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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평점 :
일본 논픽션계의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이라 불리는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과 명성 높은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소개글을 보고, 논픽션상이라고? 재밌겠다! 출판사에서 마침 이벤트하길래 신청해서 받았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논픽션, 홍콩의 청킹맨션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책들 진짜 많으면 좋겠다. 많겠지? 이 책처럼 대중들에게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히는 책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탄자니아인지는 알 기회 없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와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아마도 본 적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예멘 난민들을 볼 기회들이 있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 가져 본 적 없었지만, 이 책을 보고난 후에는 다를 것이다.
청킹맨션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고, 청킹맨션에 살고 있는 탄자니아인들의 '돈벌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리뷰 제목에 쓴 '사랑과 우정의 비결은 돈벌이'는 6장의 제목이다. 최종장 뺀 마지막 장이다. 홍콩에서 살고, 일하는 탄자니아인들을 관찰하고 쓴 이 책의 가장 큰 키워드는 '돈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써야 나쁘게 들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중국도 아프리카도 상업에서 뭔가 바가지 쓰고, 사기 당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탄자니아인들의 공유 경제에 비해 해외 나가면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들 더 디테일하게 들으니 말그대로 경험에서 온 부풀린 선입견이겠다.
지구가 망하면 망했지,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을거라고 하는데, 그 결과 지구와 자본주의가 사이좋게 같이 망하고 있는 지금. 지중해가 절절 끓고, 폭염과 한파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기존의 자본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새로운 방식의 경제 모델을 시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읽으면서 생각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처음 읽는 이야기이지만, 낯익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들의 호혜성은 여러 사정이 있으니 세세하게 따지지 말고, 무임승차도 오케이, 기부금도 상황에 따라 받는다. 인간은 언제나 변할 수 있으며, 그의 과거가 아닌 지금의 상황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상황과 문맥에 따라 한정적 신뢰를 주고 받는다.
"타자의 복잡한 사정은 알 수 없는/알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기본 마인드로 '겸사겸사' 서로를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윈윈'의 기회를 찾아 기브 앤 테이크를 이루고자 한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타지에서 죽으면, 본국으로 보내줄 수 있게 힘을 합친다.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미래 인류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이들, 공유, 연결, 특이점singularity, 기본 소득에 관심을 두는 모든 이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들은 '아무도 신용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 세계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호수성 reciprocity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과 생활 보장 구조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 (31)
선한 시민이거나 선한 친구, 선한 이웃이 아니어서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 고 단언하지만, 서로 돕는 구조와 논리에 대해 청킹맨션, 가장 가난한 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카라마라는 자칭 타칭 보스이자 중고차 브로커를 통해서 그 겉모습이나마 볼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동료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강한 '독립독행'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은 각자의 독립독행 정신, '자력으로 살아가기' 와의 균형 위에서 모색된다. 자력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정말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그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늘 실리를 따지지만, 본래의 목적은 '인심을 쓰는 기쁨', '동료와의 공존', '놀고 싶은 마음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 '자영업의 자유로운 정신'과 같은 즐거움이다.
신뢰가 무너진 비즈니스계에서 신뢰를 코인으로 돈을 벌고, 고국인 탄자니아와 홍콩의 삶이 평행적인 삶을 산다. 탄자니아는 돌아가야 할 집이지만, 홍콩에서의 삶 또한 돌아가야 할 또 하나의 삶의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