파트너였어서 그 또한 통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 만의 말'이 통하는 사이. 말하는 내가 화자이자 듣는 청자라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내가 평소에 말하면서 답을 찾고, 정리하는 것도 나라는 청자가 있어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경쾌한 한국 소설들을 많이 읽었어서, 오랜만의 이런 가난하고, 늙고, 병들고, 말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들이 좀 찐득찐득했다. 똑같이 가난을 이야기하더라도 말이다. 딱 이 정도까지가 내가 읽고 좋았다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 같다. 더 가면, 신파 같고, 혼자 비장한거 같고 싫을 것 같은데, 딱 여기까지는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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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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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에서 '캣퍼슨' 조회 난리 났을 때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나왔다. 
뉴요커 글로만 떴다기엔, 단편집 읽고 나니, 준비된 작가였구나 생각된다. 

캣퍼슨 핸드폰으로 슬렁슬렁 봤다가, 책으로 다시 읽으니, 정말 요소요소 비웃음이 비질비질 나오다가 마지막 페이지에는 큰 소리로 깔깔 웃어버렸다. 

이 책이 21세기 데이트 사실적 묘사하는 책이고, 괴물, 살인자, 마법에 관한 이야기, 우화도 나온다고 했는데, 정말 다양한 장르를 부족함 없이 작품으로 내놓았다. 

책 읽는 내내 연애 판타지, 그러니깐, '연애' 라는 역할 놀이, '연애'라는, '로맨스'라는  판타지. 로맨스 지향 연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데이트 했던 남자들 모두에게 한 권씩 보내고 싶다. 아, 과거의 나에게도. 

다양한 장르의 단편이지만, 작가의 내공과 글솜씨에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재미 있었다. 

여자가 화자인 작품도, 남자가 화자인 작품도 다 섬세하고, 예상 밖이다.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그에 익숙해져서 성별이 바뀌기만 해도 신선함을 느끼는데,

현대의 여성 작가가 여자, 남자, 현실 클리쉐들을 적나라하게, 실감나게 펼쳐 보여주고 있으니,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아는 이야기들인데, 미묘하게 신선하고, 이거가 크게 느껴진다. 

작품들 중에 뭐가 좋았더라, 돌이켜봐도, 하나 하나 다 의미심장 클리쉐들이 있어서 어느 하나를 못 고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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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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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