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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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그리고 싶은 것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 동네 지역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관람객은 달랑 나 하나. 민망하기 그지 없다. 이러다 문 닫을까 봐 걱정했는데 최근 리노베이션 결정이 나서 현재 휴관중이다. 5개월 뒤 새단장 하고서 다시 열 날을 기다리고 있다. 









권윤덕 선생님의 '꽃할머니'라는 책이 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한,중,일 세 나라가 함께 기획하고 출간한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다른 시리즈들은 모두 나왔지만 유독 민감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만큼은 출간이 계속 미뤄졌다. 처음 의도했던 것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수위도 낮추었지만 그럼에도 일본에서의 출간은 소원했다. 결국 국내 출간을 먼저 진행을 했다. 영화는 바로 이 모든 과정들을 다큐멘터리로 담았고, 꽃할머니의 모델인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와 별세 소식까지 담았다.


 

 


윗사진의 왼쪽 분은 일본에서 오신 분이다. 꽃할머니 손을 잡고 하염 없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신 분이다. 나는 이렇게 일본 내에서도 양심 발언을 하는 분들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런 분들의 사죄가 이어지고, 정부는 끊임없이 도발을 해대니 참으로 얄궂기만 하다. 뭐, 요새는 교학사 교과서니 뭐니 해서 오히려 일본보다 더 부끄러운 모습을 국내에서 목격하고는 있지만...;;;;


두번째 사진에서 '다음 세상엔 그런 일 없어야지'라는 문장이 가슴을 친다. 그런 바람을 갖고 이분들이 증언을 하셨다. 피눈물 맺힌 그 증언의 목소리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할머니들의 수명이 이 시대의 양심을 기다리지 못하고 있다. 비극적인 일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꽤 광범위하게 조사도 했다. 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해주었다. 마냥 어리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차분히 설명하면 아이들도 납득한다. 자그마한 손으로 할머니께 편지를 보내는 그 마음이 곱디 곱다. 


꽃 할머니의 작품으로 만든 가방이 있다. '희움'에서 구매했다. 희움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 단체다. '희망을 꽃피움'의 준말이다. 여름에 만들어졌는데 매번 품절이어서 구매를 못하다가 10월 초가 되어서야 가방과 팔찌를 구입했다.


 


작년 이맘 때는 이상호 기자의 고발 뉴스에서 나비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했었다.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으로 티셔츠를 판매했는데, 때마침 오늘 내가 입었던 옷이기도 하다.


 

(사진 펑!)


(사진은 작년 사진)

  

 

기록되지 못한 20만 명의 소녀,

기억하지 못한 237명의 할머니,

지키지 못한 179명의 망자...


기억하지 않는 진실은 사라진다.


우리가 가슴으로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63. 스파이


추석을 앞두고는 항상 가족이 함께 볼만한 코미디 영화가 개봉하곤 했다. 해마다 엄니와 함께 하곤 했는데 이번엔 엄니가 싫다고 하셔서 큰언니와 함께 관람했다. 설경구와 문소리가 투톱이고, 흥미를 돋우기 좋은 스파이를 소재로 하고 있으니 제법 재미가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일단, 일당백의 노련한 스파이 역을 소화하기에 이제 설경구는 너무 나이가 많은 듯하다. 테이큰2에서 리암 니슨을 보며 안쓰러움이 들었던 바로 그 기분 말이다. 액션으로 만족감을 주는 건 무리였는데 다른 나라 스파이들이 모두 나가 떨어져 주니 지나치게 짜고 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때가 때인 만큼, 국정원 요원이 나오는 영화는 심정적으로 참 불편하다. 분명 헌신하며 일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후, 말을 말자. 끙!

 

 

핸썸한 다니엘 헤니에게 마음을 빼앗긴 영희 씨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나, 다니엘 헤니 캐릭터도 좀 별로였다. 특히 북한이라는 소재를 사용할 때 너무 고민 없이 설정만 갖고 오는 게 아닐까, 라는 우려가 들었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니 헤니는 확실히 이마를 드러내는 게 더 멋지다. 

 


영화의 개그는 이 두 사람이~ 윗 사진은 태국에서 레스토랑 장면인데, 철수의 아내를 구하겠다며 포복자세로 다다다다 달려오는 저 모습을 보는 영희 씨는 식겁할 일! 어딜 봐서 저게 날 구하러 오는 사람의 눈빛이란 말인가. 하이힐로 구멍이 나지 않은 게 다행!


라미란 씨는 요새 포텐 터졌다. 궁, 이었던가? 아님 더 킹 투하츠? 어디서 정장 차림으로 아주 절도 있는 비서로 나왔던 게 생각나는데, 정장을 갖춰도, 저렇게 야쿠르트 아줌마로 나와도 모두 잘 소화해 낸다. 즐거운 배우다. 









 

★☆


64. 관상


스파이 대신 엄니와 함께 본 영화는 관상이었다. 관상 보던 날 엄니의 3콤보 삽질은 이미 이야기한 바 있고, 영화 얘기를 해보자. 


관상은 출연진들이 워낙 화려해서 기대를 모았더랬다. 송강호 하나로도 기대치를 갖게 하는데, 김혜수와 이정재가 붙고, 내가 좋아라 하는 조정석과 이종석까지! 이 얼마나 기대를 모을쏘냐!!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좀, 이 대단한 배우들을 데려다가 낭비한 느낌이 들었다. '계유정난'이라는 사건은 역사적 팩트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모두들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러니 그걸 사용하려면 좀 더 유려한 각본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살인범도 잡아내는 놀라운 관상쟁이가 야심찬 수양대군의 면모를 이미 알고도 사람을 못 알아봤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정재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최고의 작품을 연이어 만난 듯하다. 신세계의 수트빨에 이어 왕족 포스까지! 왕이 되고 싶어 미치겠는 수양대군의 캐릭터에 완전 몰입되어 있었다. 흉터마저도 어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던지!!!

 

혜수 언니는 비중은 작았지만 그래도 존재감에 빛났다. 특히 수양대군 이마에 점 새겨넣을 때 옆에서 송강호가 툭 쳐서 화들짝 놀란 표정이 인상 깊었다. 어찌나 귀엽고 섹시하던지!!

 


저 목걸이 탐난다. 예뻐서 한컷 올려보았다.^^

 

 

송강호와 조정석의 개그 콤비를 많이 강조해서 이쪽도 좀 기대를 했는데 그냥저냥 무난한 정도였다. 납뜩이 시절보다 덜 재밌었고, 송강호의 전작들보다도 약했으니 말이다.

 

 

 백윤식은 대호 김종서 역에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종석은, 사극은 좀 아니다 싶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한 것도 있거니와, 이렇게 껑충한 키는 한복 입혀 놓으면 많이 안 예쁜 것 같다. 전에 드라마 '이산'에서 조연우가 정후겸 역으로 나왔는데 관복 입은 모습이 정말 안습이었다. 프로필에 185로 나오지만 실제 키는 그보다 더 큰 게 아닐까. 암튼! 최근 드라마에서 롱런을 쳤는데 관상에서는 쫌 아니었다.


한명회 캐릭터는 괜찮았다. 이 모든 큰 그림의 설계자 한명회.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마지막 회에서 한명회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얼마나 섬찟했던가! 이 작품에서도 그렇게 한명회가 극적으로 등장했다. 사실 계유정난을 비롯해서 세조가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한명회의 역할이 그러했다. 저 비루했던 궁지기가 이렇게 제대로 책사 역할을 해낼 줄이야!


관상을 보고 나니 허영만 화백의 '꼴'이 떠오른다. 만화 '포천'도... 사두고 채 읽지를 못했다. 어여어여 부지런을 떨어보자!























★☆


65. 로큰롤 인생


올해는 노인분들로 구성된 합창단 이야기를 많이 본 듯하다. 콰르텟, 송포유, 마지막 사중주도 제법 연령대가 있는 연주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로큰롤 인생을 보태게 되었다. 콰르텟과 마지막 4중주는 프로 뮤지션들이 나왔고, 송포유와 로큰롤 이야기는 은퇴한 노인 분들의 여가 생활로서의 합창단 이야기이다. 

 


90세 이상 넘으신 분들도 있었고, 암투병 중인 분도 참여했다. 도리어 노래 활동과 연주투어 덕분에 암의 진행 속도가 떨어지고 예상했던 기한을 훨씬 넘겨서 사신 분도 계셨다. 어떤 음은 절대 따라하지 못하고, 매번 같은 데에서 틀리는 분도 계셨지만 이분들의 젊은 열정과 에너지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 

 

 


포스터도 아주 근사하다. 새빨간 실로 짜내려가는 이들의 음악, 이들의 인생! 그야말로 젊고도 팔팔한 심장이 아니겠는가.










66. 러시안 소설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 독립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평점도 좋았고 시놉도 신선하니 호감이 갔다. 그.런.데...


아, 지루해서 혼났다. 게다가 연기가, 연기가 학예회 수준이야. 이를 어째....ㅜ.ㅜ


 


독약을 먹고 죽었는가 했더니 시간을 뛰어넘어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서 깨어났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영화가 갑자기 판타지가 되었다. 중년으로 깨어난 주인공은 지나치게 촐랑대서 비호감... 근데 저 배우분 하루키 닮았다고 하면 하루키 팬들이 싫어할까??


다짜고짜 소설이 쓰고 싶다며, 존경하는 소설가 선생님께 자기 작품을 보여달라고 그 아들에게 덤비는 주인공 신효. 그러나 그의 작품은 아직 풋내기 수준이었고 그토록 기대해 마지 않던 선생님을 만났지만 혹평만 듣고 만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그를 응원하며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여자주인공 재혜. 아, 이분은 진심으로 학예회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셔서 일부러 그러는가 싶어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영화 한가운데에 우리말 자막이 뜨는데 저 대사를 또 배우들이 읽어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 짓이래? 새롭고 신선하기는 하지만 거기서 어떤 가치를 못 느끼겠다. 그저 산만하고 지루하고 연기도 안 되어서 짜증이 났을 뿐.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운데 여자분.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올려봤다. 저렇게 앞머리 만들고 싶다.ㅎㅎㅎ

시간을 건너 뛰어 다시 깨어났을 때, 노래 부르던 그 여자분은 중년의 정훈희 씨가 되어 있다. 으하하핫! 캐스팅 대박. 



윤상의 '소월에게 묻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른 이가 정훈희 씨였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알고 들으니 더 좋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말없이 말없이 말없이

어쩌라는 말인가요
떨리는 이 두 손을 살짝 놓아주는 일
그것밖엔 내게 남아있지 않다니

알 수 없네, 난 알 수 없네
이제 왜 살아가야 하는지
산산히 부서진 세월들이 어디로 나를 데려 가는지
가르쳐주오, 왜 당신은 저 꽃잎을 밟으려 하는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죽어도 죽어도 죽어도

할 수 없네 난 할 수 없네
허튼 눈물을 감출 수 없네
대답해 주오 시인이여
정녕 이것이 마지막인지
가르쳐 주오 왜 당신은 나의 손을 놓으려 하는지

가엾은 사람
바보처럼
결코 나를
잊지 못할 사람


신효가 27년 만에 깨어났을 때, 그의 소설은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작품에 나온 장소들이 명소가 되어 있고, 강연 요청도 들어온다. 화보집도 찍어야 한다. 상상해 보지 못한 관심과 사랑에 신효가 얼떨떨한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자신의 소설은 자신이 썼던 소설과 다르다는 것을.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이 부분의 줄거리 때문이었는데, 이 내용이 나오기까지 4/5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앞부분 과거 시간을 좀 단축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지나치게 늘어졌고 뒷부분에 대한 설명은 많이 부족한 채 마무리 한 느낌이다. 무비꼴라쥬에서도 상영을 해서 더 기대를 했는데 이 작품은 내게는 별로였다. 주인공 강신효는 '배우는 배우다'에도 출연한 모양인데, 그 영화도 그닥 안 끌려서.... 앗, 찾아보니 감독도 같은 사람이군. 더 관심이 떨어져버렸다. 끙!


참, 제목이 '러시안 소설'이 된 것은, '길고,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아서'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목이다. 근데 이 영화 런닝타임 140분이다. 아, 너무 길었어...;;;;










★☆


67. 블루 재스민


우디 앨런은 천재다. 이토록 신랄하고, 이토록 적나라한 이야기라니!!!

 

 

 

'된장녀'라는 짧은 단어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자넷, 아니 재스민! '우월한' 유전자를 이용해서 상류 사회의 삶이 자기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남편의 사기 행각과 외도로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허세에 찌든 이 여자는 동생 집에 얹혀 살러 가는 와중에도 비행기 1등석을 당연하다는 듯이 끊어버리는 여자다. 무언가 끊임없이 도전하지만, 거기에는 진지한 고민과 성찰은 없고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자기기만과 공감하기 힘든 연민만 가득하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그녀는 충분히 우아하면서 천박한 연기를 제대로 해냈고, 끝까지 정신 차리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진저 역의 샐리 호킨스의 연기도 훌륭했다. 언니에 비해서 위축된 표정과 말투, 삶의 자세까지 모든 게 대조되는 이 캐릭터라니! 


올해 '로마 위드 러브'는 작년에 본 '미드나잇 인 파리'가 워낙 재밌었던 것에 비해서 감흥이 덜했는데, 블루 재스민으로 다시 한번 우디 앨런의 천재성을 증명해 주었다. 그가 연출한 영화라면 닥치고 감상하겠다. 

 

 

 


재스민의 푸른 눈동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반지의 제왕에서 그 우아한 요정 여왕이 이렇게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인간으로 분할 줄이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도 참 좋았는데, 케이트 블란쳇이 더더더 좋아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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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0-3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관상' 하나 봤을 뿐이지만
수양인 이정재가 계단을 착착 올라오는 장면~ 아, 압도하는 카리스마 정말 최고였어요!

그리고 싶은 이야기 다큐이야기는 권윤덕 작가 강연에서 들었는데
영화 개봉하기 전에 페이퍼 써야지 생각만 하고 넘어갔고, 영화도 못봤어요.ㅠ

마노아 2013-11-01 00: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장면의 카리스마 최고였는데 사진을 못 찾았어요. 심장 쿵! 떨어질 법한 장면이었죠.
권윤덕 작가님 개인적 이야기도 쏟아내셨는데 많이 안타까웠어요.
이분이 얼마나 심장으로 이 작품을 써내셨을지 충분히 느끼겠더라구요.ㅜ.ㅜ
 

간송미술관의 추계 전시회가 오늘 끝납니다. 첫날 다녀온 저는 한 시간 기다렸고, 어제 다녀온 언니는 정문 통과하기까지 두시간, 정문 통과하고 한 시간 더 기다렸답니다. 다녀오고 싶었던 분들은 참고하셔요~ 어제는 원래 문 여는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열었다던데 오늘도 그러지 싶네요.



제 앞에 있던 노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아 보였습니다. 두분 모두 건강하셔서 오래 기다리고 또 관람하는데도 지친 내색이 보이질 않네요. 한 시간 기다리고 정작 그림 볼 때는 지쳐서 밖의 돌더미 위에 앉아 계시던 울 엄니와 비교가 되었어요. 역시 건강이 최고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진경시대 화원전'입니다. 익숙한 이름의 화원이 많이 등장하니 더더 반가울 겁니다.



계절도 가을이 잔뜩 무르익었고, 이렇게 나무 많은 곳 가면 참 기분이 좋지요. 

지난 봄에는 미처 가보질 못했는데 도록과 그림 판매하는 부스가 밖으로 나왔네요. 예전엔 출입구에 있어서 좁았는데 이제 넓어져서 보기 좋습니다.



전에 날개 활짝 핀 공작을 보았는데 이 녀석이 그 녀석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그때도 흰색이었나????? 역시 가물가물....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의 몸통도 운치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 본 성곽도 분위기 있네요. 성곽길 따라 한양길도 한번 걸어봐야 할 텐데요. 성곽길 답사는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마는군요. 아쉽습니다.










우리말 간판이 멋있어서 한컷 찍어봤어요. 돌아나오는 길에 무슨 축제가 있더군요. 사거리에서 무대를 만들어 놓고 뽀빠이 이상용 씨가 사회를 보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여성분은 '그리운 금강산'을 혼자 부르는데 혼자서 여자와 남자 목소리로 부르는 겁니다. MR 틀어놨나 싶었는데 혼자 부르는 거였어요. 엄마가 스타킹인가 어딘가에 출연한 것 보셨다던데 정말 신기했답니다. 그리고 이어서 한복을 곱게 입으신 분들이 나와서 어깨 살랑살랑 흔들며 늴리리야~를 불렀어요. 전시회 가서는 힘들다며 휙 둘러보고는 바로 나가셨던 엄니가 얼마나 집중을 하며 보시는지... 역시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군요. 하하핫^^










오늘 끝나는 축제 하나 더 소개합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억새 축제가 진행되고 있어요. 열흘 간 진행되었는데 오늘 끝납니다. 야간 개장도 하니 가족 단위 소풍 가시는 것도 좋을 듯해요. 돗자리 갖고 오는 가족들이 많았거든요. 자전거 대여도 가능합니다. 천천히 능선 따라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저랑 울 엄니처럼 길치들은 좀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제 가고 오는 길 모두 고생했거든요.ㅜ.ㅜ



전기로 움직이는 맹꽁이 차예요. 어른은 편도 2천원, 왕복 3천원입니다. 재미도 있겠지만, 심각한 길치들은 내려오는 방향 헤맬 수 있으므로 탑승을 권합니다. 길치 모녀가 어제 저걸 탔어야 했는데...ㅜ.ㅜ



저는 낮에 갔다 왔지만 저녁의 야간 불빛 아래에서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이 함께한다면 더 그렇겠죠.



단풍 구경도 멀리 안 가도 되겠습니다. 한참 무르익고 있더군요. 코스모스도 잔뜩 피었구요.





엄니가 솜사탕 사주셨습니다. 으하하핫, 솜사탕 사먹는 게 몇 십년 만인지.... 순식간에 다 먹었습니다. 2천원입니다.ㅎㅎㅎ



이곳이 과거에는 난지도였다는 것, 이곳에 매립된 쓰레기를 이용해서 바이오 에너지가 생산된다는 것,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거예요. 커다란 바람개비도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 알려주세요~











사진 찍기 좋은 곳들이 많았어요. 확실히 색이 많아지니까 더 선명하고 예쁘더군요.



영화 봄날이 떠오르네요. 저 속에서 바람 소리를 가득 담아내고 싶네요.



한강이 바로 보이는 곳에 휴식터가 있어요. 화장실 다녀와서 잠시 바람 쐬며 강물도 바라봅시다. 아, 이동네 살고 싶어지네요. 올림픽공원과 함께 살고 싶은 공원 근처 되겠습니다.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워낙 넓은 공간이니까 치인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을 보실 수 있겠습니다. 억새가 예상했던 것보다 키가 크네요.



'하늘을 담는 그릇'이랍니다. 이름이 예뻐요.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이랄까요. 줄 서서 올라갔는데 회전하며 한바퀴 보고 내려오는데 금방 걸려요. 줄도 금방 사라지니 한 번 올라가 보세요. 높은 곳에서 보니 전망이 더 좋았습니다.



저 철골 구조에는 연인들의 흔적이 많았는데 인상 깊었던 핸드폰 케이스! 아, 깨가 쏟아지는구나. 부럽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다녀간 날 하루 전에 매단 거군요. ^^



예전에 한여름에 하늘공원 온 적이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공원에 가다가 포기한 기억이 납닏. 중간에 그늘 찾아서 건물 안으로 컴백...;;; 가을에는 바람이 참 좋네요. 그늘에 있으면 추웠고요. 적절한 옷차림 필요합니다. 언제든 벗을 수 있게, 다시 입을 수 있게~



억새만큼 내 그림자도 기다랗군요!



탐방객 안내소 지붕의 풀들이 인상 깊었어요. 사진을 줄였더니 잘 안 보이네요. 예뻤습니다.^^


엄마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엄마가 찍은 제 사진은, 안습입니다. 손가락이 렌즈 다 가려놓고...ㅜ.ㅜ

그래도, 좋은 시간 보내고 왔지요. 길 헤맨 것만 빼면 말입니다. ^^


오늘까지예요. 별다른 스케줄 없다면 다녀오셔요. 이 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끼는 겁니다. 간식도 싸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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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10-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송미술관.. .가고 싶었는데 또 지나치게 되네요.
님의 페이퍼로 대신해봅니다.

마노아 2013-10-28 13:22   좋아요 0 | URL
이제 다시 봄 전시회를 기다려야겠어요. 언제고 미인도를 보았으면 좋겠는데 수년 동안 한번을 안 나오네요.^^;;;;

2013-10-28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10-3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꼭 간송미술관에 가봐야지, 꿈꾸고 있어요~

마노아 2013-11-01 00:01   좋아요 0 | URL
해마다 두차례씩은 꼭 전시를 여니까 기회가 꼭 올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봄 데이트 혹은 가을 데이트를 즐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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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더 테러 라이브 


장소 변화가 거의 없고, 등장인물도 거의 없는 이런 영화에서 주연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란 배우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영화를 한번에 몰아 찍는 것이 아니니 순간순간의 감정의 변화를 잘 조절해야 했을 텐데, 그걸 위해서 감독은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줬다고 한다. 오, 현명해! 생각해 보니 하정우가 전도연과 함께 출연한 '멋진 하루'에서 전도연이 그랬다. 거의 두 사람만 나오는 지극히 단조로운 줄거리였는데, 그 사이에 전도연의 감정 변화가 중요했다. 그때도 훌륭히 해냈었지. 대단해, 대단해~



하정우 연기 잘하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두 여자 배우였다. 

테러 전담밤을 맡고 있던 박정민 역의 전혜진은 이선균 부인이라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과 전혀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 당장 바꿔라! 저렇게 지적인 느낌의 배우가 푼수처럼 보였단 말이다...;;;; 본명이 '전이다'던데, '혜진'이란 흔한 이름보다 본명이 더 좋아 보인다. 


이지수 기자로 나온 김소진 배우는 최근 '스파이'에도 나왔던데 네이버 스파이 등장인물 소개엔 나오지도 않는다. 버럭! 기자 역할로 나왔을 때 앵커 발음으로 무척 딱딱하게 대사를 했지만, 그게 자연스럽고 무척 정의로운 목소리로 들렸다. 스크린에서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 


이다윗은 올해 영화에서 폭탄 좀 만져본(혹은 만들어 본!) 인물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내려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던 흑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금 밀양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명왕성에 더 테러 라이브, 그리고 이어서 설국열차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악하고, 이렇게 몹쓸 세상이라면, 누군가 그 문을 닫아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게 인류가 지구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은 아닐까, 그런 위험한 생각도 사실 들었다. 이 작품에서 윤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


55. 설국열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건만, 기대가 컸어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단백질 블록 속 캡슐이 빨간색이었던가?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그걸 여는 순간, 이것은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되어버렸다.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 더 위험했다. 진실은 많은 경우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나저나 이 영화 먼저 본 사람들이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양갱 들고 가서 봐야 한다는 얘기에 깔깔 웃었다. 짓궂기도 하고, 센스 있기도 하고... 이거 보고 나서 도저히 연양갱을 못 먹겠... 지는 않겠더라. 먹지는 않았는데 먹을 수는 있다. ㅎㅎ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게다가 이 아름다운 배우가 이런 외모로 변신한 것도 놀라운 일! 사투리 느낌의 억센 억양도 의도된 것이겠지? 

그녀의 키가 180인가 그렇고, 신발을 보니 굽도 있어 보이는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도 꽤 장신인가 보다. 작게 보였는데 말이지...


후반부에 짧게 나온 애드 해리스의 윌포드도 카리스마 끝내줬다. 이 놀라운 존재감! 그가 했던 말이 모두 진실인 지는 모르겠다. 길리엄이 윌포드를 만났을 때 그의 말을 듣지 말고 죽이기부터 하라고 했던 것이, 그에게 현혹될까 저어해서인지, 그의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인지 모르겠다. 이중적으로 해석되는 것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영화가 중간에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원작처럼 열차 칸이 더 길었다면 지루해서 죽었을 테지. 중간쯤 좀 늘어진다고 여길 때 교실이 등장했다. 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재잘대는 입으로 윌포드를 찬양할 때, 그걸 새침한 목소리로 한껏 고무되어 가르치는 여선생을 보았을 때, 그 엽기적인 발랄함이 더 무서웠다. 저 선생 역할의 배우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젤다 피츠제럴드를 연기한 사람 아닌가? 아무튼 이 영화에서 두 얼굴을 가진 여러 인물이 나왔는데 결코 밀리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다시 도래한 빙하기. 생존을 위해서 끝없이 달려야 하는 열차. 그 열차의 질서와 균형을 지켜야 하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 이토록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면, 그런 세상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질서'라는 것도 이렇게 작위적이라면? 


조작된, 계산된, 유도된 혁명은 허무하고도 비참했다. 74%를 학살하려고 했는데 새해맞이 기념으로 18%를 추가로 살렸다.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어린아이를 기차의 부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에서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었다. 축구공 경제학도 떠오르고...


커티스의 혼란과 갈등을 충분히 이해한다. 원작에서 커티스 역할을 했던 인물은 결국 윌포드의 제안대로 기차의 엔진을 떠맡았다. 그에게는 남궁 민수같은 존재가 없었으니까. 


모두가 앞으로만 나가려고 할 때, 모두가 달리려고 할 때, 창밖을 보고, 이 열차를 세우려고 했던 민수. 그가 17년이나 버티면서 기다려왔던 이 순간은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을 기다린 뒤 밖으로 토해진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딸 이름은 요나다. 이름을 듣는 순간 이 아이만은 살아남겠다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커티스는 마침내 오랜 부채를 갚아버렸다. 그 순간조차도 그는 자신의 팔을 내주는 것을 망설였다. 당연하다. 그는 신이 아니니까. 예수님도 마지막까지 이 잔을 내게서 치워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민수와 커티스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양팔을 둘렀을 때, 인간에게 두 개의 팔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 순간을 위해서 커티스의 팔이 아직까지 건재했나 보다. 


열차의 엔진을 개발하고, 열차에서 지배층의 역할을 하고, 총을 든 군인 계급은 백인이었다. (모두였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대체로!) 그렇지만 이 열차에서 살아남은 것은 황인종과 흑인종이었다. 이 포악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보인다. 


영화는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아주 디테일했고 섬세했다. 그런데 또 영화를 아주 크게 보면 덜 매끄럽기도 했다. 중간에 조금 루즈하게 느낀 것도 그런 부분. 액션은 조금 약했지만, 횃불 씬은 뜨거웠다. 송강호는 짧게 등장했지만 묵직했고, 고아성은 아직 연기가 많이 가볍다. 


영화의 제작비가 4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걸로는 어마어마했지만, 헐리우드 기준으로는 저예산 영화라는 게 재밌다. 위대한 개츠비 출연 당시 디카프리오의 출연료가 3900만 달러라고 했으니까. 저예산으로 SF영화를 찍었다니, 게다가 이 쟁쟁한 배우들을 출연시켜서... 봉준호 감독 대단하다. 어쩔 수 없이 그의 차기작을 또 기대할 수밖에 없다. 









★★★★★


56. 마지막 4중주


이 영화는 포스터의 느낌으로는 드라마보다 음악에 더 집중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드라마의 느낌이 강했다. 



둘 다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태도는 무척 다르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연륜의 깊이도 있겠지만 성품의 차이도 무시 못할 듯. 


(줄거리)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 ‘푸가’. 그들 내에서 음악적,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던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네 명의 단원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 연인, 친구 등 개인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관계인 네 사람은 이를 계기로 25년간 숨기고 억눌러온 감정들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삶과 음악에 있어서 최대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편, 본인의 병으로 인해 ‘푸가’ 4중주단이 위태로워질 것을 깊이 염려하던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할 것을 제안하는데…


제2 바이올린만 줄곧 연주해 온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이번 기회에 변화를 주어 돌아가면서 제1 바이올린을 연주하자고 했고, 제1 바이올린을 내내 연주해 오던 주자가 넌 그럴 실력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정말 빡치게 아내까지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 이런 상황 속에서 하룻밤의 외도가 아내에게 들통나고, 아내는 떠나겠다고 하고, 그 와중에 딸년은 내 동료를 사랑한다고 하고... 



어찌 보면 막장 드라마 보듯 흘러갔는데, 그럼에도 마지막의 연주 장면은 참으로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보통의 공식이라면 병을 이겨내고 이 무대를 무사히 완성시켰겠지만, 인생은 그리 후하지가 않은 법! 피터는 자신이 동료들의 연주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새 첼리스트를 소개한다. 25년이나 이들의 연주를 응원하고 감상해 오던 관객들이 쓸쓸하게 퇴장해야 하는 이 연주자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은 뭉클하기만 했다. 25년을 연주한 음악가들만큼, 25년이나 한결같이 팬이 되어준 관객들도 멋졌다. (아, 25년 차 가수 이승환이 떠오르네. 나는 15년 차 팬이지만....)


비올리스트 아내 역의 캐서린 키너를 '아메리칸 크라임'에서 먼저 보았는데 차분하면서도 복학접인 느낌의 연기를 해내는 배우로 보였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머리카락과 수염 때문인지 본인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마스터에서도 그런 느낌이었고... 


음악은 들을 땐 좋았는데, 한달 더 지난 지금 딱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하하핫..;;;;








★★★☆


57. 에픽-숲 속의 전설


이날 나는 일이 일찍 끝나서 의도치 않게 극장을 가게 되었다. 금방 시작하는 걸로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는데 내심 '감기'나 '숨바꼭질'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방학이라 그런지 관객이 많았고, 줄이 줄어들지를 않아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감기나 숨바꼭질을 예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줄 다 서고도 넉넉히 시간이 남는 '에픽'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영화는 대박 재밌었다. 



이 환상적인 숲의 모습이라니! 정말 숲의 요정들이 날개를 부비며 물위를 활주할 것만 같았다. 이제서야 라푼젤이 상영됐을 때 3D로 보았더니 좋았더라~라는 얘기가 실감이 난다. 나도 3D로 보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다. 급하게 끊은 표라 '우리말 녹음'으로 보았는데, 생각 외로 우리말 녹음이 괜찮았다. 한승연은 장희빈에서는 연기가 영 아니다 싶었는데, 여기서의 목소리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오히려 남자 주인공이 좀 별로였던 듯. 하긴, 둘다 가수 출신 연기자지... 


그보다, 어린이 관객이 많은 게 구멍이었다. 영화 중간에 팝콘 먹다가 싸움 붙은 아이들 하며, 중간에 들어와서 아이들에게 팝콘이랑 콜라 전해주느라 스크린 가린 엄마 하며..;;;;;


아무튼! 사필귀정을 잘 따르는 줄거리라지만, 그게 하나도 문제 되지 않을 만큼 재밌게 보았다. 숲의 여왕님의 까무잡잡한 피부가 우아하면서도 섹시해 보였고, 여왕님의 뒤를 잇게 된 철부지 꼬맹이의 선망 어린 눈동자도 보기 좋았다. 달팽이 콤비의 개그는 좀 식상했지만!









★★★★


58. 숨바꼭질


가히 손현주의 리즈 시절이다. 추적자가 작년 드라마던가?(아, 추격자이던가? 여전히 헷갈림...;;;) 올해 숨바꼭질도 흥행 성공했고, 최근 '황금의 제국'까지... 과거 소시민 느낌의 배역만 맡았는데 이젠 재벌 회장님 역도 소화한다. 하하핫, 그리고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이 작품에서도 돈 좀 있는 사장님 역할이었다. 


아이의 나래이션을 앞과 뒤에 배치시킨 건 무척 효과적이었다. 이 작품의 음울하고 씁쓸한 느낌을 두배로 불려준 느낌이다. 


입양된 집에서 형을 밀어내고 재산을 상속받은 손현주. 그 원죄의 고리가 지금에 와서 나와 내 가족들을 위협하는 거라고 믿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믿었다. 이 완벽한 맥거핀! 



전미선도 예전에는 평범한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는데 갈수록 재벌집 사모님 역할을 많이 맞게 되었다. 이 배우는 우아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특히 흰색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역으로, 팜므 파탈적 배역을 맡으면 어떨까 궁금해지는 배우 이기도 하다. '해를 품은 달'에서 새빨간 입술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마지막에 보여준 춤사위가 정말 아름다웠다. 음악도 없이 연기했다던데 대단대단! 다만 흠이 있다면 목소리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하면 좀 빠른 말투도 가능해지려나....;;;;


문정희의 신들린 연기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측은했다. 대한민국에서 '집'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 집을 지키려는 자와, 그 집을 빼앗으려는 자의 사투란 이 미친 집값의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어저께는 이이제이에 출연한 김광수 소장의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이놈의 망할 집값 때문에 3포 세대가 된 청년들, 그리고 자식을 낳지 않으니 더더더 집값은 떨어지고, 더더더 악순환으로 돌고 도는 경제 문제를 짚어냈다. 방송을 들으며 이 영화가 떠올랐다. 대한민국과 부동산에 대해서... 


http://www.podbbang.com/ch/4362 [52회 인터뷰 김광수 경제 연구소 소장]


연구소장]






★★59. 감기내가 좋아하는 수애와 장혁 주연이어서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다.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사정 없이 과시해 주었는데, 영화 보면서 제작비 보전이 될까 걱정스러웠다. 초반의 수애는 지나치게 안하무인이어서 마지막의 애교 섞인 모습이 잘 안 섞였다. 어찌 보면 '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삶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반증 같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서 장혁은 유머러스하고 허당의 얼굴로 덮었지만 거의 '성자' 수준의 직업의식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의 소방관들은 멋지고 훌륭하고 근사하기까지 하지만, 내 남자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한다면....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영화 말미에 언제든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군인들을 향해 시민들이 뛰쳐나가는데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87년 6월 항쟁과, 광주에서의 학살이 지나칠 정도로 겹쳤다.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군인이라지만, 발포해버리면, 그래서 사람이 죽어버리면, 저 군인은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또 다시 이런 학살의 기억을 갖고 살아야 한다면.... 뭐 이렇게 생각이 폭증을 해버려서 감정이 아주 힘들었다. 다행히 영화는 잘 수습되었지만... 차인표가 대통령 역으로 나왔는데, 차인표는 '정치인' 역할이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은 '영어'로 싸울 수 있는 정치가 타입의 배우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정말로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작권도 없는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최근 전투기 도입 관련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숨 나오는 게 이 나라의 국방 분야뿐이겠냐마는... 내내 저렇게 안고 찍었을 텐데 엄청 힘들었겠다! 장혁은 영화 끝까지 검댕이 묻히고 나왔는데, 저 엄청난 혼란 속에서 수애는 마지막까지 완벽 메이크업을 자랑했다. 예쁘게는 나왔지만 이건 프로의식이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미모로운 것을...그러고 보니 야왕에서도 둘은 모녀로 나왔다. 수애가 미국 가 있는 사이에 등장해서 함께 나온 씬은 없었지만... 이 아이의 이름이 박민하던가?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알고 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것이, 아이가 지나치게 영악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연기를 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줄 꿰어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점점 더 예쁜 '척'을 한다. 그냥 있어도 예쁜 아이인데... 너무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지랖 넓게도 걱정이 되는 그런 아이이다. 난 이 아이의 연기를 보면 '자연스러움'을 못 느끼겠다. 그런데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무려 안티 카페까지 있다고. 아니 측은함을 느낄 일이지 안티질까지야...;;;;;바이러스가 발발한 곳이 분당이었다. 지역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텐트 안에 갇히게 된 중년의 아저씨가 분당 주민을 뭐로 보냐는 뉘앙스로 저항을 했는데, 집값 높은 땅에 사는 거주민의 프라이드가 느껴져서 웃펐다. 숨바꼭질을 볼 때와 같은 느낌. 그러니까 대한민국과 부동산으로 통하는 키워드랄까. 영화는 딱히 좋지도 않았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100억이나 든 제작비를 생각하니 안습이...;;;;; 연가시보다는 좋았지만 컨테이젼

보다는 많이 부족했다. 





★★★☆60. 일대종사왕가위에 대해서 특별히 애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와 같이 찍었다고 한다면, 조금 더 관심이 가기는 한다. 거기에 양쯔이와 송혜교도 들어가 있으니 조금 더 양념을 친 느낌!


송혜교 분량은 아마도 짧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정말 짧았다! 게다가 양조위가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리도 짧아...;;;;;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한 승자와 패자의 간결한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상도 그렇게 수직과 수평으로 간결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영상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될만큼, 아름답고 강렬한 영상들이 계속 이어졌다. 감독은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고수의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길 원했고, 수년에 걸쳐서 무술을 연마하게 했다. 장첸은 심지어 대회에 나가 우승까지도 했다고...장쯔이가 연기한 궁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무용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몸이 유연한 장쯔이의 무술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엽문과의 대결도 무술 한판이 아니라 무용극을 보는 느낌처럼 흘렀다. 그렇게 의도하고 연출한 왕가위 감독일 테지. 


고백하자면... 이 영화에 양조위와 송혜교, 장쯔이의 출연만 알고 있어서 다른 배우들은 관심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 내 눈에 장첸은 마삼 역할을 한 배우와 무척 닮아 있었다. 난 둘이 동일 인물인 줄 알고는 장쯔이가 왜 저 놈을 도와주지! 했다. 둘이 다른 배우라는 걸 거의 끝에 가서야 알아차린...;;;; 



두번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엽문. 한 문파를 이루어 일대종사로 불릴 만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그 얼굴에 담긴 쓸쓸함을 지울 수는 없다. 마지막 사진의 꼬마 아이는 이소룡으로 생각해도 될까? 


영화는 무척 좋았다. 화양연화와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영상은 더 아름다웠고, 액션은 보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개봉 날짜를 잘못 잡았나? 생각 외로 흥행은 거의 못한 듯.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었다. 어쩐지 섭섭한 느낌... 






★★61. 엘리시움디스트릭트9은 무척 힘들게 봤다. 그날 경복궁을 샅샅이 걸어다녔고, 아주 피곤했다. 그런데 친구가 대신 가달라고 한 시사회 표 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보았는데, 사실 3/4은 조느라고 거의 보지를 못했다. 게다가 기괴하게 생긴 외계인만 잔뜩 출연을 하니 눈도 즐겁지가 않고... 주변에선 호평 일색이었는데 같이 못 즐겨서 뿔이 났나 보다. 이번엔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8월의 마지막 날에 보게 된 영화 엘리시움!

악역을 시켜도 아주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국방장관 조디 포스터! 다만 마지막에 죽을 때 너무 허무했다. 멧 데이먼은 이 작품을 위해서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는데 그게 무척 힘들었다고. '인빅터스'에서 미식 축구 선수로 나왔을 때는 울퉁불퉁 근육을 자랑했는데, 이번 근육은 아주 슬림하고 날씬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정도 뒤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우주에 떠 있는 '엘리시움'은 그야말로 '낙원'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의 난민들이 사는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실제로도 쓰레기장에서 촬영을 했다고...;;;;지구의 못 배우고 가난한 족속들은 하층민의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엘리시움에서 사는 선택받은 인간들은 우아하게 '불어'를 쓴다. 하하핫, 역시 웃프다.  설국열차에서도 열차의 앞쪽 칸에 살고 있는 계층들은 술에 쩔고 약에 쩔고,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뭔가 치열한 열정은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 영화속 상류층도 우아하게 와인 잔을 기울이지만 버려진 땅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은 흥겨운 노래는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런 세상이 온다면 그렇게 나눠질지는 알 수 없지만... 고아 소년시절부터 맥스는 엘리시움을 갈망했다. 엘리시움 행 티켓을 꼭 사겠다고 결심했다. 같이 자라게 된 고아 소녀 엘리스에게도 엘리시움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리고 맥스는 그 약속을 지켜냈다. 그가 방사능에 노출되어서 달랑 5일 밖에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로보트는 약을 주는 대가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부터 받아갔다. 사람의 생명보다 귀찮아질 여지를 없애는 걸 더 먼저 챙기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맥스는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제 몸에 무기를 장착하고 청부 살인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가 싸워나간 시간 속에서 그는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처음부터 그가 영웅적 면모를 자랑하며 숭고한 사명의식에 불탔다면 영화는 묵직한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어릴 적 고아원의 수녀님이 말해 주셨듯이 이 작은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곳에서 갈망하는 엘리시움처럼, 엘리시움에서 바라보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맥스가 깨달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리관 안에 들어가서  빛만 조금 쬐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낫는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엘리시움의 저택. 저런 정도의 기술을 가질 수 있다면, 엘리시움이란 선택된 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낙원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안전하고도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어도 만들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지금도 인류가 모두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면서도 굶주리는 아이들이 넘치는 것처럼... 엘리시움의 시스템이 지구에서 의료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의 숫자를 계산하고, 그들을 위한 우주선을 보낸다고 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명령어 하나만 바꿔줘도 저렇게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인 것을...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은 과연 성공할까...멧 데이먼은 어쩐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할 것만 같은 인상을 주는 배우다. 그가 선택한 배역들이 주는 이미지일까? 악역을 전혀 안 맡았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선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상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닌데 말이다.^^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엘리시움'의 뜻이 극락, 이상향, 파라다이스를 뜻한다고 한다. 영화 속 엘리시움에 딱이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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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외의 문화 생활도 정리해 본다. 



마태우스님의 저자 강연회에서 처음으로 마태우스님을 만났다. 다년간 갈고 닦은 유머 솜씨를 직접 확인한 아주 재미난 시간이었다. 책에 사인을 받으면서 문득, 예전에 선물로 받고서 중간까지 읽다가 중단된 책이 떠올랐다. 아뿔싸! 그 책을 다시 부지런히 읽기는 했는데, 리뷰 안 쓰고 또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아뿔뿔싸!! 이날 족발을 처음 먹어봤는데 내 취향엔 좀 아니었다. 독일식 족발이어서 그랬나 싶어 이후 한국 족발도 먹어봤지만 여전히 내게는 좀... 난 보쌈이 좋더라. ㅎㅎㅎ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카파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사진전은 꽤 좋았지만, 다른 사진전보다 월등히 좋지는 않았다. 이날 엄청나게 많은 비가 오는 바람에 치마가 홀딱 젖었고, 무척 안 좋은 일이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앞서 본 사진전의 기억도 그렇게 좋지는 않은 형태로 남았던 걸지도... 













아무튼, 이날 오후에는 야곱과 약속이 있었다. 야곱이 당첨되어서 같이 보게 된 '불편한 타이밍'은 요새 유행하는 코믹 연극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재밌긴 했지만 개연성은 무척 떨어지고, 일단 웃기고 보는 것에 무척 집착한 느낌. 


'조국으로 가는 길'과 '또까레프 초상전'은 앞서서 페이퍼를 작성했으므로 감상은 패쓰! 10월 13일까지 전시 중이니 아직 다녀오지 못한 분들 다녀오세요~


'그림 문답' 강연회는 3주에 걸쳐 다녀왔다. 평일이었고, 장소는 엄청 후미진 곳이었고, 마지막 날에는 비까지 와서 이걸 3주 연속 다녀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어이 다 참석했고, 무척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비록 피곤에 쩔어서 간간이 졸기는 했지만...;;;;









참석자들이 질문도 많이 했고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전에 다녀왔던 표암 강세황전과 초상화의 비밀,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도 함께 떠올랐다.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100주년 기념으로 열렸던 몽유도원도 전시회도 생각난다. 한 20초 보았던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감상이라고 할 수가 없었던... 몇 시간 기다려서 말이지...;;;;  하여간, 그렇게라도 다녀오길 잘했다. 이렇게 다시 떠올릴 기억이 있으니. 


올 봄에는 간송 미술관 다녀오는 걸 깜박했다. 수년 동안 봄가을 잘 챙겼는데 살짝 아쉽군!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생각난 김에 올가을 주제는 뭔지 찾아봐야지. 잊지 않게 달력에 표시도 해주고~ 가을은 전시회 보기에도 아주 좋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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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0-02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마지막 4중주의 크리스토퍼 발켄은 원래 좋아하는 배우에요. 나이 들면서 캐릭터가 더욱 강렬해진다고나 할까요? Deer Hunter에서 러시안 룰렛하다가 죽는 친구로 나왔죠. 일대종사는 여러 번 봤는데 역시 쿵후액션보다는 장면의 아름다움, 철학, 이런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구요. 팔극권 고수 일천선으로 나오는 장첸이 젤 멋있었네요.ㅎㅎ 특히 홍콩으로 이주해서 이발소/무관을 운영하는 부분이 많이 남네요. 궁이가 자신의 세월속에 남았다는 말이 가슴에 사무쳤더랍니다.

마노아 2013-10-02 13:11   좋아요 0 | URL
매달 이렇게 정리하는데, 이번엔 많이 늦어져서 숫자상으로는 두달이나 지난 느낌이에요.^^
크리스토퍼 발켄의 디어 헌터를 보지 못했는데, 마지막 4중주를 보면서 무척 깊이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하는 노익장이에요.
일대종사는 나중에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정말 물 흐르듯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강한 사람들을 이렇게 부드럽게 표현해내는 게 놀라웠어요. 장첸의 무술이 팔극권이군요. 대회 나가 일등한 고수...ㅎㅎㅎ 이발소에서 마지막 씬 엄청 웃겼어요.
전반적으로 무거웠는데 쉬어갈 틈을 주는 영화였죠.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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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예술의 전당을 두차례 갔다. 첫번째 가서 보고 온 전시회가 '시크릿 뮤지엄'

한달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가서 뭘 보고 왔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크게 인상 깊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찾아 보니 당시 메모해 둔 쪽지가 있다. 쪽지를 보니 조금 떠오른다. 하하핫...;;;;


터너의 '비, 증기, 속도'라는 작품 앞에는 토끼가 등장한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토끼 어디 있는겨???

 

 

클로드 르 로랭의 '해지는 항구'는 햇볕이 담겨 있는 그림이어서 보기 좋았다. 이 더운 계절에 보면서도 따뜻해지는 기분!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문답 형식의 영상으로 그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맨 아래에 있는 왜곡된 해골은 오른쪽 끝에 가서야 제대로 보인다. 아주 독특한 시도다!

 

  

알렉상드르 조르주 앙리 레뇨가 그린 '그라나다 왕국 무어 왕들의 참수 집행'은 15금! 그림으로 설정되어서 천막 안에 들어가서 봐야 했다. 입장해 보니 대뜸 머리가 굴러가고 있어서 화드득 놀라버림!  큰 그림을 못 구해서 잘 안 보이는데 시체 팔뚝에 문신 같은 자잘한 글씨가 보인다. 이거 보면서도 '마지막 거인'이 떠올랐다. 그림에서도 피가 철철 흐르지만, 이걸 동영상으로 보여주니 계단에서 정말 피가 막 흐르는 게 아닌가. 아주아주 실감 났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아주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 음악과 함께 들어서 더 좋았다. 귀뚜라미 소리 효과음도 나던데 의자가 없는 게 아쉬웠다. 좀 더 오래 감상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마지막에 나오기 직전에는 3D 안경을 쓰고 감상하는 작품이 있었다.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팽이를 가지고 노는 소년'이었다. 끝없이 도는 팽이를 보고 있자니 인셉션이 떠올랐다. 아, 다시 보고 싶다. 인셉션!








방학하기 직전에 보고 온 것은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전이다. 

요일별로 행사가 있었는데 목요일이 이슬람 복장을 착용할 수 있게 해줘서 일부러 목요일에 골라 갔다. 

(원하는 글귀를 이슬람어로 써주는 캘리그래피 데이-매주 수요일/헤나문신 이벤트-매주 금요일/이슬람 전통 의상 체험-매주 목요일/ 각각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다. 10월 20일까지 전시함)


입장 전에 입어본 옷들이다.

 

(사진 펑!)


장마 기간이어서 엄청 습했는데, 그런 날씨에 입기엔 지나치게 더웠다. 얼굴을 가린 부르카 두건이 떨어졌는데 앉아 있던 외국인이 다시 착용하라고 훈수를 두는 거다. 그런데 더워서 아예 벗고서 히잡만 쓴 채 찍었다. 사진은 의상 담당 직원이 찍어준 거다. 

여자 옷 먼저 입어 보고 입장했는데, 도슨트 마치자마자 다시 나와서 남자 옷 입어보고(이벤트 행사는 5시 마감이었다.) 다시 들어가서 찬찬히 감상하고 나왔더니 6시 10분 전. 아직 문 닫기 10분 전인데 기념품 샵을 먼저 마감시켜서 못내 아쉬웠다. 뭔가 이슬람의 보물스런 팔찌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말이다...;;;;


도슨트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이어서 했는데 둘다 너무 초짜 티가 나는 것이다. 이 지역은 건조하고 습한 지역이라~(건조한데 습하다니...ㅠ.ㅠ)고 설명하기도 하고, 뭔가 실수가 잦았다. 나중에 둘 모두 이날이 첫 도슨트였다고 고백했다. 하하핫,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

 


기둥머리와 건축물의 일부분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오른쪽 사진은 걸프전 때 폭격으로 일부 부서진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다녀와서 바로 썼어야 기억이 제대로 날 텐데 한달도 더 지나버려서 기억이...ㅜ.ㅜ

 


왼쪽은 포크 겸용 숟가락이다. 오옷, 어릴 적 도시락에 쓰던 그 형태와는 차이가 있지만 어쩐지 반가웠다는!

오른쪽은 의복인데, 소매가 지나치게 긴 것이 일하는 사람의 옷은 아닐 것이다. 소매통이 아주 넓은 옷도 있었는데 올리는 건 패쓰!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비싼 물품은 약 50억원 가치로 세점이 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화병이다. 가운데 파란색 무늬가 '술루스체'로 써진 아랍어다. 14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보이고 쓰여진 글귀는 축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림처럼 보이는 글씨가 인상 깊다. 세로 획이 가로 획보다 세 배가 길어 서예가들이 애용한 서체라고 한다. 에나멜 기법으로 만든 이 화병은 현재 전 세계에 5개 뿐이라고 한다. 


아마도 값어치는 더 떨어지겠지만 내 눈에는 오른쪽의 물담배 보관병이 더 예쁘다. 심플하면서 화려하다! 에메랄드와 9개의 루비로 장식한 꽃무늬가 무척 예쁘다. 탐나는구나!

 

 

전시관을 이동하는 통로에 그려진 무굴제국의 황제 그림이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샤자한. 

 

 

팔과 목, 손가락까지, 어찌나 화려하게 주렁주렁 매달고 끼었던지.... 오홋, 남자를 위한 이토록 찬란한 보석들이라니!

오른쪽은 인도 궁전 내부를 묘사한 세밀화다. 이 그림이 걸려 있던 모퉁이는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 나왔다. 플래시를 끄고 찍으니 빛이 없는 곳의 사진은 영 알아보기가 힘들다.

 

 

카펫을 전시해 둔 공간이다. 아주 길어서 사진을 한컷에 담기가 어려웠다. 

 

 

왼쪽은 터번 장식꽂이였던가? 오른쪽은 단검이다. 이번 전시 최고가를 자랑하는 50억원 상당의 유물 하나가 바로 이 녀석! 칼자루와 칼집을 모두 옥으로 만들었고 앞면은 금과 루비로, 뒷면은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했다. 오, 뭔가 폼이 나긴 해!

 

 

활을 쏠 때 손가락을 보호하는 궁수용 반지다. 활 안 쏘아도 갖고 싶은 비쥬얼인 걸!


오른쪽은 이즈니크 도자다. 16세기 경 오스만 제국의 이즈니크 지역에서 만들었다. 중국 명 왕조의 청화백자와 페르시아 도기의 영향을 받았다. 단순 비교는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 청화백자를 보고 흠칫 놀랐던 것에 비해서 좀 조잡하게 보였다. 쏘리~

 

 

마지막 하나 남은 50억 원 상당의 유물은 쿠란 필사본 장정이다. 중앙에 정교한 아라베스크 무늬가 돋보인다. 금가루가 떨어질 것 같은 화려한 책이다.

 

 

중국에서 수입해 온 자기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기를 제작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청자와 백자도 같이 보여주고 싶다. 정말정말 샘이 나지 않았을까. 미안! 팔이 안으로 굽었어.ㅎㅎㅎ


꼭지점이 열 개인 별 모양의 타일이다. 토끼를 잡고 있는 코끼리와 상상의 동물 레오그리프를 묘사하였다.

 

 

집의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가리개'다. 기하학 무늬가 아름답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원과 원이 만들어 낸 안쪽으로 별 모양도 보인다. 오른쪽은 우리나라 규방의 창살을 떠올리게 한다.

 

 

티켓 판매 부스 옆으로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가 그려져 있다. '이슬람의 보물' 위로 보이는 아랍 글자는 '알판'이라고 읽는데 '예술'이라는 뜻이다. 


시간이 좀 더 많았더라면 보다 여유있게 보았을 텐데 저녁 6시 마감 시간은 너무 촉박했다. 수요일은 야간 개장을 하니 좀 더 오래 관람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7월 27일에 원래 나는 '최예원의 카르멘 판타지'를 예매해 두었다. 5월에 '이원국의 월요 발레'에서 아주 매혹적인 그녀를 만나고 카르멘도 보자! 했던 건데, 야곱이 뮤지컬 표가 있다고 보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난 원래 야곱한테는 아주 약한 편이라서 냉큼 카르멘을 취소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공연이어서 아쉽긴 했는데 내년에도 하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언니가 당첨된 공연은 뮤지컬 'MR.온조'다. 아니 온조왕에 웬 미스터?? 주인공은 홍경민. 최근 불후의 명곡으로 그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가 처음부터 잘하는 걸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그래도 노래는 좋겠지... 이러면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이건 홍경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부실 공사다. 작품이,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인터미션에 그냥 나가자고 했을까..ㅜ.ㅜ 그러나 야곱은 후기를 써야 해서 끝까지 보자고 했다. 결국 끝까지 봤다. 팔짱 끼고~

 

소서노도 나오고 온조도 나오지만, 백제 건국의 이렇다 할 비전도 없고, 설득력도 없고, '바람의 나라' 향기가 물씬 나는 설정 하며~

의상은 무슨 18세기 프린스 옷을 입질 않나, 무대 소품 중 거울은 바로크 양식이 나오질 않나... 내용 없고, 연기 못하고, 노래 안 되고!!! 온조로 분한 홍경민은 자기 머리 스타일 그대로 나왔다. 가발은 못 써도, 머리에 띠라도 하나 두르고 좀 고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지 않나? 성의 없어 보였다. 뮤지컬은 형편 없고 극장(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 센터)만 훌륭했다..;;;;;

 

현재 알라딘 행운의 램프 응모 중에 이 작품이 있는데 응모율이 아주 높다. 하긴 나라도 보지 않았다면 거기에 한표 던졌을 것이다. 아까운 당첨 기회를 쏟고 계시는 분들을 뜯어 말리고 싶다. 이 작품 꽝이랍니다. ㅜㅜ

 

 

 

 

 

 

 

 

 

  

그리고 바로 이튿날! 알라딘 B님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뮤지컬 엘리자벳 보기로 한 친구가 펑크를 냈다고~

오오오옷, 이런! 작년에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면서 다음에 또 올라오면 다시 보리라! 했던 결심을 실천할 때가 왔다. 바람처럼 예술의 전당으로 달려갔으나....


마을버스를 잘못 타서 엉뚱한 데로 가서 되돌아 오느라고 엄청나게 땀흘린 이야기는 생략하자. 다시 탄 버스가 예술의 전당 훌쩍 지나쳐서 내려주는 바람에 또 엄청 뛰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건너 뛰자. 마음이 아프다.ㅜ.ㅜ

 

원래 예상대로라면 공연 시작 20분 전에 도착해야 했지만, 2분 전에 도착하여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렸다. 아, 다시 생각해도 진땀 나네....

 

 

작년에는 류정한/옥주현/박은태 버전으로 보았고, 이번에는 박효신/옥주현/박은태 캐스팅이었다.

내가 옥주현에게 놀란 건, 작년 엘리자벳에서는 모든 캐스팅이 완벽했는데 옥주현만 별로였다. 그랬는데 뮤지컬 레베카 때 깜짝 놀래키더니 이번에는 완벽한 엘리자벳 황후로 분한 게 아닌가!

 

그.리.고. 뜻밖의 쾌거는 박효신이었다. 박효신의 목욕탕 울림 목소리는 이 작품 속 '죽음' 역할에 200% 일치했다. 심지어 나의 사랑 류정한을 뛰어넘는 싱크로율!!!

 

여기서 죽음은 이렇다 할 '연기'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압도적 노래 실력만 필요할 뿐!

 

다시 봐도 엘리자벳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완벽해, 훌륭해!!!

B님 고마워요! 와락!!(>_<)

 

 

기둥 앞에서 사진 예쁘게 찍고 싶었지만 잘 나온 사진이 없음...ㅎㅎㅎㅎ

 


지나치게 흔들린 사진이지만 그럼에도 가슴을 왈랑거리게 해서 한컷 실었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분명 엘리자벳 ost를 산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거다.

한참을 뒤져서 겨우 찾았다. 작년 5월에 사서 금년 7월에 듣다니... 반성 반성!

 

시아준수 노래만 빠져서 이상하다 여겼는데 그의 것만 따로 발매되어 있다. 하하핫, 이렇게 돈을 벌다니..;;;;;;

원래 8월달 적립금 생기면 살 생각이었는데, 깜박 잊고 전부 책으로 지르는 바람에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 9월까지 기다리면 또 잊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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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21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일년치에 해당하옵니다 ㅠㅠ

물담배병, 정말 예쁘군요.
사진 중에 움직이는 보물도 한점 있네요? ^^

마노아 2013-08-21 12:54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제가 이럴 때만 부지런을 떱니다.^^;;;
예쁜 보물들이 많지요?
오옷, 움직이는 보물! 최고의 찬사입니다.^^

2013-08-2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30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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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감시자들


영화 감시자들은 헐리웃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오션스 일레븐과 007을 적절히 섞은 느낌. 한효주는 스치듯 지나치며 본 것조차 모조리 기억해내는 천재로 나왔다. 손톱으로 탁자를 탁탁탁 치면서 기억을 더듬는 장면은 만화 '몬스터'에서 요한과 닥터 덴마(텐마??)를 쫓는 경감을 떠올리게 했다. 한효주는 이 작품에서 철저하게 예쁜 여배우 대신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는데 손톱도 바짝 잘랐고, 케어도 받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


 

 


약간 보이쉬한 느낌. 중성적 매력이 돋보인다. 오히려 영화 마지막에 한껏 차려 입은 예쁜 아가씨 변장보다 이 모습이 내게는 더 예뻐 보인다. 극중에서 헤드폰 끼고서 음악 듣는 척하며 고개 까딱거릴 때 참 예뻤는데 그 사진을 못 찾았다.


 


마지막에 나오는 임달화는 이 영화의 원작 주인공이라고 하던데, 설경구가 맡았던 역인가 보다. 당시 자기는 일부러 살을 찌웠다고 하는데 설경구는 그러지 않았다. 이제 살 찌우고 빼는 그런 영화는 맡기 싫어할 듯! 굳이 살 찌울 필요성도 못 느꼈고....


정우성은 모처럼의 악역을 아주 잘 소화했다! 냉혹한 킬러의 모습에 매우 어울렸음!! 


그리고 유난히 빛났던 건 진경 배우다.


 

 


근래에 유난히 많이 보게 된 것 같은데 어떤 배역을 맡겨도 잘 소화해 낸다. 주연은 아니지만 빛나는 조연이랄까. 근래엔 장영남 배우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새는 진경 배우와 함께 나눠서 활약하는 느낌! 드라마 산부인과에도 출연했는데 필모그래피에 누락되어 있어서 네이버 DB에 신고했다. 수정해 달라고..ㅎㅎㅎ


이 영화는 무척 재밌게 보았는데 설경구가 마지막에 칼 맞고도 너무 오래 버틴 게 약간의 흠이었고, 그보다 더 큰 흠은! 이게 우리나라 경찰 맞냐는 거였다. 대한민국에서 경찰 및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는.... 좀 창피하지 않은가? 이런 첩보 작전 말고 댓글 달고 미행하다 들켜서 죄송하다 사과하고 노트북 훔치다 들켜서 국제 망신 당하고.. 뭐 그런 걸로 더 친숙하지 않던가? 그래서 영화 보고 나서 아, 우리 경찰들 정말 수고 많다! 라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영화네~하며 혀를 차는 씁쓸한 기분. 뭐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하여간 영화는 재밌게 봤다. 


 

 








 

48. 화이트 하우스 다운


이 영화를 내가 왜 보게 되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크게 흥미를 끌지 못했는데 이날 기분이 언짢아서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갈 데가 동네 작은 극장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그 시간에 볼 수 있는 영화가 이것 뿐이었다. 그리하여 별 기대 없이 보았고, 역시나 기대한 대로 별로 볼 것 없는 영화였다는 평이 남았다. 


대통령이 경호원과 함께 국가 전복 세력을 퇴치하는 영웅으로 등장하는데 오래 전에 보았던 '에어포스 원'을 떠올리게 했다. 해리슨 포드가 내게는 더 멋있었음!


체닝 테이텀의 어린 딸이 몰래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뉴스에서 여과 없이 아이 이름까지 대가면서 보도했을 때 진심으로 황당했다. 아이가 아직 인질과 함께 있는데 어여 잡아 죽이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니고...;;;;


체닝 테이텀은 주로 액션영화에 나오는 모양인데, 우람한 근육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그다지 액션 스타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런 그가 이 영화에서 두시간 내내 뛰어다니는데 이 친구가 쏜 총은 적에게 다 명중하고, 적이 쏜 총은 전부 비껴나가는, 20세기 액션 영화를 연출하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허무하게 추락한 블랙 호크도 황당했고, 그저 신나게 부수다가 마지막에 착한 팀이 이겼어요~ 라는 뻔한 결말도 식상했다. 킬링 타임용으로 골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아까웠다. (사진도 추가하지 않음...ㅎㅎㅎ)










★☆


49. 론 레인저


생각 외로 평점이 좋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을 때에 팟캐스트 '생방송 애국전선'에서 최영일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서 소개한 게 흥미를 끌었다. 미국 철도의 흑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오홋, 궁금해지는 걸! 


 

 


론 레인저가 미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드라마였나보다. 리메이크도 많이 된... 조니 뎁의 연기는 훌륭했고, 그가 설정한 캐릭터도 잘 어울렸다. 다만 그 캐릭터가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와 아주 많이 겹친다는 게 문제였다. 그 바람에 그의 훌륭한 연기가 다소 식상해 보일 수 있다는 것!  


 


헬레나 본햄 카터도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옆의 여자는 영... 도대체 론 레인저와 그의 형이, 또 이들의 적이 왜 동시에 반하는지 도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것! 포스터는 예쁘게 나왔는데 영화에선 저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진이 더 영화에 가까운 모습!


 

 

 

 

조니 뎁이 연기한 마지막 인디언 톤토. 어린 시절 그가 저지른 실수는 크나큰 파장을 불러 왔다. 그는 평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과오를 돌이키기 위해서 애썼다. 사실 그가 저지른 잘못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를 따라온 백인 남자가 그토록 탐욕적이고, 그토록 공격적일 줄, 순진한 인디언 소년이 어찌 알았겠는가. 문득 '마지막 거인'이 떠올랐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 라고 묻게 만든다. 서재 프로필 글을 새로 바꿨다.


 "세상 그 어디 먼 곳도 어제보다 먼 곳은 없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기에 가장 먼 곳이 되어버렸다. 톤토가 그랬다. 읽지는 못했는데 '속죄'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올드보이의 오대수도 그랬고. 


영화는 최영일 평론가가 해준 설명이 더 그럴싸 했다. 론 레인저의 개그는 나한테는 좀 별로였다. 시간 낭비는 아니었지만 조니 뎁에게 거는 기대를 생각한다면 다소 약하기는 했지.










50. 명왕성


영화 파수꾼을 아주 인상 깊게 보았다. 벌써 2년 전에 본 영화가 되었구나. 명왕성은 여러모로 파수꾼을 떠올리게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파수꾼이 더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파수꾼이 은유적이라면 명왕성은 직설적이다. 그러고 보니 두 영화 모두에서 조성하 배우가 나오네. 내가 좋아하는 배우님~


 


명문사립고 1등 유진(성준)이 학교 뒷산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현장에 떨어진 핸드폰과 학생들의 증언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준(이다윗).
 그러나 이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우리 스터디 아무나 들어올 수 없어!”
 유진이 이끌었던 비밀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비윤리적인 입단 테스트로 고통받았던 준은 
 자신을 스터디 그룹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용의자로 몰아세운 멤버들을 찾아간다. 
 명문대 수시입학 축하파티를 앞둔 그들을 인질로 잡고, 
 우등생이란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본 모습을 하나씩 공개하면서
 지금껏 외면해온 진실이 밝혀지는데… 
 
 이제 열 아홉,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줄거리를 긁어 왔다. 입시 경쟁의 지옥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섬뜩했던 것은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하나 죄책감 없는 아이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1등이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을 모두 죽이는 거였다. 유진이 농담처럼 던진 이 한마디는 실제로 실현되었다. 


아이들은 명문고에 다니는 소위 잘 사는 집안 아이들이었다. 대치동 쪽집게 강사에게 입시 상담을 받는 데에만 돈 백만원이 우습게 나가는 그런 세계였다. 그런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준은, 그곳에 가기 전에는 일반 고에서 탑을 지키던 아이였다. 그런 준이 이곳에 오니 그저 평범하다 못해 왕따 수준으로 놀림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태양계라는 행성에서 축출된 명왕성 같은 입장이 된 것이다. 단지 작다는 이유만으로 행성의 지위를 빼앗는다는 건 부당하게 보였다. 자신만의 궤도를 돌며 은하계의 한 존재로 남는 것을 준은 거부했다. 그는 다시 태양계로 들어가고 싶었다. 원래 거기가 자기 자리 같았다. 그러나 욕심은 화를 부르고, 기어이 사망에 이르는 것! 


마지막에 준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더 테러 라이브의 결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토록 사악하다면, 이렇게 추하다면, 이런 사람이 남아서 만들어갈 세상은 너무 끔찍한 게 아닌가. 더군다나 그 아이들은 정해졌다는 듯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될 게 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준의 선택을 말리지 못하겠다. 가엾은 엄마가 밟히지 않는 건 아니지만, 준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다 할지라도 두 사람의 남은 삶은 지옥이 될 게 뻔했다. 평생 남의 등만 보면서 달리기 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말이다. 


 

 

 

위의 사진 왼쪽 학생이랑 같은 사람이다. 안경을 벗으니 얄미운 똘똘이 스머프 같던 아이가 배우 포스를 자랑하며 훈남을 인증했다. 하하핫!


김창완 노래가 나왔는데, 그밖에도 영화 전반에 걸쳐서 노래가 좋았다. 보통 영화 보면서 깔리는 음악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 영화는 보면서도 음악 좋다~라는 자각이 들었다. 정말 좋았나 보다. 


어느 팟캐스트에서 들었더라? 김두식 교수였던가? 하여간! 과거 평균 수명이 30세일 때는 15세에 과거에 급제하느냐 마느냐는 굉장히 중요했다.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는 순간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평균 수명이 무려 100세 육박하는, 정말 놀라운 장수 시대가 아니던가. 그런 시절에 한 사람의 인생을 열 아홉 나이에 결정한다는 건 지나치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그 나이 때 치르는 입시를 가지고 이 사람의 인생 행로를 단정 짓는다. 이건 정말이지 건강한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곪아 있는지 단적으로 느껴지는 비교였다. 











51. 퍼시픽 림


아아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배경을 전에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원래 '레드' 보기로 했는데 조카가 이거 보고 싶다고 해서 영화를 바꿨더니, 나보다 하루 늦게 '명왕성' 예매한 언니가 둘째 조카도 맡기는 바람에 다 데리고 극장에 갔던 날이었다. 영화는 지나치게 길었고, 안 그래도 집에서부터 졸렸던 다현 양은 영화 보면서 잠들기를 바랐지만 잠은 자지 않고 온갖 몸부림으로 주변에 민폐를....ㅜ.ㅜ


결국 두시간 동안 졸던 큰 언니가 다현양을 데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먼저 가버렸고, 나는 큰 조카와 남아서 30분을 더 보고 일어났다. 굉장히, 피곤한 영화 관람이었다.


게다가 내 취향도 아니야.ㅜ.ㅜ 처음부터 난 별로 내키지 않았다. 맨 오브 스틸에서 지나치게 많이 부수는 씬 때문에 피로해졌던 나는, 지나치게 거대하기만 한 이 영화도 엄청나게 피곤했다. 80미터를 넘나드는 육중한 몸은, 그 바람에 움직임이 느렸다. 아아아, 내 스타일은 트랜스포머 쪽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갖다 바치는 오마쥬를 나는 알 길이 없고, 내 눈에는 하나 멋져 보이지도 않는 비쥬얼이었고, 게다가 여주인공은 상당히 안습이었고! 원래 이런 영화에서는 그닥 기대하지 않는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심하게 부족한 스토리 전개하며... 


에반게리온을 스무 살 적에 보았던가. 그때도 권해준 남친의 반응에 비해서 크게 열광하지는 않았다. 그 세계에 푹 젖어들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로봇의 비쥬얼에는 크게 심취했었다. 아름답다고 느꼈으니까. 퍼시픽 림을 보면서는 저 방사능 다 어쩔껴... 뭐 이런 생각을 했다. 하긴, 어릴 적 보았던 로봇 만화들도 아마 대개는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애들이었을 것이다. 


메칸더 브이를 무척 좋아했는데, 주제곡 가사 중에

"메칸더 세 용사 단결하면 무적의 메칸더 브이 되어 원자력 에너지의 힘이 솟는다. 용감히 싸워라 메칸더~ 브이!"라는 대목이 있다.

아, 어릴 적부터 원자력 에너지가 아주 대단하다고 단단히 세뇌받으며 자란 거구나...ㅎㅎㅎ 하긴, 대단하긴 대단하지. 위험해서 그렇지..;;;;;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로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다만 중국과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민족 감정을 건드릴까 봐 일부러 영어 더빙을 입혔다고. 이거 사실인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감정 안 좋은 건 알긴 아는구나. 하긴... .8.15도 다가오고 있던 시점이었으니까....


아무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건진 수확은 영화 제목이다. 퍼시픽 림. 환태평양 되겠다.ㅎㅎㅎ 환태평양 조산대 이야기할 때 써먹어야지~

 


(사이즈에 전율하래...ㅜ.ㅜ 난 이 문구도 열라 촌스러워 보임..;;;)

 











52. 마스터


마스터를 보던 날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내려서 찾느라 생쇼를 한 사연은, 이미 이야기 했다. 진땀을 빼고 난 뒤 영화를 보았더니 초반에 30분 가량 졸았다. 깨고 보니 선상에서 여자들이 모두 홀딱 벗고 춤을 추는데 왜 저런 장면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어서 급 당황했다. 벗으려면 같이 벗지 왜 남자들은 멀쩡히 옷 입고 있고 여자들만 벗는겨??? 뭐 이런 생각을 했다. ㅎㅎ


주연 배우들이 무척 연기를 잘 했다는 것에 십분 동의한다. 그런데 대단한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내게 아무 감흥이 없었다. 내 머리 속에는 핸드폰 되찾아올 걱정으로만 가득했다. 나한테는 영화가 지나치게 어렵기도 했다. 이 영화는 내게 핸드폰 삽질과 함께 떠오르기는 하겠지만 어떤 영화였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여간 나는 힘들었음. 별점도... 의미가 없다.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니...;;;;


53. 레드-더 레전드


방학식 날 보았던 영화다. 출근 안 해도 되었는데 굳이 왔다는 얘기를, 출근 전에 해줬어야지, 출근하고 나서 해주면 어쩌란 말인가! 하여간 그렇게 본의 아니게 삽질 출근을 한 날 보았다. 이병헌이 지.아이.조에서 근사한 액션을 보여주었으니 이번에도 뭔가 보여줄 것 같아서 말이다. 


 

 


좀 어정쩡한 코믹 액션 영화였다. 그냥 웃고 넘기기엔 이들의 코믹함에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걸 웃으면서 봐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그 고민에 짜증의 불을 확 지른 것은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총질을 해대면서 즐기는 그녀 모습에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른 배우들은 나름의 포스를 보여주면서 액션과 개그를 같이 보여주었다면, 이 여자의 캐릭터는 뭐 하나 건질 게 없다. 하여간 무지무지 싫은 캐릭터였음!


 

 


캐서린 제타 존스는 못 본 사이 많이 삭았다.ㅜ.ㅜ 특히나 저 앞머리는 많이 안습. 어려 보일려고 그랬나??? 죽을 때도 좀 어이 없었다. 다른 애들은 총알 사이로 막 가던데 러시아 장군은 죽었어...;;;;


헬렌 미렌이 가장 멋지게 나왔다. 카리스마 작렬! 이병헌과 자동차로 도주할 때 양팔 교차해서 총 쏠 때의 그 표정이 아주 짜릿했는데 사진을 못 구했다. 끙!


 

 


사실 이병헌은 액션보다 연기가 훌륭한 배우인데 헐리우드에서는 액션배우로만 소비되는 게 많이 아쉽다. 그리고 그 연기만큼이나 훌륭한 게 목소리다. 이병헌은 다큐멘터리 나래이션은 안 맡나 몰라. 아마존의 눈물 만큼 호평을 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밖에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로 아메리칸 크라임이 있다. '이웃집 소녀'를 영화화 했다고 해서 찾아 보았는데 소설보다는 별로였다. 물론, 내가 4배 속으로 돌려보긴 했지만...;;;;; 다만 엘렌 페이지를 괴롭히는 역할의 배우(캐서린 키너)가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연기를 아주 잘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찾아 보니 이 배우가 '마지막 4중주'에서 비올라를 연주한 줄리엣이구나!

이 작품은 책을 힘들게 보았으므로 영화를 제 속도로 보기는 힘들었다. 그럴 만큼 재미 있지도 않았고... 별점은 따로 매기지 않겠다. 별 볼일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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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1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시자들"은 저도 별 네개. 각본이 우리 작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좀 실망하는 촌스런 저이지만 ^^, 한효주 매력있었지요. 여자들이 보기엔 예쁘게 차려입고 나오는 장면보다 이런 의외의 모습에 더 끌리는 것 같은데 남자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요 ^^.
퍼시픽 림은 저는 못보고 제 아이가 보고서 별로라고 한마디로 말하더군요 ㅋㅋ

마노아 2013-08-19 11:27   좋아요 0 | URL
한효주는 남장 여자 사극에 나와도 잘할 것 같아요. 연기도 괜찮고 여러모로 매력 있어요. ^^
퍼시픽 림은 로봇 만화에 열광했던 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해서 그분들께 반응이 좋은 듯해요.
저는 딱히 로봇 만화에 열광하지 않았던 터라... 그저 메칸더 브이 정도나 보고 자란 거죠.ㅎㅎㅎ
제 큰조카는 재밌다고 했어요. 뭐가 재밌었는지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어요.
둘째 조카는 아무 생각 없고요.ㅎㅎㅎ

2013-08-1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9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9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9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3-08-1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론 레인저의 루스 윌슨이 남자랑 찍은 사진에서 입은 드레스의 하얀 목 장식은.....헉.... 비단뱀인 줄 알았어요. -_-
그나저나 영화 엄청 많이 보시네요. 재밌겠어요. 부럽부럽. ^^

마노아 2013-08-19 11:30   좋아요 0 | URL
야클님 댓글 보고서 다시 올라가서 보니 순간 흠칫!했어요.
그나저나 비단 뱀은 색이 요란할 것 같은데 하얀색인가요? 급 궁금해지네요.^^
영화야 뭐... 방학이었으니까요.^^

야클 2013-08-19 13:02   좋아요 0 | URL
흠.... 그냥 길고 뚱뚱한 흰 뱀으로 수정할래요. --;

마노아 2013-08-19 13:10   좋아요 0 | URL
푸하하핫! 길고 뚱뚱한 흰뱀! 적절한 표현이에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8-1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왕성의 감독님은 현역 "교사"랍죠..

마노아 2013-08-19 23:23   좋아요 0 | URL
현직 교사였던 거죠? 지금은 아니고요. 아무튼 학교 현장을 잘 아시는 분인 거죠.^^

Mephistopheles 2013-08-20 09:28   좋아요 0 | URL
아..현역이 아니라 전직 중학교 교사셨네요...

마노아 2013-08-20 10:01   좋아요 0 | URL
전에 인터뷰를 본 것 같은데 그때 잠시 학교 시절 얘기했던 것 같아요. 스치듯 본 거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요.^^;;;

순오기 2013-08-19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건 '레드-더 레전드'뿐이네요.ㅠ

마노아 2013-08-19 23:23   좋아요 0 | URL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네요.^^

카스피 2013-08-1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영화 많이 보셨네요.전 본거라곤 설국열차 뿐이네요.위에 영화들은 내년에 케이블에 방영할때까지 참을수 밖에 없네요ㅡ.ㅡ

마노아 2013-08-20 10:01   좋아요 0 | URL
설국열차는 8월의 영화에서 정리하겠음돠. 저는 집에 TV가 없어서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좀처럼 못보게 되더라구요.

후애(厚愛) 2013-08-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많이 보셨네요.^^
모두 재밌어 보이는 영화들입니다!!

마노아 2013-08-21 00:49   좋아요 0 | URL
8월에 본 영화들이 더 재밌었어요. 9월 되면 바로 8월 영화 정리할 거예요~ ^^