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지났지만, 정리하지 않으면 분명 섭섭해질 것이므로 회고하는 느낌으로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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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첫번 째 공연은 뮤지컬 위키드였다. 해외에선 꽤 인기가 있지만 국내에선 덜 유명하다고 했던 위키드.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오즈의 마법사가 아주 사랑받는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 작품은 원작을 살짝 비튼 패러디라고 하니 더 낯설 터. 일찌감치 옥주현 캐스팅으로 예매해두고 이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정작 공연장에 도착해 보니 이날의 주인공은 박혜나였다. 읭? 어찌된 거지? 지난 해 가을에 갈라쇼에서 박혜나 곡이 별로였던 걸 기억해서 일부러 피해간 거였는데 이 무슨 재앙인가! 관객에게 연락도 없이 출연 스케줄이 바꼈나 알아보니 아니었다. 그냥, 내가 예매를 잘못한 거였다. 하아..ㅜ.ㅜ


나의 우려대로, 박혜나 공연은 별로였다. 수년 전 아이다 시절의 옥주현을 보듯이 시종일관 강강강으로 노래를 불러서 피곤할 지경이었다. 진정, 슬프구나.ㅠ.ㅠ 남주는 이지훈이었는데,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보통의 노래였다. 그닥 매력은 없었다. 멀리 샤롯데까지 갔는데 이리 허무한 결말이라니... 나의 2014년 삽잘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4년에 간 첫번째 강연회는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였다. 2주에 걸쳐서 홍대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진행했는데 무척 재밌었고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따로 이때의 강연만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오개월 여가 흘렀다는 사실을 방금 깨닫고 경악했다. 반성 반성!!



 






2014년의 첫번째 소극장 공연은 '아이러브유 비코즈'였다. 야곱과 함께 했던 공연이었다. 왜 그리 피곤했던지 중간에 잠깐 졸긴 했는데 엔딩의 노래와 가사가 좋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가 아니라, 그래서 사랑한다는 메시지는 얼마나 뜨거웠던가. 


2014년의 첫번째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당시에 고려시대 향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다.


 

 


향은 부처님의 사자다

그러므로 향을 태워 온세상 모두를 청하라


 


전시관 앞의 3D TV에서 연기가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세가지 향이 있었는데 하나가 너무 강렬해서 나머지 둘은 제대로 맡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의 '유향'이 혹시 동방박세 세사람 중 하나가 가져온 그 유향일까? 


전시회는 좋았다. 배가 고팠고 레스토랑에서의 굴욕이 새삼 떠올라 울화가 치밀지만, 하여튼 고려시대 향로 자체는 좋았다는 것!










이 무렵의 야곱은 뮤지컬 잡지의 교정을 봐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원고료 대신 받은 공연 티켓으로 함께 공연을 많이 갔다. 그렇게 가게 된 것이 뮤지컬 카르멘. 지난해 연말에 보고서 아주 실망했던 공연인 탓에, 아무 기대 없이 가서 보았고, 그 덕분에 평점은 건졌다. 다행히도 당시 내가 봤던 캐스팅과 전혀 겹치지 않았다. 이러기도 쉽지 않지!


카르멘 역할은 차지연보다 바다가 훨씬 잘 어울렸다. 호세 역할은 류정한도 신성록도 모두 안 어울렸다. 특히 이 무렵에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 중이어서 신성록을 보는 내내 소시오패스가 연상되어서 몰입이 참 힘들었다는 것. 카르멘은 배우의 문제라기보다 작품 자체를 너무 못 만들었다. 관객들이 외국 작품을 소재로 한 것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졸작으로 부랴부랴 만들어낸 것인지... 하여간 카르멘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왔음에도 영 아니었음!










맨 오브 라만차는 알라딘 B님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대신 가게 되었는데, 아아 명불허전 조승우의 열창에 완전 감동 받고 돌아왔다. 전 부치느라 도졌던 감기 따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감기 바이러스를 해치워주는 명품 보컬과 명품 연기의 협연이었다. 이러니 표구하기가 별따기지!!


 

 


내 생각에 알돈자 캐릭터는 김선영과 그닥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지만, 노래가 나빴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산초 역에 이훈진은 완전 맞춤이었다. 귀여워라~









뮤지컬 해품달도 나의 야곱과 함께 보았다. 그 잡지 교정 아직도 보는지... 오래오래 해주셨으면...ㅎㅎㅎ

해를 품은 달은 소설을 무척 재밌게 보았지만 드라마가 워낙 날림이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김수현이 나왔음에도 완전 망쳤으므로, 뮤지컬도 크게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아주 재밌었다. 역시 모든 감상의 최대 방해물은 '기대치'라는 것!!!


1막에 너무 내용을 조금만 담아서 2막에서 다다다 달리느라 무척 고생한 티가 났다. 편집을 좀 더 손보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전동석은 일이년 사이에 완전 주연급으로 확 성장했다. 아직 연기와 노래는 좀 더 무르익어야 할 것 같지만, 일단 비쥬얼은 최강이라는 것. 키가 187이던가..ㅎㅎㅎ


정재은 씨가 연기를 참 잘했다. 연기도 노래도 모두 안정적이었고 연우 그 자체로 보였다. 아, 한가인과 비교됨...


 

 


 

무대 구성도 좋았다. 한지와 조각보의 느낌이 있었고, 전통을 보여주되 옛스러운 느낌과 고풍스런 품격과 그러면서도 고루하지 않게 예쁜 무대였다. 토월극장이 워낙 무대가 깊어서 이런 시대극을 꾸미기가 좋은 구성을 가졌다. 다만 남배우들의 의상이 너무 통으로 내려와서 부해 보이는 게 살짝 엔지였다. 허리띠만 예쁘게 묶어주었으면 더 살았을 것을!









위저드 머털은 알라딘에서 램프 응모하고 당첨된 것이다. 머털도사를 뮤지컬로 바꾼 거였는데, 뮤지컬이기보다는 액션 연극이라고 해야 할까. 도술 부리는 머털이와 요괴들의 움직임을 스턴트맨급의 액션으로 표현한 것이다.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어린이 친구들이 보면 아주 좋을 재밌는 공연이었다. 요소요소 소품과 캐릭터, 분장이 모두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원작 만화가 더 좋다. 추억의 작품이지!









박노해 사진전은 이미 리뷰에서 소개했으니 패쓰. 문화생활 정리가 늦어졌던 게 바로 그 리뷰가 늦어졌기 때문이었다는 것...;;;;


http://blog.aladin.co.kr/manoa/7001579

http://blog.aladin.co.kr/manoa/7001477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거의 십여 년 만에 다시 보았다. 역시 야곱과 함께였다. 오래 전에 내가 본 것과 내용이 다소 수정되어 있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차이점은 모르겠고, 수정된 버전이 내게는 더 좋게 느껴졌다. 여전히 오래 사랑받는 이유가 여실히 보이는 재밌는 뮤지컬이었다.


오! 방금 알았는데 원작을 쓴 사람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썼구나. 이 작품도 재밌다고 소문났던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볼 기회를 만들어야지.






 


헝가리 왕실의 보물 전이 보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뮤지컬 엘리자벳 때문이었다. 익숙해진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는데, 그밖의 것들은 아주 썩 내 눈을 홀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사진은 마음에 들었는데, 오래 되어서 뭘 찍어온 건지 기억이 나지 않음...;;;;;










아아, 밤이 깊었다. 이제 그만 정리해야겠다. 2014년 1월과 2월에 영화를 제외한 나의 문화생활은 이러했다.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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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카의 학교에서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었다. 내가 간 건 물론 아니고 다녀온 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서 '신문고' 시간을 가졌다 한다.
부모님께 전하는 한마디를 발표하는 건데, "이렇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에요." 라는 형식으로 말하는 거란다.
첫번째로 용감하게 손을 든 학생은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지켜보던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아빠, 때리지 말아주세요. 아파요."

아아, 그 아비의 이마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으리라. 이후 용기 백배 한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께 요청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공부공부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였다. 이 아이들은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이날의 정점을 찍은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욕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배워요."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해졌다. 대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를 언급했던 공익 광고가 떠오른다. 



더 나은 삶을 열어가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공부하라 잔소리를 하겠지만, 그렇게 막연하게 손에 잡히지도 않을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짓밟아가는 이 악순환을 제발 좀 끊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디 이번에는 욕망 대신 가치에, 투표하기를! 
그래야 지난 4월 16일에 희생된 이들에게 아주 조금은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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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puu21.khan.kr/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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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6-0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그냥 ㅠㅠ

다락방 2014-06-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고 시간에 그런 얘기 했다고 저 학생 집에가서 또 맞는건 아닐까 너무 걱정되고 아프네요 ㅠㅠ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마노아 2014-06-04 00:18   좋아요 0 | URL
오죽하면 아이가 용기를 내서 그 무서운 부모 앞에서 저런 얘기를 했을까요. 그래도 아이가 용기를 내어서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테니까요.

순오기 2014-06-0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아이들의 솔직한 '신문고'에 당황했을 학부모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ㅠ
자녀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공익광고는 남이 아닌 바로 내 모습이기에 부끄럽지만 공감!ㅠ

마노아 2014-06-04 11:36   좋아요 0 | URL
언니가 그 순간 모두 '얼음'이 됐다고 했는데, 보지 않고도 그려져요.
아직 학부모가 돼보지 않은 저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닥쳐 보면 어떨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ㅜㅜ

마립간 2014-06-0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페이퍼로 써 놓고 올리지 않는 글이 있는데, 순종입니다. (제 생각에) 순종이라는 말 자체가 리더십을 전제로한 것이죠. 리더십에 따른 자발적 복종. 그런데, 강압에 의한 복종 즉 굴종을 순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마노아 2014-06-04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학생더러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았는데 마립간님 말씀이 겹치네요.

건조기후 2014-06-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ㅜ 평소에 아이가 아플 정도로 때린 부모라면 저런 말 듣고 반성할 사람도 아닐 것 같은데.. 아이가 정말 걱정돼요.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저도 어렸을때 여러번 맞았는데 나중에 커서 생각하니 참 맞을 짓을 하긴 했더라고요 ㅎㅎ;; 저 아이도 저처럼 그냥 맞을 짓 해서 맞은 거고 좀 크면 자기 잘못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런 경우였으면 좋겠어요. 이유없이 폭력을 당한 게 아니길..

마노아 2014-06-04 22:43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대로 이유없는 폭력이 아니었음 해요. 이유 있는 폭력도 물론 반대하지만요.
담임선생님과 여러 학부모님들이 본의 아니게 인증을 해버렸으니, 해당 학생의 부모님도 조심하고, 다른 분들도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요.ㅜ.ㅜ
 

  

제 2140 호/2014-06-02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포장마차는 오랜 기간 지친 직장인들을 위로해 주던 서민들의 쉼터였다. 그리고 이 포장마차에는 떡볶이, 어묵, 닭똥집, 오돌뼈, 곰장어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먹거리가 풍부했는데, 홍합탕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안주다. 우리나라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홍합은 술안주뿐 아니라 많은 요리의 재료로 쓰이고 남녀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홍합은 저 멀리 지중해에서 온 것이다. 원래 홍합은 토산종(그 지방에서 특유하게 나는 품종) 담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1950년대에 경남 지역에 지중해 담치가 유입된 이후, 고유종 홍합은 동해안 일부에만 서식하고 있다. 지중해 담치라고 불리는 이 외래종 홍합은 지중해가 고향이다.

달팽이보다 느린 홍합이 어떻게 저 멀리 지중해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할 수 있었을까. 이는 언뜻 생각하면 미스터리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배를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게다가 지중해 담치는 번식력과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편이어서 우리나라 토종 홍합의 영역을 대부분 빼앗았고 이제는 국내에 완전히 정착해 양식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지중해 담치는 배를 타고 왔는데, 그렇다고 정식 수입을 위해 배에 태워진 것이 아니다. 지중해나 유럽에서 들어오는 배의 평형수(ballast water)에 섞여서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배에 화물을 실으면 배의 무게가 증가해 가라앉고, 배에서 화물을 빼내면 배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물 위로 뜨게 된다. 따라서 배를 적절한 수심에 떠 있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의 무게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는 일반적으로 ‘평형수 탱크(ballast tank)’를 갖추고 있다. 화물을 내릴 때에는 그만큼의 무게에 해당하는 물을 평형수 탱크에 채워 넣어서 무게와 수심을 유지하고, 거꾸로 화물을 실을 때에는 채워져 있던 평형수를 외부로 버려서 전체 무게와 수심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평형수는 배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유해수중생물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해상을 통한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오늘날 이렇게 이동하는 평형수의 양은 연간 100억 톤 이상에 달한다. 또한 이를 통해 연간 7,000종 이상의 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때 병원균을 포함한 외래 생물종이 해양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박 평형수 및 선체 부착에 의한 외래 생물의 침입은 전 세계 해양 환경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토착 생태계 변화, 어장의 고갈, 병원균 전염과 같은 수많은 생태 문제는 물론 인체 독성 유발 등의 건강상 문제까지 유발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항구가 있는 연안 해역을 대상으로 외래 생물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지중해 담치, 유령멍게와 같은 외래 생물종이 18종이나 정착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 담치는 양식 동물의 부착과 성장을 방해하고 토종 홍합의 서식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령멍게는 죽으면 물밑에 가라앉아 바닷물을 오염시킨다. 북태평양산인 아무르불가사리는 조개류를 무차별적으로 포식한다. 인천, 제주, 온산 등에서 발견된 포르세라갈파래는 해양의 녹조 발생률을 높인다. 이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요트 경기를 앞두고 칭다오 일대를 덮쳐 중국 정부에 수천 억 원의 재정 손실을 입힌 녹조와 같은 종이다.

전문가들은 해양 외래 생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가장 큰 원인이 선박 평형수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2004년 2월 74개국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배의 평형수 관리를 위한 국제 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으로 국제 항행에 종사하는 모든 배는 2017년부터 평형수 처리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평형수 처리 장치는 평형수 및 침전물 내에 유해 수중 생물이 배출되거나 주입되는 것을 예방하고 제거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를 위해 기계적,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인 처리 기술을 사용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기계적인 처리 기술의 대표적인 방법은 일종의 필터인 여과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평형수만 빠져나가고 유해수중생물은 통과할 수 없도록 거르는 것이다. 5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정도의 아주 미세한 여과기를 사용하는데, 장치가 간단하고 비교적 많은 양의 평형수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50μm보다 작은 수중생물은 처리하기 어렵고, 여과기가 막히면 이를 교체하거나 막힌 여과기를 뚫기 위한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

물리적인 처리 기술은 자외선의 살균 작용을 이용해 평형수 내의 유해생물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하지만 유해 생물이 변이를 하거나 다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선박 평형수를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수중 생물을 살균시킬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배출하는 물의 온도가 높기 때문에 배출되는 항구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화학적인 처리 기술은 오존을 이용해 생물을 살균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오존의 경우 살균 효과는 뛰어나지만 시설비가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또한 전기 분해를 이용해서 유해 생물을 살균하는 방법은 살균 효과가 뛰어나지만 선체가 부식될 우려가 있고 장치가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다양한 평형수 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평형수 처리 장치 개발은 이제 시작되는 단계로 당분간은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되고 검증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기술로 평형수를 처리하거나 여러 가지 기술을 조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형수 처리 기술 개발은 해양 생태계의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시장이 열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재 국제해사기구의 승인을 받은 관련 기술 31건 가운데 11건(35.5%)을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2013년)으로 평형수 설비 시장의 수주액 7900억 원 가운데 4585억 원(58.0%)을 국내 기업이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에서도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열리는 평형수 처리 장치 시장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유병용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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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0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 2135 호/2014-05-26

[Keyword로 읽는 과학] 더 큰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드드드득…, 탁! 토독…, 탁! 타닥!”

시간 차를 두고 터져 나오는 톡톡 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번진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며 입안에 군침이 돈다. 팝콘을 튀기는 소리다. 말린 옥수수 알갱이에 열을 가해서 만들기 때문에 탁(pop) 하고 터지는 옥수수(corn)라는 이름이 붙었다.

팝콘은 섭씨 200도가 넘어야 터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탁 하는 소리가 띄엄띄엄 들린다. 아직 열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냄비가 본격적으로 달궈지면 타다닥 하고 연속적으로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더 흐르면 소리의 빈도가 잦아들면서 팝콘 한 봉지가 완성된다.

우리의 신경이 평소보다 조금 더 무뎌진다고 생각해보자. 감기약을 먹어서 몽롱할 때는 주변에서 오가는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 일에 너무 깊이 빠져들거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때도 감각 정보가 상당 부분 차단된다.

이럴 때는 팝콘의 소리가 달라진다. 드드드득 하고 부글거리는 낮고 조용한 소리는 들리지 않고 탁 하고 터질 때만 인식이 된다. 아무 낌새도 없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조용해지는가 싶다가 잠시 후 탁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우리의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한다. 데이빗 레비(David Levy)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다.

2011년 6월 CNN을 통해 처음 소개된 ‘팝콘 브레인’ 증상은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을 반복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에 큰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바람에 결국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팝콘 브레인을 가진 사람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만 반응한다. 잔잔하고 미묘한 요소들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새로운 소식이 뜨지 않았나 10분이 멀다 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켜보면서도 방 청소나 설거지 같은 살림살이는 뒤로 미루기 일쑤라면 팝콘 브레인을 의심할 만하다. 급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아닌데 여기저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인터넷 접속을 반복하는 것도 전형적인 증상이다.

인간의 뇌는 강렬한 자극을 선호한다. 한 가지 자극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껴서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중독’의 시작이다. 중독은 크게 유해 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과 약물에 의한 정신적 중독으로 나뉜다. 신체적 중독은 원하지 않은 독성 물질이 몸 안에 들어간 상태여서 해독제를 통해 신속한 치료를 해야 한다. 반면에 정신적 중독은 자발적으로 특정 성분을 섭취하거나 특정 행동을 반복하다가 발생한다. 당사자가 깨닫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마약, 알코올, 카페인, 도박 등 아이들에게는 금지된 식품이나 행동을 통해서 정신적 중독이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터넷 접속, 컴퓨터 게임, 온라인 쇼핑 등 일상생활의 행동만으로도 깊은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아, 아동, 청소년과 같이 성인 이전의 시기에는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다. 뇌의 특정 부위만 지나치게 사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일상적인 행동만으로도 중독에 빠진다면 뇌의 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가장 큰 위해 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견딜 수가 없는 증상을 ‘인터넷 중독 장애(IAD)’라 부른다. 아직 정식 질환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는 학업이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데도 인터넷에 하루 6시간 이상 접속하는 행동을 6개월 넘게 지속할 때 인터넷 중독 장애라 판단한다.

2011년 중국 연구진은 하루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14~21세의 학생 17명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서 인터넷 중독 장애가 뇌의 구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하루 2시간 미만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는 16명의 대조군에 비해 뇌 신경 섬유가 모인 백질 부위가 현저히 두꺼웠다. 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감정 조절, 의사 결정, 자기 제어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 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의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다. 인터넷 중독 장애는 부정적인 정신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연구가 지적하는 부작용만 해도 우울증, 자살 충동, 강박 장애, 식이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장애 등 다양하다.

예전에는 인터넷 중독의 주범으로 컴퓨터가 지목되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이미 4천만 명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용 시간도 길어져서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금단 현상,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중독 위험군이 10~19세의 25.5%에 달한다. 2012년에는 중독 위험군이 18.4%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7% 이상 높아진 수치다.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 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CNN은 인터넷 접속 시간 기록하기, 하루 인터넷 사용량 정하기 같은 딱딱한 방법 이외에 2분 동안 창밖 바라보기, 전자 기기 쓰지 않는 시간 가지기, 문자 메시지가 아닌 전화로 연락하기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을 제안했다. 3년 전 방법이지만 지금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수칙들이다.

팝콘 브레인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의 화면을 끄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과 못 다 나눈 대화를 이어가자.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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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5년이나 지나버렸다. 노래 제목처럼,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http://music.daum.net/musicbar/musicbar/detail?menu_id=5&board_id=4929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이승환 | 11집 fall to fly 前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별이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여
꽃이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
매일 만나도 다 못 만나는 그대
오직 한번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그대에게 가는 길 아파도 보이지 않아도
그래도 그대가 길이다 그대가 길이다
아 그대여 희망이여 나의 길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아 그대여 희망이여 나의 길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여 운명이여

 

마지막에 강풀 작가의 그림에 나오는 담배 한개피가 아련히 아프기만 하다.

 

 

 

 

 

 

 

 

 

 

티셔츠는 받았지만 사이즈 교환 때문에 못 입었고, 대신 손수건을 가방에 묶어 놓았다.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지만, 나는 기억하고 추모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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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짱dirn 2014-05-2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감나네요!

마노아 2014-05-24 10:36   좋아요 0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