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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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에서 따온 제목 맞다. 


나는 굳이 한국 소설이 싫다는 말을 꽤 자주 하고 다녔다. 내 기준 안 읽는거고, 사람들 얘기하는 책들은 궁금해서 다 읽어보긴 했다. SNS에서 한녀 문학 플로우와 안다무 (안온 다정 무해) 플로우를 보면서 관심이 생겨서 본격 찾아 읽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꺼려지는 마음이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들도 생기고, 내가 '싫다' 라는 말 속에 숨겨둔 마음이 뭔지 생각 중이다. '위픽' 시리즈 읽으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거리감을 많이 줄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것 저것 사람들 얘기하는 책들 찾아 읽다가, 가장 최근 플로우로 한국 소설 이제 안다무는 지났고, 다양한 소재의 다양한 글들 나온다.는 글 보고, 그래? 그런 것 같긴 했지. 그렇다면, 요즘 나오는 소설들 읽어볼까? 하고 찾은 것이 수상작 모음집이다. 


젊작상(젊은 작가상) 은 종종 봤는데, 이상 문학상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좋았다. 단편들도 좋았고, 단편에 대한 작가의 말과 인터뷰도 좋았고, 심사위원들 말과 수상작을 고르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나온 것이 좋았다. 한 해동안 나온 300여편의 한국 단편소설들 중에 예심 결과 30여편을 뽑고, 그 중에서 여섯 편을 뽑았다.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은 만장 일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축제 같아서, 한국 소설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생겼다. 


<그 개와 혁명>은 저자의 아버지 간병 경험이 녹아 있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운동권이었던 엄마와 태수씨. 그들의 친우들, 혹은 동지들. 그리고, 개.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도 생각나고,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생각났다. 간병 돌봄과 장례식 이야기인데, 우울하기보다 위트 있다. 운동권인 태수씨와 페미니즘 이야기 나오는 것도 세대간 이야기도 좋았다. 짧은 단편에 재미와 의미와 다양한 이야기와 개가 꽉꽉 눌러져 있는데, 무겁지 않고, 가벼워서 좋았다. 


다 좋았지만,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와 최민우의 <구아나> 두 작품 다 주인공들의 수치와 모욕감, 열등감, 등이 단순하지 않게 읽혔다. 


이 작품집에 나온 작품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지금을 반영하고 있다. 이래서 한국 소설 읽는구나 싶기도 했고, 왜 좋은지, 왜 싫은지도 좀 알 것 같았다. 안다무의 유행은 지나갔다는 이야기에는 반 정도만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이스가 좀 안다무야. 언제부터 그랬지? 더 예전 소설, 안다무 이전의 소설들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안다무가 싫은건, 안온하고 다정한건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책에서 읽다보면, 수동적이고, 체념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아서이다. 무해한건 그게 당연한거여야 하는데, 굳이 무해를 찾게 만드는게 싫어서이다. 


여튼, 소설만큼이나 분량 많았던 대담, 작품해설, 심사평은 나 같은 새로운? 독자를 끌어오기에 좋은 시도였던 것 같고, 한국 단편 소설들을 더 부지런히 챙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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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즐거운 책 검색 시간이 거대 쓰레기더미에 뒤덮힌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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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6-2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제주 장마 시작, 

제주 비바람이 불던 아침, 동생은 포기하고 그냥 가는게 낫겠다는 눈치를 계속 보여서 내가 디엔에프의 ㄷ만 꺼내도 집에 갈 기세였지만, 런친자들이 비바람에도 즐겁게? 몸을 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라는 것이 멋있고, 기상 악화는 트레일 러닝의 묘미가 아닌가 싶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포기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근데, 날씨 좋았으면, 컷오프 타임 내에 완주 못할뻔. 이전과 같은 코스인 줄 알았더니, 뒤에 산이 하나 더 있어서, 나는 이미 평지에서 에너지 다 소모했건만, 산이 하나 더 나와서 .. 


4월 첫 대회 참가 이후 꾸준히 훈련했고, 4월 대회 코스라면, 시간 단축도 노리고 있었는데, 산이 하나 더 생겨서 정상적인 날씨라면 컷오프 타임 못 맞췄을 것 같다. 지난 번에 꼴지로 2시간 20분만에 들어갔고, 이번에도 꼴지로 3시간 20분만에 들어갔다. 기상 악화 때문에 길이 험해져서 컷오프 타임이 없는 경기였다. 


아니, 그래도 천 명 가까이 신청하는 큰 대회인데, 어떻게 내가 두 번 다 꼴지냐. 아니, 내가 잘 달리는건 아니고, 순위권도 아니고, 내 소박한 목표는 항상 컷오프 타임내 부상 없이 완주이긴 하지만, 두 대회 연속 꼴지라니 좀 이상하잖아. 


이번 대회에서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중간에 돌아온 사람들이 330여명이라서 내가 570등 하긴 했다. 

지난번 대회도 100명 정도는 안 오거나 중간에 포기.


진흙길은 갯벌같이 발이 푹푹 빠졌고, 미끄러졌고, 발목까지 물이 오기도 했고, 지난 번에 돌 밟고 건넜던 곳을 이번에는 물이 불어 허벅지까지 오는 곳에 입수해야 했고. 나는 진흙 내리막에서 한 번, 진흙 물에서 한 번 두 번 넘어졌고, 다들 넘어지고 자빠지고 엉덩이로 내려오면서 진흙투성이로 걷고, 달리고, 올라가고, 내려갔다. 


아니, 근데, 이번에 내가 꼴지인건 이해 간다. 이런 날씨에 달리는 다람쥐 염소들과 인간 초보 러너가 달리는데, 인간이 질 수밖에.. (아님)





발톱 주위로 흙타투가 새겨져서 씻어도 반신욕해도 바스타월로 박박 문질러도 안 지워져 ㅎㅎ 


내가 이꼬라지인걸 모르고, 커피 픽업하러 송당 스타벅스 리저브에 들어갔다. 안 쫓겨난게 다행. 


아, 다리는 물티슈로 벅벅 닦고 갔어. 신발도 다른 신발로 갈아신고. 



이거 트하르방이라고 하더라고. 트하르방 친구 생겼다. 

10월에 20키로 나가면, 하나 더 생긴다. 올해의 업적으로 트하르방 삼총사. 


이번에 마지막 산 넘으면서, 오르막 계단이 정말 끝도 없어서, 영혼이 약간 탈출한 상태로 올라갔는데, 양쪽으로 산수국이 너무 예뻤고, 진한 꽃향기가 공기중에 흘렀다. 내가 죽어 극락인가. 하면서 끝없이 오르고, 나중에는 끝없이 내려갔다. 물론 언제나 끝은 있다. 땅은 질었지만, 비도 그치고, 전혀 덥지도 않았다. 유일한 목표는 안전히, 부상 없이 완주였다. 


훈련하고, 좀 더 잘 달리게 되어 더 잘 할 줄 알았는데, 기상악화와 코스에 나타난 산 (대록산, 큰사슴이오름) 때문에 온 몸의 힘을 짜내고, 짜내서 완주했다. 


근래 저강도 훈련도, 고강도 훈련도 하고 나서 컨디션 저하 없었는데, 이번에는 온 몸이 아주 그냥, 동생 말로는 근신경계 타격 와서 그렇다며 리커버리 달리기 못하겠으면 걷기라도 하라고 두 번이나 전화왔지만, 일요일의 나는 존재 자체가 힘듦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뿌듯한 트하르방! 그리고, 달리기 코스! 


강아지 달리기 코스를 얻었다! 



강아지 러닝 코스를 위해서라면, 대록산쯤 오를 수 있지! 


집에 와서 아이스젤로 냉찜질 하고, 운동화 빨고 (흙이 끝도 없이 나옴) 옷 빨고, 저녁 먹고, 반신욕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낑낑대며 깼다. 발,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아파서. 아침에 일어나니 아픔이 전신으로.. 


같이 뛰었는데,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고.. 아, 얼른 러너의 몸이 되어야 해. 

어제 드디어 리커버리 달리기 30분 느릿느릿 했다. 오늘은 한 시간 할 수 있길. 


대회 전 후로 방학하면서 서너시간 일하던 내가 여덟,아홉시간으로 늘려 일하게 되어서 적응 못하며 모든 루틴을 내려 놓은 상태다. 내일부터는 조정 가능한 한가한 방학으로 복귀. 잘 먹고, 잘 읽고, 잘 달리고, 줄넘기랑 슬로 버피도 꾸준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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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06-17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걷기도 힘든데 러닝이라뇨
멋지십니다
꼴찌탈출 응원해요~

하이드 2025-06-17 20:25   좋아요 1 | URL
랭킹은 사실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아무리 그래도 왜 매번 꼴지인지 궁금합니다 ㅎㅎ 어제의 저와 경쟁하는거죠.

책읽는나무 2025-06-19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그냥 평지를 달리는 게 아니라 오름과 산을 올라야하는 난코스와 지금 제주는 장마철인데…
꼴찌라도 진짜 꼴찌가 아니시네요.
포기자들이 절반 가까이나 되니까요.
트하르방이 다시 보입니다.
삼총사.
다치지 않고 꼭 완성하시길.
암튼 완주 축하드립니다.^^

하이드 2025-06-19 07:15   좋아요 1 | URL
네! 다음은 첫 20키로이니 그동안 열심히 훈련하고 날씨가 어떻든 부상 없이 컷오프 타임내에 잘 완주하는게 목표입니다.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5-06-1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하이드님 대단합니다. 트하르방 나란히 모아놓으면 정말 뿌듯하겠어요!!

하이드 2025-06-20 09:22   좋아요 0 | URL
그죠! 트하르방들 ㅎㅎ 다음에는 더 잘 하고 싶은데, 아직 기력이 안 돌아오네요. 여름 훈련 어떻게할지 계속 궁리해봐야겠어요.
 
베르가모의 페스트 외 - 옌스 페테르 야콥센 중단편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9
옌스 페테르 야콥센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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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페스트' 제목이 들어가 있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다가 지나갔고, 이 책은 얇고 표지가 멋있는 세계문학전집을 사려고 아무 배경지식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옌스 페테르 야콥센은 19세기 덴마크 사람이다.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식물학을 전공했고, 다윈을 좋아해서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를 덴마크어로 번역하며 북유럽에 그를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과학사에 남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중이던 20대에 결핵에 걸려 학문적 인생은 포기했으나 소설가로서의 인생을 이어가게 된다. 

악화되는 병마와 싸우며 서른 여덟이라는 이른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저자의 이런 배경들을 알고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식물학자를 꿈꾸었던 저자가 묘사하는 자연은 아름다운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 대한 신념이라고 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표제작이기도 한 <베르가모의 페스트>에서는 신을 믿는 것과 신을 믿지 못하게 된 것, 광신도와 신을 저버린 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을 옆에 두고 글을 쓴 저자가 천착해오던 주제이지 않았을까. 


모든 단편의 시작과 마지막이 인상적이고, '죄책감'이라는 주제 또한 자주 보인다. 


다른 세계문학 단편집에 많이 들어간다는 '안개 속의 총성'과 '두 세계'의 결말의 여운이 길다. 여기 나온 작품들 중 한 작품 꼽는다면 '두 세계' 


'푄스 부인'은 이 시대의 작품에서 보기 드문, 근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쓰면서도 맞나 싶긴 하다. 현대에도 보기 힘든 여성상이지 싶다. 남편이 죽고, 딸의 실연을 달래는 여행 중에 첫 사랑을 만나게 된 푄스 부인이 자신들만 사랑하라며 반대하고 저주하는 다 큰 아들, 딸 대신 첫 사랑을 선택하는데, 어떤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아닌, 굳건한 푄스 부인을 볼 수 있고, 결말 또한 예상 밖이어서 좋았다. 


마지막 단편인 '모겐스' 도 신기한 이야기였다. 흔한 이야기 같은데, 흔하지 않게 느껴진 것은 저자가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관찰하고 펼쳐내는 자연과 인간의 마음 구석구석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었다. 다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오랜만에 읽기 시작한 세계 문학 전집 책은 스마트폰으로 박살난 주의력과 집중력을 이어 붙이기 위한 딱풀이자 나의 안간힘이었다. 얇다는 이유만으로 고른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어제 저녁부터 읽어서 오늘 다 읽었다. 성공적이었다. 


책 읽는 한 시간, 달리기 하는 한 시간은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무엇이건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은밀하게 소멸되어야 하고, 말로 드러내서는 안될 아픔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 말은 어느 날 다시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구축하려는 새로운 상황에서는 장애가 될 수 있고,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결국 타자의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고, 타자의 생각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57) - 푄스 부인


"사람들은 저 안쪽에 대리석 계단과 거친 실로 짠 태피스트리가 있는 웅장한 옛 저택을 싫어했다. 시커멓고 우람한 우듬지를 자랑하는 아주 오래된 나무들도 싫어했다. 우산소나무, 월계수, 물푸레나무, 측백나무, 떡갈나무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것들은 성장기 내내 미움을 받았다. 마치 늘 불안에 떠는 사람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것과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반항적으로 비치는 것들을 미워하듯이." (91) - 여기 장미가 있었네


"인생 전체가 참 슬펐다. 지나온 삶은 공허했고, 남은 삶은 음울했다. 단 한 번뿐이라는 삶이 그랬다. 행복한 이들은 눈먼 인간들이었다. 그는 불행을 통해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 (162) - 모겐스


"야콥센은 <닐스 뤼네>에서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무척 슬픈 일이지만... 우리의 영혼은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 영혼과 영혼의 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우리를 안아 주는 어머니도, 우리가 사랑하는 친구나 아내도 결코 우리 자신과 하나 될 수 없다.> 인간은 결국 이 세상의 이방인이자 외로운 나그네다. 타자와 하나 될 수 없다면 마음의 안식은 자기와의 하나 됨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가치와 의미 있는 것을 찾고, 대상 속에 숨겨진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해 내야 한다." (189) - 역자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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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침 6시에 나가 40분 버스를 탔고, 동생을 만나 40분 더 차 타고 사려니숲에 갔다. 

고강도 훈련으로 숲달리기를 했는데, 오름 직전에서 멈추는 오르막 코스였다. 

오름까지 다녀오면 10km, 그 전까지가 왕복 7km 인 코스였는데, 굳이 무리하지 않고, 7km 코스로 달렸다. 

지금까지 훈련한 중에서는 가장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었는데, 내가 잘 달려서 뿌듯했다. 

그 동안 왜 안 늘지. 왜 더 느려지지. 왜 계속 힘들지.의 시간이 있었고, 

동생 말로는 그 동안 연습 한 것이 이제 보이는거라고 하지만, 지지난주 일요일에 처음으로 저강도 훈련, 존2 달리기, 슬로우 조깅, 심박수 130대로 10키로 달린 것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심박 130대 달리기를 그 날 이후로 혼자서도 일주일간 연습했고, 어제 심박수 신경 안 쓰고 맘껏 달리다보니, 이전에 약간의 오르막도 힘들어서 걷겠다고 했던거에 비해 잘 달렸다. 2주전 한라수목원에서 오르막 달리기 할 때 힘들어 죽겠다 싶었던 것에 비해 더 오르막이었고, 더 길었음에도 더 달릴만했다. 


슬로우 조깅 만세. 그리고 어제는 처음으로 동생 무릎 보호대 빌려서 하고 뛰었는데, 역시 좋았다. 


사려니숲은 처음으로 가봤고, 요즘 월트 디즈니 책 읽고 있는 중에 월트 디즈니가 헐리우드로 옮겨서 실사 앨리스와 애니메이션을 합치는걸 만들기 시작한걸 떠올렸다. 현실이 아닌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1시간 16분 달리기 마치고 입구에 오니, 그제야 수학여행 버스며 관광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달리는 동안은 사람도 거의 못 봤다. 


꽃 향기와 나무 향기와 맑고 깨끗한 공기. 양쪽으로 키 큰 나무들이 일자로 곧게 서 있는 숲 한 가운데를 달리느라 고양된 기분이 컨디션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대회까지 보름 정도밖에 안 남았다. 대회쫄보라서 첫 대회때는 달리기 전부터 심박수가 치솟았고, 사람들 많다보니, 병목에서 쉬엄쉬엄 가다보니 갈 만했고, 무한 계단 포함한 발목이 이렇게 꺾여도 되나 싶은 오르막에선 심박 170 넘어가며 속 울렁거리고 숨 깔딱깔딱 넘어갔고, 막판에 컷오프 타임 걸릴까봐 걱정되는 와중에도 다리가 무거워 뛰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좀 다를까? 두 달간 훈련의 성과가 조금이라도 나타날까? 


어제 7키로 숲달리기 하면서 5월 마일리지 100키로 찍었다. 

5월 4일 정도 남았으니, 하루도 안 빼고 뛰면 120키로. 6월은 5월보다 하루 적지만, 150키로 정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6월 대회 잘 마치면, 10월 20키로 국제 트레일 러닝 대회 준비해야 하는데, 중간에 한여름이라, 내가 한여름에 나가 뛴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대된다. 


엊그제는 해리 포터 고블릿 오브 파이어를 다 읽었다. 오디오로만 50시간 넘게 들었고, 달리기 하면서 많이 들었다. 

해리 포터 너무 재미있어서 달리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해리 포터 말고도 다른 책들 많이 들었고, 달리러 나가고 싶다는 마음 들기 전까지는 달리고 나서 달리기 기록, 오더블 들은 나 자신이 좋아서 그거 보고 달렸다. 


지금도 한 시간씩 오더블 들으면, 책 진도 팍팍 나가서 좋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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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2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일반 트랙도 아니고 숲길을 달리신다니 사진만 봐도 제가 다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네요.그나저나 숲길 달리기는 더 힘들다는데 하인드님 참 대단하십니다^^

하이드 2025-05-29 09:15   좋아요 0 | URL
네,엄청 좋았습니다. 저는 목표가 숲 달리기, 오름 달리기라서 숲 달리기 잘할 수 있도록 달리기 연습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